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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화 검은 그림자 (3) (72/226)

72화 검은 그림자 (3)2021.05.17.

16560264259997.jpg“하아…… 봐 봐요. 멀쩡하잖아요. 아무 일도 없잖아요. 선생님이 직접 말해 봐요. 아무 일도 없었죠?”

경찰이 나를 보고 물었다. 꿀꺽 침을 삼키며 김 비서가 나를 봤다. 이제 칼자루는 내 손에 있다.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쏟아졌다. 그중에서도 김 비서는 가장 얼어붙어 있었다. 내 한마디에 그의 인생이 걸려있으니 이런 반응은 당연하다. 김 비서에게 말한 대로,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넘어갈까? 그러기에는 내 목숨을 가지고 협박한 것이 너무 괘씸하다. 내가 쉬이 대답을 하지 못하자 경찰이 채근했다.

16560264259997.jpg“정말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16560264260009.jpg“……아무 일도 없었어요.”

내 말에 김 비서는 한숨을 놓았지만 완전히 긴장을 풀지는 못했다. 경환이 물었다.

16560264260014.jpg“그럼 왜 계속 연락이 안 된 거야? 1억을 송금한 건 뭐고?”

지금 나는 고객을 만난 이후 왜 갑자기 연락이 끊기고 김 비서에게 1억이 송금되었는지 그럴듯하게 설명해야 한다. 질문을 받은 사람은 나인데 마른침은 김 비서가 삼킨다. 이 사람과 같은 편에 서는 날이 오다니, 기분이 참 묘하네. 이제 말하기 쉬운 것부터 설명을 하면서 생각할 시간을 벌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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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60264260009.jpg“어제 핸드폰 충전을 깜박하고 못했더니 금방 꺼지더라구.”

토끼 같이 벌건 눈을 한 다영이 물었다.

16560264260027.jpg“그럼 고객을 만나서 1억은 왜 송금했어요?”

16560264260009.jpg“김 비서님이 상도덕에 안 맞는 양아치 짓을 해서 말야.”

16560264260027.jpg“양아치 짓이요?”

되묻는 다영을 보면서 나는 설명을 덧붙였다.

16560264260009.jpg“날 엿먹이려고 내 고객에게 접근해서 어제 50점의 유물을 아도쳐서 가져갔어. 그게 너무 화가 나고 분해서 1억을 넘길 테니 50점을 달라고 했어.”

그제야 김 비서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애초에 별 관심이 없던 경찰은 내 말을 별 의심 없이 믿고 당당하게 말했다.

16560264259997.jpg“그럴 줄 알았어. 제가 그랬죠. 범죄랑 연관 없다고!”

하지만 경찰은 그 당당한 태도를 유지하지는 못했다. 다영이 울먹거리면서도 살벌하게 경찰을 째려봤기 때문이다. 주춤한 경찰이 딴청을 부리며 서인범을 보고 말했다.

16560264259997.jpg“그러니까 이 집이 선생님 소유인 거죠?”

16560264289868.jpg“……네. 그렇습니다.”

16560264259997.jpg“선생님. 주거침입죄로 신고하실 생각은…… 아니죠? 이분도 나쁜 뜻은 없었으니까 한번 봐주시는 거 어때요?”

다영을 위해서라기보다 이 상황이 매우 귀찮아 빨리 돌아가고 싶은 그런 느낌이었다. 서인범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16560264289868.jpg“그렇게 하겠습니다.”

16560264259997.jpg“네. 더 이상 저희가 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으니 가보겠습니다.”

경찰 두 명은 목례를 하고 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 나는 울먹거리는 다영에게 다가가 등을 토닥였다.

16560264260009.jpg“걱정시켜서 미안해.”

16560264260027.jpg“일부러…… 그런 거 아니잖아요……. 그래도 다음부터는 핸드폰 충전 좀 잘해요. 진짜 무슨 일 있는 줄 알았잖아요.”

16560264260009.jpg“앞으로 꼭 그럴게. 김 비서님하고 할 말이 남아있어서 그런데, 경환이랑 먼저 1층으로 가 있을래?”

16560264260027.jpg“알겠어요.”

경환이 다영과 함께 1층으로 내려갔고, 2층에는 나와 김 비서, 그리고 서인범만 남았다. 고개를 아래로 떨어트린 김 비서가 중얼거리면서 말했다.

16560264317662.jpg“……미안하다.”

상황에 몰려서 한 일이라고 하나 얼마나 자신이 잘못했는지 김 비서 자신도 알고 있었다.

16560264260009.jpg“알긴 아네요. 자신이 잘못했다는 거?”

16560264317662.jpg“어쩔 수 없었다는 말도 변명으로 들리겠지. 하지만 본 거 없고 배운 거 없는 나에게는…… 이게 최선이었어.”

나는 가만히 김 비서를 보다가 서인범에게 말했다.

16560264260009.jpg“관리인 고용은 이야기한 대로 처리해 주세요. 돈은 제가 대겠습니다.”

16560264289868.jpg“알겠다. 그렇게 하마.”

내가 이렇게 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김 비서는 반쯤 넋이 나갔다.

16560264317662.jpg“왜 약속을 지키는 거야? 난…… 널 죽이려 했어.”

16560264260009.jpg“절대 당신을 용서한 것이 아니에요. 앞으로도 그럴 수 있는지 모르겠구요.”

16560264317662.jpg“근데 왜……?”

16560264260009.jpg“날 진짜 죽일 생각은 없었잖아요.”

김 비서의 동공이 초점을 잃고 흔들렸다.

16560264317662.jpg“그걸 어떻게……?”

16560264260009.jpg“1년 전에 안경을 찾기 위해 우리 가게에 들어왔고 나랑 싸웠죠?”

16560264317662.jpg“알고…… 있었어?”

16560264260009.jpg“그때 느꼈던 살기, 오늘은 한 번도 느끼지 못했어요. 오늘 내가 제시한 금액을 부풀리지도 않았죠. 무엇보다 놀랐던 것은 강정휘에게 안경을 가져갈 생각만 하지, 차지하려고 들진 않더군요.”

고개를 숙인 김 비서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16560264317662.jpg“내가 어느 정도 깜냥인 놈인지……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16560264260009.jpg“그래서예요. 상황에 몰려 바보 같은 선택을 한 거지 나쁜 사람이 아니지 않을까, 그렇게 믿어보고 싶어졌거든요.”

움찔한 그가 반쯤 넋을 놓고 쳐다보았지만 나는 나직이 말을 이어 갔다.

16560264260009.jpg“물론 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겠죠. 그래도 믿어 보고 싶었어요.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16560264317662.jpg“한지감…….”

16560264260009.jpg“나에게 이 안경은 일생일대의 기회예요. 그 기회를 통해서 여기까지 왔죠. 나에게서 안경을 뺏지 않았으니 당신에게도 그런 기회를 주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증명해 주세요. 그런 기회를 가질 만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울컥한 김 비서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16560264317662.jpg“정말…… 고맙다. 약속대로 1억은 다시 보낼게.”

16560264260009.jpg“드릴게요. 인생의 기회인데 그 정도는 되어야죠.”

멍한 김 비서를 두고 나는 돌아서 서인범을 보고 말했다.

16560264260009.jpg“내려가시죠.”

16560264289868.jpg“그러자.”

서인범을 부축해서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갔다.

16560264260009.jpg“괜찮으세요?”

16560264289868.jpg“괜찮다.”

16560264260009.jpg“저 때문에 괜히……. 죄송해요.”

16560264289868.jpg“다 내 업보다.”

서인범의 몸에서 쿰쿰한 악취가 났다. 언젠가 지나가는 노숙자에게서 났던 바로 그 냄새였다. 나는 그가 거리 생활을 한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부동산 재벌이 돈이 없어 거리 생활을 하진 않을 것이다. 돈으로조차 채울 수 없는 헛헛함, 그것이 그를 거리로 내몬 것 같았다.

16560264260009.jpg“어디로 가실 생각이세요?”

16560264289868.jpg“글쎄…….”

16560264260009.jpg“아버지에게 가시죠. 반가워하실 거예요.”

거리 생활이 익숙하다 해도 오늘만은 사람의 온기가 있는 따듯한 집에서 자는 것이 좋을 듯했다.

16560264289868.jpg“……그러자. 잘 컸구나.”

16560264260009.jpg“절 본 적 있으세요?”

16560264289868.jpg“네가 어렸을 적에 본 적 있다.”

1층으로 내려오자 다영과 경환이 보였다.

16560264260009.jpg“경환아. 택시 2대 좀 불러 줄래?”

16560264260014.jpg“2대?”

16560264260009.jpg“응. 알고 보니까 이분이 아버지 친구시더라구. 그래서 오랜만에 회포나 푸시라고 아버지께 데려다 드리려고.”

16560264260014.jpg“알았어.”

진이 빠진 다영은 소파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쉬어야 하는 토요일에 나 때문에 이런 상황에 휘말리게 했다는 것이 미안했다. 택시를 부르기 위해 부지런히 손을 놀리면서도 경환은 그런 내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16560264260014.jpg“그 정도 미안해하는 걸로는 안 될 것 같은데.”

16560264260009.jpg“너무 그러지 마라. 안 그래도 너무 미안해.”

16560264260014.jpg“그게 아니라 그 몇 배로 고마워해야 한다고. 경찰 부르기 위해서 이 집으로 정다영이 들어올 때 완전히 잔다르크였어.”

고마운 마음이 미안한 마음을 더 크게 만들었다. * 경환이 택시를 부르자마자 우리는 그 집에서 나왔다. 추운 날씨를 생각하면 집에 들어가 있는 것이 맞았지만, 난 한시도 거기에 있기가 싫었다. 밖에서 택시를 기다리는데 차 소리가 들렸다. 벌써 왔나 싶어 고개를 드는데, 택시가 아닌 강정휘의 차였다. 차가 멈추고 이 모든 일의 원흉인 강정휘가 내렸다. 그녀는 우리가 자유롭게 걸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흔들리는 눈빛으로 말했다.

16560264388938.jpg“김 비서가 가져갔어. 그렇지?”

16560264260009.jpg“사람은 역시 자기의 눈으로 세상을 봐요.”

내 입가에 조소가 스쳤다. 강정휘의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16560264388938.jpg“너는 뭐가 다른 것처럼 말한다?”

16560264260009.jpg“당연히 다르죠. 당신과는.”

16560264388938.jpg“그래 봤자 안…….”

16560264317662.jpg“그만 좀 하시죠.”

강정휘의 말을 자른 사람은 김 비서였다. 김 비서를 본 강정휘가 득달같이 달려갔다.

16560264388938.jpg“어떻게 된 거야!”

16560264317662.jpg“보이는 그대로예요.”

16560264388938.jpg“빨리 내놔! 내놓으라고!”

16560264317662.jpg“뭘 말씀하시는 겁니까?”

16560264388938.jpg“안경 말이야!”

16560264317662.jpg“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16560264388938.jpg“짤리고 싶어!”

김 비서는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는 듯이 웃었다.

16560264317662.jpg“안 그래도 사표 쓰려던 참이었는데, 잘됐네요. 그동안 댁 밑에서 일하느라 정말 기분 더러웠습니다. 다시 만나지 맙시다.”

16560264388938.jpg“댁? 배은망덕한 놈!”

두 사람이 말다툼을 하는 사이 두 대의 택시가 도착했다. 앞 차에는 다영과 경환이 탔고, 뒤 차에는 나와 서인범이 탔다. 택시가 출발하는 소리에 강정휘는 우리가 떠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16560264388938.jpg“한지감! 너 거기 서!”

나는 창문을 열어 강정휘의 약을 더 바짝 올렸다.

16560264260009.jpg“저는 바빠서 먼저 가 볼게요오!”

16560264388938.jpg“가만 안 둬!”

강정휘가 악을 써 댔지만, 그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만큼 택시는 빠르게 멀어졌다. 그제야 나는 한고비를 넘었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물론 이것은 겨우 한고비일 뿐이다. 김 비서가 그만뒀다고 한들, 강정휘는 안경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계속 강정휘와 싸워 나갈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파 왔다. 아니 어쩌면 강정휘뿐만이 아닐 수도 있다. 안경의 존재를 알고 손에 넣고 싶어 하는 사람이 강정휘뿐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강정휘는 현재 그중에서 내가 그 안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아는 유일한 존재였다. 그러니 앞으로 어떤 일이 더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지도. 그런 부담감 때문에 나는 택시 안에서 아무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초점 없는 눈길로 창밖의 풍경들을 바라보다 문득 정신이 들었다. 익숙해진 풍경들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가게의 모습이 지나갔다.

16560264289868.jpg“저긴 아직도 여전하구나.”

나직한 서인범의 목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랐지만 이내 차분하게 물었다.

16560264260009.jpg“가게에 오신 적 있으세요?”

16560264289868.jpg“예전에는 자주 왔지.”

아버지와 친구이니 그렇게 놀랄 것 없는데도, 서인범이 내 기억에 없어서인지 가게를 안다는 것이 뭔가 낯설게 느껴졌다. 잠시 후, 본가에 도착하자 앞에 나와 있는 아버지가 보였다. 서인범과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아버지가 득달같이 달려와 몸 여기저기를 보면서 확인했다. 서인범도 있었기에 나는 이 상황이 상당히 민망했다.

16560264260009.jpg“아버지……. 저 괜찮아요.”

목에 난 상처가 보이지 않길 바랐지만 아버지는 그 상처를 놓치지 않았다.

16560264466514.jpg“괜찮기는……! 이게 뭐냐……!”

아버지의 목소리의 떨림이 느껴져, 더 있으면 안 되겠다 싶었다.

16560264260009.jpg“정말 괜찮아요. 지금 약국 가서 소독하고 밴드 붙일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손님 이렇게 오래 세워 두는 법이 어딨어요. 어서 아저씨랑 올라가세요.”

16560264466514.jpg“약국 가지 말고, 병원 가라. 파상풍이라도 걸리면 큰일이다. 알겠니?”

16560264260009.jpg“병원 갈게요. 걱정 그만하고 들어가세요.”

그제야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고 서인범과 함께 집으로 올라갔다. * 약국에서 약을 사서 치료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다영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옷으로 목의 상처를 가렸다. 아버지는 모든 사정을 알고 계셨지만, 다영에게는 아까 말한 그대로를 유지해야 했다.

16560264260009.jpg“다영아. 집으로 안 갔어?”

16560264260027.jpg“할 이야기가 있어서요.”

16560264260009.jpg“할 이야기?”

16560264260027.jpg“네…….”

심상치 않은 다영의 태도를 본 경환이 자리를 피해 주었고, 나는 급한 대로 다영에게 녹차를 주었다.

16560264260009.jpg“너 있을 줄 알았으면 과일이라도 사오는 건데.”

16560264260027.jpg“상관없어요…….”

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다영을 보니 아직도 진정되지 않은 것 같아 미안한 감정이 더 짙어졌다.

16560264260009.jpg“미안해. 다영아. 오늘 많이 놀랐지?”

16560264260027.jpg“그것 때문이 아니에요.”

소파에서 일어선 다영이 내게 다가와 옷으로 가린 목을 드러냈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다영을 막아내지 못했다.

16560264260027.jpg“역시 제가 잘못 보지 않았네요.”

16560264260009.jpg“다영아. 이건…….”

뭐라고든 설명을 해야 하는데 머리가 하얘져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16560264260027.jpg“그 집에서 택시 타러 나왔을 때 그 상처가 보였어요. 생각해 보니 뭔가 이상하더라구요. 김 비서님이 어제 물건을 사가서 1억을 먼저 송금했다는 것도, 고객분이 알고 보니 아버님 친구분이시라는 것도…….”

16560264260009.jpg“다영아…….”

16560264260027.jpg“도대체 뭘 숨기고 있는 거예요?”

다 털어놓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안경의 존재를 아는 것이 다영에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로 인해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16560264260009.jpg“미안해. 다영아……. 모른 척 넘어가 줘. 부탁할게.”

16560264260027.jpg“……알겠어요. 모른 척 넘어가 줄게요. 그 대신 하나만 약속해요. 오늘 같은 상황, 다신 만들지 않는다고.”

그렁한 다영의 눈을 보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16560264260009.jpg“약속해. 오늘 같은 상황 만들지 않을게.”

지킬 수 없는 약속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 말이 진실이길 바랐다. * 차로 다영을 데려다주고 나는 집이 아닌 가게로 향했다. 복잡한 생각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나는 부드러운 솔로 도자기의 먼지들을 털어냈다. 그렇게 3점 정도의 먼지를 털어냈을 때였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16560264260009.jpg“오늘은 영업 안…….”

가게 안으로 들어선 사람은 손님이 아닌 서인범이었다. 서인범은 몇 시간 전과 달리 멀끔한 모습이었다. 그가 내 손에 든 솔을 보고 웃었다.

16560264289868.jpg“병수도 마음이 복잡할 때면 그렇게 솔로 먼지를 털었지. 부전자전이구만그래.”

16560264260009.jpg“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16560264289868.jpg“술을 사러 나왔다가 불이 켜져 있기에 와 봤지.”

16560264260009.jpg“그러셨군요.”

서인범이 빤히 나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16560264289868.jpg“지감아. 안경 벗는 법, 알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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