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3화 쌍룡검 (1) (73/226)

73화 쌍룡검 (1)2021.05.19.

서인범이 빤히 나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16560264611786.jpg“지감아. 안경 벗는 법, 알고 싶어?”

16560264611792.jpg“…….”

나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안경을 벗는다는 것은 이제 안경의 능력을 더 이상 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경 없이 내가 살아갈 수 있을까. 안경 덕에 나는 골동상으로 명성을 쌓았고, 탑 옥션의 인턴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안경이 아니었다면 내게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내게 서인범이 다시 말했다.

16560264611786.jpg“안경을 벗으라는 것이 아니야. 이미 나는 안경을 자네 아버지에게 주었고, 그 안경에 대한 소유권이 없어. 다만 오늘 같은 상황이 닥쳤을 때 지감이 네가 선택하길 바라서 하는 말이다.”

16560264611792.jpg“저는…….”

16560264611786.jpg“알아야 한다고 강요하려는 건 아니었어. 다만 지감이 네가 필요하다고 하면 알려줄 생각이었다. 당황했다면 미안하구나.”

서인범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면서 돌아서려했다.

16560264611792.jpg“알고…… 싶습니다!”

16560264611786.jpg“정말, 알고 싶어?”

16560264611792.jpg“네. 알고 싶습니다.”

16560264611786.jpg“왜 알고 싶은지 그 이유를 듣고 싶구나.”

서인범은 지그시 내 눈을 들여다보았고, 나는 그 눈을 피하지 않고 말했다.

16560264611792.jpg“안경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안경보다 더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 알고 싶습니다. 아저씨가 말씀하시는 대로 오늘처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16560264611786.jpg“그렇구나.”

고개를 끄덕거린 서인범이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16560264611786.jpg“안경을 벗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두 손을 귓불로 가져가서 그대로 귓등을 타고 올라가다 보면 안경이 잡힐 거다. 그럼 그대로 벗으면 된다.”

하……. 이렇게 간단한 방법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16560264611792.jpg“생각보다 간단하네요. 다른 사람도 안경을 저에게서 벗길 수 있나요?”

16560264611786.jpg“아니. 안경을 오직 현재 안경을 쓰고 있는 사람, 즉 안경의 주인만 벗을 수 있어.”

16560264611792.jpg“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나를 보는 서인범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16560264611786.jpg“안경과 더 소중한 것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올 때, 부디 더 소중한 것들을 선택할 수 있길 바란다. 내 아버지는 그렇지 못했어.”

16560264611792.jpg“…….”

그러겠다는 대답을 하고 싶었지만 입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대답을 원한 것은 아니었는지, 말을 마친 서인범은 바로 돌아서 가게를 나섰다. 가게 안에는 다시 나 홀로 남았고, 나는 거울 앞에 서서 귓불에 두 손을 가져다대었다가, 몸에 경련 같은 떨림이 일어 손을 떼었다. 안경을 벗는 것이 무섭다. 안경을 벗는다면 아무것도 아닌 내 자신으로 돌아가는 것 아닐까. 그러다 이런 의문이 들었다. 만약 오늘 같은 상황에서 안경과 더 소중한 것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나는 과연 더 소중한 것을 선택할 수 있을까? * 깊은 밤, 한병수는 말없이 서인범의 잔을 채웠고, 술을 마셨다. 취기가 어느 정도 올라서야 서인범이 입을 열었다.

16560264611786.jpg“이렇게 불쑥 와서 미안하다.”

16560264643379.jpg“미안할 것이 뭐 있어. 친구 사이에. 나야말로 곤란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다……. 안경 제대로 간수 못한 것도 미안해…….”

16560264611786.jpg“간수라니. 난 그 물건을 관리시킨 것이 아니야. 준 거지.”

서인범이 깨끗이 잔을 비워내고 말을 이어갔다.

16560264611786.jpg“흉물스런 물건을 준 것 같아 마음이 내내 무거웠는데, 오늘 보니 그렇지만은 않더군.”

16560264643379.jpg“지감이 이야기냐?”

16560264611786.jpg“그래. 네 아들, 돈에 눈이 멀지 않았어.”

안경의 주인이면서도 돈에 눈이 멀지 않은 한지감의 모습은 서인범에게 가히 충격적이었다. 전 안경의 주인이었던 자신의 아버지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한지감의 모습은 흐뭇하기도 씁쓸하기도 했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병수가 대꾸했다.

16560264643379.jpg“처음에는 나도 걱정을 많이 했어. 돈만 쫓는 사람이 어떻게 되나 하고. 그런데 이 녀석이 기특하게도 그러지 않았어.”

얼마나 아들을 대견스럽게 생각하는지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서인범은 그 말에 동의하면서도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16560264611786.jpg“하지만 계속 조심해야 돼. 지감이가 돈만 쫓지 않는다고 해도, 오늘처럼 안경을 노리는 사람들의 표적이 될 거다.”

16560264643379.jpg“나도 그게 걱정이다.”

16560264611786.jpg“아까 술 사러 가다, 가게에 있는 지감이를 봤어.”

16560264643379.jpg“마음이 복잡해서 먼지 털러 왔구만.”

솔로 도자기를 터는 아들 모습이 한병수의 눈에 선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16560264611786.jpg“맞아. 어떻게 그런 것까지 닮았는지……. 너도 마음 복잡할 때면 항상 그랬잖아.”

16560264643379.jpg“그랬지.”

16560264611786.jpg“안경 벗는 법을 알려줬다. 알고 싶지 않다고 하면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알고 싶다고 해서 알려줬어.”

한병수의 기분이 복잡해졌다. 지감이 그 안경을 벗길 간절하게 바라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만도 않았기 때문이다. 안경을 벗길 바랐던 것은 서인범의 아버지 서동호의 행태들 때문이었다. 서동호는 돈에 완전히 사로잡혀서 가정을 돌보지 않았고, 가족들이 그를 필요한 순간마저 외면했다. 그런 외면 속에서 마음의 병을 얻은 서동호의 아내는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했지만, 서동호는 더더욱 돈에 집착하면서 하나뿐인 아들 서인범까지 망가져 갔다. 안경 덕분에 서동호는 엄청난 부를 이루고 부동산 재벌이 되었다. 하지만 서동호의 죽음 이후 그 부동산을 상속받은 서인범은 모든 건물이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감옥처럼 느껴져 견딜 수가 없었고, 그래서 거리 생활을 시작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기에, 한병수는 처음 아들이 안경을 썼다는 것을 알고 무조건 벗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들을 지켜보면서 서동호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고, 아들은 그 안경으로 날개를 달았다. 날개를 달고 비상하는 자식의 모습을 싫어할 부모는 없었다. 하지만 그 날개가 아들을 위험하게 만든다면? 이카로스는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만든 날개 덕에 날 수 있었지만, 너무 높이 난 탓에 태양에 날개가 녹아 죽음을 맞이했다. 날개가 없었더라면 이카로스는 살았을 것이다. 한병수의 복잡한 마음을 아는 듯 서인범은 조용히 잔을 채웠다.

16560264611786.jpg“선택은 지감이가 하는 거야.”

16560264643379.jpg“머리로는 아는데 가슴은 그렇지 못해.”

16560264611786.jpg“자식이란 것이 원래 그런 존재인가 보더군. 가져 본 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그래도 믿고 기다려줘. 안경을 가지고도 돈에 집착하지 않았던 녀석이잖아.”

16560264643379.jpg“그래야지.”

어느새 한병수의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을 바라보는 친구의 모습을 보자니 서인범은 기분이 묘했다. * 서정선이 나, 강민수, 김현아를 보면서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16560264700252.jpg“이제 좀 정이 들었는데 이렇게 가 버리네.”

백 책임과 장희정도 서정선과 같은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오늘은 근현대미술 팀을 떠나 고미술 팀으로 자리를 옮기는 날이었다. 어제 입사한 것 같은데 벌써 한 달이 지났다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16560264700256.jpg“그동안 잘 챙겨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16560264700252.jpg“수고 많았어요.”

작별 인사를 나누고 다음 팀인 고미술 팀으로 왔다. 강민수, 김현아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다 보니 박도희가 쓰던 자리를 내가 쓰게 되면서 박도희와 예상치 못한 인사를 나누었다.

16560264700267.jpg“오빠 안녕하세요오.”

16560264611792.jpg“네. 도희 씨.”

16560264700267.jpg“어머! 말 놓으세요오. 제가 훠얼씬 어린데에.”

16560264611792.jpg“그래. 말 놓을게.”

박도희가 살갑게 굴자 강민수는 나를 쏘아보았다. 뭐 어쩌라고. 고미술 팀의 김 책임과 정연주와 인사를 나누는데, 어째서인지 지 팀장이 보이지 않았다. 인사를 끝내고 자리에 앉아 짐을 정리하는데 지 팀장이 유리문을 지나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팀원들이 일어나 인사를 했고, 나도 그중에 있었다. 그는 무언가에 정신을 빼앗긴 사람처럼 대강 인사를 받다가 날 보고 무슨 생각이 난 듯이 말했다.

16560264727705.jpg“지감 씨, 잠깐만.”

16560264611792.jpg“네.”

그는 나를 회의실로 데려갔다.

16560264727705.jpg“혹시. 검(劍)도 좀 볼 줄 알아?”

16560264611792.jpg“왜 그러시는지 먼저 알 수 있을까요?”

16560264727705.jpg“그게…….”

말하기 망설이는 지 팀장을 보면서 나는 머리를 굴려보았다. 검은 고미술 시장에서도 많이 거래되는 품목이 아니고, 옥션에서는 더더욱 보기 힘든 종류였다. 그런데 지 팀장이 검 이야기를 꺼낸다. 그것도 아주 비밀스럽게. 이 정도로 가치 있는 검이라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하나뿐이다.

16560264611792.jpg“혹시 팀장님, 이순신의 쌍룡검 때문에 그러십니까?”

16560264727733.jpg

  화들짝 놀란 지 팀장이 되물었다.

16560264727705.jpg“어…… 어떻게 알았어?”

16560264611792.jpg“그냥 찍어봤습니다.”

16560264727705.jpg“아…… 그렇구나. 지감 씨, 역시 촉이 좋아.”

쌍룡검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검으로, 1910년 궁내부 박물관에 전시되었고 수장고로 들어갔다. 잘 보관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 이후 사라져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16560264611792.jpg“소유주에게 물건을 가져와 감정해 보면 되지 않습니까?”

16560264727705.jpg“물건이 일본에 있어서 그러기가 힘들어. 확인을 하려면 감정위원이 아니어도 어느 정도 진위감정이 가능한 사람하고 같이 가야 할 거 같은데, 당장 검을 볼 줄 아는 감정위원도 찾기 어렵기도 하고 또 밖으로 이야기 새어나가면 곤란해서 말이야.”

16560264611792.jpg“아무래도 그렇죠.”

이순신의 쌍룡검은 오랫동안 그 행방을 추적했던 연구가가 많다. 또한 충무공 이순신은 아직도 국민적 추앙을 받는 존재 아니던가. 그러니 현재 소장자가 정당한 대가를 주고 장물인지 모르고 샀다고 해도, 중간에 이 이야기가 새어나간다면 위탁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었다.

16560264727705.jpg“지감 씨가 진위감정이 가능하면 같이 가서 보고 오는 것이 어떨까 하고. 어때? 사실 아직 총괄님이 허락해 주신 상황이 아니어서 확실한 건 아니야.”

지 팀장은 가볍게 물어보는 척하고 있었지만 번뜩이는 눈이 결코 이 일이 가볍지 않음을 말해주었다. 쌍룡검을 보고 싶긴 하지만, 검은 많이 본 적이 없어서 솔직히 부담스럽기도 하다. 어떡할까? 나는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16560264611792.jpg“검은 제가 익숙하지 않다 보니 100% 확실한 진위 감정을 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16560264727705.jpg“알지. 희귀 분야이다 보니 지감 씨도 쉽지 않다는 거. 나도 100%를 기대하는 건 아니야.”

16560264611792.jpg“그렇다면, 가겠습니다.”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지 팀장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16560264727705.jpg“그래, 잘 생각했어. 진위여부를 확신하긴 어려워도 경험도 쌓고,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될 거야.”

16560264611792.jpg“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16560264727705.jpg“총괄님이 허락해 주시면 바로 말해 줄게.”

16560264611792.jpg“네. 알겠습니다.”

  * 점심시간이 되자 지 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나를 비롯한 팀원들이 함께 일어섰다. 그는 겉옷을 입으며 말했다.

16560264727705.jpg“인턴들이 온 날이어서 같이 식사하려고 했는데, 총괄님과 이야기할 것이 있어서 안 되겠어. 내일 같이 식사하고 오늘은 알아서 합시다.”

16560264773013.jpg“네.”

16560264773017.jpg“네에.”

16560264611792.jpg“조심히 다녀오세요.”

팀원들의 인사를 받으면서 지 팀장이 자리를 떠나자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자리를 떠났다.

16560264773017.jpg“식사 맛있게들 해요.”

16560264611792.jpg“네. 식사 맛있게 하세요.”

내 시선은 자연스레 온라인 팀에 있는 다영에게 향했다. 다영은 다른 팀원들과 가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반갑게 손을 흔들었지만, 예전과는 다른 벽이 느껴졌다. 김 비서에게 감금을 당했던 그날 이후 벌써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다영은 그 일이 마음속에 걸리는 모양이다. 하긴 내가 다영이라도 마음에 안 걸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갑자기 연락이 끊겼고, 1억이 송금되었다. 목에는 칼에 베인 듯한 상처가 나 있었고, 당사자는 정확하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16560264700267.jpg“오빠! 지감 오빠!”

16560264611792.jpg“응?”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니 박도희가 내 앞에 서 있었다.

16560264700267.jpg“같이 밥 먹으러 가자구요.”

16560264611792.jpg“아……. 넌 팀하고 같이 안 가?”

16560264700267.jpg“오빠랑 할 이야기가 좀 있어서어, 약속 있다고 뻥쳤죠.”

16560264611792.jpg“나랑?”

의아한 내 반응에 박도희는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을 피했다.

16560264700267.jpg“뭐 먹을까요?”

16560264611792.jpg“간단히 먹을 만한 것 없나?”

사실 별로 입맛이 없어서 간단히 때우고 싶었다.

16560264700267.jpg“그럼 간단하게 분식 먹어요.”

16560264611792.jpg“그래.”

나와 박도희는 근처 분식집에 가서 떡볶이, 순대, 튀김을 시켰다. 다영이라면 맛있게 먹었을 텐데, 박도희는 깨작거렸다.

16560264611792.jpg“분식 먹고 싶어서 온 거 아니였어?”

16560264700267.jpg“그래서 지금 맛있게 먹고 있잖아요.”

16560264611792.jpg“아……. 그게 맛있게 먹는 거구나.”

힐끔 나를 본 박도희가 말했다.

16560264700267.jpg“오빠. ‘다영이라면 맛있게 먹었을 텐데’ 뭐 그런 생각 했죠?”

정곡을 찔려 깜짝 놀랐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16560264611792.jpg“아니. 그런 생각 안 했는데.”

16560264700267.jpg“에이. 움찔하는 거 보니까 맞는데요.”

16560264611792.jpg“아니라니까.”

16560264700267.jpg“어쩜 둘이 이렇게 부정하는 거까지 똑같아요?”

16560264611792.jpg“응?”

으쓱 어깨를 올린 박도희가 얄밉게 말했다.

16560264700267.jpg“뭐 그런 게 있어요. 오빠. 뭔지 모르겠지만 다영이 언니랑 빨리 풀고, 사귀어요.”

16560264611792.jpg“나랑 다영이 그런 사이 아니야.”

16560264700267.jpg“오호. 그래요? 그럼 다영 언니 소개팅 시켜 줘도 되죠?”

16560264611792.jpg“소개팅?”

16560264700267.jpg“네. 소개팅이요.”

16560264611792.jpg“그런 걸 왜 나에게 이야기해.”

그렇게 말하면서도 신경이 쓰이긴 했다. 다영이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걱정 반, 홀로 솔로로 남고 싶지 않다는 이기심 반이 만들어낸 합작이었다.

16560264700267.jpg“알겠어요. 언니 소개팅 시켜 줘야지이.”

16560264611792.jpg“괜찮은…….”

괜찮은 사람인지 물어보려는데 전화가 울렸다. 지 팀장에게서 온 전화였다.

16560264611792.jpg“네. 팀장님.”

16560264727705.jpg[지감 씨. 내일 새벽 비행기로 바로 출발해야 하니까 오늘 짐 싸고, 여권 준비해. 알았지]

16560264611792.jpg“네. 알겠습니다.”

  이렇게 빨리 가게 될 줄은 몰랐지만, 쇠뿔도 단김에 빼라지 않던가. 머리가 복잡하던 차에 이렇게 관심을 돌릴 만한 일어난 것이 반갑기도 했다. 이왕 이렇게 가는 것 진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미술대관’에 실린 흐릿한 사진으로만 보던 그 쌍룡검을 실제로 보면 온몸에 전율이 일어날 것 같다. 하지만 매우 안타깝게도, 그 다음 날 나는 쌍룡검을 보지 못했다.

16560264852934.jpg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