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4화 온라인 팀 (2) (84/226)

84화 온라인 팀 (2)2021.06.14.

최 교수의 집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특이사항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처분 가능성 높음.’ 도대체 무슨 뜻일까? 처분이라는 것은 판매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여태까지 그러한 것들은 ‘소유자 판매 결정’이라고 띄워졌다.

16560268104195.jpg“최 교수님은 판매하고 싶지 않은데 다른 사람 때문에 판매하는 건가?”

아니 그러한 경우일지라도 ‘소유자 판매 고민’으로 나오곤 했는데……. 고민을 하다 보니 어느새 회사 근처 다다랐고, 회사가 아닌 카페로 들어섰다. 들어서자마자 구석에 앉아있는 다영이 보였다.

165602681042.jpg“오빠! 여기에요오.”

16560268104195.jpg“회사에서 보면 되는데 왜 굳이 여기서 보자고 해?”

165602681042.jpg“땡땡이 치고 싶어서 그래요. 협조 좀 해주세요.”

2달 동안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모습인데 팀을 바꾸고 바로 이런 모습을 보이니, 짚이는 구석이 있었다.

16560268104195.jpg“장희정 선배 때문에 그래?”

165602681042.jpg“네. 너무 깐깐해서 머리가 아파요. 그래서 오빠 핑계 대고 나왔어요.”

오 장관에게 그림을 위탁받은 이후로 장희정은 나에게 계속 우호적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소파에 푹 기댄 다영의 모습은 안쓰러웠다. 일 시키려면 뭐라도 먹여야겠다.

16560268104195.jpg“뭐 마실래?”

165602681042.jpg“핫초코요. 생크림 올려서!”

16560268104195.jpg“핫초코에 생크림까지 올리면 정말 느끼할 텐데.”

165602681042.jpg“상관없어요! 제가 지금 그렇게 먹고 싶다구욧!”

16560268104195.jpg“……알았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모양이다. 조금이라도 신경에 거슬리면 폭발한 조짐이 보인다. 나는 다영이 원하는 대로 주문을 했고, 잠시 후 생크림이 가득 담긴 핫초코를 가지고 돌아왔다. 생크림을 크게 베어물고 핫초코를 마신 입가에는 만족스런 미소가 번졌다.

165602681042.jpg“아. 이제 살 거 같다. 이제 무슨 용건인지 말해 봐요.”

16560268104195.jpg“예전에 하순호 대표 전시회 때문에 만났던 최 교수님을 오늘 만났거든.”

165602681042.jpg“아아. 기억나요. 소상팔경도 대여하려다가 안 했었죠?”

16560268104195.jpg“맞아.”

165602681042.jpg“그분 그림 도난당해서 괜히 오빠 의심 받았었잖아요. 뭐하러 만났어요?”

불필요한 오해를 사게 한 사람과 내가 엮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다영은 싫은 내색을 보였다.

16560268104195.jpg“불편한 감정은 그때 범인 잡히면서 정리됐고, 덕분에 소상팔경도도 선물로 받았잖아.”

165602681042.jpg“그래도 기분 나쁘잖아요.”

16560268104195.jpg“난 괜찮다니까. 나도 순수한 목적으로 거기 간 것도 아니야. 오백만 원 이하 유물 위탁받을 만한 것이 있나 해서 간 거지.”

눈을 가늘게 뜬 다영이 팔짱을 꼈다.

165602681042.jpg“그래서 위탁은 받았어요?”

16560268104195.jpg“아니. 자식 같은 녀석들이라 판매할 생각이 없으시대.”

165602681042.jpg“것 봐요. 하나도 도움이 안 되잖아요.”

16560268104195.jpg“그래도 판매하게 되면 연락주신다고 했어. 이 이야긴 그만하자. 봐줬으면 하는 그림이 있어.”

나는 핸드폰을 꺼내 최 교수가 보낸 그림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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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60268104195.jpg“우수정 작가가 그렸다고 하는데, 알아?”

165602681042.jpg“처음 듣는 이름인데요. 그림도 처음 보는 스타일이구요.”

16560268104195.jpg“나만 낯선 건 아니었네. 확실히 옥션에서 거래되는 작가는 아닌 거 같지?”

165602681042.jpg“갤러리에서 알아주는 작가도 아니에요. 근데 이 그림은 왜요?”

16560268104195.jpg“최 교수가 아는 사람이 소장한 그림인데 판매하고 싶다고 해서.”

다영이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165602681042.jpg“그래서 순순히 알아봐 주겠다고 했어요?”

16560268104195.jpg“응. 너에게 물어보면 되니까.”

165602681042.jpg“오빠. 다음부터 이런 거 해주지 마요. 이러면 당연히 해주는 건 줄 알고 이거저거 부탁하기 시작한단 말이에요. 그러다 보면 슈퍼에서 장 보는 것도 하고, 세탁소에서 옷 찾아주는 것까지 하게 돼요.”

1년 동안 그녀를 거쳐 간 진상들이 실제로 한 짓들이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 올리고 받아쳤다.

16560268104195.jpg“난 거기까지 안 가지이.”

165602681042.jpg“받아주다 보면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구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안 해 주는 것이 최선일 때도 있어요.”

16560268104195.jpg“알았다. 알았어.”

음료를 한 모금 마신 나는 다시 ‘처분 가능성 높음’을 떠올렸다. ‘소유자 판매 결정’ ‘소유자 판매 고민’과 ‘처분 가능성 높음’이 어떻게 다른지, 생각날 듯 생각나지 않았다.

165602681042.jpg“오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16560268104195.jpg“어떻게 하면 위탁을 잘 받을까, 그런 생각? 생각해 보니 내 고객 중에 오백만 원대 유물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적더라구.”

재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영이 나를 봤다.

165602681042.jpg“잘난 척하는 거야, 뭐야.”

16560268104195.jpg“야! 잘난 척하는 거 아니거든! 난 지금 심각하다고. 총괄님에게 찍힌 마당에, 정직원이 되려면 실적으로 보여줘야 할 거 아니야.”

165602681042.jpg“오빠 실적 인턴들 중에서 가장 좋잖아요.”

16560268104195.jpg“이 정도로는 안 돼. 다른 인턴보다 월등해야 한다고.”

165602681042.jpg“그런 느낌이 오히려 마이너스일 수도 있어요. 오빠가 지금 총괄님에게 보여줘야 할 건 실적이 아니라 진정성이에요.”

‘마이너스’란 단어에 꽂혀서 뒤에 말들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16560268104195.jpg“마이너스……?”

165602681042.jpg“오빠, 내 이야기 듣고 있어요?”

16560268104195.jpg“다영아. 마이너스 통장은 빚이지?”

165602681042.jpg“당연한 이야기를 뭘 물어요.”

16560268104195.jpg“그래. 맞아. 빚……!”

‘소유자 판매 결정’ ‘소유자 판매 고민’과 ‘처분 가능성 높음’의 차이점은 하나다. 바로 소유자의 의사에 상관없이 결정되는 상황이라는 것. 빚, 그러니까 채무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 채무가 있을 경우, 소유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미술품이 처분될 수 있다. 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 나를 다영이 동그란 눈으로 봤다.

165602681042.jpg“오빠. 왜 그래요?”

16560268104195.jpg“나 볼일이 생겼어. 너 먼저 회사로 들어가.”

카페를 나서는 내 뒤통수에 대고 다영이 소리쳤다.

165602681042.jpg“오빠! 이렇게 가면 장희정 선배에게 뭐라고 해요! 핑계대고 나왔는데!”

장희정이 눈을 부라리겠지. 하지만 급한 일이라 어쩔 수 없단다. 다영의 목소리가 안 들리는 척, 나는 걸음을 재촉했다. * 택시를 타고 최 교수의 집으로 향하면서 나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이 이어질 뿐,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사실 전화를 받는다고 해도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다. 대뜸 ‘혹시 빚이 있으신가요?’라고 할 수는 없잖아. 결국 나는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고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16560268245624.jpg[무슨 일이냐?]

16560268104195.jpg“아버지. 최 교수님이요. 혹시 빚 있으세요?”

16560268245624.jpg[자세히는 모르지만 빚이 있을 분은 아니다. 왜 그러냐?]

16560268104195.jpg“그게요.”

나는 택시기사를 신경 써서 목소리를 낮춘 채 안경에서 본 특이사항을 설명했다.

16560268245624.jpg[그럼 일단 최 교수님에게 한번 다시 연락을 해봐라.]

16560268104195.jpg“했는데 전화를 안 받으시네요. 받으셔도 뭐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구요.”

16560268245624.jpg[적당히 둘러대면 되지. 알아서 잘할 거라 믿는다.]

뚝 전화가 끊겼다.

16560268104195.jpg“정말 믿으시는 건지, 아님 귀찮으신 건지.”

투덜거리면서도 나는 최 교수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대강 우수정 작가 핑계를 대면서 집에 다시 가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빚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면 되지 않을까. 통화 연결음이 세 번 반복되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무래도 전화를 받지 못하는 상황인 것 같아 끊고 메시지를 받으려는데 달칵 전화를 받는 소리가 났다.

16560268104195.jpg“최 교수님. 한지감입니다.”

1656026824567.jpg[…….]

16560268104195.jpg“최 교수님?”

1656026824567.jpg[조교?]

최 교수의 목소리가 아닌 낯선 남자의 목소리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16560268104195.jpg“누구시죠?”

1656026824567.jpg[내가 먼저 물었잖아.]

1656026824567.jpg[이……이러지 마세요.]

애원하는 최 교수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1656026824567.jpg[이분이 다치려고……! 확!]

전화를 받은 남자가 아닌 다른 남자의 목소리였다. 아무래도 전화를 받은 사람이 채권자인 것 같았다.

16560268104195.jpg“최 교수님 담당 옥션 스페셜리스트입니다.”

1656026824567.jpg[스페셜리스트?]

16560268104195.jpg“네. 제 신분을 밝혔으니 이제 본인 신분을 밝히시죠.”

1656026824567.jpg[싫은데.]

16560268104195.jpg“지금 거기 최 교수님 집입니까?”

1656026824567.jpg[그렇다면?]

16560268104195.jpg“그렇다면 곧 만나게 되겠군요. 제가 지금 그쪽으로 가고 있거든요. 가서 뵙죠.”

나는 먼저 뚝 전화를 끊어버렸다. 다시 전화가 울려댔지만 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16560268104195.jpg“사채업자 느낌인데…….”

옥션 스페셜리스트라는 단어를 못 알아듣는 것을 보면 고미술품을 전문으로 잡는 사채업자는 아니다. 사채업자들 중에 전당포처럼 고미술품을 저당 잡고 돈을 빌려주는 이들이 있다. 경찰에 연락을 해야 할까. 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해야 할 것 같았다.

16560268104195.jpg“그래야 제대로 된 수를 놓을 수 있지.”

하지만 위급한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보험은 있는 것이 좋았다. 이런 부탁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내가 알고 있는 가장 강한 상대인 김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이 한 번 다 울리기도 전에 그는 나를 반기면서 전화를 받았다.

16560268303546.jpg[이렇게 먼저 전화 주실 줄 몰랐습니다! 어쩐 일이십니까?]

16560268104195.jpg“부탁 드릴 일이 있는데, 지금 제가 드리는 주소로 빨리 와 주실 수 있으십니까? 김 비서님의 힘이 필요한 상황이 생길 수 있어서요.”

16560268303546.jpg[거기가 어디든 가야죠. 주소 주십시오!]

16560268104195.jpg“감사합니다.”

16560268303546.jpg[당연한 건데요. 부담 느끼지 마십시오. 금방 가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나는 든든해졌다. 물론 나도 몸싸움에서 결코 꿀리지는 않는다. 꼬꼬마 시절 유도했던 실력으로 김 비서를 커버했으니 충분한 증명(?)이 된 상태다. 하지만 저쪽이 최소 두 명인 상태에서 나 홀로 현장에 들어가는 것은 무리였다. 김 비서가 같이 들어가면 혼자 들어가는 것보다 확실히 든든할 것이다.

16560268104195.jpg“저쪽도 두 명 정도여야 해볼 만할 텐데.”

최대한 실력(?)을 드러내지 않을 작정이었지만 유사시에는 어쩔 수 없다. 부디 상대편도 두 명 정도이길 바랄 밖에. * 최 교수가 사는 아파트 단지 앞에 도착한 나는 일단 김 비서가 오길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택시가 내 앞에서 섰고, 김 비서가 내렸다.

16560268303546.jpg“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16560268104195.jpg“와 주셔서 제가 감사하죠.”

16560268303546.jpg“아닙니다. 제가 더 감사합니다!”

나에게 도움을 주는 이 상황이 즐거운지 약간 흥분까지 되어 보였다.

16560268303546.jpg“어디로 가면 됩니까?”

16560268104195.jpg“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최 교수가 어떤 상황인지 몰라 마음이 급해진 나는 걸어가면서 설명했다.

16560268104195.jpg“최 교수님은 제 고객 중에 한 분이십니다. 정확하게 어떤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채업자가 들이닥친 것 같습니다.”

16560268303546.jpg“교수님이 어쩌다가 사채에 손을 대신 겁니까?”

16560268104195.jpg“정확한 상황은 저도 들어가 봐야 알 것 같습니다. 일단 상대편에는 최소 두 명 이상이 있습니다.”

16560268303546.jpg“걱정 마세요. 주먹은 어디 가서 밀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펀치를 하는 제스처를 했다.

16560268104195.jpg“웬만하면 무력으로 해결해야 할 상황은 만들지 않으려 합니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몰라서 김 비서님을 불렀습니다.”

16560268303546.jpg“네. 어떤 상황인지 이해했습니다.”

16560268104195.jpg“무력으로 부딪히는 것이 승산 없어 보이면 경찰에 연락을 취할 겁니다. 제가 ‘시도’라는 단어를 쓰면 바로 112에 문자를 넣어 주세요.”

16560268303546.jpg“알겠습니다.”

나와 김 비서는 허름한 아파트 정문을 지나 최 교수의 집 문 앞에 섰다. 긴장을 해서인지 입안이 바싹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마른 침을 삼키고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면서 험악한 인상의 남자가 나타났다.

1656026824567.jpg“그쪽이 한지감?”

통화를 했던 남자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16560268104195.jpg“그렇습니다.”

1656026824567.jpg“들어오쇼.”

안으로 들어온 나는 순간 움찔했다. 문을 열어준 남자까지 합해서 총 5명의 어깨들이 있었다. 드레스코드를 약속이라도 한 듯 검은 정장에 화려한 문양의 셔츠를 입고 있었다. 아. 이거 김 비서로도 안될 거 같은데 어떡하지? 지금 바로 ‘시도’라는 단어를 쓸까? 하지만 그러기엔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최 교수의 모습이 걸렸다. 어깨들 중에서 대장격으로 보이는 빨간 꽃무늬 셔츠를 입은 남자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1656026824567.jpg“진짜 왔네.”

아까 나랑 통화를 했던 사람이다. 겁을 먹었지만 겉으로는 담담하게 굴었다.

16560268104195.jpg“온다고 했잖아요.”

1656026824567.jpg“뒤에 저 근육은 뭐야? 보디가드인가? 하하.”

16560268104195.jpg“제 일 도와주시는 분입니다. 이제 말씀해 보시죠. 누구고 왜 여기 와 있는지.”

1656026824567.jpg“그걸 왜 내가 말해줘야 하지?”

나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16560268104195.jpg“말 안 하셔도 됩니다. 근데 말을 안 하시면 저는 지금 당장 경찰에 전화를 걸 겁니다.”

최 교수가 급하게 고개를 들면서 나를 말렸다.

1656026824567.jpg“지감 씨……. 그러지 마……. 그냥 가…….”

1656026824567.jpg“봐봐. 이 집 주인이 그냥 가라잖아.”

대장 어깨가 기분 나쁘게 히죽거렸다. 그를 똑바로 보면서 나는 지지 않고 말했다.

16560268104195.jpg“가란다고 갈 거였으면 여기 오지도 않았겠죠.”

1656026824567.jpg“뭐?”

16560268104195.jpg“말해 보세요. 혹시 압니까? 그쪽이 풀지 못한 문제를 내가 풀어 줄지도.”

1656026824567.jpg“그래? 네가 문제를 풀어 준다고. 문제를 못 풀면 어떻게 할 건데?”

16560268104195.jpg“원하는 대로 여기서 나가 주죠.”

조소가 대장 어깨의 입가에 스쳤다.

1656026824567.jpg“그 말 반드시 지켜야 할 거야. 안 지면 댁 회사로 친히 찾아가 주지.”

16560268104195.jpg“어서 말이나 해 보시죠.”

1656026824567.jpg“이 영감, 아니 교수의 동생이 1년 전에 오천만 원을 빌렸어. 그게 지금 일억이 됐거든.”

오천만 원이 1년 만에 일억이 되다니, 놀라운 계산이다.

16560268104195.jpg“그게 교수님과 무슨 상관이죠?”

1656026824567.jpg“보증을 교수가 섰거든. 본인은 모른다고 딱 이렇게 잡아떼고 있지만 말이야.”

1656026824567.jpg“나는 그게 은행권 대출인 줄 알았습니다…….”

최 교수가 울먹거리며 말했다. 대강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 거 같았다. 나는 대장 어깨의 눈을 똑바로 보고 말했다.

16560268104195.jpg“그래서 어떻게 할 작정입니까?”

1656026824567.jpg“모아 둔 돈은 다 이 고물들을 모으는데 쓰셨다길래, 가져가서 장사 좀 해 보려구.”

이래서 ‘처분 가능성 높음’이 나왔구나. 딱 보니 질이 나쁜 놈들이다. 내가 뭔가를 해 보는 것보다는 공권력이 개입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대장 어깨가 히죽거리며 말을 이어 갔다.

1656026824567.jpg“아. 혹시 나해서 하는 말인데, 신고할 생각은 안 하는 것이 좋을 거야. 아까는 귀여워서 봐줬는데, 신고하면 다음번에 우리 교수님 학교로 찾아갈 예정이거든. 우러러보는 교수가 사채업자들에게 갈굼당하는 걸 보면 학생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지네.”

이걸로 최 교수를 협박한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할 틈도 없이 대장 어깨가 싸하게 날 보면서 말했다.

1656026824567.jpg“빨리 내가 만족할 만한 방법을 말하는 것이 좋을 거야. 안 그러면 우리 최 교수님을 두고 여기서 쫓겨나야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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