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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화 팀 배정 (2) (100/226)

100화 팀 배정 (2)2021.07.21.

회의실을 힐끗 본 최요한이 장난스레 말했다.

16560274238592.jpg“신입사원 팀 배정이 치열하나 보네요. 두 분은 어느 팀 가고 싶으세요?”

16560274238597.jpg“하하. 글쎄요.

평소였다면 가증스럽게 살가운 척을 했을 강민수가 말을 아꼈다. 정보를 유출한 것이 드러난 마당에 팀을 고른다는 것은 미운털이 박힐 행동이었다. 팀장급에게만 공유된 이야기긴 하지만 말이다.

16560274238592.jpg“지감 씨는요?”

16560274238604.jpg“저는 어디로 가도 좋아요.”

가만히 듣고 있던 민 책임이 끼어들었다.

16560274238592.jpg“이거 서운하네요. 두 분 중 누구도 온라인팀을 이야기 안하고.”

16560274238604.jpg“온라인팀이 좋은 건 말하나 마나니까 그런 거죠.”

나는 너스레를 떨었고, 민 책임은 싱긋 웃었다.

16560274238592.jpg“그 말 기억해둘 거예요. 다른 팀 가도 우리 온라인팀 잘 챙겨요!”

16560274238604.jpg“그럼요. 당연히 그래야죠.”

회의실 문이 쓰윽 열린 것은 그때였다. 모두 나올 거란 생각과 달리 지 팀장만 나오더니 저벅저벅 나에게 걸어왔다. 왜 나한테 오지?

16560274238627.jpg“지감 씨.”

16560274238604.jpg“네.”

16560274238627.jpg“잠깐만.”

오라는 제스처를 해서, 일어서 지 팀장을 따라가며 조심스레 물었다.

16560274238604.jpg“무슨 일인데요?”

16560274238627.jpg“들어가 보면 알아.”

어쩐지 불안한 느낌이 든다. 회의실로 들어서자 그 불안한 느낌은 적중했다. 호흡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숨 막히는 공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리에 앉자 8개의 눈동자가 쏟아졌다. 이건 뭐지? 몸이 저절로 움츠러드는 기분이 든다. 눈치를 보다 조심스레 물었다.

16560274238604.jpg“무슨 일로…… 저를 부르신 건지?”

나를 뚫어지게 보다가 김도균이 입을 열었다.

16560274265884.jpg“한지감 씨, 근현대미술팀과 온라인팀 중에 어디로 가고 싶어요?”

16560274238604.jpg“네……?”

지금 신입사원에게, 그것도 두 팀 팀장이 다 있는 이 공간에서 어느 곳에 가고 싶은 건지 묻는 그런 상황인 거지? 이건 미취학아동에게 엄마 아빠 다 있는 데서 ‘엄마가 좋니, 아빠가 좋니?’ 물어보는 거와 다를 바 없었다. 나는 최대한 불쌍하게 지 팀장에게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냈지만,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외면했다. 지 팀장이 나를 외면할 줄이야! 빨리 대답하지 않는 내가 답답했는지 김도균이 인상을 썼다.

16560274265884.jpg“두 팀 중에 가고 싶은 곳을 말하면 돼요. 평소 생각해 놓은 데가 있을 것 아니에요.”

16560274238604.jpg“저는 두 팀 다 좋습니다.”

16560274265884.jpg“한 팀만 골라야 해요.”

16560274238604.jpg“…….”

단호한 김도균의 말에 내가 머뭇거리자 이 팀장이 나섰다.

16560274291163.jpg“지감 씨, 계속 우리 팀에서 일하자. 고미술도 근현대미술도 다 접할 수 있는 곳이야.”

16560274291168.jpg“이 팀장님, 지금 누구 마음대로 ‘우리 팀’이라는 겁니까. 지감 씨, 두 달 전에는 근현대미술팀이었어요!”

16560274291163.jpg“서 팀장님, 왜 이렇게 사람이 과거에 연연합니까. 하지만 온라인팀은 지감 씨의 현재입니다.”

이 팀장의 태도는 뻔뻔함과 당당함 그 사이 어딘가에 있었다. 기가 막히다는 듯 서정선이 언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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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60274291168.jpg“지금 보니 이 팀장님 운명론자이신가 봐요. 겨우 마지막에 팀에 배정된 거 가지고 이상한 착각을 하시네요!”

16560274291163.jpg“뭐예요? 서 팀장님,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16560274291168.jpg“지나치신 건 이 팀장님이죠!”

16560274291163.jpg“제가 뭐가 지나칩니까! 저는 어디까지나 사실을 말한 겁니다!”

핏대를 세운 이 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날 기세를 취하자 김도균이 쾅, 세게 책상을 쳤다.

16560274265884.jpg“두 분, 지금 뭐하는 겁니까!”

16560274291168.jpg“…….”

16560274291163.jpg“…….”

다소 과격한 반응에 서정선과 이 팀장은 입을 다물고 고개를 떨구었다. 활활 타오르던 불이 소화기 앞에서 불시에 잦아든 모양새였다. 격한 감정을 누르며 김도균이 팀장들에게 말했다.

16560274265884.jpg“팀장님들은 이만 나가 보세요.”

16560274291163.jpg“하지만…….”

이 팀장이 반발하려 하자 김도균이 으르렁거리듯이 말했다.

16560274265884.jpg“나가 보라고 했습니다.”

16560274291168.jpg“네.”

16560274291163.jpg“예.”

세 명의 팀장이 나가고 회의실에는 나와 김도균만 남았다.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며 나는 깊은 한숨을 쉬었고, 김도균은 몇 번의 심호흡을 했다. 이 상황이 곤란했던 사람이 나뿐만은 아닌 모양이다.

16560274265884.jpg“미안해요. 한지감 씨. 두 팀장님들 앞에서 결정하라고 한 건 잘못된 판단이었어요. 팀장님들이 너무 흥분하다 보니 내 판단력도 흐려졌습니다. 정말 미안해요.”

16560274238604.jpg“아닙니다.”

아니라고 대답은 했지만,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때는 멱살을 잡을 것 같았다. 지그시 나를 보며 김도균은 말을 이어갔다.

16560274265884.jpg“지감 씨가 어떤 팀을 선택하든, 지감 씨의 선택이 아닌 내 결정으로 할게요. 그러니까 솔직하게 말해봐요.”

김도균이 자신의 결정이라고 한들 두 팀장이 믿을까, 의문이다. 의문을 뒤로하고 나는 솔직한 마음을 말했다.

16560274238604.jpg“전 정말 어느 팀이든 좋습니다. 현대미술은 어렵지만 신선하고, 온라인팀은 미래지향적인 팀이기에 기대감이 있습니다.”

16560274265884.jpg“정말 어느 팀이든 좋다 이거죠?”

16560274238604.jpg“네.”

16560274265884.jpg“그럼 제가 결정해도 이의가 없겠네요?”

16560274238604.jpg“네. 없습니다.”

나는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나를 빤히 보며 김도균은 어떻게 할지 머리를 굴렸다. 한참 뒤, 고민을 끝낸 그가 말했다.

16560274265884.jpg“근현대미술팀으로 가세요.”

16560274238604.jpg“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16560274265884.jpg“아직 지감 씨는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요.”

16560274238604.jpg“온라인팀에서도 현대미술은 접할 수 있지 않습니까?”

김도균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16560274265884.jpg“물론 그렇죠. 하지만 아무래도 가격대가 낮은 작품들을 하다 보니까 한계가 있어요. 이해가 됐나요?”

16560274238604.jpg“네. 됐습니다.”

16560274265884.jpg“좋아요. 그럼 나가죠.”

회의실을 나간 김도균은 사무실 중앙에 섰고, 나는 자리로 돌아갔다.

16560274265884.jpg“방금 신입사원 팀 배정이 끝났습니다. 이번 팀 배정은 전적으로 저의 판단으로 이루어졌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서정선과 이 팀장을 번갈아보며 김도균은 자신의 ‘결정’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16560274265884.jpg“먼저 정다영 씨.”

16560274364554.jpg“네!”

다영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속으로 ‘제발 근현대팀!’하고 바라고 있을 텐데. 안타깝게도 아니다, 다영아.

16560274265884.jpg“고미술팀으로 배정됐습니다.”

16560274364554.jpg“네.”

살짝 얼굴이 굳었지만 빠르게 표정을 지워내며 다영은 산뜻하게 대답했다. 오올, 연기가 많이 늘었는데.

16560274265884.jpg“다음은 한지감 씨.”

16560274238604.jpg“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된 것처럼 서정선과 이 팀장이 동시에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부담스러웠다.

16560274265884.jpg“근현대미술팀으로 배정되었습니다.”

16560274238604.jpg“네.”

환한 미소를 짓는 서정선과 달리 이 팀장은 울상이 되었다. 전혀 개의치 않고 김도균은 계속 진행했다.

16560274265884.jpg“마지막으로 강민수 씨.”

16560274238597.jpg“……네.”

16560274265884.jpg“온라인팀입니다.”

16560274238597.jpg“네.”

애써 웃으며 강민수가 이 팀장을 봤지만 그는 외면했다. 하긴, 나 같아도 강민수를 팀원으로 받고 싶진 않았다. 자존심이 센 놈이니 저런 이 팀장의 반응에 상처 좀 받았을 거다. 한껏 고소해하고 있는데 누군가 덥석 내 손을 잡았다. 서정선이었다.

16560274291168.jpg“지감 씨, 얼른 자리 옮기자.”

16560274238604.jpg“네! 지금 짐 싸겠습니다.”

웃으며 짐을 싸는데 따가운 눈초리가 느껴져 고개를 드니 강민수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째려보면 어쩔 건데. 보란 듯이 웃는 나를 보며 강민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주 쌤통이다. * 다영이 눈을 가늘게 뜨고 보면서 오징어를 뜯었다. 오징어가 아닌 내가 뜯기는 것 같은 타격감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집요한 시선에 나는 결국 화를 터트렸다.

16560274238604.jpg“왜 사람을 그렇게 보는데?”

16560274364554.jpg“의심스러워서 그래요!”

16560274238604.jpg“뭐가 의심스럽냐? 말했잖아. 내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총괄님이 결정한 거라니까!”

계속 되는 내 변명에도 다영은 눈을 고쳐뜨지 않았다. 못 믿겠다 이거지.

16560274238604.jpg“믿기 싫으면 믿지 마!”

16560274364554.jpg“믿기 싫은 것이 아니라, 이상하잖아요. 오빠는 고미술에 최적화된 인재인데, 왜 내가 고미술팀을 가고, 오빠는 근현대미술팀을 가냐구욧!”

16560274238604.jpg“그럼 뭐 내가 총괄님께 ‘저 근현대미술팀, 꼭 가고 싶습니다!’ 이랬을까 봐?”

16560274364554.jpg“그랬을지도 모르죠.”

답답한 마음에 나는 맥주 500cc를 벌컥벌컥 들이켜고 말했다.

16560274238604.jpg“그럴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진짜 난 어디가도 상관없는데, 서 팀장님하고 이 팀장님이 나 잡아먹을 분위기였다니까! 그리고 정말 결정은 총괄님이 했어. 현대미술 공부 더 해야 한다고!”

16560274364554.jpg“쳇. 자기 인기 많다고 잘난척하는 거야. 뭐야.”

16560274238604.jpg“혼잣말인 것처럼 중얼거리지 마! 다 들리거든!”

16560274364554.jpg“다 들리라고 하는 말이거든요!”

하여튼 한마디를 안 진다. 입술을 삐죽거린 다영이 잔에 가득 찬 맥주를 한 번에 비워냈다.

16560274364554.jpg“알아요. 오빠는 어디가도 적응 잘할 거. 그냥 앞으로 제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돼서 샘 좀 부려봤어요.”

힘이 빠진 듯한 다영의 모습이 어쩐지 안쓰러웠다.

16560274238604.jpg“네가 무슨 걱정이야. 너 인턴할 때도 고미술팀에 잘 있었잖아.”

16560274364554.jpg“정연주 선배가 많이 도와줘서 그랬죠. 그리고 한 달이니까 어떻게든 버틴 건데, 앞으로 계속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16560274238604.jpg“내가 많이 도와줄게.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16560274364554.jpg“싫어요! 맨날 오빠 도움 받는 것 같단 말이에요!”

취기가 적당히 오른 다영이 고개를 거세게 저었다.

16560274238604.jpg“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여태까지 내 현대미술 선생님이 되어준 사람이 누구더라?”

16560274364554.jpg“저요.”

16560274238604.jpg“아만다 우, 유작 알아본 사람이 누구더라?”

16560274364554.jpg“저요.”

부끄러워 딴청을 부리면서도 다영은 대답을 놓치지 않았다.

16560274238604.jpg“초반에는 내가 널 도와줬을지 모르지만, 이젠 더 이상 아니야.”

16560274364554.jpg“그렇네요.”

언제 우울했냐는 듯 다영은 웃고 있었다.

16560274238604.jpg“난 아직 현대미술에 대해 많이 모르니까 네가 많이 도와줘. 나는 고미술 많이 도와줄 테니까.”

16560274364554.jpg“좋아요.”

거래를 마친 기업 대표처럼 우리는 악수했다. * 토요일 오전, 나는 간단히 아침을 먹고 서울 외곽으로 향했다. 부동산 앞에 차를 세우자 김 비서가 득달같이 달려왔다.

16560274475611.jpg“오셨어요?”

16560274238604.jpg“네. 일찍 오셨네요.”

16560274475611.jpg“한 선생님 오시는데 당연히 일찍 와야죠.”

선생님이란 호칭이 어색해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최 교수 집에서 김 비서의 도움을 받은 후로 자주 연락을 취했다. 더 이상 김 비서를 의심하지 않는다. 예전에 흘러가듯이 상가건물을 사고 싶다는 말을 했었는데, 그걸 기억한 김 비서가 주변 인맥을 총동원해서 괜찮은 상가를 물색해놨다며 연락해 왔다.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정성을 생각하니 거절하기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보기라도 하려고 이렇게 온 것이다.

16560274475611.jpg“요새 많이 바쁘시죠?”

16560274238604.jpg“회사 일이 다 그렇죠. 관리인 일을 잘 적응하셨어요?”

16560274475611.jpg“네. 덕분에 정말 잘 적응했습니다.”

16560274238604.jpg“중개사분이 오시는 건가요?”

16560274475611.jpg“네. 올 때가 됐는데…….”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중개사를 발견한 김 비서가 크게 손을 흔들었다. 50대 중반의 남자가 달려와 앞에 섰다.

16560274238592.jpg“안녕하세요. 제가 좀 늦었죠?”

16560274238604.jpg“아니요. 방금 전에 도착했습니다.”

16560274238592.jpg“바로 근처입니다. 가시죠.”

5분 거리에 있는 상가는 근처 허름한 건물과 달리 새 건물이어서 홀로 눈에 띠었다. 가까이 가니 몇몇 들어온 가게들도 보였다. 상가 안으로 들어서자 중개인이 자신하며 말했다.

16560274238592.jpg“보시면 알겠지만 새 건물이라 아주 깔끔합니다.”

16560274238604.jpg“네. 그렇네요. 좋은 건물인데 왜 싼 가격에 팔려는 겁니까.”

16560274238592.jpg“이런 말 좀 그렇지만, 상가 주인이 도박에 손을 대는 바람에…… 급전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싼 가격에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안 그래도 왜 주변 상가보다 20% 싼 가격에 나왔는지 의문을 가지고 있던 차였다. 아마 여기 주인은 몇 년 전부터 이 근처에 지하철역이 생긴다는 말을 듣고 상가를 지은 눈치였다. 하지만 역을 만든다는 말만 돌 뿐 공식적인 발표도 없었다. 십중팔구 지하철역은 생기지 않겠지만, 먼 훗날을 생각해 사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만약 개발이 되지 않는다 해도 가게 월세를 받으면 되니 말이다. 중개사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16560274238592.jpg“혹시 매입하신 뒤에 여기서 거주하실 생각이세요?”

16560274238604.jpg“아니요. 회사에서 너무 멀어서요.”

16560274238592.jpg“그렇군요.”

16560274238604.jpg“주인분은 상가에서 사시나 봐요?”

16560274238592.jpg“네.”

상가를 다 둘러보고 그만 나가려는데, 입구에서 술 취한 남자가 비틀거리며 들어왔다. 중개사가 남자를 보고 달려갔다.

16560274238592.jpg“김 씨, 무슨 술을 이렇게 마셨어. 오늘 손님 온다니까……!”

아. 저 사람이 주인이구나.

16560274238592.jpg“좀 마셨다, 네가 내 마누라냐! 왜 지랄이야!”

16560274238592.jpg“이러지 마. 김 씨!”

16560274238592.jpg“빨리 이 거지같은 상가 팔아버리라니까!”

중개사가 우리의 눈치를 보면서도 꾹꾹 눌러담은 목소리로 말했다.

16560274238592.jpg“누군 팔기 싫어서 이래? 산다는 사람이 없어서 그러는 거잖아. 주인이 이 모양인데 누가 이 상가를 사고 싶어 해……!”

16560274238592.jpg“잔소리 말고 빨리 팔아. 그래야 강원도에 가지!”

버럭 소리를 지른 남자가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중개사는 당황해서 남자를 깨우려 흔들었지만 남자는 미동도 안 했다. 김 비서가 가서 남자의 상태를 확인했다.

16560274475611.jpg“걱정 마세요. 그냥 자는 겁니다.”

16560274238592.jpg“제일 높은 층에 사는데……. 같이 옮겨줄 수 있을까요? 여기 이렇게 두고 갈 수는 없어서.”

나와 김 비서가 힘을 합쳐서 남자를 일으켜 세웠고, 간신히 집으로 옮겼다. 중개사는 민망함에 얼굴을 붉히면서도 감사함을 표했다.

16560274238592.jpg“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엉거주춤 그 인사를 받으면서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런 나를 본 김 비서가 말했다.

16560274475611.jpg“아무래도 물 드셔야 할 것 같은데요.”

16560274238604.jpg“괜…….”

내가 대답을 하기도 전 김 비서는 찻장을 열었지만, 떨어진 곳에서 보기에도 안에 멀쩡한 컵이 없었다. 손잡이가 나가거나 입구 부분이 깨지거나 한 그런 컵들이 대다수였다. 그 기가 막힌 모습에 김 비서는 당황했다.

16560274238604.jpg“괜찮아요. 김 비서님.”

나는 김 비서를 말리려고 다가갔다가 찻장 구석에 있는 각진 잔이 눈에 들어왔다. 어둠속 반 이상 그 모습이 가려져있어 잘 보이지 않아서인지 메시지가 뜨지 않았다. 하지만 소름 돋는 느낌이, ‘그것’일지도 모른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거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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