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4화 김 비서 (2) (104/226)

104화 김 비서 (2)2021.07.31.

옥상에 올라온 나는 난간에 기대 세상을 내려다보았다. 몇 분 전 임병규와 강민수의 굳은 표정이 떠올라 피식피식 웃음이 터졌다.

16560275568825.jpg“내가 그렇게 쉽게 당할 줄 알았나?”

이 일의 시작에는 김태하가 있었다.

16560275568831.jpg-앞으로 강정휘에게서 이상한 움직임이 발견되면 바로 보고하겠습니다.

  납치 사건 이후 다시 만났을 때 이렇게 말했고, 나는 그의 진심을 의심했다. 또한 그의 마음이 진심이라고 해도 강정휘는 김태하라는 패를 쉽게 버릴 것 같지 않았다. 손에 익은 안전한 패이기 때문이다.

16560275568825.jpg-강정휘가 김 비서님을 찾아올 겁니다.

16560275568831.jpg-그럴 리가 없습니다. 제가 그날 난리를 쳤습니다. 더 이상 일하지 않을 거라고 단단히 못박기도 했구요.

16560275568825.jpg-그래도 만약 찾아온다면, 안경에 대한 제안은 받아들이세요.

16560275568831.jpg-네?

  놀란 김태하의 눈이 커졌다.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16560275568825.jpg-정말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척하라는 겁니다. 돈을 더 부르는 것도 좋습니다.

16560275568831.jpg-네. 알겠습니다.

  예상대로 강정휘는 김태하를 찾아갔다.

16560275568831.jpg-말씀하신 대로 돈을 더 부르면서 넘어간 것처럼 했습니다.

16560275568825.jpg-수고하셨어요.

  그렇게 말했지만 김태하의 말을 완전히 믿는 것은 아니었다. 강정휘의 편에 서서 내 말대로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약속한 한 달이 지나자 강정휘의 히스테리는 점점 심해졌고, 김태하는 고통을 토로했다. 힘겨워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경계심은 서서히 풀려갔다.

16560275568831.jpg-메일 전화 걸어서 정말 미치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죠?

16560275568825.jpg-이렇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오히려 강정휘에게 화를 내면서, 여태까지 무례한 것에 대한 사과를 받아내는 거죠.

16560275568831.jpg-사과요?

16560275568825.jpg-네. 지금 계약금 한 푼 안 주고 이런 식으로 사람을 옥죈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강정휘의 안 좋은 성격을 잘 알고 있는 김태하는 걱정이 앞섰다.

16560275568831.jpg-그러면 저를 일에서 제외시키려 하지 않을까요?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니, 다른 흥신소를 고용할지도 모릅니다.

16560275568825.jpg-그렇게 나오지 못할 겁니다. 안경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아지면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하니까요.

16560275568831.jpg-일리가 있네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강정휘는 원치 않는 사과까지 하면서 김태하를 잡았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내가 김태하를 완전히 믿은 것은 아니었다. 최 교수가 사채업자들에게 잡혔을 때 김태하는 급한 호출에 기꺼이 응해줬고,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도 나를 보호했다. 그때 비로소 김태하를 믿을 수 있었다. 백하진의 기자 회견을 하는 날, 나는 김태하에게 연락했다.

16560275568825.jpg-백하진하고 같이 들어가는 모습, 찍어서 강정휘에게 보내주세요.

16560275568831.jpg-숨겨야 하는 일 아닙니까? 굳이 왜……?

  의아해하는 그에게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16560275568825.jpg-어차피 여기 소문이 빨라서, 언젠가는 알게 될 거예요.

16560275568831.jpg-혹시 의도하시는 것이 있습니까?

16560275568825.jpg-의도하기보다, 궁금하네요. 강정휘가 이 정보를 가지고 임병규를 찾아갔을 때 그 사람의 반응이 어떨지 말이에요.

  그렇게 나와 백하진이 있는 사진은 강정휘에게 넘겨졌다. 김태하는 임병규의 움직임을 주시했고, 강민수와 만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수지로는 부족했는지 강민수는 임병규에게도 붙었다. 어제 김태하와 술을 마시고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눈이 점점 감겨올 때였다. 시끄럽게 김태하의 핸드폰이 울렸지만 발신인을 확인한 그는 받지 않았다.

16560275568825.jpg-강정휘죠?

16560275568831.jpg-응. 지긋지긋하다. 거의 한두 시간 간격으로 전화를 해대.

  김태하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고, 많은 생각들이 나를 괴롭혔다. 생각을 정리한 끝에 입을 열었다.

16560275568825.jpg-형. 이따 밤늦게, 강정휘에게 안경을 이미 벗겼다고 하면서 돈을 먼저 달라고 요구하세요.

16560275568831.jpg-설마 강정휘에게 안경을 넘기려는 거야?

16560275568825.jpg-설마요. 절대 제 손으로 이 안경을 넘기는 일은 없어요. 강정휘에게 넘길 바에는 안경을 없앨 거예요.

16560275568831.jpg-어쩌려는 거야?

  그의 눈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16560275568825.jpg-전면전, 시작해야 할 것 같아서요.

  강정휘는 안경을 계속 노렸고, 나는 그 사실을 모른 척 전면전을 피해왔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전면전을 시작하는 선전포고, 그것은 상대방이 아닌 내가 하고 싶었다. 그래서 급하게 꽁무니를 빼는 임병규에게 달려가 말했다.

16560275568825.jpg-깜박 잊고 드리지 못한 말씀이 있어서요. 강정휘 대표님께 인사 전해주세요.

  몇 달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에 나는 생각에서 빠져나왔다.

16560275568825.jpg“형.”

16560275568831.jpg[어떻게 됐어?]

임병규가 옥션에 입고하는 척 나를 시험한 이야기를 했다.

16560275568831.jpg[참, 강정휘다운 방법이다. 한 방 먹은 임병규 얼굴 볼 만했겠는데?]

16560275568825.jpg“볼 만했어요.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아쉽네요.”

웃으면서도 김태하는 걱정을 숨기지 못했다.

16560275568831.jpg[걱정이다. 강정휘, 가만히 있을 성격 아니잖아.]

16560275568825.jpg“또 더한 무언가를 가져와서 제 목을 조르겠죠.”

16560275568831.jpg[두렵지 않아?]

16560275568825.jpg“두려워요. 하지만 비겁하게 숨고 싶진 않아요.”

어렸을 때는 두려워하는 사람이 겁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진짜 겁쟁이는 회피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왕관을 쓰려는 자가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것처럼, 이것도 안경의 주인인 내가 견뎌야 하는 일이다.

16560275631916.jpg

  * 대표실로 저벅저벅 들어오는 임병규를 보고 강정휘는 기대하는 눈으로 말했다.

1656027563192.jpg“어떻게 됐어?”

16560275655161.jpg“어떻게 됐냐구요? 그건 제가 할 말입니다. 한지감 그 자식, 시원시원하게 감정했습니다!”

1656027563192.jpg“뭐? 김 비서 이 자식이 감히 나를 속여……!”

속았다는 생각에 강정휘의 눈빛이 이글댔다. 그런 모습은 안중에도 없이 임병규는 화를 냈다.

16560275655161.jpg“사람들 앞에서 내가 무리한 요구나 하는 갑질 대표가 되었단 말입니다! 지금 이 사태를 어떻게 책임지실 겁니까!”

1656027563192.jpg“그걸 왜 내가 책임져야 하지? 그리고 조선웅인가 뭔가 때문에 넌 이미 갑질 대표야.”

어이없다는 듯 강정휘가 콧방귀를 뀌었다.

16560275655161.jpg“뭐라구요?”

1656027563192.jpg“내 탓인 것처럼 몰아가지 마. 너도 한지감 창피주고 싶어서 한 거잖아.”

16560275655161.jpg“하자고 먼저 말했던 건 너였어!”

1656027563192.jpg“너? 임 대표, 막나가기로 작정했어?”

16560275655161.jpg“그래 작정했다! 내가 미쳤지. 돈에 눈이 먼 장사치랑 손을 잡고!”

그 말에 벌떡 강정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1656027563192.jpg“장사치? 너 말 다 했어?”

16560275655161.jpg“고작 장사치라는 말에 이렇게 욱하시면 어쩌나? 장사치는 너에게 호화스런 이름이지! 재벌들 뒤 닦아주는 것이 네 주 업무였잖아. 아니지, 요새는 연줄도 다 떨어져서 그 짓마저 못하고 있지?”

1656027563192.jpg“임병규!”

대표실이 울릴 정도로 크게 소리 질렀지만 임병규는 멀쩡하게 대꾸했다.

16560275655161.jpg“안 그래도 없는 품격, 소리 질러서 더 떨어트리지 마. 다신 보지 맙시다.”

훽 돌아선 임병규가 대표실을 나가려 하자 열이 받은 강정휘는 주변을 둘러보며 던질 만한 것을 찾았다. 마침 티슈곽이 있어 급하게 던졌지만 임병규가 아닌 문이 맞는 바람에 소용이 없었다.

1656027563192.jpg“이런……!”

욕지거리를 내지르다가 힘이 빠졌는지 쓰러지듯 소파에 앉았다. 체력은 따라주지 않았지만 화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1656027563192.jpg“김 비서, 네가 그러고도 살아남을 것 같아?”

이를 악물고 김태하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 연결음이 이어질 뿐 받지 않았다.

1656027563192.jpg“받아! 당장 받으라고!”

그때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들어왔다. 방금 전까지 그녀가 전화하던 상대인 김 비서, 김태하였다.

16560275568831.jpg“이렇게 전화를 할 것 같아서 어려운 걸음했어.”

1656027563192.jpg“어려운 걸음?”

16560275568831.jpg“지금 참 기가 막힐 거야. 자기가 기르던 개에게 물리던 그런 느낌이겠지?”

1656027563192.jpg“잘 아네. 돈 더 준다고 했잖아! 너는 돈을 갖고 나는 안경을 가지면 되는 일이었어.”

16560275568831.jpg“근데 왜 이렇게 만들었냐, 뭐 그런 재미없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야?”

1656027563192.jpg“그래!”

목에 핏대를 세우는 강정휘를 보면서 김태하는 픽 웃었고, 그것이 강정휘의 화를 활활 타오르게 했다.

1656027563192.jpg“웃어?”

16560275568831.jpg“비웃은 거야. 더럽게 돈 번 너는 돈이 전부겠지. 근데 다 그런 거 아니야. 그 나이 먹도록 못 배운 것 같아서 말하는데, 사람은 사람 대우를 받고 싶어 해. 그러니까 다음에는 꼭 좀 사람대우해 줘. 그 말하려고 왔어.”

1656027563192.jpg“웃기지 마! 사람 대우! 그건 나 같은 사람만 받을 수 있는 거야!”

악을 쓰는 강정휘를 뒤로하고 김태하는 그곳을 나가버렸다.

1656027563192.jpg“이렇게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 반드시 안경을 내 손에 넣을 거야!”

  * 이 비서가 힐끗힐끗 황덕현을 보았다. 서류를 보면서 애써 그 시선을 무시했던 황덕현이 입을 열었다.

16560275708341.jpg“이 비서, 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면 어서 해.”

16560275708345.jpg“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기보다 말입니다…….”

16560275708341.jpg“없구나. 그럼 나…….”

황덕현의 말을 댕강 자르며 이 비서가 말했다.

16560275708345.jpg“대표님은 백하진 작가 뒤에 누가 있는지 아십니까?”

16560275708341.jpg“그게 무슨 소리야?”

16560275708345.jpg“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말합니다. 백하진 작가가 혼자서 기자회견을 벌일 생각을 하지 못했을 거라고 말입니다.”

조수에 관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던 것은 10년이란 긴 세월이었는데, 하필 지금 와서 문제화 시킨다. 열사라는 이미지가 팔리는 이미지 때문에 언론은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으나, 이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 업계 사람은 없었다. 펜을 내려놓은 황덕현이 이 비서를 물끄러미 봤다.

16560275708341.jpg“이 비서의 생각은 어떤데? 뒤에 누가 있을 것 같아?”

16560275708345.jpg“네. 저도 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쭤보는 겁니다.”

16560275708341.jpg“왜 내가 알 거라고 생각해?”

16560275708345.jpg“대표님은 여기저기서 정보를 얻으시지 않습니까.”

턱을 괸 황덕현이 피곤한 듯 중얼거렸다.

16560275708341.jpg“여기저기서 얻은 정보야 많지. 임병규와 척을 진 리아 갤러리 정 회장이다, 아니다. 임병규의 젊은 부인이 백하진하고 놀아났다. 더 듣고 싶어?”

16560275708345.jpg“그러시지 말고 말씀해 주십시오.”

16560275708341.jpg“왜 이런 소문들이 사실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 비서는 황덕현의 눈을 똑바로 보고 답했다.

16560275708345.jpg“그 말들을 대표님이 전혀 안 믿으시지 않습니까. 들으면 딱 압니다.”

16560275708341.jpg“오호. 오래 날 봤다 이거지?”

16560275708345.jpg“사실이 그렇지 않습니까.”

16560275708341.jpg“내 질문에 말해주면 대답할게.”

이 비서는 고민 없이 답했다.

16560275708345.jpg“질문하십시오.”

16560275708341.jpg“왜 이게 궁금한 거야? 가십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잖아.”

16560275708345.jpg“그냥 좀 멋져 보여서 그렇습니다. 어쨌든 이걸로 조선웅 작가는 기회를 얻지 않았습니까.”

16560275708341.jpg“멋지다. 흐음…….”

16560275708345.jpg“이제 말씀해주십시오.”

묘한 표정을 지으며 황덕현이 입을 열었다.

16560275708341.jpg“그래. 약속이니까 지켜야지. 그 뒤에 있는 사람은 우리 회사 직원이야.”

16560275708345.jpg“우리 회사 직원이라면…… 총괄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눈이 동그래진 이 비서를 보며 황덕현은 풉 하고 웃었다.

16560275708341.jpg“아직 성격 분석이 안 되었나 본데, 도균이 성격이라면 그런 일 절대 안 벌여. 애가 생각보다 고지식해서, 모든 문제를 정석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하거든.”

16560275708345.jpg“그렇다면…… 서 팀장님이십니까?”

16560275708341.jpg“미안하지만 팀장급도 아니야.”

16560275708345.jpg“그럼 누구……?”

16560275708341.jpg“얼마 전에 정직원이 된, 한지감.”

한지감이라는 것을 믿고 싶지 않은지 이 비서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16560275708345.jpg“저……정말 한지감 씨입니까?”

16560275708341.jpg“확답은 못해주겠네. 나도 다 이야기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

16560275708345.jpg“어……어디서 들으신 겁니까?”

16560275708341.jpg“기자회견이 쉬운 것 같지만 쉽지 않아. 기자들을 모아야 하고, 한 말이 왜곡되지 않게 그대로 기사에 나가야 하거든. 그러려면 생각보다 많은 곳에 줄을 대야 해.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지.”

한지감이 오 장관을 찾아갔던 날, 황덕현은 오 장관의 부인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배후에 있는 사람이 한지감이라는 것에 놀랐는지 이 비서의 말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16560275708345.jpg“그렇군요.”

  * 벽에 쌓인 박스에서 나는 도록 한 권을 꺼냈다. 10일 후에 있을 3월 메이저 경매 도록의 표지는 이순신의 쌍룡검이 차지했다. 흐뭇한 미소를 짓는 나를 보며 다영이 짐짓 못마땅하게 봤다.

16560275790064.jpg“기분이 아주 좋으시네요?”

16560275568825.jpg“당연히 좋지. 내가 위탁한 작품이 표지를 장식했는데.”

16560275790064.jpg“그럼요. 오죽하시겠어요. 인턴 때도 오빠가 위탁한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이 표지를 장식했잖아요. 이번 표지 후보도 이 쌍룡검과 아만다 우의 유작이었죠.”

나는 미간을 찌푸리고 다영을 봤다.

16560275568825.jpg“그래서 불만이야?”

16560275790064.jpg“네. 불만이에요. 저도 제가 위탁한 작품이 표지를 장식했으면 좋겠거든요!”

나는 도도하게 턱을 들고 말했다.

16560275568825.jpg“그럼 너도 그만한 작품 가져오든가.”

16560275790064.jpg“안 그래도 그럴 거거든요? 다음 메이저 경매 때는 제가 위탁한 작품이 이 표지에 실릴 거라구요! 두고 보세요!”

강한 눈빛을 쏘며 다영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 모습이 귀여워 나는 픽 웃었다. 정직원이 된 지도 어느새 한 달이 지났다. 위탁을 받고, 가격 협상하고, 도록을 만들다 보니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도록을 만드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작품의 정보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요 미술품에 대해서는 원고를 써야 한다. 또한 메인 작품에 대해서는 교수나 문화재청 위원 같은 외부인사에게 원고를 청탁할 때도 있었다. 한 장 한 장 도록을 넘기며 흐뭇하게 뿌듯함을 느끼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이번에 이순신의 쌍룡검의 원고를 써준 한국대 양 교수였다. 쌍룡검의 원고는 원래 고미술팀에서 맡은 일이었지만, 메인 작품이고 내가 위탁받았기에 원고를 특별히 내가 진행하게 되었다.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16560275568825.jpg“안녕하세요? 교수님.”

16560275790101.jpg[……지감 씨. 미안해요. 제가 쓴 원고 도록에서 내려주세요.]

이미 인쇄까지 다 된 이 시점에?

16560275790105.jpg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