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5화 원고 (1) (105/226)

105화 원고 (1)2021.08.02.

16560275868475.jpg“안녕하세요? 교수님.”

16560275868521.jpg[……지감 씨. 미안해요. 제가 쓴 원고 도록에서 내려주세요.]

이미 인쇄까지 다 된 이 시점에?

16560275868475.jpg“교수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천천히 사정 말씀해 주시면…….”

잘 맞춰가겠다는 말을 하는데 갑자기 전화가 뚝 끊겼다. 나는 양 교수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세 번째 전화도, 네 번째 전화도 받지 않았다. 오늘 포장을 하고 내일 배송이 시작돼야 하는 상황에서 글을 쓸 수 없다니 너무 황당했다. 나는 이와 같은 사실을 서정선에게 전했고, 그녀 역시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1656027586866.jpg“그렇게 전화를 끊고 연락이 안 된다고?”

16560275868475.jpg“네. 그래서 일단 학교로 찾아가 보려고 하는데요.”

1656027586866.jpg“그래. 일단 찾아가 봐.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야 대응을 할 테니까. 내가 총괄님께 일단 보고드리고, 지 팀장님에게도 말할게.”

16560275868475.jpg“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일이 이렇게 돼서…….”

따뜻한 미소를 보이며 서정선은 고개를 저었다.

1656027586866.jpg“너무 마음 쓰지 마. 지감 씨. 어서 다녀와.”

16560275868475.jpg“네.”

자리에서 옷을 챙겨 나가는데 강민수와 눈이 마주쳤고, 평소에 하지 않던 목례를 나에게 했다. 반사적으로 나도 목례를 했지만 어쩐지 싸한 기분이 들었다. 그 기분을 애써 무시하고 나는 양 교수의 학교인 한국대로 향했지만 그의 사무실은 굳게 잠겨 있었다. 그대로 돌아갈 수 없었던 나는 어렵게 그의 강의 일정을 알아냈지만 강의마저 휴강이었다.

16560275868521.jpg“학기 초부터 무슨 휴강이래?”

16560275868521.jpg“그러니까. 양 교수님 원래 휴강 잘 안 하잖아.”

16560275868521.jpg“무슨 일 있으신 거 아니야?”

우르르 나오는 학생들 속 투덜거림이 들릴 뿐, 양 교수의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기분이 든다. * 한국대에서 회사로 돌아온 나는 서정선에게 이런 상황을 설명했고, 김도균은 팀장급의 회의를 소집했다. 나는 팀장이 아니었지만 담당자로 회의에 소환되었다. 심각한 김도균이 담담히 나에게 설명을 요청했다.

16560275898151.jpg“담당자인 한지감 씨가 어떤 상황인지 다시 한번 설명해 주시죠.”

16560275868475.jpg“3시간 전쯤 쌍룡검 원고를 써주신 한국대 양 교수님에게서 전화가 와서, 도록에서 자신의 글을 내리라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고, 학교에서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

16560275898151.jpg“사무실에 없었나요?”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답했다.

16560275868475.jpg“네. 사무실은 아예 잠겨 있었고, 강의는 휴강이었습니다.”

16560275898151.jpg“완벽한 차단이네요. 양 교수는 원고에 대해서 사용 허락할 마음이 없어요.”

예전이었다면 비난조의 억양이 들어가 있었을 텐데 지금의 김도균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단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냉정했다. 그가 팀장들을 보며 말했다.

16560275898151.jpg“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선택인 듯 보입니다. 도록을 다시 찍는다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시간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어떤 스티커를 붙일지이겠죠. 팀장님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김도균의 시선이 고미술팀장인 지 팀장을 향했지만 그는 어째서인지 말을 아꼈다. 그런 지 팀장을 보고 이 팀장이 말을 꺼냈다.

16560275898189.jpg“그냥 원고 없이 가면 안 되겠습니까. 지금 시간도 촉박한데, 원고를 다시 쓴다고 해도 좋은 내용이 나올 것 같지 않습니다.”

고개를 저으며 서정선이 반박했다.

1656027586866.jpg“쌍룡검은 이번 옥션의 메인이에요. 어떻게 메인 작품을 아무 설명 없이 도록에 내보낼 수 있어요?”

16560275898189.jpg“어정쩡한 원고가 붙는 것보단 그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고객들이 한두 번 도록을 보는 것도 아니고, 급하게 쓴 글인지 아닌지 모를 거라 생각하십니까?”

서정선과 이 팀장의 설전에도 지 팀장은 고민에 잠겨 있었다. 그를 가만히 지켜보던 김도균이 결국 입을 열었다.

16560275898151.jpg“지 팀장님은 어떻게 하시길 바랍니까?”

1656027592534.jpg“원고 이름만 지우고 그냥 쓰면 안 되겠습니까?”

16560275898151.jpg“사용 허락이 되지 않은 원고를 올릴 수는 없습니다.”

김도균의 말에도 지 팀장은 쉽게 물러서지 못했다.

1656027592534.jpg“저도 압니다. 양아치 같은 짓인 것. 하지만 선을 먼저 넘은 건 양 교수입니다. 이미 도록까지 다 나온 마당에…….”

16560275898151.jpg“양 교수가 선을 넘었다는 점에는 저도 같은 마음이지만, 같은 짓을 하면 결국 같은 사람이 되어 버려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봅시다.”

싸한 공기가 회의실에 감돌았다. 이 상황을 내가 만든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거기에서 멈춰있을 수는 없다.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 않았던가. 지금 상황을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그렇게 머리를 굴리는데 김도균의 앞에 있는 소책자가 눈에 들어왔다. 소책자는 도록의 내용들을 간략하게 정리해 놓은 책으로 가볍게 나온 작품과 정보를 볼 수 있다.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16560275868475.jpg“저도 의견을 이야기해도 될까요?”

16560275898151.jpg“말씀하세요.”

16560275868475.jpg“이 팀장님이 말씀하셨듯이 원고 없이 가되, 이순신의 쌍룡검에 대한 소책자를 따로 만드는 것이 어떨까요?”

16560275898151.jpg“쌍룡검에 대한 것만 소책자를 따로 만든다는 뜻이에요?”

나는 고개를 조심스레 끄덕거렸다.

16560275868475.jpg“네. 소책자는 옥션 당일까지 나눠주니, 당장 지금 원고를 만드는 것보다는 시간을 벌 수 있을 겁니다.”

어두운 표정을 한 지 팀장이 우려를 내비쳤다.

1656027592534.jpg“좋은 생각이지만 그렇게 되면 쌍룡검이 노출되는 시간이 너무 짧아. 도록을 프리뷰 기간이나 그 전에 보내는 건, 주요한 작품에 대한 홍보이기도 해.”

맞는 말이다. 쌍룡검 소책자 노출을 늘리는 방법이라. 뭐가 있을까.

1656027586866.jpg“그럼 홈페이지에 쌍룡검 PDF 파일을 제공하는 것이 어떨까요?”

고개를 끄덕이며 서정선이 거들었다.

16560275898189.jpg“파일을 볼 수 있는 링크를 메일이나 문자로 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이 팀장도 우호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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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60275868475.jpg“쌍룡검이라면 기사를 내기도 어렵지 않을 테니, 관련 정보를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한 줄만으로도 많은 유입이 있을 겁니다.”

나는 초조한 눈빛으로 지 팀장을 봤다. 고미술팀의 업무에 해당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눈치가 많이 보였다. 가만히 있던 그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1656027592534.jpg“괜찮은 방법이군요. 원고 써주실 분들은 제가 찾아보겠습니다.”

슬며시 그의 입가에 웃음이 떠오르면서 회의실은 분위기는 급속도로 해동되었다. 한결 가벼워진 김도균이 말했다.

16560275898151.jpg“고미술팀과 한지감 씨는 소책자 준비하고, 나머지 분들은 다른 일 제쳐두고 스티커 작업 시작합시다.”

16560275949476.jpg“예!”

16560275949476.jpg“넵.”

대답한 팀장들을 보며 김도균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16560275898151.jpg“액땜했다고 생각하고 잘해봅시다!”

우렁찬 대답이 이어졌고, 그렇게 회의는 끝났다. 팀장들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회의실을 나가는데도 나는 밍기적거리면서 나가지 않았다. 그런 나를 살피며 김도균이 물었다.

16560275898151.jpg“할 말 있습니까?”

16560275868475.jpg“소책자 만드는 값은 제 월급에서 제해주셨으면 합니다.”

16560275898151.jpg“왜 그래야 하죠?”

16560275868475.jpg“제 책임이지 않습니까.”

김도균은 빤히 나를 봤다.

16560275898151.jpg“한지감 씨가 원고 내리라고 시켰습니까?”

16560275868475.jpg“아니요.”

16560275898151.jpg“그럼 한지감 씨가 연락두절하게 만들었습니까?

16560275868475.jpg“절대 아닙니다!”

16560275898151.jpg“그런데 왜 한지감 씨가 그 책임을 져야 하죠?”

16560275868475.jpg“…….”

말문이 막혀 멍하니 보자 그는 따듯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16560275898151.jpg“회사는 한지감 씨가 잘못하지도 않은 것에 대해 책임을 묻는 곳이 아니에요.”

16560275868475.jpg“……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는 싱긋 웃고는 회의실에서 나가자 포근하고 뭉클한 느낌이 밀려왔다. 이제 진짜 탑 옥션의 일원이 된 느낌이 든다. * 원고를 받을 사람을 찾느라 정신없이 하루가 갔다. 밤 10시가 넘어서야 나는 다영과 함께 퇴근했다. 다크서클이 인중까지 내려온 다영이 힘없이 중얼거렸다.

16560276001833.jpg“너무 피곤해.”

16560275868475.jpg“나도 피곤하다. 원고 써주겠다는 사람을 왜 이렇게 찾기가 힘드냐?”

16560276001833.jpg“그러니까요. 겨우 두 명 찾기는 했는데…….”

16560275868475.jpg“아직 세 명을 더 찾아야 하지. 하아……. 정말 쉬운 것이 없구나.”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던 다영이 나를 물끄러미 봤다. 무리해서 미안한 마음을 숨기는 것이 들킨 것 같았다.

16560275868475.jpg“새삼 내가 잘생겼냐?”

16560276001833.jpg“괜히 헛소리해서 눙치려고 하지 말구요.”

16560275868475.jpg“오빠에게 헛소리가 뭐냐.”

16560276001833.jpg“또 그런다.”

민망해진 나는 고개를 숙였다.

16560275868475.jpg“그래. 많이 미안해. 그냥 모른 척 넘어가주면 안 되냐.”

16560276001833.jpg“뭐가 그렇게 미안해요? 총괄님도 오빠 탓 아니라고 했다며.”

16560275868475.jpg“그래도…….”

16560276001833.jpg“가만히 보면 왕자병 있는 거 알아요?”

16560275868475.jpg“이게 무슨 왕자병이야?”

16560276001833.jpg“모든 원인에 내가 있다, 이것도 자의식 과잉에 하나예요.”

16560275868475.jpg“그런가.”

무심코 고개를 돌리다 다영과 눈이 마주쳤다.

16560276001833.jpg“오빠. 경매팀에서 오빠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 하나도 없어요. 그러니까 너무 마음 쓰지 마요.”

16560275868475.jpg“……알았어.”

나를 보는 다영의 눈빛이 따듯해서 시선을 돌려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러지를 못했다. 어쩐지 몸에 열이 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감기에 걸렸나 왜 이러지? 몸의 변화를 궁금해할 겨를도 없이, 다영은 대화를 이어나갔다.

16560276001833.jpg“그나저나 양 교수는 왜 갑자기 원고를 내리라고 한 걸까요?”

16560275868475.jpg“그러게 말이야. 나도 그게 참 궁금하다. 물어볼 수조차 없어서 너무 답답해.”

16560276001833.jpg“꼭 본인에게 대답을 들어야 하는 건 아니죠.”

16560275868475.jpg“그러면?”

16560276001833.jpg“오빠 잘하는 거 있잖아요. 주변 정보를 체크해서 종합하는 거!”

나는 으스대며 어깨를 폈다.

16560275868475.jpg“내가 좀 그런 쪽으로 재능이 있지.”

16560276001833.jpg“한번 알아봐요. 궁금하기도 하지만, 앞으로 또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법도 없잖아요.”

16560275868475.jpg“어쩔 수 없이 예방차원에서라도 알아봐야겠구만.”

16560276001833.jpg“바로 그거죠!”

호탕하게 대답하는 다영을 보면서 어느새 나는 자연스레 웃고 있었다. * 집에 들어온 나는 양 교수를 포털 사이트에 검색했다. 최근에 기사를 쓴 몇몇 개가 보일 뿐, 관련 있어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양 교수와 주변인의 SNS도 털었지만 일상적인 이야기들뿐이었다. 답답해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텅 빈 거실에서 서성였다. 그때 문이 열리더니 경환이 집으로 들어왔다.

16560275868475.jpg“왔어?”

16560276082927.jpg“응.”

대답할 힘도 없는지 쓰러지듯 소파에 눕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자정을 넘겨 집에 들어가게 회사라니 최악이다. 다른 회사를 알아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지만, 재취업이 힘들 것을 알기에 말을 아꼈다. 계속 매달려도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을 것 같아 나는 일단 씻었다. 거실로 나오니 그새 기운을 차린 경환이 나를 맞았다.

16560276082927.jpg“형. 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어?”

16560275868475.jpg“피곤한데 빨리 자라.”

16560276082927.jpg“무슨 일인데 말해봐.”

나는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16560276082927.jpg“완전 엿먹었구나.”

16560275868475.jpg“그랬지.”

16560276082927.jpg“왜 그랬는지 알고 싶은데, 걸리는 것이 전혀 없다 이거지?”

16560275868475.jpg“맞아.”

경환은 눈알을 굴리며 골똘히 생각했다.

16560276082927.jpg“그럼 동료를 공략하는 건 어때?”

16560275868475.jpg“주변 사람 SNS는 이미 봤는데, 걸리는 것이 없었어.”

16560276082927.jpg“SNS 말고. SNS에 많은 정보들이 있긴 하지만, 거기 없는 이야기들이 훨씬 많잖아. 면대면으로 직접 들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 말이야.”

16560275868475.jpg“일리가 있네. 고마워.”

16560276082927.jpg“알면 됐습니다아.”

방으로 돌아와 양 교수와 관련된 사람 중 내가 직접 만날 수 있는 사람을 열심히 뒤적였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 성 교수가 환한 미소로 나를 반겼다. 주말인데도 그는 논문 때문에 학교에 나와 있었고, 사무실에서 봐도 되는지 미리 양해를 구해서 흔쾌히 받아들였다. 은밀한 이야기를 하는데 카페보다는 사무실이 좋을 것 같았다.

16560275868521.jpg“진작에 연락을 드렸어야 하는데, 이렇게 먼저 찾아오게 해서 죄송합니다.”

16560275868475.jpg“아닙니다. 바쁘신 것 아는데요.”

나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잠시 내가 찾아온 목적을 숨기기로 했다. 성 교수, 그는 도자기 분야의 최고 권위자이다. 같은 교수이고, 고미술계이니 양 교수의 사정을 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그를 찾았다.

16560275868521.jpg“그때 감사하다는 말도 제대로 못 드렸습니다.”

16560275868475.jpg“감사 인사는 제가 드려야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용기를 내주지 않으셨습니까.”

16560275868521.jpg“제가 한 것이 뭐가 있다구요. 한 선생님 덕분에 보육원 아이들은 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었고, 저 역시 제 명예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김 이사장 일로 그는 나에게 마음의 빚이 있었다. 무언가 알고 있다면 그 마음의 빚이 입을 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이곳으로 왔다.

16560275868521.jpg“탑 옥션에 정직원이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16560275868475.jpg“감사합니다.”

그는 내가 무슨 일로 왔는지 궁금한 눈치였지만 쉬이 물어보지 못했다.

16560275868475.jpg“사실 어제 좋지 않은 일이 있었습니다.”

16560275868521.jpg“무슨 일입니까?”

16560275868475.jpg“이순신의 쌍룡검이 이번 메이저 경매에 나온다는 걸 들으셨죠?”

16560275868521.jpg“그럼요. 들었죠.”

아직 기사는 많이 나가지 않았지만 고미술계의 핫이슈였기 때문에 모를 리가 없었다.

16560275868475.jpg“메인이 되는 고미술품이어서 원고에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한국대 양 교수님께 원고를 부탁드렸죠.”

16560275868521.jpg“잘하셨네요. 양 교수님이라면 학식도 풍부하시고 대중서적도 많이 쓰셔서, 고미술에 낯선 분이 읽어도 흥미롭게 잘 쓰셨을 테죠.”

16560275868475.jpg“네. 잘 써주셨습니다. 그런데 어제, 도록이 이미 인쇄된 상태에서 원고를 내려달라는 요청을 하셨어요.”

성 교수의 얼굴이 굳어졌다.

16560275868521.jpg“왜 그런 무리한 요구를…….”

무언가 생각났는지 그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짚이는 구석이 있는 것이다. 찾아오긴 제대로 찾아왔구나. 마른침을 삼키고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16560275868475.jpg“교수님이라면 양 교수님이 왜 그러셨는지 아실 것 같아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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