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9화 이 비서 (1) (109/226)

109화 이 비서 (1)2021.08.11.

16560277286256.jpg

  다음 날, 나는 아침 일찍 현성 미술관을 찾았다. 지난번 정보를 흘린 강민수를 확인한 일로 이수지는 화가 나 있었기에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16560277286261.jpg“사과를 받아줄 타이밍은 지난 것 같은데.”

16560277286266.jpg“사과하러 온 거 아닙니다.”

날카로운 눈매로 이수지가 나를 압박했다.

16560277286261.jpg“그럼 왜 왔는데?”

16560277286266.jpg“제안 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아만다 우의 유작 말입니다.”

단번에 누그러지더니 무슨 일인지 알겠다는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

16560277286261.jpg“결국 돈이 문제였구만. 말해봐. 얼마를 받고 싶은 건데?”

16560277286266.jpg“아니요. 돈 문제가 아닙니다. 소장자는 그림을 계속 소유하고 싶어 합니다. 관장님과 이야기가 되어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온 겁니다.”

16560277286261.jpg“말해봐.”

나는 숨을 고르고 차분하게 말을 꺼냈다.

16560277286266.jpg“아만다 우의 작품을 구매하지 않고, 대여하시는 방법은 어떻습니까?”

16560277286261.jpg“퇴우이선생진적첩처럼?”

16560277286266.jpg“네, 맞습니다.”

어제 다영의 말에서 유동진이 소장한 퇴우이선생진적첩을 현성 미술관에 대여했던 것을 떠올렸다. 아버지가 물려주신 물건이기에 소장자 유동진은 판매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수지가 떠보듯 나를 살폈다.

16560277286261.jpg“그게 조건의 전부야?”

16560277286266.jpg“한 가지 더 있습니다.”

내가 조건을 말하자 이수지의 미간이 깊게 파였다.

16560277286261.jpg“내가 왜 그딴 걸 해줘야 하지?”

16560277286266.jpg“그림을 원하시지 않습니까.”

16560277286261.jpg“…….”

이수지는 한껏 약이 올랐지만 내 말이 맞아서 반박할 수 없었고, 그대로 정적이 흘렀다. 정적을 깨고 이수지가 말했다.

16560277286261.jpg“소장자 알아내는 거, 나에게 그렇게 어려운 일 아니야.”

16560277286266.jpg“압니다. 하지만 소장자를 알아내서 사십억 이상의 금액을 제시하셔도 사실 수 없을 겁니다. 그러니 제 제안을 받아들여주시죠.”

16560277286261.jpg“받아들이면? 아직 소장자에게 이야기도 안 했다면서.”

16560277286266.jpg“조건을 다 받아들여 주시면 소장자께서 긍정적으로 검토하실 겁니다.”

이수지가 묘한 눈으로 나를 지그지 봤다.

16560277286261.jpg“왜 이런 걸 하는 거지? 넌 지금 골동상이 아니라 스페셜리스트잖아. 작품이 유찰되었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닐 텐데?”

16560277286266.jpg“관장님이 그림의 존재를 알게 되는 순간, 그 의무감이 생긴 것 같네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매섭게 나를 노려보다 이내 입을 열었다.

16560277286261.jpg“좋아. 조건 받아들이지.”

16560277286266.jpg“정말입니까?”

16560277286261.jpg“내가 언제 빈말하는 거 봤어?”

16560277286266.jpg“아니요.”

싸가지가 없어서 그렇지, 빈말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16560277286261.jpg“그 대신 나도 조건이 있어.”

그래. 네가 그냥 넘어갈 리가 없지.

16560277286266.jpg“말씀하세요.”

16560277286261.jpg“두 가지야. 첫 번째, 진심으로 나에게 사과해. 두 번째, 내가 원할 때 밥 사.”

16560277286266.jpg“그게 다입니까?”

16560277286261.jpg“맞아.”

나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16560277286261.jpg“그 미소는 뭐야?”

16560277286266.jpg“이익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16560277286261.jpg“이익? 무슨 이익?”

16560277286266.jpg“제가 두 가지 조건 제시해서 관장님도 두 가지 조건 제시하신 거 아니에요?”

16560277286261.jpg“아니.”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눈동자가 흔들렸다.

16560277286266.jpg“아니라면 다행이구요.”

16560277286261.jpg“대답은 해야지. 그게 뭐가 이익인데?”

16560277286266.jpg“관장님 뵈러 오기로 결정할 때 사과는 이미 하기로 했거든요.”

16560277286261.jpg“…….”

16560277286266.jpg“제가 이런 이야기했다고 조건 바꾸시는 건 아니죠? 관장님, 뚝심 있는 스타일이잖아요.”

이수지는 바꾸고 싶은 눈치였지만 내가 덧붙인 말 때문에 차마 말을 하지 못했다. 열이 받지만 티내지 못하는 이수지의 모습을 보자 자잘하게 한 방을 먹인 것 같아, 여태까지 쌓였던 앙금이 풀렸다. 나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고 진지한 태도를 연기했다.

16560277286266.jpg“정식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지난번에 관장님을 떠본 것, 무례하게 군 것 다 죄송합니다.”

90도로 숙였다가 천천히 고개를 드니 사르르 풀린 이수지의 표정이 보였다.

16560277286261.jpg“알았다면 됐어. 밥은 언제 살 거야?”

16560277286266.jpg“관장님 시간에 맞춰야죠.”

16560277286261.jpg“알았어. 연락 줄게.”

16560277286266.jpg“네.”

가방을 챙기자 이수지가 약간 당황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16560277286261.jpg“벌써 가게?”

그럼 가야지. 여기 계속 있어서 뭐하냐? 말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나는 부드러운 미소로 답했다.

16560277286266.jpg“저도 더 있고 싶지만 회의가 있어서요.”

16560277286261.jpg“알았어. 그만 가봐.”

그렇게 나는 이수지에게서 탈출할 수 있었다. *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 곧장 이경숙의 집으로 향했다.

16560277394422.jpg“지감 씨가 웬일이에요?”

16560277286266.jpg“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급히 달려오는 바람에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경숙은 그런 나를 안쓰럽게 보다 물 한 잔을 내주었다.

16560277394422.jpg“물 좀 마셔요.”

16560277286266.jpg“감사합니다.”

물을 마시고 나니 그제야 좀 진정이 되었다.

16560277394422.jpg“뛰어왔어요?”

16560277286266.jpg“네. 급하게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16560277394422.jpg“그게 뭔데요?”

16560277286266.jpg“작품, 현성 미술관에 대여하시는 것이 어떠십니까?”

16560277394422.jpg“대여요?”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16560277286266.jpg“네. 판매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대여입니다. 대여를 해서 현성미술관에 전시가 된다면 소장자에 대한 노골적인 관심이 사그라들 겁니다. 그 중심축에 해당하는 인물이 현성 미술관 이수지 관장이기 때문입니다.”

16560277394422.jpg“고민해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림을 자주 볼 수 없잖아요…….”

이경숙은 미안한 나머지 내 눈을 보지 못한 채 고개를 떨궜다.

16560277286266.jpg“그림을 자주 볼 수 있다면요?”

16560277394422.jpg“사람들과 같이 보고 싶지 않아요. 나는 혼자서…….”

마음이 급한 나는 이경숙의 말을 잘랐다.

16560277286266.jpg“개관하는 시간 이외에 사모님이 원하는 시간에 따로 볼 수 있도록 해놓았습니다.”

16560277394422.jpg“그게 가능한가요……?”

16560277286266.jpg“제가 그 부분을 직접 요청드렸고, 이수지 관장님께서 그렇게 해주시겠다고 하셨어요.”

16560277394422.jpg“지감 씨…….”

감동한 이경숙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16560277286266.jpg“사모님께 그림은 딸 같은 존재이지 않습니까. 사람 많고 북적거리는 곳에서 따님과 만나고 싶진 않을 것 같아서요. 괜찮으시겠습니까?”

16560277394422.jpg“네. 괜찮아요. 아니 좋아요. 정말 고마워요. 지감 씨. 이렇게 신경써 주기 어려울 텐데…….”

16560277286266.jpg“제 마음 편하자고 한 거예요. 내내 마음에 걸렸거든요.”

이제 더 이상 아만다 우의 유작으로 인해 속이 상할 이유는 없을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가볍게 싱긋 웃는 나를 보며 이경숙도 화답하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 토요일 아침. 약속이 있어 나는 일찍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그때 현관문이 열리더니 경환이 기어오듯 들어와 소파에 쓰러졌다.

16560277286266.jpg“지금 들어오는 거야?”

16560277478016.jpg“응…….”

정말 어이가 없다. 사장이 장모상에 사원들 부른 것도 어이가 없는데, 밤까지 새게 한 모양이다. 웬만하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건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16560277286266.jpg“경환아. 당장 일 그만둬. 내가 다른 일 있나 찾아볼게.”

16560277478016.jpg“안 그래도 내가 찾아보고 있어. 너무 걱정하…….”

말을 다 마치지도 못한 채 경환은 잠이 들어버렸다. 원래 생기 넘치던 녀석이었는데, 회사생활 만 1년 만에 폭삭 늙어버려 마음이 좋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시간이 빨리 지나가 있었다. 지금 옷을 갈아입지 않으면 약속시간에 늦을 것 같았다. 급하게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박물관 앞에 도착해 다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영과 조선 불화 전시회를 함께 보는 약속이었기 때문이다. 서로의 영역을 가르쳐주기로 했던 약속의 일환이었다.

16560277286266.jpg“다영아. 어디쯤이야?”

16560277478035.jpg[오빠. 미안해요……. 저 오늘 못 갈 거 같아요.]

16560277286266.jpg“그게 무슨 말이야?”

16560277478035.jpg[예전부터 위탁받으려고 공들이던 이기환 작가의 작품이 있는데, 갑자기 소장자가 만나자고 해서요. 정말 죄송해요.]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라도 소장자에게서 연락이 왔다면 약속이고 뭐고 당장 갔을 테니까.

16560277286266.jpg“알았어. 대신 다음번에 밥 사라.”

16560277478035.jpg[네!]

전화를 끊고 나는 갤러리 안으로 들어갔다. 오전인데도 가족 단위 인파들이 많아서 전시실이 가득차 있었다. 의겸의 불화를 보고 자리를 옮기려다 누군가와 어깨가 부딪혔다.

16560277286266.jpg“죄송…….”

16560277505811.jpg“아닙니다. 제가…….”

나도 부딪힌 사람도 말을 끝맺지 못했다. 부딪힌 사람은 다름 아닌 이 비서였다.

16560277286266.jpg“이 비서님 맞으시죠?”

16560277505811.jpg“아……네. 안녕하십니까. 여기서 이렇게 뵙습니다.”

16560277286266.jpg“그러게요.”

계속 다닐 만큼 친한 관계는 아니었기에 이만 인사를 하고 걸음을 옮길 생각이었다. 언제 말을 꺼낼지 눈치를 보는데, 이 비서가 먼저 입을 열었다.

16560277505811.jpg“혼자 오셨습니까?”

16560277286266.jpg“네. 원래 이럴 계획은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네요. 이 비서님도 혼자 오셨어요?”

16560277505811.jpg“네. 혼자 전시회 보는 걸 좋아합니다.”

전시회를 보러 가도 현대미술을 볼 것 같은데,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 했으니 이제 정말 헤어질 시간이다.

16560277286266.jpg“그럼…….”

16560277505811.jpg“괜찮으면 같이 보는 것 어떠십니까?”

‘괜찮으면’이란 단서가 붙긴 했지만, 여기서 거절하면 뭔가 굉장히 어색해질 것 같았다.

16560277286266.jpg“네. 좋아요.”

이 비서와 나는 천천히 전시된 불화를 둘러보았다. 그 중 가로 세로 2m가 넘는 커다란 사이즈의 불화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삼세여래불인 약사여래불, 아미타불,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사천왕이 있는 그림이었다. 단원이 용주사에 그린 ‘삼세여래후불탱화’와 구도와 색감이 비슷했다.

16560277286266.jpg“이 그림은 단원이 그린 불화와 비슷하네요.”

이 비서의 눈이 동그래졌다.

16560277505811.jpg“단원이 불화도 그렸습니까?”

16560277286266.jpg“단원은 모든 그림을 잘 그렸죠. 화조화, 산수화, 신선도 할 것 없이.”

16560277505811.jpg“역시 괜히 천재로 불린 것이 아니었군요. 대단합니다.”

배우는 자세로 그림을 보는 이 비서의 모습은 불화에 대해 잘 아는 사람 같지는 않았다.

16560277527317.jpg

16560277286266.jpg“이렇게 전시회에 오실 정도면 불화를 좋아하시나 봐요.”

16560277505811.jpg“그 정도까지는 안 좋아합니다.”

16560277286266.jpg“그럼 전시회 보시는 것이 취미이신가요?”

불화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황금 같은 토요일 아침에 왔다는 건, 취미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는 접근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틀렸다.

16560277505811.jpg“저도 위탁업무를 하다 보니 고미술에 대한 지식이 기본적으로 필요할 것 같아 왔습니다. 한국의 국민이자 미술업계 종사자로서 고미술을 모른다는 것이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16560277286266.jpg“아. 그랬군요.”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흘렀다. 강민수와 다르게 공부하려는 태도가 기특하다. 그림을 보면서 여러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생각보다 흥미롭게 시간이 갔다. 박물관에서 나와 이 비서가 말했다.

16560277505811.jpg“시간 괜찮으시면 점심 같이하시지 않겠습니까?”

16560277286266.jpg“좋죠. 어디로 갈까요?”

16560277505811.jpg“봐둔 아구찜 집이 있습니다. 아구찜 괜찮으십니까?”

이 비서의 눈이 해맑게 반짝이고 있어, 아구찜이 별로라는 이야기는 차마 하지 못했다.

16560277286266.jpg“네. 괜찮아요.”

아구찜 집에 가서야 나는 왜 이 비서가 같이 밥을 먹자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2인 이상만 주문이 가능한 곳이었고, 모두 2인 이상이었다. 이런 데 혼자 오기가 참 어렵지. 식사를 하면서 이 비서가 말했다.

16560277505811.jpg“아만다 우의 유작, 현성 미술관에 대여하기로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16560277286266.jpg“네. 그렇게 됐어요.”

16560277505811.jpg“잘 마무리되어 다행입니다.”

16560277286266.jpg“운이 좋았죠.”

아구찜이 입에 맞지 않아 나는 식사를 멈추고 물을 마셨다.

16560277505811.jpg“백하진 작가 기자회견,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사래가 들려 켁켁거리는 나를 보고 이 비서가 당황했다.

16560277505811.jpg“괜찮으십니까?”

16560277286266.jpg“아……네 괜찮아요.”

간신히 상태를 추스르고 조심스레 물었다.

16560277286266.jpg“그런데 기자회견은 어떻게 아셨어요?”

16560277505811.jpg“다 방법이 있습니다.”

씨익 웃을 뿐, 이 비서는 정보의 출처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았다.

16560277505811.jpg“당황하셨습니까?”

16560277286266.jpg“네. 좀 당황스럽네요. 알려질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 비서님에게 이런 이야기 들을 줄은 몰랐거든요.”

16560277505811.jpg“그 일 듣고 한지감 씨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문득 그 전에는 내가 어떤 이미지였는지 궁금해졌다.

16560277286266.jpg“전에는 어떤 이미지였는데요?”

16560277505811.jpg“……노코멘트하겠습니다.”

예전에 어떤 작가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거기에서 ‘…….’은 대사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안 좋은 이미지였다는 말은 한마디도 안 했는데 그게 느껴진다. 순간 어색해져 정적이 흘렀고, 그 어색함을 깨려 나는 질문을 쥐어짰다.

16560277286266.jpg“탑 옥션은 첫 직장이신가요?”

16560277505811.jpg“회사는 처음입니다. 대학교 때 휴학했을 때 잠깐 사무 보조를 한 적이 있습니다.”

16560277286266.jpg“회사가 아닌 곳에서 일하셨나 봐요?”

16560277505811.jpg“네. 진영대 회장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16560277286266.jpg“아. 네. 들어본 적 있어요. 한국의 찰스 사치라고 불리는 인물이죠?”

16560277505811.jpg“네. 맞습니다.”

찰스 사치는 광고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사람이다. 그가 어떤 작가의 그림을 사들이면 그 작가의 작품 값이 전체적으로 오르고, 어떤 작가의 작품을 전체적으로 팔면 그 작가의 작품 값이 떨어지는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다. 진영대 회장은 그런 찰스 사치에 비견될 정도로 그림 투자 능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여러 개의 패션 회사를 소유하고 있었다.

16560277286266.jpg“대단하네요.”

16560277505811.jpg“전혀 대단하지 않습니다. 그분 회사에서 일한 것이 아니라 미술품 관리인을 따로 두셨습니다. 그림이 워낙 많다 보니 보증서나 그림에 관련된 정보를 정리해줄 사람이 따로 필요해서 사무보조 일한 겁니다.”

16560277286266.jpg“그래도요. 예전부터 꼭 뵙고 싶은 분 중에 한 분이었거든요.”

현대미술에 관하여 공부하면서 진 회장이 쓴 책을 본 적이 있다. 그림에 대한 감각이 탁월하고 투자에 대한 감각은 더 탁월한 사람이다.

16560277505811.jpg“그러십니까? 그럼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언제 식사자리 마련하겠습니다.”

16560277286266.jpg“그럼 저야 좋죠.”

그냥 흘려가듯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진 회장과의 만남이 진짜로 이루어질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 만남이 설렘이 아닌 초조함으로 채워지리라는 것도 이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