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4. 내가 못할 것 같아?
[“황금의 샘” 셰일 광구 사들이는 일본!
오늘 미쓰비시를 비롯한 5대 종합상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텍사스 울프 캠프 셰일 광구 지분 51%를 매입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계약으로 일본 컨소시엄은 울프 캠프 지분 51%를 총액 430억 달러에 인수하게 됐다.
인수 대금은 230억 달러를 현금으로 주고 나머지 200억 달러는 4년에 걸쳐 분할 지급하는 방식이다.
서부 텍사스 퍼미언 분지 한 구역을 차지하는 울프 캠프는 약 200억 배럴의 셰일오일과 16조 입방피트에 달하는 천연가스와 천연가스액(NGL) 16억 배럴이 매장괴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계약을 통해 유니콘 에너지는 개발 수익을 조기에 거두고, 일본 종합상사들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셰일사업에 뛰어들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이게 뭔 소리야?
↳지난번 발해만 해상 유전도 그렇고 울프 캠프 셰일광구까지 팔아버리네. 자원 개발 사업에 손을 떼려는 건가.
↳아무리 그래도 일본에 파는 건 좀…….
↳이건 좀 실망이다…….
↳이럴 바에는 한국 회사에 팔아주지.
↳매각액이 한화로 거의 50조나 되는데 이걸 감당할 곳이 있기는 함?
↳……쩝. 없겠네.
↳일본이라니까 찝찝한 거지. 맘에 드는 구석이 없는 나란데.
↳그러게.
언론을 통해 울프 캠프 지분 매각 기사가 나오자 반응이 그리 좋지 않았다.
얼마 전 있었던 독도 도발로 인해 반일 감정이 좋지 않은 시기였기에 더욱 불편한 시선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동안 쌓아둔 재성과 유니콘 그룹의 이미지 덕분인지 일이 더 커지지는 않고 아쉽다는 정도에서 그쳤다.
그리고 하루 뒤.
유니콘 그룹 관련 기사가 다시 한번 인터넷 포털 뉴스 페이지 상단을 차지했다.
[나로호 발사 성공 한 달 만에 다시 열리는 하늘 길!]
[나로 우주센터 제2발사대에 우뚝 선 스타테크놀로지 로켓!
(사진: 기립 시험 중인 우주로켓 모형)
내일 정오, 한 달 전 역사적인 나로호 발사가 이루어진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국내 민간 우주기업인 스타테크놀로지의 우주로켓 발사가 실시될 예정이다.
이번에 발사될 로켓은 미국 민간 우주기업인 스페이스 X가 개발한 팰컨9으로, 스타테크놀로지가 자체 제작한 300㎏급 지구관측위성을 탑재한다.
스타테크놀로지를 소유한 박재성 회장은 “이번 로켓 발사는 지난번 발표한 전 지구 위성통신만 구축 계획인 환인 프로젝트의 일환이며, 앞으로 두세 달에 한 번씩 우주로켓을 발사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우와…… 설마 했는데 정말로 우주로켓을 쏘네.
↳재성이 형 지난번에 한 이야기 진심이었어…….
↳두세 달에 한 번씩 로켓을 쏘아 올리겠단다…… 패기 보소.
↳다른 사람들이 하면 헛소리라고 하겠는데…… 어쩐지 정말 그럴 것 같은 마음이 드는 건 나만 그런 건가?
↳2222 진심 그럴 것 같음
↳박 회장 재산 생각하면……. 못 할 것도 없지.
↳저번에 셰일광구 판 것도 이거 하려고 그런 건가?
↳그때 얼마 받았지?
↳아마 50조쯤 됐을걸…….
↳…….
↳…….
↳…… 그것만 있어도 우주에 로켓 수백 개는 쏘아 올리겠다.
↳봤지. 우리 형이 이 정도야.
↳박 회장 패기 한번 정말 쩌네.
↳문명 게임 하면서도 발사 못 한 우주로켓인데 박 회장은 현실에서 쏘고 있네…….
다시 한번 국민들의 관심이 나로우주센터로 집중된 가운데 발사 예정일 아침이 밝았다.
* * *
박경수 회장은 만년필로 결재 서류에 서명하면서 앞에 서 있는 정태규 비서실장에게 물었다.
“이제 더 살펴볼 서류는 없나?”
“예.”
“좋아. 그럼 TV 좀 켜보게.”
마호가니로 만든 커다란 원목 책상을 손으로 짚고 일어난 박경수 회장이 소파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기대하고 있는 건 오늘 예정되어 있는 스타 테크놀로지의 로켓 발사 중계였다.
정태규 실장은 눈치 빠르게 얼른 리모컨을 찾아 회장실 한쪽에 설치된 대형 TV 화면을 켰다.
마침 켜자마자 생방송이 진행되고 있었다.
높다란 발사대에 로켓이 기립 상태로 세워져 있는 걸 멀리서 찍은 화면과 함께 아나운서의 들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화면 우측 상단에는 발사 예정 시간까지 20분이 남았다는 자막이 떠 있었다.
“딱 맞췄군.”
박경수 회장은 다리를 꼬고 앉으며 말했다.
“자네도 이리 와서 한번 보게. 하하. 로켓 발사라니, 대단하지 않나.”
모처럼 기분 좋은 듯한 표정에 정태규 실장은 고개를 숙이고 왼편 소파에 앉았다.
“정 실장. 생각해 보면 정말 신기해.”
“뭐가 말씀이십니까?”
“재성이 말이야.”
박경수 회장은 소파 쿠션에 몸을 묻으며 차분하게 말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 노릇이나 제대로 할까 싶었지 않나. 그런데 어느새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다 아는 유명 인사가 되어버렸으니 어찌 신기하지 않겠어.”
박경수 회장은 감개무량한 시선으로 TV 화면을 바라보았다.
“거기다 이제 우주에 로켓까지 쏘겠다는 놈은 정말 처음 보네. 그 말썽쟁이가 이렇게 전 국민의 관심을 받게 될 줄이야. 하핫, 정말 놀라워.”
말을 듣던 정태규 실장도 머릿속으로 예전 기억을 떠올렸다.
한때 재성이 사고 친 걸 뒷수습 한다고 동분서주하느라 그 역시 고생을 많이 하지 않았나.
아무리 회장님의 피를 이었어도 절대 후계자는 되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젠 오히려 아버지를 까마득히 뛰어넘어 버렸으니 정태규 실장으로서도 감개무량하긴 했다.
“예. 저 역시 지금 작은 회장님의 모습을 보면 놀랄 때가 많습니다.”
“어찌 보면 제일 그룹을 물려주지 않고 따로 계열 분리를 시킨 게 잘한 일인 것 같아.”
박경수 회장은 무릎을 쓰다듬으며 생각하고 있던 것을 털어놓았다.
“물론 녀석이라면 그룹을 맡아서도 잘 이끌어갔겠지. 그건 지금 유니콘 그룹을 보면 잘 알겠어.”
하지만 제일 그룹과 유니콘 그룹 사이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우리 제일 그룹엔 선대부터 내려온 틀과 기존에 자리 잡고 있는 임원들이 있으니 마음대로 뜻을 펼치기가 쉽지 않았겠지. 설령 제 성격대로 치고 나가고 싶어도 주변에 거추장스러운 이들이 많았을 거고 말이야. 하지만 유니콘 그룹은 그런 제약 없이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으니 그게 좋았던 것 같아.”
몇몇 계열사를 떼어주긴 했지만 사실상 스스로 다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말하자면 유니콘 그룹은 재성이 제 맘대로 모든 걸 할 수 있는 놀이터나 마찬가지였다.
“그 차이가 아마 이렇게 빠른 성장의 원동력이 됐겠지.”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던 정태규 실장도 그 말에 동의했다.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하는 박경수 회장의 얼굴은 왠지 후련한 기색이었다.
설령 제일 그룹을 넘겨줬어도 지금처럼 재성이 온전히 제 실력을 발휘하진 못했을 거라 생각하니 미련을 떨쳐낼 수 있었던 것이다.
“골칫거리였던 녀석은 제 몫을 차고 넘칠 정도로 하고 있는데.”
줄곧 기특한 눈빛으로 TV 화면을 보고 있던 박경수 회장이 문득 미간을 찡그렸다.
“막상 기대를 걸었던 놈은 그룹을 망칠 썩은 과일 같은 자식일 줄이야. 정말 세상은 한 치 앞을 모르는 법이로군.”
박경수 회장이 썩은 과일이라고 지칭한 자식이 누군지는 말하지 않아도 분명했다.
“둘째 도련님도 금방 마음을 잡으시겠죠.”
하지만 박경수 회장은 흥, 하고 콧방귀를 뀌며 위로를 날려 버렸다.
“정신을 차릴 놈이었다면 벌써 그랬겠지. 능력도 없으면서 어쭙잖은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걸 보고 알았네. 그놈은 근본부터 아예 썩어빠진 녀석이야.”
박경수 회장은 매섭게 눈을 치켜떴다.
“난 일찌감치 기대를 버렸으니 자네도 그렇게 알게. 나중에라도 몰래 연락이 오면 괜히 내 생각한답시고 받아주지 말아. 아예 그룹에 끼어들 여지를 만들어주지 말란 말이야.”
단단히 이르는 목소리에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박경수 회장이 둘째를 완전히 잘라내기로 독하게 마음먹었다는 게 확실해지자 정태규 실장도 머리를 끄덕였다.
“예.”
어느새 둘째 이야기로 화제가 넘어가 버린 바람에 분위기가 어두워졌다.
“모처럼 좋은 날인데 내가 괜한 이야기를 꺼냈군. 어디 보자, 아직 시간이 좀 더 남았나?”
그러면서 TV로 시선을 돌리니 로켓 발사대를 비추던 화면이 중계 기자 쪽으로 넘어와 있었다.
“이제 발사를 하려는 모양이군.”
현장에 나가 있는 기자가 마이크를 꼭 잡고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있으면 국내 첫 민간 로켓 발사가 이루어집니다. 국민 여러분 다 함께 성공을 기도해 주십시오!]
오른쪽 위의 숫자도 어느새 5분 안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박경수 회장은 손을 꽉 움켜쥐고 잔뜩 긴장한 얼굴로 중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 * *
고흥 나로 우주센터 제2발사대 스타테크놀로지 스테이션(station) 관제실.
긴장된 분위기 속에 수십 명의 관제실 요원들이 분주히 맡은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재성도 발사 1시간 전에 미리 준비해 둔 자리에서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조효준 사장을 비롯한 스타테크놀로지 임원들도 마음을 졸이며 양옆에 앉아 있었다.
[발사 15분 전. 지금부터 자동시퀀스가 시작됩니다.]
“이제부터는 컴퓨터가 발사 절차 전체를 제어합니다.”
이미 설명을 들어서 알고 있었기에 그는 조효준 사장의 설명에 시선을 그대로 초대형 모니터에 고정시킨 채 머리만 끄덕였다.
미리 프로그램 해둔 대로 컴퓨터가 절차에 따라 모든 시스템을 하나씩 차례대로 점검하면서 카운트다운이 이어졌다.
여기서 아주 사소한 문제라도 발생한다면 발사가 중단되는 것이었기에 관제실 안은 극도의 긴장감이 흘렀다.
이미 검증된 로켓이기에 무난하게 성공할 거라 예상하면서도 재성 역시 손에 식은땀을 쥐었다.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고 있자 옆에 있던 권혁재 실장이 말했다.
“꼭 성공할 겁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제야 재성은 너무 긴장해서 주먹을 아플 정도로 쥐고 있던 걸 깨닫고 손에 힘을 풀었다.
“그럴 거예요. 설사 실패한다 해도 다시 발사하면 되는 거고.”
“맞습니다.”
덕분에 여유를 되찾은 재성은 어느새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가 된 권혁재 실장을 보며 마주 웃었다.
어깨에 힘이 빠지니 한결 마음이 편해진 재성은 차분하게 상황을 지켜봤다.
그렇게 억겁 같은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마지막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10. 9…… 3. 2. 1. 0. 발사!]
카운트가 0이 되는 것과 동시에 지축을 흔드는 엄청난 굉음이 울리며 1단 로켓 엔진에서 시뻘건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얼마 있지 않아 육중한 로켓이 새하얀 연기에 휩싸인 채 천천히 발사대를 떠나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지금부터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기에 다들 긴장을 늦추지 못한 채 로켓을 따라 움직이는 주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대기권 진입! 곧 페어링 분리에 들어갑니다!”
관제사의 외침이 있고 얼마 있지 않아 설치된 화약이 안정적으로 터지며 위성보호 덮개인 페어링이 양쪽으로 떨어져 나갔다.
‘나로호 두 번째 발사 때 페어링 한쪽이 떨어지지 않아 실패했었지.’
CCTV 화면을 통해 1차 관문을 무사히 통과한 걸 확인한 재성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고 곳곳에서 작은 환호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아직 성공을 예단하기는 일렀다.
“1단 엔진 정지! 2단 엔진 점화!”
다들 숨을 죽이는 가운데 임무를 완수한 1단 로켓이 떨어져 나가고 2단 로켓 엔진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목표 궤도 진입!”
이제 승패를 결정지을 마지막 순간이었다.
“해모수 1호 정상적으로 분리됐습니다!”
흥분을 참지 못한 관제사의 외침에 일순간 환호성과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넓은 관제실을 꽉 채울 정도로 커다란 함성이었다.
“됐어! 성공이야.”
재성 역시 발사가 성공한 것을 확신하고 양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회장님! 저희가 성공했습니다.”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한 조효준 사장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며 소리쳤다.
“정말 수고 많았어요!”
재성은 조효준 사장의 손을 잡고 말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닙니다. 시작일 뿐이에요.”
“예!”
조효준 사장은 흥분에 겨워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의욕을 불태웠다.
“그럼요, 시작이고말고요.”
그런 조효준 사장의 어깨를 두드려 준 재성은 예정 궤도에 진입한 해모수 1호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형 모니터를 바라봤다.
그때 갑자기 눈앞에 한동안 나오지 않던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메인 퀘스트-엔딩을 위하여
뉴 스페이스 시대 우주를 향해 나아가는 개척자가 되어라!
스페이스 X, 블루오리진, 그리고 버진 갤럭틱까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민간 우주개발 경쟁에 플레이어도 도전장을 내밀고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습니다.
강력한 경쟁자들과의 싸움에서 이겨 뉴 스페이스 시대를 이끌어 나가는 개척자가 되자!
성공 조건:
1. 지구 궤도 우주 정거장 건설
2. 화성 탐사선 발사
3. 10년 뒤인 2023년까지 한정 퀘스트
실패 시: 처음 스타트 지점으로 리셋
성공 시: 명성 500↑
뉴 스페이스 시대의 개척자 칭호 부여
운명을 바꾼 자 칭호 부여
운명의 열쇠]
우주 정거장에 화성 탐사라니?
솔직히 개인이 달성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난이도가 엄청난 퀘스트였다.
게다가 실패 시 주어지는 페널티도 치명적이다.
‘미친 거 아냐?’
지금껏 힘들게 쌓아 올린 게 전부 리셋된다니 기가 막힐 일이었다.
만약 진짜로 스타트 지점으로 되돌아간다면 엄청나게 허무할 터다.
‘그런데 엔딩이라는 말은 처음 보네. 설마 이걸 클리어하면 게임 끝이라는 건가?’
그동안 보았던 퀘스트 창이지만 엔딩이란 단어가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성공 시에 주어지는 보상 역시 평소랑은 달랐다.
칭호는 둘째 치고 대체 운명의 열쇠는 어디에 쓰는 건지 짐작조차 못할 정도였다.
‘어쨌든 또 처음부터 삽질하지 않으려면 무조건 성공해라 이거지.’
재성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눈을 빛냈다.
“내가 못할 것 같아? 멋지게 퀘스트를 달성해 줄 테니까 두고 보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