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조는 어려운 상사였다.
그녀에게 유달리 쌀쌀했던 상사.
뒤에서 말이 나올 만큼 백기조는 그녀에게 매몰찼다.
그의 마음을 짐작할 만한 간지러운 대화 한 번, 비밀스러운 눈 맞춤 한 번 없었다.
"몰랐습니까. 나 서은유 씨 좋아합니다."
그래서일까.
그의 고백에 속수무책으로 흔들렸던 것은.
"기회를 주죠. 딱 한 달만, 상사 말고 남자로."
*
"이상하네요. 내 직감은 틀린 적이 없는데."
기조가 은유를 향해 한 발자국 다가섰다.
"나는 서은유 씨가 나랑 한 번쯤 자 보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는데."
틀립니까.
맞닿은 남자의 눈동자가 먹잇감을 사냥 나온 짐승처럼 빛나고 있었다.
김영한 작가의 장편 로맨스 소설, <어려운 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