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쟁이 따위로 빙의를 거듭하다, 드디어 사람이 됐다.
'흰담비 수인이라니.'
응. 아주 좋아. 짱 세고 짱 예쁘니까!
그런데 곧 죽임을 당할 하찮은 조연,
그것도 악당 가문에 침투한 첩자일 건 또 뭐람?
"이걸 어찌한다. 첩자를 살려둘 수도 없고..."
안돼! 여기서 죽으면 다음엔 쇠똥구리일지도 몰라!
살기 위해 원작의 주요 정보라도 내뱉으려던 찰나.
"아, 내 며느리가 되면 살려주고 싶을지도?"
피도 눈물도 없다는 악당 가문의 며느리가 되었다!
*
그런데 이 집은 며느리가 후계자를 고르는 전통이 있단다.
"네 선택을 받은 놈을 후계자로 세우마."
"아니, 감사한데... 제가 그래도 될까요?"
잘못된 선택으로 망칠까봐 겁이 나긴 하지만...
"애기야, 내가 교황의 뒤통수를 후려쳤을 때도 수습해줬던 것 기억하지?"
"야, 동글. 어차피 날 고를 건데 뭘 망설여?"
"누나... 유리는 누나 말만 들을게요."
나에게만큼은 순한 이 작은 악당들을 보고 있자니
꼭꼭 숨겨둔 속물 근성이 고개를 드는 걸.
나, 은근 권력자 체질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