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라드나이어 기사단장 도베르는 승전 축하 선물로 제 누이와 결혼할 상대를 황실에 요구한다.
“그는 결벽증이 있기로 유명하죠. 누님을 밤새 못살게 굴 일도 없을 겁니다. 여자들은 혼인을 하고 나면 ‘결혼 의무’를 지키는 걸 피곤해한다더군요.”
고민이 깊어지던 날, 시즐리는 브리시프 해변에서 조난된 아름다운 생명체를 만나게 된다.
말도 못 하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종적을 감추더니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그녀 앞에 나타나는데….
“당신과 함께하는 꿈이 악몽이 된대도 좋습니다.”
***
“당신이 말했잖아요. 우리 결혼은 계약일 뿐이라고…. 어쭙잖은 애들 소꿉장난 같은 건 그만두고 제대로 하자고 말한 거. 벌써 잊었어요?”
커티스는 표정을 굳히고 맹렬한 시선으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순진한 얼굴이었다. 저를 상처 입히려는 생각 따위 없는 무해하고 순수한.
그래서 더 화가 났다.
‘…그냥 기억을 지워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