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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화 정사대전 (3) (242/481)


<243화> 정사대전 (3)
2022.05.24.


백대고수와 백팔마인의 격돌.

비록 대반야무상선공의 지원이 끊겼다지만 백대고수 쪽도 한 수는 있었다.

백대고수 중 절반 이상이 구파의 고수들이기 때문이다.

소림, 무당, 아미, 청성, 화산, 종남, 곤륜, 점창, 공동.

그리고 구대문파라 불리는 이들은 하나같이 불가나 도가 계열이었다. 봉문에 들어간 소림이 그중 가장 강력하지만, 나름대로 마기에 상극인 선공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그것을 익힌 것은 아니나, 초절정 혹은 극마라 불리는 경지까지는 조금이나마 마기라는 특수성에 얽매이는 법이니 제법 상대를 할 만하다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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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들은 물러나라! 마광진을 펼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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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물러나라! 백대고수들을 지원하라!”

그들이 앞으로 나서자 나머지 병력들이 뒤로 물러났다. 어차피 근처에 있어봤자 거추장스러울 뿐이고, 그들이 어떤 기습을 하든 저들에게는 닿지 않을 것이 분명했으니까.

대신, 저마다의 방법으로 그들을 지원했다.

마교 측에서는 마광진이라는 진법을 펼쳐 주변에 마기를 퍼트렸다. 백팔마인이 보다 수월하게 마기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익히고 있는 마공의 종류는 조금씩 다르지만, 마기라는 근본은 같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대기 중에 퍼트린 마기는 정파 무인들의 운기를 방해하고, 백팔마인의 내공 회복을 도울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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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전은 마교의 승리군.”

반면 성격이 극명히 다른 이들이 뭉친 무림맹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각 문파끼리 뭉쳐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식이었으니까.

그나마 효과가 있는 것은 제마의 언을 내뱉는 것이었다.

천화가 소리에 대반야무상선공을 담았듯이, 남은 구파의 대부분이 도가 계열이니 도가의 가르침을 담은 제마멸사의 진언을 내뱉어 마기를 흐릿하게 만드는 것이다.

마교는 아군을 강화하고, 정파는 적을 약화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달까?

어째 둘의 역할이 바뀐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중요한 건 결과였다. 누가 이기는가에 따라 역사는 다르게 기록을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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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을까? 저들의 기세가 만만치 않은데.”

두 세력이 가까워지자 설영이 걱정스런 말을 내뱉었다.

무림맹 측에서 일어난 제마의 힘이 제법 강하긴 했지만, 마기의 증폭이 훨씬 컸으니까.

이래서는 영향이 없는 것을 넘어 마인들만 더 강화되고 말 판이었다. 그들 같은 고수의 싸움에서는 작은 차이가 판이한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생각할 때 무림맹이 위태롭게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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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일단은? 머릿수에서는 그나마 조금 앞서니까. 천마놈이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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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게 무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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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시작한다.”

그나마 기대를 걸어볼 만한 것은 백팔마인보다 백대고수의 숫자가 더 많다는 것이다.

총원으로 따지자면 백팔마인이 더 많지만 이곳에 투입된 인원만 따지자면 백대고수 쪽이 더 많았다.

지킬 곳은 더 많지만 한곳에 집중시킨 무림맹과, 지킬 곳은 적지만 다른 위협까지 견제해야 하는 마교의 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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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궁과 야수궁을 무시할 순 없겠지.’

지금 이곳에 북해빙궁과 남만야수궁이 있지 않은 까닭이다.

무림맹에서 이곳에 집결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천화의 의지에 따라 거부하고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무림맹은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지만, 오히려 그것이 마교가 전력을 집중시킬 수 없게 만들었다.

그 두 세력은 각각의 힘만으로 주력이 빠진 마교의 세력들을 지워버릴 수 있을 정도였기에, 이곳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의아하게 여기고 여력을 남긴 것이다.

혹여 역으로 무림맹이 성동격서의 계를 발휘해 자신들의 튀로를 끊으려 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말이다.

어쨌든 그 덕에 무림맹이, 백대고수들이 이득 아닌 이득을 보고 있었다.

백팔마인이 악신처럼 마기를 끌어올리며 부딪쳐 갔고, 백대고수 역시 저마다의 무공을 펼쳐 그들과 마주쳤다.

콰앙! 콰과과과과광!!!

고작해야 이백도 되지 않는 인원의 격돌임에도 벽력이 터지는 소리가 났다.

소리뿐만 아니라 땅거죽이 뒤집히고, 대기가 터져나가며 천재지변에 가까운 피해를 일으켰다.

이미 초인의 경지에 오른 이들답게, 한 수 한 수가 마치 천상 신장과 악귀의 싸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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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쟤 엄청 컸네.”

그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며 천화가 혀를 내둘렀다.

하나하나가 무림에서도 최상위급에 속하는 무인들이기도 하지만 그중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드러내는 이들은 있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그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천화와 설영도 아는 얼굴이었다.

검귀 소운휘.

비형검법에 진천십팔도의 묘리를 가미한 그의 검격은 신묘함 그 자체였다.

귀신같이 보법을 밟아 곁에 나타났고, 하늘을 떨게 만드는 맹렬한 일격이 날아들었으며, 막았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도깨비에 홀린 듯 베이고 있었다.

대체 도왕이, 하오문이 얼마나 영약을 퍼먹인 것인지 내공 수위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게다가 태어날 때부터 영통을 이룬 신령지체답게 상단전도 활짝 개방되어 있어서, 누구보다 뛰어남 오감과 육감을 무기로 삼고 있었다.

이미 초절정의 문턱에 발을 걸친 듯하고, 조금만 더 손을 본다면 초절정을 넘어 화경의 경지까지는 어렵지 않게 도달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녀석이 무공을 익힌 시간을 생각한다면 천화에게도 뒤지지 않는 성장 속도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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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재능충들이란……. 쯧쯧!”

새삼 재능이란 것의 무서움을 느끼며 혀를 차는 천화였지만, 사실 그의 곁에 있는 설영 역시 만만치 않은 재능충이었다.

자신이 이런 세상에서 천하제일을 넘어 고금제일인에 올랐다는 것이 대견스러워질 정도였다.

비록 게임 시스템의 도움을 크게 받기는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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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결판이 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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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저게?”

다시 전장으로 시선을 돌린 천화가 중얼거리자 설영이 동의하기 어렵다는 듯 되물었다.

운휘를 중심으로 백대고수들이 분전하고 있지만 힘의 균형이 무너졌다 이야기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상대에도 초절정의 끝자락에 위치한 고수들은 얼마든지 있었고, 협공과 상호보완 덕분에 호각을 이루고 있는 것이지 개개인의 무력으로만 따지자면 오히려 무림맹의 고수들이 약간은 부족한 실정이었다.

그런데 결판이 난다? 대체 어떻게?

천화는 누구의 우위를 점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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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는 것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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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 시간?”

그리고 잠시 후, 천화의 말대로 전황이 급격히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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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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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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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천뇌검이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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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천성검협! 믿고 있었다구!!”

자잘한 상처를 서로 입고 입히기만 할 뿐, 결정적인 타격을 주지 못하던 이들이었지만 몇몇의 백대고수가 마인들을 참살하며 힘의 균형을 깨뜨린 것이다.

그러자 전황이 급변했다.

백팔마인은 속절없이 쓸려나갔고, 기세가 오른 백대고수들은 자신의 전력을 펼쳐 주어진 기회를 잡았다.

그렇게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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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저기……!!”

그렇게 앞으로 나섰던 백팔마인 중 십여 명이 순식간에 쓰러졌을 때, 허공을 날아 어떤 것이 떨어져내렸다.

쿠웅!!!!

뒷짐을 진 채로 땅에 내려선 그의 발걸음에 대지가 출렁거리고, 달려들던 백대고수들이 일제히 튕겨져나갔다.

개중에는 내상을 입고 피를 왈칵 토하는 이들까지 있을 정도였다.

천마군림보.

후방에서 그들을 지켜보기만 하던 천마가 직접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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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나시오!!”

설마하니 그가 직접 나설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는지 무림맹의 대처가 늦었다.

급히 십대고수에 해당하는 이들이 몸을 날려 보지만, 그들을 슥 쳐다본 천마가 자신을 검을 들어올렸다.

가로로 가볍게 휘둘러 그들을 제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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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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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천마검을 좌에서 우로 그었을 뿐이건만, 세상이 반으로 쪼개지는 것과 같은 착각과 함께 막대한 공력이 쏟아졌다.

화경에 이른 고수들이 황급히 자연지기를 모아 대항을 하고서야 겨우 막아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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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제법이군.”

일검을 막아낸 충격파만으로도 몸이 찢기고 짓이겨진 무인이 수백이다.

인간 같지 않은 무위를 드러낸 천마의 기백에 모두가 할 말을 잊었다.

천마 혼자서 전장의 한가운데에 나타났으니 기회라고 볼 수도 있었지만, 다른 화경의 고수들 역시 감히 그에게 덤벼들지 못하고 머뭇거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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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퇴각하라.”

그 사이, 천마는 마교도들에게 퇴각을 명령했다.

천마의 명과 함께 뒤로 물러서있던 마인들이 썰물 빠지듯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무림맹의 수뇌들을 눈앞에 두고 퇴각하는 것이 불만스러울 만도 하건만, 천마의 명에 절대 복종하는 모습이었다.

이것이 마교의 두려운 점 중 하나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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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시선을 돌린 천마가 저 멀리 어딘가를 주시했다.

정확히 천화와 눈을 맞추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무림맹의 무인들을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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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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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 쫓아라! 놓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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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하라! 놈들을 격살해라! 빠져나가게 두어서는 안 된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무림맹의 간부들이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천마의 기백에 밀려 대응이 늦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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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앙복.”

콰과과과과광!!!

하지만 그조차 천마에게 가로막혔다.

막대한 진기를 쏟아부은 천마의 일격에, 선두로 달려들던 무인 수백의 몸이 단숨에 터져나갔다.

만마를 다스리는 천마의 위엄 앞에 단 한 명도 앞으로 나설 수 없었다.

휘익!

그 힘을 뿌려냄과 동시에 뒤로 물러서는 천마.

이걸 쫓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무림맹주와 수뇌들은 잠시 고민했지만 이것은 기회였다.

천마의 무위가 상상 이상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반대로 그가 진기를 소모한 지금이 기회인 것이다.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지만 분명 상당한 진기의 소모가 있었을 테고, 마인들의 상황 역시 좋지 않으니 무리가 되더라도 지금 추격하여 최대한 수를 줄여놓는 것이 중요했다.

놈들이 이대로 물러나 힘을 회복하고 재정비를 마친다면 다시 힘든 싸움을 시작해야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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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아라! 허장성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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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추격하여 끝장을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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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따르라! 내가 앞장 설 것이다!!”

결정이 내려지자 무림맹도 빠르게 놈들을 뒤따랐다.

이대로 결착을 짓는다. 결착이 나지 않더라도 적의 주력을 갉아먹는 것쯤은 충분히 가능할 터였다.

그렇게 판단을 하고 추격전을 시작했다.

천마도 더는 힘을 빼기 어려웠는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물러나고 있었고, 이쪽 역시 화경의 고수들을 앞세워 추격을 시작했기에 잘하면 생각보다 쉽게 정사대전을 끝낼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에 부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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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가자.”

그런 그들의 뒤를 천화가 쫓았다.

곧 기회가 올 테니까.

천마는 이대로 패할 만큼 약하지도, 아둔하지도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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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안 거야? 마인들이 약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천화와 설영은 흑우를 타고 그들을 쫓았다. 아니, 정확히는 마치 그들이 향할 방향을 알고 있다는 듯 지름길로 흑우를 인도하는 천화 덕분에 무림맹을 앞질러가고 있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속도를 붙이고 나자 설영이 물었다.

천화는 어떻게 전황이 뒤집어질 것을 안 것일까? 그리고 제한 시간이라는 것은 대체 무슨 말일까.

설영도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었다.

‘마인들이 약해졌다’는 말을 하고 있었으니까.

마인들은 접전 끝에 죽임을 당한 것이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그들이 가진 기운이 사그라들면서 허점을 드러내 죽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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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진기를 끌어다쓰는 마공들은 지속시간이 뻔하거든. 어떻게든 초절정의 흉내를 내긴 했지만, 흉내로나마 그 정도 힘을 발휘할 정도라면 본래의 경지도 최절정급은 되어야 할 테고, 그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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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연기였던 건가?”

백팔마인은, 아니 적어도 백대고수에게 격살당한 백팔마인은 진짜가 아니었다.

선천진기를 끌어올려 일시적으로 경지를 끌어올리는 특수한 마공을 익힌 마인들에 불과했다.

그들이 무리를 해가며, 목숨을 던져가며 백팔마인의 행세를 했고 무림맹을 속이는 데 성공했다.

무림맹도, 어쩌면 그들을 상대한 백대고수들 정도는 이상함을 느끼고 있겠지만, 백팔마인을 직접 목도한 적이 없으니 심증뿐이겠지.

수상하기 짝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속을 수밖에 없는 설계였기에 쫓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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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것도 함정이라는 소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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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겠지?”

그렇다는 것은, 이 퇴각 역시 함정이라는 뜻이었다.

그들이 퇴각로 어딘가에 매복이 있을 수도, 혹은 이들의 시선을 끄는 사이 남겨둔 마인들이 중원 어딘가에서 사건을 꾸미고 있을 수 있었다.

그것이 걱정되었는지 설영의 표정이 안 좋아졌지만, 천화는 크게 대꾸하지 않고 흑우를 달려 어딘가로 향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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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쯤일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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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그렇게 한참을 달려 흑우가 도착한 곳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매복을 하기에도 적당하지 않은 평지의 연속이었고, 그렇다고 숨을 곳이 많다거나 진법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대체 이곳에서 무엇이 일어난다는 소리일까?

의아해하는 사이, 마교의 후미가 그곳을 지나쳤다.

그 뒤를 쫓아 무림맹의 무인들이 빠르게 이동했고, 신법의 속도가 떨어지는 마인들을 조금씩 갉아먹으며 기세를 올렸다.

콰아아앙!!!

그리고 무림맹의 후미가 그곳을 지나갈 때쯤, 폭탄이 터진 것 같은 폭발과 함께 무언가 땅속에서 솟구쳐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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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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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 천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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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마……! 컥!”

천마와 십마.

그들이 땅속에 숨죽이고 있다가 한순간 튀어오른 것이다.

가장 후미에 머무르며 마교를 쫓던 무림맹의 수뇌부를 잡기 위해서.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선두가 멈춰서고, 십대고수와 백대고수가 일제히 방향을 돌려보지만 너무 늦었다.

마인들 역시 기다렸다는 듯 방향을 바꾸어 그들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고, 천마를 위시한 마교의 정예가 망설임 없이 무림맹의 수뇌부를 향해 들이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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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군. 가자, 정사대전을 끝내러.”

그와 함께 천화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흑우를 전력으로 달려 천마와 무림맹주를 향해 짓쳐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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