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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화 탐식의 왕 (2) (479/481)


<259화> 탐식의 왕 (2)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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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쪽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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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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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쪽은 분명…….”

마라혈교의 길잡이를 따라 이동을 시작한 천화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안내하는 방향은 일전에 방문한 바 있는 포달랍궁의 본거지와 반대 방향이었으니까.

포달랍궁은 대막의 남쪽에 위치해 있었지만, 그들이 향하는 곳은 북쪽이었다.

그리고 그가 알기로 대막의 북쪽에는 또 다른 세외 사궁 중 하나가 위치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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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태양궁이 넘어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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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불행히도.”

대막태양궁.

태양신을 모시는 광신도 집단이자 강력한 무력 단체가 괴이들의 손에 떨어졌다는 뜻이었다.

다른 무언가를, 설령 그것이 마신이라 할지라도 믿음을 고칠만한 놈들이 아니다.

광신도가 괜히 광신도가 아니니까.

이름도 괜히 태양궁이겠나? 당장 길에서 만나도 태양만세를 외치며 양발을 붙이고 두 팔을 좌우로 넓게 펼쳐 열 십(十)자를 만들어보이지 않는다면 이단이라 소리치며 달려드는 미친놈들인데, 괴이 따위를 모신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무신지로에서, 천화가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 태양궁의 광신도들 중 단 한 명이라도 개종을 한 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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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포섭된 것이 아니라 지배당했다고 보는 것이 옳겠군요. 인간의 형태는 유지하고 있으나,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눈에 초점이 없고 파괴와 살육만을 일삼고 있습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저희로서는 상대하기가 버거워 버티거나 도망치는 것이 고작일 정도입니다. 그들이 신전으로 쳐들어오지 않은 것을 감사해야 할 만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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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그놈들이 세긴 하지.”

제사장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었다.

포달랍궁이 태양궁과 같은 대막에 자리잡고 오랫동안 버틸 수 있던 것은, 그들이 굳이 대막을 지배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이니까.

그만큼 개개인의 무위로만 따지자면 대막태양궁은 구파일방 이상의 것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놈들이 포달랍궁의 술법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면, 확실히 보통 일은 아니다.

괴이가 아니라 포달랍궁과 태양궁의 힘만으로도 능히 중원 침공을 도모해 볼 수 있을 테니까.

더불어 그들이 사용하는 무공이나 술법은 중원 무림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이어서, 방심하다가는 비슷한 무위를 지녔더라도 한순간에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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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한술 더 뜨는군.”

때문에 이번만은 천화와 설영도 살짝 긴장했다.

그들 중에는 분명 화경급의 고수들도 제법 많았고, 그런 자들이 다수가 나선다면 설영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천화가 나선다면 정리가 되겠지만 어느 정도 힘과 심력의 소모는 어쩔 수 없었다.

거기에 만약 탐식의 왕이라는 놈이 가세한다면?

정말 힘든 싸움이 될 수 있었다.

어차피 마라혈교의 교인들까지 지키면서 싸울 생각은 없지만, 이들의 전멸쯤은 각오를 하고 싸워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걱정을 하는 사이, 태양궁의 본성이 가까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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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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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좀비야, 뭐야?”

대막태양궁의 성문은 그들을 맞이하듯 활짝 열려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도 환영 인파가 가득 몰려 있었다.

서로를 인식하지 못하는 듯, 툭툭 몸을 치고 다니기도 했지만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고 오직 맛이 간 눈깔만을 한 채 적의를 퍼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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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하십시오. 이 이상 가까이 가면 공격해올 겁니다.”

이미 붙어본 경험이 있는지 제사장이 긴장한 목소리로 주의를 주었다.

이미 인간이라 할 수 없는 그들의 능력은, 아마도 원래보다 더 강력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저마다 수법을 펼치기 위해 준비를 했다.

인지 거리에 한계가 있다면, 선빵은 이쪽의 몫이 될 테니까.

천화와 설영의 허락을 기다리듯 힘을 끌어모으면서도 눈치를 보는 제사장에게 고개를 끄덕거려주자 이내 끌어모은 힘이 유형화된 무언가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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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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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지옥의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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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라지망!”

마라혈교의 자랑인 술법들이 연쇄적으로 펼쳐졌다.

일부는 하늘에서 불덩이를 소환하여 떨어뜨렸고, 일부는 그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놈들과 자신의 사이에 개미지옥을 만들어냈으며, 또 일부는 피의 안개를 펼쳐 그들을 막았다.

피 안개를 바늘처럼 바꾸어 그 안으로 뛰쳐들어온 놈들의 전신 요혈을 찔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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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아아악!!!”

괴수처럼 울부짖는 놈들이 즉시 반응해 달려오다가 쓰러진다.

술법이 제법 먹혀들어가는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놈들은 고작 몇 놈에 불과하고, 이쪽은 그 배 이상이 힘을 발휘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남는 장사라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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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태양을 믿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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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츠츠츳!!!

그리고 그조차 오래 가지는 못했다.

하나둘 쓰러져 가던 놈들 중 하나가 소리치자, 놈들의 몸 안에서부터 검은빛이 뿜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와 동시에 마라혈교의 고수들이 펼친 술법들을 밀어냈다.

술법을 이루는 자연지기의 배열을 깨뜨리며 무력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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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무단은 나서라!”

하지만 그조차 예상했다는 듯, 표정을 굳힌 제사장이 소리를 지르자 마라혈교의 고수들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술법이 유명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무력이 약하다는 뜻은 아닌 것이다.

그들이 붉게 물든 도를 휘두르며 맞서갔다.

그 위로 강체술이라 불리는 술법가들이 일으킨 강화의 술법들이 덧씌워졌고, 흉성을 드러내며 덤비는 태양궁의 무인들과 호각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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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걸 비비네.”

강체술의 윗단계인 강신술은 써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강체술만으로 호각을 이루는 것을 보니 마라혈교의 힘도 생각보다는 약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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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흠. 아쉽지만 구경은 여기까지 해야겠군.”

흥미롭게 그들의 전투를 지켜보던 천화의 표정이 어느 순간 변화했다.

태양궁의 안쪽에서 느껴지는 도발적인 기운을 읽은 것이다.

마치 자신에게 얼른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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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먼저 들어가지. 따라 올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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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맡겨주십시오. 어떻게든 길을 뚫고, 기어서라도 쫓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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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영,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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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어떤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걸 마다하면 천화가 아니지.

천화는 제사장에게 말을 던지고, 즉시 몸을 날렸다.

아직 성문에는 정신 나간 태양궁의 무인들이 좀비처럼 서성이고 있었지만 그런 것을 상대해줄 시간 따윈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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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우! 흑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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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웃!!!”

즉시 흑우를 소환해 올라타자 녀석이 얼음의 몸을 발현하며 거칠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곳으로 오는 동안 새로 습득한 돌진 기술인 흑유성까지 사용하자 태양궁의 무인들도 감히 녀석을 막아서지 못했다.

막아서면 몸뚱아리가 여섯 조각으로 쪼개져 터져나갔고, 대부분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멍하니 서서 고개만 돌릴 뿐이었다.

일부는 따라오지만 일부는 다시 한 번 광역 술법으로 시선을 끈 마라혈교의 무리들에게 달려갔다.

과연 그들을 모두 감당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으로 마라혈교는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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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긴가.”

그렇게 성안으로 달려들어가자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거대한 탑이었다.

자신들을 유혹하고 도발하는 힘이 흘러나오는 것은 그 탑의 꼭대기였고, 층층마다 중간 보스쯤이라도 되는 것인지 제법 강한 힘을 지닌 괴이들이 버티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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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고 있네. 영화 찍냐?”

하지만 천화는 콧방귀를 뀌었다.

굳이 놈들의 장단에 맞춰 놀아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

흑우의 옆구리를 가볍게 두 번 차자 녀석이 길게 울부짖으며 색다른 길을 선택했다.

투다다다다다다-

탑의 외부를 타고 수직으로 솟아오르듯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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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문으로 다닐 필요는 없잖아?”

게임이나 소년 만화에서나 각 층을 격파하며 오르고 또 성장해나가는 것이지, 행동 제약이 사라진 지금까지 그럴 필요는 없었다.

이미 신법이라면 초절정의 고수, 그 이상이라 할 수 있는 흑우였기에 그대로 탑의 외벽을 타고 오르며 단숨에 꼭대기에 도달할 수 있었다.

아예 천검무한을 일으켜 탑째로 갈라버리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굳이 최종 결전을 앞두고 힘을 뺄 필요는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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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몸 등장!!”

설영과 함께 도약하며 흑우를 역소환하는 것으로 마무리.

단숨에 탐식의 왕이 있는 층으로 도착한 천화가 창문을 넘어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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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봐라?”

가뿐하게 안으로 들어선 천화는 즉시 내부를 살폈다.

옥좌에 앉아있는 한 인물을 흥미롭게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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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달랍궁주가 왜 여기 있어? 태양궁주랑 탐식의 왕이라는 놈은 어디 있지?”

옥좌에 앉은 것은 다름 아닌 포달랍궁의 궁주였다.

해골처럼 비쩍 마른 몸뚱아리만 봐도 알 수 있을 만큼 특이한 몰골을 한 놈이었기에 틀리게 기억할 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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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이구나, 대적자여. 내 아이들이 생각보다 빠르게 무로 돌아간 것도 바로 네놈의 짓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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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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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화. 저거……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뜬금없는 소리를 내뱉는 포달랍궁주의 말에 설영이 반응했다.

혈마기를 이용해 살펴보니, 인간이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너무 강력하다거나 하는 이유가 아니라, 기질 자체가 달랐다.

인간이 낼 수 있는 생명의 파장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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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뭐냐?”

그 말에 뒤늦게 놈을 깊이 살핀 천화의 눈빛이 스산해졌다.

설영의 말처럼 놈이 자신이 알던 포달랍궁주가 아님을 깨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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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누구일 것 같으냐?”

감히 자신을 앞에 두고서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짓는 놈을 고깝게 바라본 천화가 품에서 작은 동경을 하나 꺼냈다.

놈을 비춰보자 인간이 아닌, 악마 같은 형상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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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다면 알려주지. 나는 모든 존재이며 그 누구도 아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나의 권속이며 나는 그 속에서 영원히 사는 존재이다.”

그제야 녀석도 숨길 생각이 없다는 듯, 자신을 드러냈다.

비루한 몸뚱아리가 뒤틀리며 인간의 그것이 아닌 것 같은 형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팔다리는 길고 몸뚱아리는 짧은, 괴상쩍은 몰골에 잠자리 같은 투명한 날개까지 붙었다.

지금까지 본 괴이들 중 가장 무림과 어울리지 않는 외형을 지닌 괴물이 누군가의 두개골로 만든 지팡이를 들고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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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중2냐? 잘하면 흑염룡도 소환하겠네.”

그 괴이한 모습에 설영은 긴장했지만, 천화의 대처가 남달랐다. 이 세계의 인물들에게야 낯선 모습이지만 그는 고인물이니까.

고인물쯤 되려면 한 가지 게임을 오래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러 게임을 섭렵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했기에 마냥 낯설지만은 않았다.

무언가와 똑 닮았다고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악마족이라 불리는 놈들 중에는 저와 비슷한 몰골을 지닌 놈들이 꽤 있었다.

오히려 더 괴상망측한 놈들도 많았으니 저 정도는 약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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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유가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 보자꾸나.”

파르르륵-!!

예상과 다른 천화의 반응에 놈도 살짝 당황한 듯싶었지만, 곧장 실력 행사에 들어갔다.

투명한 날개를 파르르 떨자 엄청난 진동이 일어난 것이다.

단순히 떨기만 한 것이 아니라 셀 수 없을 만큼의 날갯짓이 찰나에 일어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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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나도 할 줄 알지!”

쿠웅!

하지만 그 정도에 밀릴 천화가 아니다.

즉시 발을 굴러 응수하자 거대한 파동이 일어나 상쇄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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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허나 그 후폭풍이 만만치가 않다.

서로 결이 다른 파동이기 때문인지 잔잔하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탑 전체를 뒤흔드는 충격을 만들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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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두 번만 부딪혔다가는 폭삭 내려앉겠네. 어딜 가나 부실 공사가 문제라니까!”

그런 탓일까? 지진 같은 충격이 잦아든 이후에도 천화와 놈은 쉽게 서로에게 덤벼들지 못했다.

탑이 무너진다 한들 깔려 죽을 만한 위인들은 아니지만, 이런 상황이면 제대로 힘을 쓰기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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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건 나만의 착각이었나? 튀어!!”

콰과과광!!!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놈이 해골 지팡이를 크게 두 번 내리찍었다.

그와 동시에 주변의 자연지기가 뒤틀리며 엄청난 폭발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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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라라라랏!!!”

황급히 몸을 빼내며 폭발의 충격을 밀어내는 천화와 설영.

다행히 일찍 반응한 까닭에 피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지만, 문제는 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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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간다아!!!”

쿠르르르르릉-

첫 번째 격돌을 간신히 버텨낸 탑이 와르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분명 그 안에는 자신의 수하라 할 수 있는 놈들이 들어있을 텐데도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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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 좋아. 깽판이라면 또 자신 있지!”

탑을 무너뜨려 수많은 이들을 매몰시킨 주제에 자신은 오만하게 하늘을 날아 떠오르는 놈을 보며 천화가 기세를 피워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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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영, 주변 정리를 부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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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금방 끝내고 도와줄 테니까 잠시만 버텨!”

놈이 끝판왕이라면 더 이상 힘을 아낄 것도 없다.

이미 사방이 괴이들 천지라면 조심할 필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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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천검, 제삼초.”

그렇다는 것은, 전력을 다해 모조리 쓸어버리더라도 거리낄 것이 전혀 없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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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검.”

천화가 천마에게도 다하지 못했던 전력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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