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화 〉나 강한성, 자본에 굴복하다. (14/99)



〈 14화 〉나 강한성, 자본에 굴복하다.

다연이는 생각보다도 잘 먹는다.
부잣집 꼬맹이 아가씨라고 해도  앞에서는 무너지다 보다.

"맛있어?"
"네!"
"다행이네~"

아빠는 나에게서 보지 못한 모습을, 다연이를 통해서 대리만족이라도 하려는지, 다연이를 많이 예뻐했다.
나는 젓가락질을 하며, 잘게 잘린 햄을 집었다.
밥을 먹은 뒤, 식곤증이라도 있는지 졸고 있는 다연이를 품에 안은 아빠.
다연이를 집으로 데려다주면서 토끼 인형을 다연이네 집에 선물하고 돌아왔다.

"시윤아 씻어야지."
"응."

아빠는 내 옷을 벗긴 뒤, 씻겨주기 시작했다.

"흐...  온도가 좋구나~"
"그러십니까? 공주님, 더 필요한 건 없으신지요."

아빠는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그래, 머리가 간지러운 것 같으니, 로열 샴푸를 쓰자꾸나."
"예이~"

나는 아빠를 놀아주면서 샤워를 끝내고, 혼자서 잠옷을 입은 뒤, 침대 위에 올라갔다.
어두운 방에서 내가 핸드폰을 만지고 있으니, 아빠가 말했다.

"딸? 불 끄고 핸드폰 보면,  나빠져"
"이거 봐봐."

아빠는 나를 품에 안고는  샴푸 냄새를 맡으며, 내가 보여주는 핸드폰을 봤다.
내가 찍은 사진에 대한 댓글이 가득했다.

- 지호의 딸인가요?!
- ㄴㄴ 아역 배우라는데요?
- 윗분 지호랑 시윤이, 같이 찍힌 사진이 몇 갠데, 소문 느리시네
- 다 필요 없고, 진짜 너무 예쁘다...
- 아빠랑 엄마 생각하면... 킹정.

아빠가 내 칭찬에 웃으면서 댓글을 읽어갈 때, 아빠를 보고 말했다.

"내일 자장면."
"자장면 먹고 싶어?"
"응."
"시윤이 먹어본 적 없잖아."
"그래서, 먹고 싶은 거야."

아빠는 내가 먹어도 되는 음식인지, 빠르게 검색을 했다.
잠시 고민을 하던 아빠, 일어나더니 냉장고를 확인하고 돌아온다.

"아빠가 만들어줄까?"
"귀찮아. 시켜 먹자."

아빠는 웃으면서 침대 위로 조심히 올라왔고, 나를 꼬옥 안았다.





다음날 아침, 침대 위로 올라온 베타가  얼굴을 핥았다.

"하암..."

내 기지개로 인해서, 눈을 뜬 아빠.
잠시 로딩중인지, 앉아서 알파를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다.

"시윤아 탕수육이랑, 만두도 먹어볼래?"
"응."

아빠는 복근이 보이도록 배를 긁으며, 전화기 대신 인터폰을 들었다.

"...?"

이 아파트에는 중국집도 있나 보다.
 분 지나지 않아 도착한 중국집.

"현금으로 계산할게요."

아빠는 가위를 가져와서 자장면을 4등분을 한 뒤, 내 자장면을 비벼주기 시작했다.
나는 익숙했던 자장면의 맛이 날줄 알았지만, 훨씬 풍미가 깊었다.
내 동그랗게 떠진 눈을 보고 웃는 아빠.

"맛있어?"
"응."

나는 내 손보다  탕수육을 집었다.
어느새 집게와 가위를 가져온 아빠는 내 손에 들린 탕수육을 뺏었다.
그리고 다시 작게 잘라주는 아빠, 나는 잘게 잘라진 탕수육을 먹었다.

"허업."
"왜 그래?!"
"너므 마이어."
"아하핳"

쫀득한 식감이 내가 알고 있는 탕수육이 아니었다.
엄청난 육즙을 머금고 있는 탕수육.
무엇보다, 아빠가 해준 음식은 간이 싱거웠기에  맛있게 느껴졌다.

"밥 먹고, 다연이랑 수영하러 갈래?"
"다연이가 수영 하재?"
"응."
"역시 아기는 귀찮구먼..."
"시윤이도... 아가인데?"
"응ㅡ애."






수영복을 입고 있는 이진석은 김선화의 아파트 사랑을 인정하게 되었다.
물에서 턱을 괸 채, 창밖을 바라보는 이진석.

"와... 뷰가 쥑이네~"
"...?"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옆을 바라본이진석, 옆에서 나는 이진석과 같은 자세로 물속에서 한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딸을 찾는 듯한 눈빛으로 뒤를 본 이진석은, 다연이와 정연이가 김지호랑 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모습만 지켜봤을 때, 나는 이진석의 딸 같았고, 정연이와 다연이가 아빠의 자식 같았다.
나는 이진석의 딸이라는 것에, 더욱 어울리는 분위기를 풍기기에.

"....."

나를 쳐다보는 이진석.

"들어줘요. 밑에 안 보여."
"...어? 그래..."

 말에 잠시 나를 보던 이진석이 나를 들어줬다.
한강을 따라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들.

"세상 참 좋아졌네~"

이제 6살을 바라보는 꼬맹이의 입에서 나온 말에, 이진석은 자신이 '잘못 들었나?'라는 표정을 지었다.

"...?"

나는 이진석의 팔위에서, 현란하게 백 덤블링으로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전에 엘리베이터에서 봤던 여학생에게 잠수해서 다가갔다.

"여어~ 히사시부리."

갑자기 물속에서 튀어나온 나를 보고는 물안경을 벗는 여학생.

"...어? 안녕! 시윤이지?!"

여학생은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다가, 아빠를 발견했는지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꺅. 지호 오빠, 너무 잘생겼어."
"...?"

아빠는 자기를 쳐다보지도 않는데, 갑자기 머리 정돈을 하는 여학생.

"우리 엄마 하려고요?"
"...에이... 할 수만 있다면...?"
"...?"

아빠는 다연이와 놀아주다가, 나를 찾기라도 하는지,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나를 발견하고 안도의 숨을 쉬는 아빠, 여학생의 부끄러워하는 인사에,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주었다.
그리고 아빠는 이진석에게 다가가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모습을 발견한 나는 여학생에게 인사했다.

"쟈~네"
"응, 시윤아  가~"

나는 물속에 잠수를 해서 아빠와 이진석 둘 사이에서 올라왔다.

"깜짝이야."

정말로 놀란 아빠가, 나를 쳐다보았다.

"올 블루에 관한 대화중이었죠?"
"".....""

아빠도 올 블루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현재 대한민국은 2020년이 되었다.
그리고 C-19가 한국에서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다.
해외로 나가지 못해, 우리의 호주 여행은 취소가 되었다.

"아빠도 낚시 좋아해?"
"그러엄~ 시윤이 할아버지도 엄청 좋아하지."

나는 아빠의 새로운 취미를 알게 되었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저도 가고 싶었는데..."
"갈 수는 있겠지만... 나도 공인인지라... 정말 아쉬워... 동생."

정말로 기대하던 여행,
그런 낚시여행을 못 가게 되자 둘은 정말로 아쉬워했고,
이미 주문한 낚시 장비들을 못 쓰게 돼서, 허무하게 쳐다보던 아빠였다.

"하아... 문제는 항상 중국에서 나오네요."
"이번에 중국에 투자한 우리도 타격이 크다..."

아빠는 실망하고 있는 이진석을 바라보았다.

"아, 그렇겠네요..."

아빠는 고졸이었기에음악 말고는 잘 모를 줄 알았는데, 서로 대화가 잘되고 있었다.
나는 다시 잠수를 하며, 김선화에게 다가갔다.
안정을 취하려는지, 푹신한 의자에 앉아있었다.
나는 튀어나온 배를 보며, 김선화에게 물어보았다.

"이름이 뭐예요?"
"아직 안정했는데, 다음 주에 정연이 할아버지가 지어주기로 했어~"

나는 아직 형태만 갖춘, 아기가 들어있는 김선화의 배를 바라보았다.

"시윤이가 돌봐줘야돼~"
"정연이 있잖아요."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온 다연이가 나에게 말했다.
머리를 묶고, 튜브를 끼고 있는 다연이는 솔직하게 귀여웠다.

"오빠라고 해야 돼, 나랑 시유니보다 나이가 많아!"
"초등학교 가면 오빠라고 말할게~"

갑자기 정연이, 뒤에서  손을 꾹 쥐었다.
김선화는 아직 나에게 대답을 못 들었다는 듯이, 내 눈을 바라보았다.

"흠... 다연이처럼 착하면요."
"호오... 밑밥을 깔고 가시겠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다이버가 뒤로 잠수를 하듯이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물에몸을 띄우며, 수영을 해서 다시 창가로 다가갔다.
아찔하게 높은 상공에서 수영을 하고 있으니,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 건물이 내 거라니...'

아직도 자신이, 플래티넘 수저라는 것에 감격하는 시윤이다.


2020년 2월, C-19로 인해 유치원은, 어머니들의 상의 하에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서 잠시 휴원을 선택했다.
나는 JSM 본사에서, 아빠에게 물어보았다.

"왜 마스크 써야 돼?"
"안 쓰면 위험해~"

아빠의 품에 안겨서, 온도를 체크하고 작업실로 가고 있던 중 정면에서 걸그룹이 다가왔다.
'옴마... 엄청나네'

솔직한 내 기준으론, 5명  3명은 지은이보다 압도적으로 예뻤다.
거의 엄마를 처음 본 것만큼.

"선배님 안녕하세요!"

아빠는 이들의 인사를 자연스럽게 받았다.

"시윤아! 너무 예쁘다!"

나는 미인들의 관심을 무시하기 힘들었지만, 인내력을 가지고 손을 대충 흔들었다.
이런 식으로 반응하면, 더욱 다가오기에...
예쁜 여성만 보면 나오는, 내 손동작에 아빠가 피식 웃었다.
아빠는 압도적인 외모를 가진 멤버들중, 가장 예뻐 보이는 여성에게 말했다.

"지수야 연습은 끝났고?"
"그럼요! 선배님이 주신 노래, 진짜 대박..."

옆에서 다들 끄덕이고 있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워터멜론 차트 10위권을 달리고 있는 아빠와 내가 부른 노래.

너튜브의 조회 수는 벌써 9억이 넘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한 명의 여성이, 자신의 가방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이거 시윤이 줘도 돼요?"

아빠가 반응하기 전에 내가 작은 손을 펼치며, 눈을 맞추고 끄덕였다.

"줘."

하지만, 내 반응에 웃기만 할 뿐, 아빠를 쳐다보는 여성.

"응응, 줘도 돼"

내 손에 처음 보는 사탕이 쥐어져 있었다.

"호오..."

내가 아빠에게 건네자, 아빠가 입으로 뜯어서 줬다.
사탕을 입에 가져가자, 8개의 눈동자가 초롱초롱해진다.

"...왜?"

입안에 사탕을 넣자, 한쪽이 볼록해진 내 얼굴을 보며, 안절부절못하는 이들.
나에게 사탕을 준 여성이 말했다.

"시윤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그렇지~"
"보지 마, 부담스러워."
"".....""

아빠는 웃으면서 말했다.

"시윤이가 단순한 단어 다음으로, 가장 먼저  말이'부담스러워'라서..."
"우와... 얼마나 시선을 많이 받았으면..."
"저렇게 예쁘면 부담스러울 만하지."

그러면서 나를 더욱 뚫어지게 쳐다보는 이들.

"...부담스럽다고."
"".....""
"와... 말 되게 잘한다..."

이 걸그룹과 우리가 우연히 만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빠의 작업실을 따라오는 이들.
나는 지수의 무릎에 앉았다.

"맛있어?"
"응."


나를 안고 있는 지수의 몸에 등을 기대니, 몸의 온기가 등을 타고 전해졌다.
'와...'

극한의 인내력을 발휘하며, 표정관리를 하고 있었지만,
향수인지 샴푸인지... 살 냄새인지 모를 지수의 향기가 내 정신을 흔들었다.
표정이 점점 퍼지고 있는 나를 보던 멤버들이 말했다.

"선배님, 시윤이는 잘  웃나 봐요."
"시윤이? 예쁜 사람이랑 있을 땐 원래 잘  웃어."
""...네?""

안에서 한 명씩 노래를 부르고 있는 이들.

"지수 이모, 이름이 뭐야?"
"응? 아, 이모 친구들?"
"응."
"리제, 채영, 유아, 은정이야."

그때 계속해서 힐끔힐끔 나를 쳐다보던, 가장 어려 보이는 유아가 말했다.

"시윤아, 누가 제일 예뻐?"
"나?"
"오... 그러네."

내 대답에 갑자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유아.
'그러네는 무슨...'

"채영 이모."
"응?"
"성이 뭐야?"
"전 씨인데?"
"전 씨는 안 좋은데..."
"".....?""
"자기소개 하는 거 같잖아."
"...?"
"전, 채영이에요! 아하핰"
"".....?""

 개그코드를 알고 있는 아빠만이, 이마를 만지며 고개를 저었다.
근데  뒤에서, 피식거린 지수가 나에게 질문했다.

"일본어로 칼이 맛있으면?"
"맛없던데?"

칼 밥을 먹어봤던 나는 정색하며 말했지만, 내 표정은 지수의 다음 말로 인해 버티지 못했다.

"와~카리 마시타!"
"어엌?"

이런 것에 웃었다고 자존심이 상해하는 시윤이지만,
시작되는 지수의 멘트로 인해서, 작업실은 시윤이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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