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5화 〉(외전)Zombie. (45/99)



〈 45화 〉(외전)Zombie.

민지와 지성은 철창 안에 묶여있었으며, 곽인구 일행이 다가가자 임정혁이 말을 해놨었는지 근무를 서고 있던 상병이 풀어주었다.
자고 있는 가인을 발견한 둘.

"와... 자고 있으니까 다른 아이들과 다를 게 없네요..."

임정혁이 있는 방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주변을 둘러보는 이들.
아이들은 뛰어놀고 있었으며, 아이들을 돌봐주는 노인과 여성, 그리고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었고 물건을 나르는 몇몇의 남성들도 보였다.
밖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나무들의 보호 하에 펼쳐지고 있었고, 이곳은 평화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줬다.

"세상에... 아이들이... 있긴 하네요."

하지만, 곽인구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사람의 숫자에 눈살을 찌푸렸다.
임정혁이 말한... '안에서 벌어졌던 일' 이란 것을 생각했다.
위층으로 향할 때마다 다른 모습들이 보였다.
곽인구가 임정혁이 있는 곳으로 향하자, 근무를 서고 있던 사람들은 눈치를 보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곽인구 일행은 임정혁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문으로 들어갔다.
어두운 공간 속, 말없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임정혁.

"집에나 가지... 왜 왔는가..."
"너 자살할 거 같아서."
"....."
"뭐, 그거 다 태우고, 앞에 있는 걸로 죽으려고? 새끼 느와르 영화 존나게 보더니."
"....."
"너 할 일 많아, 동두천에 있는 MS제약 공장, 들었지?"
"그래..."
"태워다줘."
"...그게 할 일인가?"
"가인이 깨운다?"
"...그것도 협박이라고..."
"진짜?"
"....."

피식 웃은 곽인구가 자고 있는 가인을 유민성에게 넘긴 뒤, 테이블에 앉았다.
담배를 건네는 임정혁.

"안 펴 인마. 애들 지키겠다는 인간이담배를 태우냐?"
"....."

곽인구는 검은색 사각 박스를 내려다보더니 피식 웃었다.

"그 개새끼 머리는 아직도 간직하고 있었네?"
"....."
"네가 저거 너무 쉽게 죽는다고 질질 짜서, 그때 참...  때문에 살면서 처음으로 좀비 피 구해왔었다 새꺄..."

임정혁이 말없이 담배를 사각형 박스 안에 털었다.

"그래, 말해봐 무슨 일이 있었는데."

곽인구는 담배를 들더니 불을 붙이고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5년 만에 들어가는 담배에 속이 울렁거리는 곽인구.

"어우 시벌...  하련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임정혁이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네 눈으로 확인했겠지만, 너가 기억하는 아이들의 숫자보다 지금 아이들이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겠지..."

임정혁은 담배를 빨아들이며 하얀 연기를 뿜었다.

"후우... 두려움에 떨고 있던  여성이 있었다... 겁이 많은 여성이었지."

이야기를 꺼내는 임정혁은 꽤나 힘들어했다.

"우리는 그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힘썼다. 그래서 지금 있는 캠프로 데려왔고, 안정이  때까지 놔뒀었지..."

모두 임정혁의 이야기에 집중하자, 임정혁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때 4년 전에... 너도  거다. 지속되는 좀비 웨이브와 함께 세력 다툼이 시작되고 초원이 완성되기 전이니까..."

곽인구는 끄덕이고 있었다.

"그때까지 정기적인 식량조달도 안됐고, 보호할 인원도 많아지니 식량이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어. 하지만 나는 아직 두,  달은 충분히 버틸 양이라고 생각했었다."

무슨 상황인지  거 같은 상황에 곽인구의 표정이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겁이 많던 여성은 어느 날, 음식을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요리할 줄 안다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
"네가 생각하는 게 맞아, 수십 명의 아이들과 성인이 독극물을 먹고 죽어버렸지... 입을 줄여야 자기가 살수 있다면서... 그게 그 여자의 마지막이었다."
"".....""

다시 담배를 물며 큭큭 거리는 임정혁.
임정혁이 일어나서 술을 꺼냈다.

"그래... 이번엔 우리가  규칙을 어기면 생존자를 그대로 밖에 던지는지...  강력한 권력이 필요했는지... 말해줄까?"

병째로 마시던 임정혁.
곽인구가 자신도 달라는 손짓을 하자, 유리잔을 가져왔다.
곽인구에게 따라주면서 말을 하기 시작하는 임정혁.

"이번엔... 노인이었어. 정정하긴 했지, 그래서  문제였지만."

술을 마시며 말을 꺼내는 임정혁.

"그 노인은 리더십이 좋았다. 그래서 믿을만하다고 생각했지, 그를 믿고 오랫동안 내부를 맡긴 것이 문제가 될 줄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는 임정혁은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는듯했다.

"세력을 만들더군... 우리는 아이들과 여성이 많으니... 양 떼들 속에서 늑대가 된 기분이었겠지... 하하하..."
"허..."
"그래서, 내부 싸움이 일어났고...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어... 인력은 부족해지고 밖의 초원을 관리할 수가 없게 되었지..."

곽인구는 상황을 떠올리며, 끄덕이다가 말을 꺼냈다.

"밖에 짐승들을  이유는... 악은 악으로 인거지...?"

임정혁이 끄덕이자 곽인구가 말했다.

"그 악을 풀어놔서 죽은 외부인들의 숫자는 가늠이 되나?"
"초원을 관리하다가 그 외부인이 들어오면서부터 죽은 군인들은 가늠이 돼? 너라면 이해할  알았는데..."

술에 취한 곽인구와 임정혁은, 오랫동안 말이 이어갔다.






어두운 밤.

초원의 남부 외곽, 이빨 문신의 남성들이 잡은 좀비의 시체를 뒤지고 있었다.
그들은 멀리서 보이는 스크리머가 소리를 지르기 전에 미간에 화살을 박아 넣었다.

"요즘 왜 이렇게 스크리머가 많냐?"
"그러게요, 주변 떠돌이들 말 들어보면, 스크리머 엄청 자주 보인다고 하던데."
"뭐 나무들이 알아서 하겠지, 돈 되는 거 있는지 확인이나  해봐."
"옙."

죽은 좀비를 한곳에 모아 불을 붙이는 이들.
그들 너머로 멀리서 보이는 건물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몸을 일으킨 곽인구는 주변에 가인이 없음에 둘러보다가, 정면에 있는 포스트잇을 확인했다.

-가인이 데리고 먼저 집으로 향하겠습니다.

"일어나셨어요?"

밖에서 문을 열고 들어온 유민성.

"너는 왜 안 가고 여기에 있냐?"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어요, 나무들... 아니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정말 보호를 받고 있는지..."

곽인구는 피식 웃으면서, 상처투성이인 유민성을 바라보았다.

"왜, 여기에서 약자들을 노예처럼 부려먹고 있다고 생각했냐?"
"....."

곽인구는 엎드려 자고 있는 임정혁을 바라보았다.

"저 새끼, 정의감에 똘똘 뭉쳐있던 새끼라서 나랑 떨어졌어. 옆에 계속 있다간  걸려 뒤질 뻔 했거든."
"....."
"그런데... 세상이 이 모양이니 저놈도  많이 변했군..."

그윽한 눈빛으로 임정혁을 바라보다가 유민성에게 말했다.

"원망하지 말라는 소린  해, 가인이가 이 새끼 죽인다고 해도 난 안 말릴 거고."
"...예."

곽인구는 잠꼬대를 하는 임정혁을 한참 바라보다가 깨웠다.

"야, 일어나."

한번 툭 쳤을 뿐인데 임정혁은 눈을 비비더니 주변을 확인했다.
잠시 한숨을 쉬더니 일어나며, 옆에 있는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기 시작했다.

"후우..."
"귀찮게 시간 끌 거 있어? 지금 바로 출발하지."

방금 일어난 임정혁이 버튼을 누르자, 밖에 있던 대위  명이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임정혁에게 경례를 하고 곽인구를 보면서 경계하는 대위.

"혁진야, 수색조로 준비시켜."
"알겠습니다."






곽인구는 군인들의 싸늘한 시선을 받으며 임정혁과 밥을 먹고 있었다.
음식을 만들던 할머니가 나와서 군인들의 어깨를 만졌다.

"체하겄다,  먹는데 그만  이놈들아."
""예""

유민성은 몇 시간 전까지 이들을 쓰레기 보듯 봤지만, 내부의 상황은 아무리 봐도 완벽한 둥지였다.
어린아이들을 지킬  있는, 구리에 유민성이 있던 기지보다 더욱 완벽한 곳이었다.
백 명이 넘어가는 군인들이 할머니한테 대답하는 모습을 보니, 유민성은 알  없는 감정을 느꼈다.
곽인구가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으며감탄했다.

"와... 강 할매 음식 솜씨 안 죽었소."
"이눔 새끼 6년 만에 보는데 말하는 꼬라지 보게."

피식 웃던 곽인구가 임정혁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가인에게 당한 흉터가 길게 나 있으며, 13바늘을 꿰매어 노골적으로 드러난 상처.

"새끼 죽었네, 이젠 애한테 치 맞고 다니냐?"
"...밥이나 먹어라 인구."
"와 우리 가인이가 너 마주치면 죽이려고 할 텐데 난 안 말린다?"
"...그런다면... 난 죽을 생각이다."

임정혁의 말로 인해 급격하게 싸늘해진 공간.

"".....""

어느새 임정혁의 뒤에 있던 할머니가 임정혁의 머리를 때렸다.

따악!

"새끼 너 죽으면 우리는 알아서 뒤지라는 겨?!"
"....."
"사내새끼가 책임감이 없어 책임감이... 이럴 때일수록 살아야지!"

옆에 있던 곽인구가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다.

"그럼 뭐, 나 없을 때 가인이랑 마주치지 마. 어느 정도 막아 볼 테니까 카하하"
"넌... 하나도 변하지 않았군..."
"그걸로 이 상황에서 누구 성격이 맞았는지 정해진 거 아니냐?"

곽인구는 목걸이를 뜯어서 임정혁에게 넘겼다.
뚜껑을 열어보니 3명의 군인의 얼굴이 있었고.
모르는 얼굴의 군인, 왜소해 보이는  명은 임정혁 그리고 압도적인 덩치를 가진 곽인구.
그들은 같은 소위 마크를 달고 웃고 있었다.

"너 새끼 지키겠다고 정재 뒤지고, 시간이 꽤 흘렀네..."

사진을 바라보던 임정혁에게 곽인구가 말했다.

"니 그 X같은 정의감에 같이 다니다가 암 걸려 뒤질 거 같았는데, 이젠 많이 변했어."

그때 할머니가 곽인구의 머리를 임정혁을 때렸을 때와 비교가 안 되는 파워로 내리쳤다.

빠악!

"악!"
"이눔 새끼! 정혁이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데!!! 치사한 새끼! 혼자 잘 살겠다고 떠났으면 오질 말던가!"
"저기요 할매, 억울해 뒤지겠네. 언제 한번 우리  놀러 오쇼, 지 아저씨 얼굴이나 보고가!"

빠악!

"나는 왜 할미고 지 씨는 아저씨냐! 써글 놈의 새끼!"
"아악!!! 하는 짓이 할매 아니오!!"

옆에서 임정혁이 피식 웃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유민성의 심정은 더 복잡해졌다.







의정부 백화점 옥상에서 주변을 경계하던 이들.
병장 마크를 달고 있던 남성이 무언가 보고 있었다.

"야 저거 뭐냐...?"

앉아있던 상병이 병장을 쳐다보았다.

"뭐 말씀이십니까?"

망원경으로 보이는 초원의 끝자락, 서울과 가까운 위치에 기지를 두고 있던 하이에나들 전부가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저게 뭡니까?"

흩어지면서  지역으로 들어간 하이에나들은 사람들을 데리고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병장은 급하게 대위와 연결된 무전기를 틀었다.

"통신보안. 한성훈 병장입니다. 지금 하이에나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무슨 일인데."
"각 구역으로 나눠지더니 사람들을 데리고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알겠다."


김혁진 대위는 보고를 받고 1층으로 내려갔다.
이빨 문신이 박힌 사람들이 헐떡이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웨이브... 좀비 웨이브입니다... 허억..."

김혁진이 주변에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고 심각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규모는?"
"육안으로 확인한 스크리머만 50마리..."
"뭐!?"
"...본 적 없는 '쓰나미'...급입니다."

김혁진 대위는 상황을 둘러보며 무전기까지 들고 외쳤다.

"...일단 사람들 내부로 들여!!! 쓰나미 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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