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9화 〉3학년. (99/99)



〈 99화 〉3학년.

학교가 끝나고, 집에 들어가자 아빠가 보이지 않았다.
아빠의 작업실에서 들리는 통화소리.

"아 예, 형님, 잘 지내셨어요? 오랜만이네요."


아빠가 형님이라고 부를 사람은  3명 있다.
한 명은 이진석, 다른  명은 장성만, 그리고...
예전에는 가끔씩 얼굴을 보여주더니, 최근에 들어서는 얼굴을 보지 못한 아빠의 돈을 굴려주는 의문의 아저씨.

"중국이요? 거기에 계셨어요?"

역시나 그 아저씨다.
안경을 쓰고,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했던 의문의 아저씨는.
아빠를 통해서 들었을 때, 엄마랑 엄청 친했으며 이름이 한정민 이라고 했다.


"예?! 이십... 25배... 수...익이요? 아니... 형님, 살살하세요... 저 무서워요... 그거 그냥 형님 쓰세요..."

중국에서 25배 수익...? 무엇을 뜻하는 걸까...
설마 차이나머니...

대기업들의 최종적인 꿈... 차이나머니를 수중에 넣는 것.
중국인들의 논란이 항상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교류를 끊어야한다는 사람들이 아무리 많아도 손절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대기업의 입장에서, 현재 15억이라는 인구수는 군침을 흘리기에 충분하다.
단순 계산으로 인당 100원씩만 뽑아낸다고 쳐도 1,500억.

간단하게 말해서 빵 하나만 제대로 유통되어 중국에서 국민 빵으로 인정받아 성공하면, 한국 초 거대기업들을 씹어 먹는 수준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물론, 15억의 인구를  잠재고객으로 본다는 것은 헛된 꿈일 뿐이다.

다만 중국에서 내로라하는 중산층 이상의 국민들만 공략해도 그 효과는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기에 차이나머니 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 차이나머니를 건드렸다라...

무슨 상황인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형님 지금 위험한 거예요? 아 진짜! 조심  하라구요! 형님 잘못되면 시윤이 엄마 어떻게 봐요!“


아마도 뭔가 특별한 경로로 차이나머니의 물꼬를 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자세한 내막이 진짜 존나 심각하게 궁금하다.
평소엔 통화음도 잘 들리던데, 왜 지금은 안 들리는 것인가.

"전용기... 잠시만요, JSM에 연락해 볼게요. 형님, 제발 조심해요 진짜..."

아빠가 잠시 다른 핸드폰을 들었을 때, 나는 어떤 소리도 내지 않고 숨죽였다.
장성만 삼촌에게 전화한 아빠.

삼촌에게 중국 베이징에 비행기 좀 보내줄 수 있냐고 물어본 아빠는, 고맙다는 말을 끝으로 다시 다른 핸드폰을 쥐었다.


"예, 지금 바로 보내달라고 했는데, 중국 공항에 허락 맡으려면 1시간 정도 필요하다고... 예...  조심하세요, 장성만 대표님한테 전화 해보면  거에요, 진짜 조심  하세요!"

아빠는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하며 안절부절 하지 못했다.


"미쳤지 미쳤어... 무슨... 2조를... 세상에..."

뭐?

내가 잘못들은 게 아니라면, 숫자 0이 12개가 들어간다는  돈 단위라는 건데... 내가 들은 게 맞나싶다.
21세기 사람이 100년, 총 36,500일 동안 산다는 가정 하에, 일을 하지 않고 하루에 5479만 원씩 써도 못 쓴다는 그 돈이 맞나싶다.

근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25배가 됐다는 것이 2조가 된 건지... 아니면 그 이후인지 확인해야한다.
2조의 25배... 50ㅈ... 지랄. 그 돈이면 한성의 핵심 캐시카우 계열사 하나는 그대로 먹는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었다.

"어?! 시윤아 왔어?"
"50조야?"
"...뭐가?"
"2조의 25배... 50조야?"
"아빠가 전화할  엿듣지 말랬지!"
"아빠? 50조냐고...."
"그런  관심 갖지 말고, 저리가!"


그날 나는  뜬 마음에 잠들지 못했다.








짜악!

 안에서, 4명이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짜악!


"으읏..."


툭.

아빠가 내 옆에 딱 붙어있었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짜악!


""아....""
"후후훗..."


나는 손에 들린 마지막 패를 내리쳤다.

짜아아악!!!

"아저씨 피박에 광박, 멍박~ 아 다연이는 광박 제외~ 한 번 흔든 거 따블, 5고까지 하면..."


우리는 고스톱을 치고 있었고, 둘의 표정이 창백하게 질렸다.

"다연이 920점. 아저씨 1840점."
"....."
"점당 500원씩 다연이 46만 원, 아저씨 92만 원 줘요."

이번 게임에서 광을 팔며 빠진 아빠도 내 옆에서 경악하고 있었다.


"시...시유나 나 돈...없는..."
"후후훗... 그럼 몸으로 때워야지..."

이진석이 기겁하면서 나를 쳐다봤다.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니?"
"빨리 줘요. 그러게 점당 100원 하자고 했잖아요. 아저씨 말대로 1,000원이었어봐."


이진석은 지갑에서 수표를 꺼냈고, 나는 손바닥을 펼쳐 제지했다.


"스돕~ 수표 안 받아요, 꼬마가 수표가지고 뭘 한다고."
"...누가 92만 원을 지폐로..."


나는 가볍게 지갑을 펼쳤다.


"다연이 돈 없으면 가지고 있는 22만 원 제외하고, 남은 24만 원 시급으로 1만 원씩 쳐줄 테니까 지금부터 하루 동안 내 노예 해줘~"
".....진짜...?"


아빠가 내 말에 당황해서 나를 쳐다보았다.


"시윤아... 말이  이상하지 않아...?"
"에이, 크흠... 왠지 목이 마르구나~ 얼음이 동동 띄워진 물 한 잔이 어디 없으려나...?"
"앗... 응."

다연이가 일어나서 물을 가지러 갔다.
아빠는 이진석의 눈치를 보고 있었고, 나는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어때요. 92시간 일하실래요?"
"....."


이진석은 그대로 일어나더니 집에 다녀왔다.
돌아온 이진석의 손에 들려있는 현금다발...


"다연아 기다리렴, 아빠가 구해주마."
"응~  해요~"
"어허! 빨리 앉거라!“
"아니 그 돈으로 그냥 갚아주면 되자나 왜 또 할라 해요?“
"승부사로서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다... 게임으로 잃은 돈, 게임으로 얻어서 본때를 보여주마."
"싫은뎅~ 그냥 안 하고 다연이 가지고 놀아야지~?"
"우리 다연이를 물건 취급하지 마!"

나는 이진석을 보고 비릿하게 웃었다.

"후후후후.... 우리 다연이를 잡아먹을 시간이 24시간뿐이라니... 너무 짧군..."
"안 돼!!!!"
"그럼 몇 판만 더 할까요? 대신 돈 말고 다연이 노예 시간으로요~"
"오케이..."


다연이가 내 수발을 드는 시간을 가지고, 이진석과 1:1 매치가 시작되었다.
이진석이 이기면 점수만큼 다연이의 시간이 짧아지고, 내가 이기면 길어지는 방식.

결국 다연이는 1,440시간을 내 옆에 있게 되었고, 다들 입을 벌리고 가만히 있었다.

"....하핳? 다연이 2달 동안 내꺼네...?"

솔직히, 환생한 뒤로 도박성이 짙은 게임을 할 때, 한 번도 남들을 이기기 위해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아무리 시간이 지났다고 해도 내가 도박을 못하겠는가...

나 강한성은 한때, 건물 5개를 살 수 있는 돈을 도박으로 날리며 배웠었다.
그리고 지금은 팽팽 돌아가는 압도적인 머리를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진 그냥 잘 모르는 척하면서 대충했을 뿐이지.

내가 음흉한 눈빛으로 다연이에게 기대자, 이진석이 떨리는 눈으로 다연이를 쳐다봤다.

"다연아 오늘부터  동생이야 나를 언니라 불러."
"...응..."
"언니 해봐."
"어.... 어...언니..."
"다연아, 아버지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다연이를 향해 애처롭게 뻗는 이진석의 손길을, 내가 가볍게 막았다.

"후후후... 다연아 가슴만지게 해줘."
""뭐?!""

 요구에 아빠까지 깜짝 놀랐고, 다연이는 기겁하며 나에게서 멀어졌다.
내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자, 이진석이 가로막았다.

"...그건 안 된다."
"왜요."
"...시...싫어하잖니..."
"아닐걸요...? 다연이 부끄러워하는 거지 싫어하진 않는데...?"

다연이의 얼굴이 급격하게 빨개지면서 고개를 저었다.


"장난이야~ 단풍잎 게임하러 가자~"
"응? 으응..."
"'네 언니'라고 해야지."
"....네... 언니..."
"캬핳"


어른들끼리 시간을 보내게 놔두고, 나는 다연이와 게임하러 갔다.
다연이는 단풍잎 게임 속에서도, 나를 한동안 언니라 부르며 따라다녔다.







나는 처음부터 다연이에게 이것저것 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더 챙겨줬고, 다연이도 장난스럽게 규칙은 규칙이라며 자기가 한다고 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연이는 나를 씻겨주는 것부터, 재워주는 것까지 완벽해졌다.
무엇보다 결국엔 다연이가 더 좋아하고 있었다.
그리고 2달이 지났을 때도 다연이는 여전히 많은 요구를 들어줬다.

'후후후후훗...'





어느덧 겨울방학이 찾아왔고, 어쩌면 학기 중 보다도 바쁜 겨울방학을 보냈다.
방학 동안에  그림을 그리거나, 파르지에랑 같이 세계의 거장들을 만나러 가기도 하고,
아빠의 순회공연을 따라다녔다.

그리고 아무 일정이 없는 평소에는 다연이랑 산책을 즐기거나 여행을 갔다.
너무나도 빠르게 시간이 흘러가는  같기도 했지만, 3년간의 하루하루가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었다.
몇 일이 지나, 졸업식이 다가왔다.

나는 친하지 않은 꼬맹이들과도 사진을 찍어준 뒤, 다연, 지훈, 태오, 민지, 준수랑도 사진을 찍었다.
태오는 우리와의 졸업식이 즐거운 듯 해맑게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HSW에 소속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태오는 아직 16살이다.
태오 역시 친구들과의 추억을 남기는 것을 진심으로 좋아했고, 이것만으로도 우리가 태오에게 추억을 만들어줄 의무는 충분했다.

민지와 준수는 우리가 가는 서울중앙고등학교에서 1년 후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 4명은 결국에 같은 고등학교로 가게 되었다.

원래 명칭은 서울특수목적고등학교,  서울특목고였지만, 법 개정으로 사라졌기에 명칭이 바뀌었다.
태오와 지훈은 우리와 같은 학교를 가기 위해 코피를 쏟아가며 공부를했지만, 알고 보니 이진석의 뒷돈으로 우리 4명을 붙여줬다고 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지훈이는 다신 공부를 안 한다며, 지랄발광을 떨었다.


어차피 성적으로는 못 붙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지훈이 자신만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거울을 보고, 더욱더 빠르게 커져가는 가슴을 보며 뿌듯하게 웃었다.


"시윤아 왜 웃어?"

아빠가 다가오더니 TV를 틀었다.


"가슴 커져서"
"...뭐?"
"아빠가 물어봤잖아, 반응이  그래?"
"......"


나는 다연이보다 아주 많이 빈약하지만, 그럼에도 큰 내 말랑한 가슴을 주물럭거리며 말했다.

"이정도면 지금 꽉찬 B 정도니까, 다 크면 주기에 따라서 C ~ D는 찍겠다."
"야! 뭐하는 짓이야!!!"


아빠는 경악하며 고개를 돌렸고, 그런 아빠의 반응이 재밌어서 더욱 주물럭거렸다.

"헉! 맞다, 요즘 약품도 있다던데 아빠 나, 가슴 커지는  사줘."


아빠는 나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시윤아... 요즘 왜 그래... 응? 아빠 힘들다..."
"와... 딸내미의 심각하고 부끄러운 고민을 그렇게 받아들이다니..."
"...하아. 이미 주문해놓은 거 아니야? 2년 전부터 몰래 먹더만..."
"어떻게 알았어?!"
"그거 몸에 안 좋은 것도 아니라서, 놔둔 거야..."
"딸기 맛이더라, 아빠도 먹을래?"
"...미쳤어?"
"아핳"


나는 가슴을 만지다말고, 알파와 베타를 쳐다봤다.
그리고 아빠에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다연이 대박이야."
"뭐가."
"맨날 힘을 숨겨서 그렇지, E는 그냥 넘을 듯. 크면 G...까지도?"

아빠가 내 말에 경악하면서, 베타를 쓰다듬는 나를 쳐다봤다.


"다연이 나처럼 피부도 탄탄해서, 와... 살면서  적 없는 가슴이 될 거 같던데... 축복이라 말할  있지."
"그... 시윤아? 그래도 아빠인데... 그런 얘기를..."
"그럼 내가 아빠 말고 누구한테 말해?"

아빠는 잠시 고민하더니 한숨을 쉬었다.


"...맞네..."

내일은 첫 등교이기에 나는 뒹굴거리다가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을 만졌다.


"머리 단발로 자를까?"
"왜?  기르게?"
"말리는데 너무 오래 걸려."
"흠... 그럼 자르러 갈까?"
"말 나온 김에 갑시다~"

나는 옷을 입으러 방으로 갔고, 아빠도 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다시 단발로 잘라버린 머리.
이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압도적이었던 엄마의 외모... 그런 엄마보다 지금의 내가 더 예쁘다고.
거울을 보며, 저번에 아빠 몰래 주문한 검은색 속옷과 시스루를 입었다.
혼자 감탄하면서 자세를 하나씩 취해보며,  몸에 스스로 취해있을 때 아빠가 나를 보고 기겁했다.

"야! 옷이 그게 뭐야!"
"17살이야 나."
"....."
"아빠랑 약속했던 2년 지났다?"
"아니, 그때 분명 2년 뒤에 다시 합의를 보자고 했어, 허락한 적은 없다."
"칫, 아끼다 똥 되는 거야."
"막 쓰다 망가지는 거고."

요즘 아빠의 논리와 반박이, 날이 갈수록 늘어난다.
역시, 작사와 작곡에 끝없는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아빠답다.

"와! 나를 어떻게 보고!"
"이상한 연기하지 말고 빨리  갈아입어."
"칫."

나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서, 아빠와 다시 침대에서 대치했다.


"치마 허벅지까지."
"안 돼."
"자꾸 그러면 진짜 엉밑살 나올 때까지 올린다?"
"어디 해봐 한번, 다신 못나오게  잠가버릴 꺼야."
"아니 혼전순결 그런 거야? 고등학생인데 무릎 위까지? 오바야."
"너 어차피 체육복만 입더만."
"그건 학교 안에 있을 때고 등, 하교 땐 아니지."
"무릎 바로 위."
"뭐? 무슨 그냥 저고리 입히지 그래? 어?! 무릎 위로 20cm"
"아빠 화낸다?"
"15."
"...자 가져와."
"와, 아빠 조선시대 살고 계세요? 지금 이거 내가 알고 있는 21세기 맞아?"

아빠는 급기야 내 치마 길이를 확인하기 위해 치마를 가져왔다.
나는 가능한 골반까지 내리며, 충분히 길이가 길다는 것을 보여줬다.


"...너무 짧아."
"아빠."
"뭐."
"엄마 공연하는 사진들만 봐도, 똥꼬 보이려고 하던데?"
"....."
"이쁜 다리를 왜 감추냐고!"
"하아... 10cm."
"그럼 1년에 5cm추가?"
"...왜 계속 그렇게 짧게 입으려고 그래..."
"그래야 이쁘지, 길면 너무 펄럭거려. 간지가 안나~"


그때 다연이가 우리 집으로 놀러왔다.
아빠는 다연이를 발견하고, 빠르게 달려가서 말했다.

"다연아 교복 치마 어떻게 했어?"


나는 다연이한테 급하게 눈치를 줬고, 내 사인을 받은 다연이가 아빠를 보며 말했다.

"짧게 맞췄어요! 요즘은 짧은 게 트렌드라서..."


아빠는 눈을 게슴츠레 뜨며, 다연이를 쳐다봤고, 다연이가 움찔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교복... 입고 와보겠니...?"
"...네?"
"어서."
"네..."


다연이는 아빠의 부탁에 자신의 교복치마를 입고 왔고, 나는 망했다는 걸 느꼈다.
최대한 올려 입은 것 같지만 무릎 위까지 오는 다연이의 치마.

"....."


다연이가 어색하게 아빠를 올려다보며 눈치를 봤다.

"그게 짧은 거구나..."
"죄... 죄송합니다."
"아니야, 그게 짧은 거면 시윤이 치마를 더 길게 만들면 되지."
"아빠."
"뭐."


아빠는 나를 돌아보며 찌릿 쳐다봤다.


"저거보다 길면 진짜걷기도 힘들듯 인정?"


나는 아빠와 한참을 투닥거리기 시작했고.
다연이는 혼란을 틈타 자연스럽게 알파랑 베타를 데리고 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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