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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불쌍한 사람 아니라고-24화 (24/78)

〈 24화 〉 평화로운 일상

* * *

냥지와 나의 휴방 날이었다.

요즘 내 친구들은 휴방 날을 서로 맞추고 있다는 이야기를 냥지에게 들었다.

수양이와 초야 언니와 조금씩 친해지고 있는 와중에 가끔 쥬벳트라는 사람이 채팅방에 출몰하곤 했지만 구경하다 몇 마디하고 나가기 일쑤였다.

뭐라더라? 왜 이렇게 잘하세요라고 따지듯이 물었지.

친구들 말로는 친해지려고 하는 장난이라고 하더라.

가끔 말딸겜..? 말말겜? 좋다고 좀 해보라면서 엄청나게 영업하긴 했는데 내가 거기 캐릭터 중 예쁘게 생긴 캐릭터가 있네요. 그거 한번 말했다고 붙잡혀서 찬양론을 들은 적이 있었지.

뱅두림이라는 게임도 추천하긴 했는데 그냥 넘어가니 별말 없었다.

왜 안 해요! 라면서 가끔 채팅 치긴 했지만..

하여튼 나의 친구 사귀기는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예화랑 정란이가 나중에 우리 집에 와서 하룻밤 자고 간다고 말했는데, 물론 예전 집이 아니라 지금 사는 집이다.

옆에 소파에 느긋하게 누워있던 냥지가 내게 손을 뻗어 배를 만지려고 시도하길래 슬쩍 피해버렸다.

그렇다.

나와 냥지는 휴방을 하고 쉬기 위해 소파에 사이좋게 축 늘어져 있었다.

왜냐고?

우린 손가락 하나 꿈쩍 하기도 싫은 끔찍한 게으름의 굴레에 빠져버렸으니까.

냥지의 핸드폰이 다섯 번쯤 울릴 때 냥지가 살짝 한숨을 폭 쉬며 손가락을 꾸무럭거리며 버튼을 눌러 통화를 연결했다.

“여보세요~”

“모함?”

“야이, 개때끼야! 귀찮아 죽겠는데 그런 거로 전화했냐?”

“넹.”

“예지랑 소파에 누워있다.”

“예지 바꿔주셈.”

“싫은데?”

“아아앙, 바꿔줘요.”

“야. 예지. 전화 받아.”

“응…”

귀찮은지 손으로 툭 쳐서 나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매우 아쉽게도 손으로 잡아 오기 애매한 거리의 핸드폰을 잡으려면 몸을 일으켜야 했다.

에이이… 좀 더 밀어주지.

“좀 더 밀어줘…”

“시러…”

“야! 너희 아무리 귀찮아도 내 전화는 받아야지! 너무하네!”

“어쩔 수 없어… 이 상태라면 너도 그랬을 거야..”

“우리 나중에 롯데월드 갈래?”

롯데월드..?

인싸들의 놀이터라 불리는 그곳인가?

냥지 쪽을 보니 눈이 가물가물 감기고 있었다.

나중에 말해주면 되겠지.

“어, 근데 냥지가 지금 자고 있어서…”

“그새를 못 참고? 그럼 나중에 대답해줘~”

뚝 끊어지자마자 핸드폰을 내려놓고 여유를 만끽하려는 찰나에 또 전화가 왔다.

“정냥지! 정냥지! 대답해! 냥지! 냥지! 예지! 예지! 서예지! 서예지! 대답하라고!”

이 텐션은 딱 듣기만 해도 예화다.

항상 힘이 넘친단 말이야.

물론 지금은 그 힘이 피곤하게 느껴졌지만..

“아으으으으으 짜증 나. 초갈 듀오들… 좀 조용히 말해…”

“너희 둘이 롯데 월드 갈 거지? 간다고 했다? 간다?”

“알았다고…”

“예화야, 오늘 힘이 넘치네…”

“예지야, 사랑해!”

“응..?”

바로 끊겼네.

뭐… 상관없겠지.

다시 누워 야뭉이의 뱃살을 한가득 쥐어 흔드니 야뭉이의 뱃살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이제 깨달았다.

이런 세상에…!

이 정도 뱃살이면 고양이가 아니라 공이 아닐까?

굴리면 그대로 굴러갈 듯 보였다.

자꾸 배를 건드리자 야뭉이가 귀찮게 굴지 말라는 듯 내 손을 딱 때렸다.

냥지도 야뭉이를 툭툭 건드리자 야뭉이는 귀찮아서 짜증이 난 듯 자리를 피해버렸다.

오늘은 정말 나른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

창문에 아침 햇살이 내 몸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어서 기분이 좋아.

그거 아는가?

스트리머나 유튜보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은 매우 효율적인 휴식이 필요하다.

휴식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생활 패턴도 엉망이고 항상 피로가 쌓이는 방송인들은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거나 건강을 망치게 될 것이다.

고로 휴식은 누구에게나 중요하지만 스트리머들은 특히 더 중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6일 동안 방송한 스트리머가 만일 하루 동안 제대로 쉬지 못했다고 생각해봐라.

무려 7일 동안이나 피로가 쌓인 셈이다!

어쨌든 휴식이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많이 쉬어서 심심해졌다는 문제점이 생겼다.

노는 것도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 중 하나야.

심심해져서 냥지를 보니 어느새 새근새근 잠들어버렸다.

살짝 심심해.

야뭉이가 놀아주려나?

야뭉이의 발을 만지작거리니 저리 가라는 표정으로 발을 쏙 빼내 자신의 배 밑에 숨겨놓았다.

야뭉이는 물통만 잘 떨어뜨려..

잠깐 멍하게 있다가 핸드폰을 꺼내서 수양이의 방송에 들어가 구경해봤다.

갑자기 재채기하고 싶다는 둥 코가 들어갔다는 둥 벅벅 그러면서 놀고 있었다.

내가 들어와도 눈치를 못 챘는지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 건지 그대로 진행하길래 좀 더 구경하다가 초야 언니의 방송을 구경하러 갔다.

혼자 레오루 방송을 하고 있었는데 상황을 보니 팀끼리 싸움판이 벌어지고 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도 신경 쓰지 않고 시청자와 재미있게 이야기하며 게임을 진행하는 것을 보면 베테랑 스트리머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닌가…?

나만 게임 지면 화나는가..?

가끔 흐아악 하는 비명이 들려오기는 하지만 목소리가 듣기 좋아서 그런지 잠이 솔솔 오네.

****

한참 게임하고 있는 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ㅋㅋㅋㅋㅋ]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테일리 : ㅇ]

[테일리 : ㅊㅌㅏ틏아]

엥? 왠 도배지?

“어, 예지야! 안녕!”

그런데 오늘따라 반응이 영 이상해 보였다.

평소에는 소심하기는 해도 말을 걸거나 인사를 하면 쑥스러워하면서도 받아주는데 대답이 좀 이상했다.

아니, 이건 인사를 받아준 거라고 쳐야 하나?

[테일리 : 어?]

[??]

[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휴방한다더니 악질 ㄷㄷ]

“예지야..?”

[테일리 : 예지가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

[예지 오늘 술 마셨음? ㅋㅋ]

[냥지랑 휴방이라고 같이 마셨나 ㅋㅋㅋㅋ]

술에 취했나?

자기 이름도 몰라서 뭐냐고 묻는 폼을 보니 엄청나게 취하기는 했나보다.

예지를 보니 재미있는 생각이 났다.

이제 게임이 중요한 게 아니야 어차피 졌으니까 다들 서렌을 치고 끝을 내고 게임을 껐다.

“예지야?”

[테일리 : 응]

[ㅋㅋㅋㅋㅋㅋ]

[넘나 귀여운 것…]

“언니 집에 놀러 오기로 했지?”

[테일리 : 응]

걸려들었다.

제대로 취했네!

“흐흐흫 언니랑 술 마시기로 했지?”

[테일리 : 어..? 응…]

[도망쳐!]

[돔황챠~]

[깨면 이불 다 찢어질 듯ㅋㅋㅋㅋ]

“히히히히 예지야 오늘 재미있는 하루가 될 것 같아!”

취한 예지는 아직 눈치채지 못했는지 그저 자신의 말에 꼬박꼬박 대답할 뿐이었다.

진짜 귀여운 동생이야.

****

내가 잠들었나..?

벌떡 일어나니 집안 곳곳에서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온다.

손에 들린 핸드폰을 보니 배터리가 다 닳아서 검은 화면만 보이면서 꺼져있었다.

하품을 하는 입을 손바닥으로 슬며시 가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니 냥지가 배달 용기에 담겨 있는 파스타와 빵을 식탁에 세팅하는 중이었다.

둘 다 똑같은 메뉴로 크림 수프 파스타였다.

“마침 깨우려고 했었는데 잘됐네. 빨리 앉아!”

다리가 불편한 게 아닌데 자꾸 의자를 빼준단 말이지.

“저.. 냥지야 지난번부터 말했지만, 다리가 불편한 건 아닌 거든…?”

“조용! 빨리 앉아.”

인상을 살짝 쓰고 앉으라고 강요하니 어쩔 수 없이 앉아버렸다.

언니 좀 많이 강해 보이네…

동갑인데 왜 자꾸 동생 취급 받는 느낌일까.

“아이구 잘했어요.”

냥지가 내 머리를 슬쩍 쓰다듬으며 자기 자리에 앉는다.

냥지야… 우리 친구 맞지..?

내가 동생이고 그런 거 아니지…?

요즘 부쩍 날 대하는 태도가 바뀌고 있는 기분이야.

원래 파스타 별로 안 좋아했는데 맛 들이니 맛이 꽤 괜찮네.

역시 생각하기 나름인 걸까.

크림 특유의 부드러운 맛이 입안 가득 느껴졌다.

냥지도 작은 입을 열심히 놀려 호로록 먹고 있으니까 다른 사람이 느끼기에도 맛은 꽤 괜찮은 편이지 않을까?

아, 설거지는 둘이서 같이 했다.

한 명은 거품을 묻히고 한 명은 씻고, 이렇게 하면 생각보다 빠르게 끝난다!

오늘은 정말 편하게 쉬네.

나에게 지난번의 약속은 언제 지키냐고 묻길래 일단 얼버무렸다.

아니, 가르쳐주고 싶어도 나도 몰라..

우우웅­

누구지…?

초야 언니네.

[초야 언니 : 예지야. 오늘 너무 재미있었어! 다음에도 또 놀자. 약속 꼭 지켜 ㅎㅎㅎ]

약속?

무슨 말일까.

오늘 초야 언니 방송 보다가 잠들었던 일 말고는 짐작 가는 상황이 없는데..

[그게 무슨 말이야?]

답변은 없었다.

에이… 나중에 물어보자.

똑똑

냥지가 살포시 미소 지으며 방안에 들어왔다.

저 표정은 무언가 할 말이 있을 때 짓는 표정!

“예지야. 우리 피셀에 들어올래?”

“피셀..?”

“소속 스트리머에게 광고를 이어주는 에이전시 겸 스트리머 관련 상품 제작 및 판매 등의 일을 한다. 일단 그렇게 소개 돼 있긴 해. 정란이, 초야 언니, 수양이, 예화 네가 아는 사람들은 다 여기 소속이거든?”

“그렇구나…”

친구들이 다 소속 돼 있는데 나도 들어가면 좋겠지?

내 친구들 성격에 이상한 곳에 들어오라고 할 리가 없으니까, 심지어 본인들도 소속되어 있으니 더 믿음직스럽다.

“들어갈게…!”

내가 단번에 수락하자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어…?

“야! 이런 건 친구가 권유해도 생각해보고 해야지! 이거 누가 와서 따라오라고 해도 그냥 따라갈 애네! 계약서는 잘 살펴봐야 하는 거야!”

“어… 네가 들어오라며…”

“시끄러워! 이 지지배야.”

정우가 대표인데 뭐 나중에 자기랑 같이 이야기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넘어갔다.

묘하게 대표에 대한 태도가 좀 이상하다.

“예화 오면 같이 병원 가자.”

“응..? 예화 아파…?”

엄청 건강해 보였는데 어디 아픈 걸까.

하기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법이지.

근데 왜 날 그렇게 빤히 보고 있어..?

“너도 아파! 너도!”

“나, 나도..?”

오늘같이 잘 쉬어 놓고 왜 이렇게 화가 많지?

컨디션 안 좋은 날인가?

근데 나 안 아픈데..?

<음원 뭔데="" 벌써="" 나옴?=""/>

심지어 말도 안 했음 ㅋㅋㅋㅋㅋ

말한다며 서예지!!

ㅇㅇ : 숨지 마라 서예지!

구광시해자 : 맨날 숨음 ㅋㅋ

무삐 : ㄹㅇ 나왔음???

­ㅇㅇ : ㅇㅇ

<예지 노래="" 고마워요=""/>

나 항상 감사하다.

예지 게임 말고 노래 불러요.

Afzxc : ㅇㅈ 이제 주 콘텐츠를 노래로 ㄱㄱ

흑우단 : 게임도 재미있는데 ㅡㅡ

예바징보 : 예지 팬이면 제에발 노래

이이잉 : 둘 다 좋던뎅

<오늘 취한="" 거="" 귀엽ㅋㅋㅋ=""/>

취해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응하더라 ㅋㅋㅋㅋ

유초야 좋아 죽으려고 함ㅋㅋ

애교도 엄청 귀여움

퍼렁이 : 초야가 웃으니 덩달아 좋아하는 거 애기 같음 ㅋㅋㅋ

병신을보면짖는개 : 오늘은 네가 졌다 참게비령!!!

앵버린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밸보="" 발표="" 봤음??=""/>

크라이 신 캐릭터 성우 예지던데?

???

해피뮐 : 테일리임 ㅇㅇ

­츄쥬미 : 그 예지다

­새싹 : ㄹㅇ?

­츄쥬미 : ㅇㅇ 공지도 올림 ㅋㅋ

­새싹 : 가슴이 웅장해진다

­츄쥬미 : 예지가 수락하면 계속 함께하고 싶다고 하던데 게임 OST도 만들려나

예에징 : 근데 연기 가능하긴 함? 목소리 달달 떨면서 연기 하나ㅋㅋㅋㅋ

<오늘 냥지가=""/>

예지 인트로 영상이랑 유튜브 좀 만들라고 도와준다던데 ㅋㅋㅋ

우리 예지단은 냥지한테 항상 감사한다!

웅이는밥을해줘 : 유튜브는 정란이가 제일 먼저 말했다

팩트 : 팩트다

Zxcsd : 이제 유튜브로 볼 수 있구나 ㅠㅠ 근데 편집자는?

­ㅇㅇ : ㅁㄹ

<예지 그래도="" 잘="" 지내서="" 다행이다=""/>

자꾸 예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리는데 요즘 많이 괜찮아진 듯…

모모단 :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고 느낀다 ㅇㅇ

ㅇㅇ : ㄹㅇㅋㅋ 일주일 전만 해도 엄청 암울했는데 ㅠㅠ

코코단 : 친구들이 착해

라라 : 다들 착하긴 하더라 ㅋㅋㅋㅋ 근데 요즘은 예지 놀리면서 놀던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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