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불쌍한 사람 아니라고-25화 (25/78)

〈 25화 〉 병원

* * *

“어..?”

“일어나.”

누군가 내 몸을 흔들고 있길래 잠에서 깨버렸다.

냥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시계를 확인하니 아직 8시였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냥지가 일어난 것도 그런데 갑자기 나를 깨울만한 일이 뭐가 있을까?

흠…

“갑자기 왜… 냥지야…”

“자, 일단 오늘은 이 옷을 입고 예화 데리러 가야하고..”

무슨 소릴까… 하암..

일단 주는 옷을 받아 입고 화장실에 들어가 세수를 하고 나오니 냥지가 내 손을 붙잡고 서두르기 시작했다.

냥지의 차를 타고 예화의 집에서 자고 있던 예화를 깨워 차에 태워 어딘가로 향했다.

예화 방은 내 생각과는 다르게 좀 아기자기했다.

축 늘어져 꾸벅꾸벅 졸고 있는 예화는 아직도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 보였다.

물론 나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우리가 도착한 곳은 몹시 큰 대학 병원이었는데 예화는 내과에 넣어두고 냥지는 내 손을 붙잡고 정신과에 들어왔다.

“갑자기 왜 정신과에…?”

“너 지난번에 있었던 일 기억 안 나지? 밤에 갑자기 내 방에 들어와서 나랑 이야기했는데 기억 안 나?”

의자에 앉아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그런 기억은 없는데 냥지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게 아닐까?

난 한번 잠들면 도중에 일어난 적이 없었는데…

“너 이중인격이야.”

“엥? 그럴 리가…”

“일단 내 말 믿고 진료 한번 받자.”

그냥 몽유병 아니야?

냥지의 말을 들어보니 그냥 몽유병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부르길래 안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나에게 인사를 건네는 의사 아저씨는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정말 푸근한 인상을 받고 계신 아저씨였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제 친구가…”

냥지는 게임에서 일어났던 트라우마 이야기 그리고 내가 몰랐던 밤에 찾아와서 생겼던 일 이것저것 말하면서 설명했고 휴대폰을 건네 트라우마 영상을 의사 선생님에게 보여주었다.

아앗… 근데 트라우마 건은 정말 내 문제가 아닌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리고 밤에 냥지 방에 찾아갔던 일은 진짜 기억이 안 나는데…

여러 테스트와 검사를 받았다.

무엇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음… 좀 심하군요.”

의사 선생님은 책상을 손가락으로 툭툭 치더니 나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이 내 몸에 들어온 느낌 그리고 내 몸이 아닌 것 같은 느낌 이게 해리성 정체성 장애거든요. 지금 증상에 기억 상실이 동반되기도 하나요?”

“일단 전 기억은 안 나긴 해요…”

난 일단 냥지가 말했던 일도 생소했으니까.

기억이 가물가물한 수준을 떠나서 아예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진짜 그런 일이 있긴 했을까에 대해 의심되는 일인데… 냥지가 거짓말을 할 리는 없고…

“그러니까 갑자기 기억이 나지 않는다든지 때로는 기억상실이라고 하는 것 그 증상이 동시에 일어나고 수반됩니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많이 상실하는 거죠. 우리 마음속에 있는 심리적인 방어 기제가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억상실로 방어를 하는 그런 현상이 벌어지는 거죠.”

“이 해리성 정체성 장애는 과거의 어떤 학대 경험이 많거든요. 어… 영상을 보니… 그런 경험이 그러니까… 그런 경험을 말이죠.”

학대?

테일리 고문을 받던 그것 때문일까?

이거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거야.

“약물 치료보다는 전적으로 심리 치료가 유효 합니다만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먼저 상실된 기억을 회복해야 되겠고, 그다음 단계는 자신의 잃어버린 감정을 되찾는 정신 치료가 병행돼야 되는데 대표적인 방법은 정신 분석적 치료가 있겠네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어…

“혹시 군인이셨나요?

“어… 잘 모르겠어요…”

테일리가 군인이긴 했지?

지난번에 의수의 말을 들어보니 테일리는 여기서 군인으로 활동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서 그렇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

복잡하다 복잡해…

“아, 이해합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억지로 기억해낼 필요는 없습니다.”

“네…”

“다른 인격이 활동할 때 그 인격이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시나요?”

“아니요.. 애초에 제가 이중 인격이라고 하는데 그런 것도 모르겠는데요…”

“인격이 수동적이라면 기억상실증이 심해질 수 있긴 합니다. 인격끼리 서로 기억을 전혀 공유하지 않은 상태인가요?”“

“저는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아요…. 제가 진짜 해리성 그…”

“해리성 정체성 장애입니다.”

“해리성 정체성 장애가 맞나요…? 전 진짜 모르겠는데…”

“저는 일단 확실하다고 봅니다만, 친구분의 말씀을 들어보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냥지야… 진짜 맞아…?

난 잘 모르겠어…

“다른 인격과 서로 대화는 안 되는 거죠?”

“어.. 존재 자체도 몰라서 사실 지금 얼떨떨하네요… 다른 인격으로 언제 바뀔까요..?”

갑자기 친구들이랑 만나는데 몸이 바뀐다든지 방송 중에 몸이 바뀌면 참 곤란할 텐데 이중 인격이라면 테일리의 인격인 걸까?

“보통 인격 교체는 특정 조건에 맞으면 자동으로 경우가 있습니다. 일단 치료는… 세계적으로 매우 희귀한 장애라 한국에서 치료 가능한 전문 병원이 있을지를 모르겠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저도 환자분이 처음이라… 극도로 희귀한 정신 질환으로 존재의 실질성에 대한 논란도 예전에 있었거든요.”

“아… 그렇군요…”

“일단 나가시고 친구분이랑 저랑 좀 이야기하겠습니다.”

나는 간호사의 안내를 받고 밖에 나와 앉았다.

이게 무슨 일이래…?

예화의 질문에도 멍하니 앉아 대충 대꾸했다.

“난 역류성 식도염이 좀 있다는데 넌 어디 아프대?”

“몰라…”

“네가 왜 몰라!”

****

“오늘의 상담이 성공적이진 않았어요. 환자분의 치료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원래 이런 문제는 병원에 빨리 와야 했는데…”

“혹시 완치는 가능한가요?”

“장담할 수 없는 문제라서 좀 그렇네요. 말했다시피 저도 처음이라서 확신할 수 없습니다. 아마 오래 걸리지 않을까 싶고요.”

의사가 PTSD도 같이 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골치 아프다.

얘는 왜 이렇게 아픈 거야.

그게 예지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하나만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지난번에 그래도 친구들이랑 있어서 좋다고 말을 하긴 했는데 나아지고 있다는 건가요?”

“좋은 기억은 항상 나쁠 게 없죠. 스트레스 받지 않게 한다면 더욱더 좋습니다.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항상 행복하다면 당연히 나빠질 이유도 없지 않겠습니까.”

처음 만날 때는 항상 웃지도 못하고 벌벌 떨고 있었지만, 최근의 예지는 확실히 많이 나아진 것 같아서 안심되었다.

희미하긴 하지만 요즘은 항상 웃고 있으니까.

문을 열고 나와 투닥투닥 말다툼을 하는 예지와 예화를 보니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예전이었으면 대꾸도 못 하고 시무룩해졌겠지만, 지금은 이렇게 곧잘 장난을 받아치는 모습이 확실히 나아지고 있다는 증거겠지?

둘을 불러 차에 태우고 같이 점심 먹을 곳이나 찾기로 했다.

나는 우유부단한 성격이라 선택을 잘못하므로 친구들이 가자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나와 냥지는 집으로 돌아와 방송을 바로 켰다.

병원에서 핸드폰으로 병원에 가느라 늦는다고 공지로 적어 놓긴 했지만, 시간 끌어서 좋은 것이 없지.

테일리 Just Chatting

병원 갔다 왔어요.

[맨날 어디가 아파 얘는]

[얘 어디 아프니?]

[그만 아파 서예지!]

[어디가 아파서 간 거임?]

[테하]

“어… 테하.. 얘기할 건 별로 없는데…”

[얘도 한 시간?]

[ㅇㅇ]

[ㅋㅋㅋㅋㅋㅋㅋㅋ]

“냥지가 아침에 깨우길래 일어났더니… 갑자기 옷부터 입으라는 거예요… 일어나서 옷 입고 바로 차에 태워져서 예화 집으로 갔어…”

[갑자기?]

[ㅋㅋㅋㅋㅋㅋ]

[병원이 예화 집이었음? ㅋㅋ]

“예화도 저처럼 깨워져서 차에 납치되었거든요… 냥지가 우리 둘을 데리고 병원에 간 거죠…”

[ㅋㅋㅋ]

[예지도 예화처럼 병원 절대 안 가는 타입인 듯ㅋㅋㅋㅋㅋ]

[냥지가 확실히 친구들은 잘 챙겨]

[다들 아프면 알아서 병원에 좀 가 ㅅㅂ 괜히 놔뒀다가 병을 키우지 말고]

­종합병원님의 10,000원 후원!

왜 다들 아픈 곳이 많을까.

[ㅠㅠ]

[그래서 병원에서 뭐라 함?]

“이건 말해도 되나 싶은데… 냥지 말로는 PTSD에 해리성 정체성 장애였나…? 저는 근데 솔직히 모르겠어요. 밤에 갑자기 일어나서 그랬다고 하던데 기억도 안 나고… 의사 선생님이 잘못 아신 게 아닐까..?”

[해리성 정체성 장애????]

[그게 뭐임?]

[몰라 어쨌든 심각한 거야!]

[모르면 다 심각하냐 ㅋㅋ]

[그거 다중인격을 그렇게 부름;;]

[엄청 희귀하다던데 예지가 ㅠㅠ]

[제발 왜 자꾸 아픈 거야]

[PTSD랑 같이 오는 경우가 좀 있음. 미국에서 30~40대에서 좀 보인다고 하던데 하여튼 희귀해서 전 세계에 400~600명이었나?]

[엥? 난 애들이 많이 걸린다고 들었는데]

“아니, 확실한 건 아니야… 오진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솔직히 난 기억이 안 나서 잘 모르겠어…”

[ㅠㅠㅠㅠㅠㅠ]

[ㅠㅠ]

[제발 아프지 말라고!]

­부산수녀님의 1,000원 후원!

자매님을 위해 기도할게요.

“어… 진짜 수녀신가..? 감사합니다..”

[수녀 트수 ㄷㄷ]

[ㅋㅋㅋㅋㅋ]

[그래서 완치 가능성 있음?]

“모르겠어요… 일단 제가 방송에서 이런 말 하는 이유는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해도 감안하고 봐달라는 소리예요…”

[당연하지ㅋㅋ]

[이거 구라치고 인성질 하려고 그러는 거 아님?­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진짜 사람 새끼냐]

[저거 핵무새였을 듯]

[그럼 지난번에 유초야 방송에서도 그거였나?]

[아, 그렇네. 오자마자 그거 물어보려고 했었는데]

[술 마신 줄 알았음]

“초야 언니 방송에서…? 나 들어가서 구경하고 있긴 했는데 보다가 잠들었어..”

[ㅠㅠ]

[거의 애교 머신이었는데]

[좀 백치미가 느껴지긴 했음ㅋㅋ]

[초야 : 예지야 ㅠㅠㅠㅠ]

“앗… 보고 있었네…”

[초야 : 난 그런 줄도 모르고 미안해 ㅠㅠ]

“괜찮아..! 다들 편하게 생각해주세요..! 다른 인격의 나도 나인데…”

[초야 : 난 네가 술 마신 줄 알고… 그래도 귀엽더라 ㅎㅎ]

[ㄹㅇㅋㅋ]

[냥지의 뒤를 잇는 애교 공주 예지공듀]

“으으…”

한참을 노닥거린 뒤 방송을 종료하고 거실로 나오니 야뭉이가 소파 한구석에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

귀여운 녀석… 근데 쟤 살 좀 빼야 하지 않아?

야뭉이를 끌어안고 소파에 다리를 쭉 펴며 누웠다.

<예지 그래도="" 멘탈="" 좋아진="" 듯=""/>

트라우마 때는 애가 완전히 미치려고 하던데 지금은 안 그러네

콩콩 : 요즘 친구들 덕분에 행복하다고 자기가 말했음

새싹 : 여러분 친구 잘 사귀는 게 이렇게 중요합니다.

­ㅇㅇ : 난 친구가 없는데…?

­새싹 : 오늘부터 너와 난 친구~

초록도마뱀 : 그래도 불쌍해 ㅠㅠ

<해리성 정체성="" 장애="" 그거="" 실존했었음?=""/>

난 그거 그냥 범죄자들이 회피용으로 삼는 건 줄 알았는데 ㄷㄷ

2동강5리알 : 예전에는 그걸로 말이 많았는데 요즘은 워낙 의료 쪽이 발달해서… 있긴 있다더라

초초츄 : 예지는 그래도 다른 인격이 얌전한 듯?

금태양 : 난 이중인격 그런 거 애니에서 나오는 줄

­ㄴㄷㅆ : ㄴㄷㅆ

<예지 친구들=""/>

적응 빠르긴 하네 ㅋㅋㅋ

또 다른 자신으로 봐주라고 그걸로 놀려도 상관 없다니까 나중에 귀여운 옷 입히고 흑역사 클립 만들 거라고 ㅋㅋㅋㅋ

ㅇㅇ : ㅋㅋㅋㅋㅋㅋ

병신을보면짖는개 : 별명도 생김 ㅋㅋ 예지 공주는 언제 오냐니까 기겁하던데 ㅋㅋㅋㅋ

예지곤듀님 : 다들 공주님이라고 부르니까 비명 지르더라 ㅋㅋㅋ

얍시 : 외모만 보면 어디 왕가의 공주님 맞다 ㅋㅋ

예지 게임 안 하냐….

이이잉 : 그 질문 34번째 질문이고 내일 한다고 했다.

­치치 : ㄳ

뮤뱅 : ??? 노래 방송인데?

KoreaLove : 게임 방송이다. 이것은 프라가 증명.

크라잉 : 프라 대회 준비해야 하는데 왜 안 들어오냐고 투덜투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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