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불쌍한 사람 아니라고-26화 (26/78)

〈 26화 〉 유튜보

* * *

왠지 잠자리가 불편해서 이상하다 했더니 야뭉이가 배에 올라타서 자고 있었다.

어쩐지 뭔가 무겁더라.

생각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기에 냥지를 깨워 같이 밥을 먹었다.

“오늘 일찍 일어났네?”

“야뭉이가 배에 올라와서 자고 있어서 그런지 일찍 깼어…”

“아까 내 배에 자고 있을 때 밀어냈더니 너한테 갔나 보다.”

자리에 앉아 오늘의 일정에 대해 생각해봤다.

사실 난 예전부터 그렇게 계획적인 인간은 아니었기에 내게 계획적인 삶이란 멀게 느껴졌지만, 이제부터라도 계획을 짜보면 어떨까 싶었다.

그러고 보니 유튜보를 만든다고 말하고 아직도 안 만들었네.

그래서 오늘은 유튜보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다만 내가 유튜보를 보기만 좋아하지 단 한 번도 영상을 만들어 올리거나 그런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는데 냥지한테 도움을 청하자니 최근 너무 냥지에게 기대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언니]

[유초야 : 왜? 왜?]

[언니는 유튜보 어떻게 해?]

[유초야 : ??]

[내가 유튜보를 해보려고 하는데 처음이라 감이 안 잡혀서…]

[유초야 : 우선 편집자랑 썸네일러 이렇게 뽑아야지.]

[어… 그런가…?]

[유초야 : 우선 편집자부터 뽑아봐. 영상만 넘겨주고 완성되면 네가 확인만 하면 돼.]

[고마워.]

[고양이가 하트를 그리는 콘]

[유초야 : 고양이가 끌어안는 콘]

편집자를 어디서 구하지?

고민하기 전에 절로 의수에 시선이 갔다.

나의 만능 집사가 여기 있네?

“야, 너 할 줄 알지.”

[당연함.]

“네가 다 처리해줘!”

[현재 ai의 귀찮음 지수 68%]

냥지가 문을 톡톡 두드리며 무슨 일 있느냐고 묻길래 방송 준비 때문에 마이크 테스트하고 있었다고 넘기고 속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내가 잘되면 너도 좋다니까?

[동의하지 않음.]

잘 돼서 돈 많이 벌면 너한테 돈 좀 떼줄게.

[돈 하등 가치가 없음. 협상의 테이블에 제안 매력적이지 않음.]

이 녀석이 끌릴만한 제안이 뭐가 있을까?

돈은 인간한테나 필요하지 확실히 이런 Ai한테 돈을 줘봐야…

이 세상에는 Ai 없어?

아니면 취미를 가져볼 수 있잖아.

인간의 취향은 어때?

[이곳의 Ai 수준 낮음. 아이나 다름없음.]

돈 벌어서 기업 인수하고 너 친구들 만들어보던가!

내 말에 잠시 의수의 빛이 깜빡거리며 침묵했다.

방금 그건 좀 끌리는 부분이었나?

[확인.]

8:2 네가 2 내가 8 어때?

[3 제안]

2! 대신 네가 못해도 2 받아 가는 거야.

의수는 빛을 깜빡이며 고민하더니 수락했다.

여태 실패한 게 없는 유능함을 보여주었는데 고작 영상 편집에 실패하겠는가.

계약과 협상 같은 걸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아직 미숙하구나!

[사용자의 계정으로 방금 유튜보에 영상 하나 업로드.]

역시 빠르다.

이 소식을 이제 시청자들한테 알려줘야겠어.

테일리 Just Chatting

유튜보를 만들었어요!

[테하]

[그거 지난번에 보니 아이디만 만들어 놓고 아무것도 안 올라와 있었던데]

[테하테하]

[유초야 : 오늘 유튜보 만드는 법 물어보더니 벌써 만들었어?]

[초하~]

“언니 덕분이야…”

[유초야 : ㅎㅎ]

[훈훈]

사실 그냥 의수한테 맡겼지만 그래도 알려줘서 감사하지.

초야 언니와 이렇게 빨리 친해진 것도 신기하네.

예전에 내가 쓰러졌을 때도 그렇고 알게 모르게 꽤 많이 도와줘서 그런가.

시청자들한테 유튜보를 들어가서 영상을 보여줬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며 서로 장단점을 논하기 시작했다.

어…?

이럴 리가 없는데…?

[무슨 밈인지 모르겠음;; 양키 센스인가?]

[어디서 웃어야 함 ㄷㄷ]

[이거 근데 보다 보면 은근히 웃긴 거 같긴 한데 잘 모르겠네]

[본인이 웃기면 웃긴 거지 모르는 게 어딨음 ㅋㅋㅋ]

[팩트) 설명해야 아는 개그는 실패한 개그다.]

[연출은 괜찮은 느낌인데 편집 배운 지 얼마 안 된 건가?]

핸드폰이 지이잉 울려서 확인하니 초야 언니의 카톡이 보였다.

[유초야 : 어쩐지 빨리 구했다고 했어… 이런 건 원래 신청한 여러 사람의 영상을 보고 뽑아야 하는데 너 그냥 아무나 골랐지?]

[어… 잘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뭐지…?

의수를 빤히 쳐다보자 빛을 크게 번쩍이며 화가 난 듯한 음성이 들려왔다.

[이곳 인간들 웃음 코드 형편없음! 제국과 연방의 Ai들이 발전시킨 영상 편집 기술력 떨어질 리가 없음!]

아, 그래… 이쪽 세계랑 코드가 맞지 않는가 보다.

그럴 수 있긴 하겠네.

[열등한 영상물에 익숙해진 인류 수준이 낮아짐을 의미. 영상이 시대를 앞서가서 어쩔 수 없는 부진. 인류에게는 아직 이른 영상.]

왜 그런지 알겠으니까 진정해.

혹시… 흥분했어?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빛이 완전히 꺼지며 갑자기 오른팔이 축 늘어져 움직여지지 않았다.

[에너지 1% 상태]

[충전]

여태 이런 일은 없었는데 갑자기 타이밍 좋게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갑자기 모든 일을 능숙하게 처리하는 만능 집사로 보였던 의수가 자기가 곤란하다고 도망가는 모습이 굉장히 하찮게 보였다.

도망간 게 아니라… 혹시 삐져서 이런 식으로 항의하는 건 아니겠지..?

어..어라?

이상하다?

일단 장단점을 논하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사과하기로 했다.

새 편집자를 구해야겠어.

“죄송합니다… 아직 계약은 안 했으니까 오늘 일당 지급하고 새로운 편집자를 뽑을게요...”

[죄송할 것까진 없음]

[ㅇㅇㅇㅇ]

[아니 뭐 그럴 수 있지 ㅋㅋ]

[다른 유튜보들도 가끔 거쳐 가던 일이었음]

[시대를 앞서간 편집자였다고 생각하죠]

[이 편집은 아직 인류에게는 이르다!]

[근데 의수 LED 갑자기 꺼짐]

[꺼져도 간지긴 하다]

“아, 충전을 깜빡해서… 지금은 못 움직여요…”

어깨를 흔들어서 덜렁덜렁 흔들리는 팔을 보여주었다.

[ㅠㅠ]

[아직 전기 식 의수는 배터리가 오래 못 간다 더니 진짜인 듯?]

[불편하겠다;]

[충전 ㄱㄱ]

[오늘은 그래서 뭐할 꺼?]

“유튜보 이야기하고 합방 하려고 했는데…”

[유튜보에 팬 영상 올리는 사람들 많던데 거기에 말해보던가]

[근데 허락 없이 그렇게 막 올려도 됨?]

[팬인데 뭐… 애초에 팬 영상이라고 붙여 놓고 함]

[난 왜 편집자 모집 글 못 본 거 같냐 나만 그럼?]

[그러게]

“그럼 일단 그거 한번 보고 합방 가자… 아직 합방 시간 조금 남았으니까..!”

사람들에게 제일 반응이 좋은 영상의 링크를 받아 들어갔다.

주마등이라는 계정명으로 활동하는 사람이네.

확실히 댓글들을 보니 다들 반응이 매우 좋아 보였는데 영상을 틀어보니 꽤 재미있어 보이긴 했다. 영상이 짧은 것을 보면 이걸로 수익을 벌고 있지도 않네.

다른 영상들도 내 영상이 대부분이었는데 크라이 영상, 스캐빈저 콜 영상, 쇼크워 행사 영상, 저스트 채팅과 노래, 합방 하이라이트 영상 이렇게 분류되어 있었다.

내가 게임 스트리머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별로 안 해서 그런지 저스트 채팅 영상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조회 수가 높았다.

하기야 다시 보기로 보기에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이 많으니까 이런 짤막한 하이라이트 부분만 보고 싶은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겠지.

애초에 크라이는 거의 안 했었는데 10분짜리 하이라이트 영상이 4개나 나왔다는 건 정말 대단했다.

아니면 이 사람이 내가 크라이하는 게 좋았던지.

­주마등님의 10000원 후원!

앗! 부끄럽네요…. ㅎㅎ

“어, 이 채널 주인이신가요..?”

[주마등 : 네! 정말 팬이에요!!]

[ㅋㅋㅋㅋㅋ]

[나도 예지랑 만나서 악수하는 게 소원이긴 해]

[난 악수 말고 맘마통 ­삭제]

[잘 가고~]

[요새 시청자들 엄청나게 늘어나서 그런가 선 넘는 애들 가끔 보이네]

의수 에너지 없다고 전원 꺼져 놓고 채팅 창은 관리하는 것 봐.

영악한 녀석.

“편집자로 모시고 싶은데… 어떻게 하실래요..?”

[주마등 : 하겠습니다!]

나가기 귀찮으니까 요새 전자 계약서도 많다던데 이걸로 해야지.

“전자 계약서…”

[주마등 : ㄴㄴㄴㄴㄴ]

[???]

[ㅋㅋㅋㅋㅋㅋ]

[뭔지 알겠다ㅋㅋ]

[주마등 : 만나서 직접 계약서 쓰죠. 전자 계약서 그거 어떻게 믿습니까.]

“엥…?

[아 맞지ㅋㅋ]

[기계들을 믿다니 여기 사람들은 바봅니다!]

[근데 굳이 만날 필요 있음?]

[팬인데 만나고 싶겠지 ㅋㅋㅋ]

음… 귀찮기는 한데 금방 만나서 계약하고 오지 뭐….

별일 있겠어?

“어… 그럼 그렇게 하죠…? 빨리 계약할수록 좋은데 언제 할까요..?”

이왕 하기로 마음 먹은 거 시간 끌고 싶지도 않고 되도록 빨리 해치우고 싶은 마음이었다.

유튜보만 보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굳이 토위치에서만 활동할 이유는 없지.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당연하게도 한 플랫폼만을 고집하는 사람도 적지 않기 때문에 되도록 여러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게 당연히 좋다.

[주마등 : 내일 어떤가요?]

내일..?

딱히 스케줄은 없는데… 애초에 밥 먹고 냥지랑 놀고 방송 켜고 이것만 반복하는 사람이라서…

“그럼 내일 보죠..?”

[주마등 : 네, 알겠습니다!]

[드디어 유튜보에서도 보겠네]

[요즘 시간 안 나서 다시 보기도 보기 힘들었는데 다행이네]

반응이 다들 좋은 것을 보니 확실히 유튜보 건을 미루지 않고 처리하길 잘한 듯 보였다.

­유튜보기념님의 50,000원 후원!

기념

“감사합니다…!”

슬금슬금 들어와 무릎에 올라오는 야뭉이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 주고 내보냈다.

방송 시간에 자꾸 들어와서 사고를 칠 때가 있어서 곤란해.

오늘 합방 시간이 언제더라..?

5분 남았네.

미리 들어가야겠다.

도스 코드에 접속해서 유화한테 초대 부탁한다고 보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뭐지… 잠시 딴짓하나?

아는 사람들한테 메시지를 보냈지만, 반응이 없었다.

어… 늦는데…

합방 시간이 지나자 초대가 와서 받고 들어갔다.

“지각! 지각! 지각! 지각!”

“어허… 이렇게 시간 개념이 없어서야!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법인데!”

“예지야! 밑에 시계를 봐. 지금 시간 8시 3분! 오늘 합방 약속 시각 8시!”

으아…. 여러 명이 한 번에 말을 하니 어지러워.

근데 이건 억울하지..!

일부러 초대 안 해주고 지각하게 만든 거잖아…

“아니… 초대 부탁한다고 말하니 아무도 안 해줬잖아요…”

“야! 서예지! 너 언제부터 그렇게 변명하는 애가 돼버렸어!”

“맞아. 실망이다. 우린 지각 안 하려고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같은 집에 살고 있지만 좀 그렇네.”

에..?

어?

“나도 미리 왔는데…”

“어쩌라고~ 어쩌라고~”

“힝…”

“앜하하하하 예지 너무 귀여워.”

“예지가 와서 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내가 욕 먹었을 텐데…히히..”

“예지 전에는 비령이 제일 타격감이 좋았지.”

오늘 합방 이상하다…?

신나 게 놀림 당할 것 같은 예감이 드네…

숲속 위키 추가 내용

테일리

2.2 신상과 성격

운동을 좋아하는지 체형이 모델처럼 비율이 매우 좋고 몸매가 완벽하다.

다만 운동을 하는 모습은 아무도 못 봤기에 다들 의문인 상황.

주변 스트리머가 대부분 캠방을 하지 않지만 특이하게 캠방을 자주 하는 모습이 보인다.

대단한 미인이라 동서양 통틀어서 반응이 엄청 좋다.

다만 그것 때문인지 스토커가 있었는데 집에 침입까지 하려고 했던 상황이었는데 평소의 소심한 성격에 비해 싸움을 굉장히 잘하므로 침입에 성공했더라도 아마 스토커가 위험하지 않았을까.

현실 합방에서는 캠을 꺼놓고 진행한다.

참게비령과 마찬가지로 외부활동을 안 하고 친구도 없었다고 한다.

그나마 참게비령은 6명이라도 있었지만, 예지는 한 명도 없었다.

트라우마가 있지만 새로 사귄 친구 집에 동거하고 주변 스트리머들과 친해지니 어느 정도 나아지고 있다고.

놀랍게도 잠을 매우 오래 자는데 거의 하루 동안 자고 있었던 적이 있는데… 누군가와 비슷한 수면 시간.

노래를 매우 잘 부르는데 시청자들의 요구에 음원을 올렸는데 음원 판매량 1등을 달성했었다. 이 수입의 대부분은 또다시 보호시설에 기부됐는데 이쯤 되면 보호시설에 대해 무언가 있지 않나 추측해본다.

병원 때문에 방송을 늦게 켠 적이 있었다.

악여화, 냥지도 동시에 휴방한 것을 보면 냥지가 친구들 손 잡고 강제로 데리고 간 듯 보인다.

정신과에서 진단명은 놀랍게도 해리성 정체성 장애와 PTSD였는데 테스트와 상담을 통해 진단되었다.

냥지의 말에 의하면 다른 인격을 종종 목격했다고 하는데 대단히 얌전했다고 한다.

유초야의 방송에서도 다른 인격이 나타난 적이 있는데 다들 술에 취했다고 생각했었다.

수양이가 말하기를 공황장애가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3. 타 스트리머와의 관계

수양이 : 상당히 친해졌다. 쇼크워 행사 때 부쩍 친해졌다고 하는데 먼저 말을 놓자고 한건 놀랍게도 테일리였다고 한다. 낯을 심하게 가리고 소심한 성격을 생각해보면 이례적인데, 테일리와 만나자마자 친해진 것을 생각해보면 엄청난 사교성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수양이의 시청자들이 토론하기도 했다.

참고로 수양이는 참게비령도 만나자마자 하루만에 친구가 되었다.

유초야 : 미국에서 혼자 얇게 입어서 추웠는데 예지가 당연하다는 듯이 재킷을 벗어서 걸쳐주길래 반할 뻔했다고 한다. 물론 장난으로 하는 말이다.

테일리의 키가 여자 중에서도 제법 큰 장신이고 몸이 탄탄하다 보니 엄청나게 멋있게 느껴졌다고 한다.

쥬벳트 : 친해지고 싶지만 쉽게 다가가기 힘들다고 언급했다. 아무래도 좋지 않은 과거와 아주 아픈 사람이니 말을 툭툭 내던지기 힘들다고. 참게비령한테는 야발이라고 말하면서 놀지만 예지한테는 매우 정중하게 말한다. 놀리면서 친해지는 타입인 쥬벳트가 힘든 타입이긴 하다.

임뿌 : 친해지고 싶다고 하지만 기회가 없는 듯하다. 쇼크워 행사 때 일이 생겨서 한 번도 못 만나본 상황.

정우 : 임뿌랑 똑같은 상황이지만 곧 테일리가 피셀에 들어가니 그나마 나은 듯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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