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불쌍한 사람 아니라고-30화 (30/78)

〈 30화 〉 편집자 그리고 정란이 이사 소식

* * *

“좋은 소식입니다. 드디어 출산율이 정상적인 수치로 회복했습니다.”

“아! 정말 희소식입니다! 20년 전에는 인구 소멸 국가로 지정되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정말 이 나라가 사라질 줄 알았지만 국민들의 노력 덕분에 여기까지 복구했군요.”

“다음 소식입니다. VR에 너무 빠져 아사한 사람이 나왔다고 합니다.”

“아, 이건 좀 충격적인 일이군요. 확실히 요즘 VR 게임에 빠져 아사하는 사람이 많이 생기고 있어요. 이건 밸보사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겠습니다.”

“단순히 밸보한테 맡길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 물론 중독이고 무조건 막아야겠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하지만 자제를 못 하는 사람들을 자제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VR 게임보다 현실이 더 매력적이지 못해서 그렇다는 의미가 아니겠습니까. 아사하는 사람들도 자기가 위험한 것을 알아도 계속했다는 거니까요.“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요즘 청년 아파트 정책으로 대학생,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다양한 대상을 상대로 청년주거 지원을 진행 예정이라고 합니다. ”

“이걸로 청년들이 힘을 내줬으면 좋겠군요.”

“취업 준비생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지원을 그리고 우수한 평가를 받은 사람은 정부에서 직접 기업과 연결해준다고 합니다.”

“기업들도 근무 환경 개선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죠?”

“네, 그렇습니다.”

“주 45시간 근무제도가 시행 중이고 출근 시간을 정해놓지 않은 회사도 많이 늘고 있어요.”

“최근 기업들이 적은 인력을 최대한의 효율을 뽑기보다는 많은 인력으로 효율을 보고 있는데 효율만을 생각하던 기업들이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요?”

…..

이쪽 세상도 무언가 일이 많구나.

자극적이고 나쁜 소식만이 아닌 좋은 소식도 많이 보이었다.

냥지한테 원래 그렇냐고 물어보니 국민의 행복지수와 언론이 연관이 많이 되어있어서 그렇다고 들었다 말한다.

전체적으로 저쪽보단 살기 좋다는 느낌.

이쪽도 20년 전에는 암울한 시기가 있었다고 말하지만 그건 나한테 체감이 되지 않아서 모르겠다.

하여튼 살기 좋아지면 좋은 거지.

최근 VR 게임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 되었다고 하는데 정부와 언론은 게임을 마약 취급하며 핍박 하지 않았다.

게임사들과 함께 해결책을 강구한다고.

뭐가 다르기에 이렇게 다른 걸까.

잠시 사색에 잠기던 그때 야뭉이가 야옹 하고 울며 나의 사색을 방해한다.

냥지가 하품을 하며 리모컨을 조작해 채널을 돌린다.

야뭉이가 냥지에게 올라타거나 볼을 핥는 등 매우 귀찮게 하자 냥지가 오늘따라 야뭉이가 부담스럽게 군다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러면서 웃는 모습을 보면 딱히 싫어하는 것도 아닌 듯 보인다.

오늘 방송을 무엇을 할까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경쟁은 사람을 항상 긴장하고 지치게 만들기 때문에 항상 문제가 발생한다.

상대를 욕하거나 싸운다거나 또는 화나게 하기 위해 일부러 방해하는 등 그 사람의 현실의 모습과는 아예 다른 행동을 하는 경우가 이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하여튼 말을 길게 늘어놓기는 했지만, 오늘은 대전 게임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소파에 늘어져 시계를 보니 유튜보 편집자와 만날 시간이 가까워졌기에 준비를 했다.

그런데 내가 낯을 워낙 가리는지라 만나고자 하니 긴장이 되네.

일단 편하게 흰 티와 청바지를 입고 나왔다.

“야! 또 그거 입어? 예쁜 옷도 많은데 왜 맨날 그렇게 입어!”

냥지 손에 이끌려서 결국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예전에 그 옷을 고집하는 특별한 사연이 있는지 조심스레 물을 때 그냥 편해서라고 대답한 게 컸다!

집 밖을 나와 근처의 카페로 걸어갔다.

다른 장소를 잡으려고 했는데 그쪽에서 무작정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으로 잡자고 밀어붙여서 근처 카페로 잡았다.

걸어가면서 주변을 천천히 관찰하자 사람들의 얼굴은 조급함이 보이지 않았다.

예전의 세계의 급박하고 무미건조한 표정이 아니라 느긋하고 희미한 미소가 보였고 행동거지에도 여유로움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차로에는 신기하게 생긴 차들이 느릿하게 달리고 있었다.

좋은 세상이 맞긴 하구나 그때서야 체감했다.

천국이 있다면 지금 여기가 천국이 아닐까?

대로의 카페 문을 밀고 들어가니 사람들의 조용한 말소리가 들려온다.

커피 향이 가득 풍겨오며 무언가 익숙한 노래가 잔잔하게 흘러나와 카페 분위기를 좀 더 좋게 만들어주었다.

편집자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듯 보여 아무 자리에 앉아서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노래의 정체를 깨달았다.

내 노래야..!!

의수한테 말하고 음원 녹음을 했을 때 그 노래였다.

살짝 부끄러워져 애써 외면하려고 메뉴판을 살펴보았다.

달달한 음료가 당겨서 초코 프라페를 시키니 종업원이 나를 보고 놀란 얼굴로 입을 가렸다.

기분은 좋지만 나 같은 아싸는 이런 일이 조금 부담스러워…

자리에 앉으니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한 번씩 느껴지더니 다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했다.

집 밖이 피곤해…

왼손으로 빨대를 붙잡고 쭉쭉 빨아 달콤한 초코가 입 안 가득 느껴져 행복해졌다.

내 정신적 피로를 해소 시켜주고 있는 초코씨의 노고에 감사.

초코 프라페를 반쯤 마실 때 편집자가 들어왔다.

귀여운 빵모자를 머리에 쓰고 있는 약간 귀여운 얼굴의 여자였는데 나를 보자마자 오두방정 떨며 나에게 다가왔다.

굳이 그렇게 올 필요가 있는 걸까…?

“안녕하세요 테일리님! 방송보다 더 멋있어…! 대단해요!”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만 있는데 뭐가 대단한지 모르겠지만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안,안녕하세요…”

“생각했던 것처럼 귀여우셔!”

일단 진정시키고 계약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편집자의 이름은 김연주라고 한다.

일단 전속 편집자로 계약하기로 했다.

친구들 말로는 한 명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고 말하던데 천천히 모집하면 되겠지.

의수가 여기 수준에 맞춰서 해보겠다며 다시 시켜보라고 하지만 글쎄..?

이쪽 업계에서도 상당히 좋은 조건으로 약속했다.

앞으로도 계속 같이 일할 사람이고 이제 난 돈 문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벌고 있으니까.

영상은 늦게 나와도 되니 영상 만들다가 건강을 해치지 말라고 말했다.

하루에 최대 8시간까지 일하고 그 외에는 일상 생활하라는 소리다.

물론 정해진 할당량을 끝내면 그 주에는 일 안 해도 된다.

“멋져요… 역시 테일리님! 이렇게 좋은 조건에 계약해주시고 제 생활까지 생각해주시다니…”

“정말 활발하시네요….”

“그런 소리 많이 들어요! 어제부터 기대돼서 잠도 못 잤다니까요. 팔 한 번만 만져봐도 될까요?”

그러라고 하니 내 왼팔을 만지작거렸다.

“와! 방송에서도 봤지만 얼마나 운동을 많이 하시길래! 멋져! 대단해!”

운동은 제가 안 하고 의수가 알아서 조율해주고 있어요.

말하면 난리 나겠지만.

어떻게 이 머리색이랑 눈 색이 자연일 수 있는지 너무 신기하다며 호들갑을 떨며 말하기에 대충 대답해줬다.

내 기력을 쪽쪽 빨아 먹히고 있는 느낌이야.

연주 씨는 내 연락처를 입력해주니, 마치 신줏단지를 모시듯 두 손으로 받아 조심스레 가방에 넣었다.

사인을 부탁하길래 아무렇게 써주니 좋아하며 받는다.

딱히 사인을 연습한 게 아니라서 낙서에 가까웠고 나중에 사인이 바뀔 수 있지만 일단 좋아하니 된 거 아닐까?

연주 씨와 같이 점심을 먹으며 조금 친해질 수 있었다.

날 신앙의 대상으로 보는 듯한 그 태도는 여전히 부담스럽지만…

집에 돌아가면 영상을 전부 넘겨주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카페에 다시 들러 커피를 사 와 집으로 돌아왔다.

냥지 줘야지.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오니 야뭉이가 문 앞에서 나를 반기길래 엉덩이를 톡톡 두드려주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냥지는 방송 중인가?

문을 톡톡 노크해 들어가 커피를 건네주었다.

“고마워!”

문을 조용히 닫고 나와 설거지를 위해 주방을 들어가니 무언가 먹은 흔적이 하나도 없었다.

냥지가 오늘 점심을 먹지 않았구나.

냉장고 문을 열어 재료를 확인하고 무엇을 만들지 생각해봤다.

카레를 만들어서 주자.

당근, 감자, 양파를 꺼내 당근과 감자를 큐브 형태로 썰고 양파를 송송 썰었다.

양파를 볶고 감자와 당근 그리고 먹기 좋게 잘라놓은 고기를 넣은 뒤 물을 부어 끓였다.

부글부글 끓는 물에 카레 가루를 조금씩 넣어 저어주고 걸쭉해진 카레에 후추를 넣어 마무리!

백중원 선생님 요리 완성!

예전에 돈이 넉넉하지 못해 배달 음식을 포기하고 내가 만들어 먹었을 때 만들었던 카레였다.

조리 방법도 쉽고 맛도 꽤 괜찮았었지.

넓은 그릇에 밥을 퍼서 카레를 부어 숟가락과 물컵을 챙겨 냥지의 방에 노크해서 들어갔다.

“혹시 바쁘니…?”

“엉? 아니, 들어와!”

내가 만든 카레를 내밀면서 먹으라고 하자 냥지가 마침 배고팠는데 고맙다고 호들갑을 떤다. 직접 만들었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대답해줬다.

“너희들은 예지가 만들어준 카레 없지?”

[….]

[ㅋㅋㅋㅋ]

[오늘따라 아주 부럽네요. 선생님]

“아, 맞다. 정란이 소식 들었어?”

“응…?”

“정란이가 방금 이사한다고 말하던데?”

“진짜…?”

정란이가 이사를?

도대체 어디를 가려고?

“우리 근처로 온다고 하던데.”

“와아…! 놀러 가면 되겠다..!”

“정란이 데리고 자주 나가야지.”

그거참 정란이에게는 좋지 못한 소식이군.

외부 활동 자체를 워낙 피곤해 하는 친구라서 쉽게 나올까 싶었다.

“나도 방송하러 갈게..”

“알았어. 땡큐!”

문을 닫고 나와 방송을 켰다.

테일리 Just Chatting

유튜보 편집자와 계약을 했어요.

[테하~]

[예하~]

[ㅇㅇㅇㅇㅇㅇ]

“안녕하세요… 오늘 편집자와 계약을 했어요…!”

­편집자님의 10,000원 후원!

정말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해주셨어요 ㅠㅠ 사장님 갓갓…

“아앗… 그냥 평균 수준인데요…!”

[항상 마음씨 좋은 우리 예지 ㅠㅠ]

[그럼 이제 쉬는 시간에 유튜보 봐야지 ㅎㅎ]

코르크님의 10,000원 후원!

유튜보 좋다. 유튜보는 시간이 없는 사람들에게 매우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다. 이는 몬태나주의 빌이 증명.

[빌이 누구임? 유명한 사람인가?]

[나다.]

[ㅋㅋㅋㅋㅋㅋ]

[와! 빌의 증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스 코드로 정란이에게 연결하니 곧바로 연결되었다.

방송 중인가?

“정란아, 이사한다면서..?”

“어. 너한테도 연락하려고 했는데 깜빡했다!”

“갑자기 왜…?”

“여기에 있으니까 만날 친구가 없어서 심심하잖아.”

“집 밖에 나오기 싫어하지 않았어..?”

“그건 그런데 외로운 건 싫어서…히히”

“알았어… 바이바이..”

“왜 벌써 가는 거야!”

“그럼 같이 대화나 할까..?”

“나 근데 잠을 못 자서 너무 피곤해.”

“그럼 잠을 자…”

다음에 다시 놀자고 하고 끊었다.

뭘 해야 하지..?

난 왜 방송 규모가 커져도 그대로일까.

전혀 성장하지 않았어…!

[이제 뭐할거임?]

[정란이도 모이면 엄청나게 자주 만나겠네.]

“어… 뭐할까요?”

[그걸 왜 우리한테 물음 ㅋㅋㅋ]

[방송 날로 먹기 ㄷㄷ]

[ㅋㅋㅋㅋㅋㅋ]

위이이잉­

“어? 잠깐 전화 좀 받을게요…”

“닉 케이슨입니다.”

마이크를 끄고 전화를 받으니 지난번의 밸보사에서 말했던 성우 겸 배우 이야기였다.

이제 슬슬 제작에 들어가야 하는데 언제부터 가능하냐고 묻길래 일주일 뒤에 하자고 했다.

일주일 동안 바빠서 못한다는 건 아니고 그냥 마음의 준비…?

근데 성우는 왜 필요하지?

크라이에서 다들 목소리는 원래 목소리인 것을 보면 필요한가?

모션이야 기술이 나가야 하니까 알겠는데 목소리는 필요한지 모르겠다.

물어보니 스토리 모드 준비 중이라길래 납득했다.

“드라마는 생각이 있습니까?”

“네….?”

“이번에 넷폴릭스에 게임 원작 기반 드라마를 만들 예정입니다. 아마 테일리는 주역이 되겠군요.”

“이..ㅇ…잉…건 나..나중에 생각하고…!”

“흠, 빨리 답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습니다. 일단 일주일 뒤에 다시 봅시다.”

드라마 배우라니…

인터넷 방송에 익숙해진 지금도 실제로 사람들이 내 모습을 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마조마해지는데 드라마 배우 이야기가 나오니 더 그랬다.

[프라시스 : 예지 대회 연습 도와줘야 한다. 나 상당히 기다렸어요? 너무 오래 기다려서 어쩌면 난 고목]

[프라 ㅎㅇ]

[말투 봐 ㅋㅋㅋ]

[하기야 언제 해주나 싶어서 엄청나게 기다리긴 하더라.]

[고목 프라]

“아… 맞다…! 오늘 도와줄게..!”

깜빡했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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