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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구더기짱-6화 (6/47)

〈 6화 〉 네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살펴봤더니

* * *

[구더기짱! 좋은 아침!]

조셉이 마리안느의 방문을 활짝 열며 말했다.

[잘잤어? 구더기짱?]

[.......이거나 풀어.]

마리안느는 둘둘 말린 이불 속에서 고개만 내밀고 있었다.

마리안느는 이 안에서 탈출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그대로 잤다.

[아 그러고보니 구더김밥짱이었지? 미안미안! 지금 풀어줄께!]

조셉이 마리안느를 풀어주었다.

[이불에 둘둘 말려있어서 그런가 땀 좀 흘렸네? 밥먹고 샤워하자?]

[........그러던가 말던가.]

조셉이 온 이후

마리안느의 아침은 조셉의 등장으로 시작했다.

우선 조셉이 마리안느를 데리고 화장실로 간다.

마리안느가 볼일을 보고나면

그 뒤 아침밥을 차려준다.

[구더기짱은 먹고 싶은거 있어?]

조셉은 식사 때마다 마리안느에게 물어봤다.

[..........아무거나.]

마리안느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게 제일 어려운 주문이야 구더기짱!]

조셉은 좆 같은 새끼였지만

그래도 밥은 잘 만들었다.

전에 있던 놈들은

아침에는 씨리얼이나 주거나

간편식이나 주었다.

오늘 아침은 꿀 바른 토스트를 잘게 자른 것

스크램블 에그

샐러드

평범한 아침식사였다.

개밥그릇에만 담아주지 않았다면 말이다.

[자! 구더기짱 맛있게 먹어!]

조셉이 마리안느 앞에 그릇을 내려놓았다.

마리안느는 그저 말 없이 식사했다.

[맛있어? 구더기짱?]

조셉은 마리안느 앞에 앉아서

마리안느가 밥 먹는 걸 지켜봤다.

마리안느는 조셉을 쳐다보지 않고

묵묵히 먹었다.

싱글싱글 웃으며 쳐다보는 조셉을 보면

안그래도 없는 입맛이 뚝 떨어졌다.

[와! 다먹었네! 너무 기뻐! 근데 구더기짱의 입 주변이 엉망진창이다. 내가 닦아줄게?]

마리안느가 식사를 마치자

조셉은 물티슈로 마리안느에 입을 닦아주었다.

[자! 그럼 씻으러 가자 구더기짱!]

조셉은 마리안느를 욕실로 데리고 갔다.

조셉은 마리안느의 옷을 벗겼다.

처음에는 격렬히 저항하던 마리안느였지만

이제는 익숙해진건지 마음이 죽어버린건지

그냥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

[양치부터 하자 구더기짱?]

조셉은 칫솔에 치약을 묻혔다.

[아~ 해보렴! 구더기짱!]

마리안느가 말 없이 입을 벌렸다.

[구더기짱은 이빨도 예쁘구나~]

조셉이 마리안느에 이빨을 닦아주었다.

[자 이제 퉤하고 뱉어! 퉤!]

마리안느가 양칫물을 뱉었다.

[옳지! 잘했어요 구더기짱~ 이제 샤워하자?]

조셉이 마리안느를 샤워기로 구석구석 씻겨준다.

[구더기짱! 만세 해봐!]

조셉의 말에 마리안느는 아주 짧게 남은 팔을 들어올렸다.

10cm 정도 밖에 안되는 팔을 올리자 마리안느에 겨드랑이가 드러났다.

조셉의 손길이 팔 아래로 들어오자

마리안느는 흠칫 거렸다.

[좋아! 다 씻었다!]

욕실 밖으로 나온 마리안느의 몸과 머리를

조셉이 말려주었다.

이렇게 마리안느의 아침이 지나갔다.

그 다음부터는 별거 없다.

조셉은 집안일을 하는 동안

마리안느는 TV를 보거나 멍하니 있었다.

그나마 마리안느에게는 이 시간이 안심할 수 있었다.

조셉이 무언가에 열중하는 동안은

마리안느에게 떨어져있기 때문이었다.

조셉은 정말 뜬금없이 마리안느를 괴롭히곤 했다.

[구더기짱! 잠깐 도와줄래?]

그래 이렇게 뜬금없이 말이지.

[..........뭔데.]

[창고 정리를 하는데 말이야.버릴 거하고 버리지 말 것들을 구별해야 하거든.]

[이건 구더기짱이 쓰던 물건이야?]

그러면서 조셉은 골프가방을 가져왔다.

[...........그게 아직도 있었네.]

마리안느는 그리운 물건을 보았다.

사고로 팔다리를 잃기 전에는 자주 골프를 쳤었다.

[옛날에는 자주 골프를 치러갔지.]

마리안느는 그때를 생각하며 말했다.

[골프가 끝나면 항상 골프클럽 안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했어.]

[거기 음식맛은 그냥 그런데 뷰가 아주 좋거든.]

[식사를 마치면 밖에 커피를 마시며 친구들과 이야기했지.]

[그랬던 시절도 있었는데………]

마리안느는 사고가 나기 전 갔었던 골프장을 떠올렸다.

넓은 골프장

푸른 잔디

그런 골프 필드를 돌아다니던 나 자신

이제는 지나간 추억들이다.

[구더기짱. 이거 한번 열어서 봐도 돼?]

조셉이 물었다.

[맘대로 해. 이제는 쓰지도 못할테니.]

마리안느가 차갑게 말했다.

조셉이 가방을 열자 아직 반짝이는 골프채들이 들어있었다.

[이게 드라이버인가?]

조셉이 골프채 중 하나를 꺼냈다.

[그건 우드거든?]

[우드? 아무리 봐도 금속으로 만든건데? 나무가 아니잖아.]

[너 골프 한번도 안쳐봤구나?]

마리안느가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이건?]

조셉이 다른 골프채를 꺼냈다.

[그건 아이언.]

[응? 둘다 똑같은 재질인데 이건 우드고 이건 아이언이야?]

조셉은 우드와 아이언을 둘다 들며 비교해봤다.

무게가 다를 뿐 무슨 차이가 있는지

조셉은 알지 못했다.

[살면서 골프도 한번 안쳐보다니. 남자라면 골프정도는 칠 줄 알아야지.]

마리안느가 그렇게 말하며 조셉을 비웃었다.

조셉도 웃고 있었다.

골프채를 들고

[아...젠장.]

마리안느는 본능적으로 좆 됐다는 걸 알았다.

[구더기짱이 그렇게 말하니 골프채 좀 휘둘러 봐야겠네.]

[너....지금 뭐하려고.]

조셉은 골프채를 들고 마리안느에게 다가왔다.

[저기…설마 아니지?]

위험을 감지한 마리안느는 재빨리 굴러 도망갔다.

그래봤자 얼마 못 도망가고 조셉에게 붙잡혔다.

[내가 잘못 말한거야! 골프 따위 몰라도 돼! 몰라도 된다고!]

마리안느가 필사적으로 외쳤다.

[응? 구더기짱 왜 그래?]

[난 단지 골프 연습 좀 해보려는거야,]

조셉은 마리안느를 잡아서 한쪽 벽에 눕혔다.

[자 구더기짱. 이쪽에 가만히 있어봐]

조셉은 마리안느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걸어갔다.

[이게 아이언이라고 했지?]

조셉은 가방에서 골프공을 꺼내 바닥에 놓았다.

[거기서 어떤가 잘 봐줘?]

[하지마!!!]

[자 그럼 간다.]

조셉이 가볍게 스윙을 날렸다.

그러자 골프공은 마리를 향해 날아왔다.

[까아아악!!!]

다행히 골프공은 대각선으로 날라와서

바닥에 납작 엎드린 마리안느에게 맞지않았다.

골프공은 퉁 하고 벽에 부딪혔다.

[어땠어? 구더기짱?]

[뭐하는거야! 위험하잖아!]

마리안느가 외쳤다.

[다음은 우드로 날려봐야겠다. 그럼 둘의 차이를 좀 알겠지.]

[그걸로 친 공에 맞으면 죽어!!! 적어도 웨지로 날려!!]

[저기 구더기짱? 나는 웨지라고 해봤자 웨지감자 밖에 모르거든?]

[구더기짱 말대로 골프도 못쳐본 한심한 버러지 같은 저질스러운 남자라서 말이지.]

[그…그런 소리는 안했어!!!]

[그랬나? 아무렴 어때. 아! 이건 아는거다.]

조셉은 골프가방 안에서 뭔가 찾았다.

[이건 퍼터 맞지?]

조셉이 퍼터를 집어들었다.

[네! 맞아요! 아주 잘 아시네요!]

마리안느는 필사적으로 외쳤다.

부디 여기서 그만두길 바랬다.

[그럼 이걸로 퍼팅 연습이나 해야겠다.]

조셉은 퍼터를 허공에 휘둘렀다.

[퍼팅연습?]

마리안느는 조셉이 뭘 할지 예상이 되었다.

조셉은 공을 바닥에 내려놓더니

[자 간다!]

공은 빠르게 굴러오더니 마리안느의 허벅지에 맞았다.

[아파!!]

공에 맞은 마리안느가 얼굴을 찡그렸다.

[생각대로 잘 안쳐지네.]

[퍼팅은 가볍게 툭 치는거야! 그렇게 무식하게 휘두르는게 아니라!]

마리안느가 빨개진 허벅지를 바닥에 비비며 말했다.

[아 그렇구나. 그럼 좀더 연습해봐야겠다.]

[뭐라고?]

조셉이 계속해서 퍼터를 휘두를 때마다

마리안느에게 공이 굴러왔다.

마리안느는 최대한 맞지 않기 위해 벽 쪽을 보고 몸을 웅크렸다.

등에 공이 맞을 때마다

마리안느는 윽! 윽! 하는 신음과 함께 움찔거렸다.

[어때? 구더기짱? 구더기짱이 보기에 잘 치는거 같아?]

[나이스샷! 아주 잘 쳐! 그니까 이제 그만해!]

마리안느가 아픈걸 참으며 외쳤다.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한번만 해볼게.]

[그만하라고!!!]

[이번에는 구더기짱 가랑이 사이로 넣어봐야지.]

[..........뭐라고?]

마리안느는 정색했다.

[변태새끼야!!! 그만해! 골프를 뭘로 아는건데!]

[미안 구더기짱.]

조셉은 퍼팅 자세를 취했다.

[나 구더기짱 말대로 골프에 대해 아는게 없어서 말이지.]

조셉이 친 공은 그대로 빠르게 굴러갔다.

굴러간 공은 마리안느의 옆구리에 맞았다.

[읏!!!]

마리안느가 짧게 신음했다.

빠르게 굴러온 공에 맞은 마리안느가 고통스러워했다.

[아 잘못 쳤네. 역시 나는 골프에 재능이 없어.]

조셉이 아쉬워하며 말했다.

[그래도 나름 재밌었어. 이래서 사람들이 골프를 치는구나.]

조셉은 골프채들을 다시 가방에 넣고 정리했다.

[덕분에 새로운 사실을 알았네. 고마워 구더기짱.]

마리안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벽에 붙어 웅크린채로 떨고있었다.

[이건 버리지 말고 창고에 보관해야겠다.]

조셉은 골프가방을 다시 창고에 집어넣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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