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의 구더기짱-19화 (19/47)

〈 19화 〉 함께 바다를 보면서

* * *

조셉은 마리안느에게

의족을 채우고 그 위에 바지를 입혔다.

그런 뒤 코트를 입히자 외출할 준비가 끝났다.

조셉은 마리안느를 안고 차고로 갔다.

차고에는 조셉의 SUV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

조셉은 조수석에 마리안느를 태우고

가방을 챙겨서 차에 실었다.

가방 안에는 여벌옷, 생수, 수건, 약간의 간식이 들어있었다.

조셉은 시동을 걸고 출발하기 시작했다.

마리안느의 집에서 바다까지는

차를 타고 가면 대략 2시간 정도 걸렸다.

차를 타고 가면서

마리안느는 창밖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주변은 이렇게 생겼었네...)

마리안느는 사는 곳 주변 지리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집에만 쭉 있었으니

창문에서 보이는 세상만 바라 볼 수 있었다.

이 집에 살게 된 이후로는

이렇게 드라이브를 하면서

지나가는 경치를 감상하는 게 처음이었다.

그래서 마리안느는

어린애처럼 창밖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런 마리안느에게 조셉이 물었다.

[점심 먹으려고 할 건데 뭐 먹을거냐?]

마리안느를 꾸미느라 늦게 출발해서

점심시간이 좀 지나 있었다.

조셉이 뭐 먹을건지 물어보자

마리안느는 잠시 고민하더니

[어......치즈버거!]

[치즈버거? 햄버거를 먹고 싶다고?]

몇년 만에 외식을 하게 되었는데

치즈버거를 먹겠다는 마리안느의 선택에

조셉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동굴 속에 갇혀서 미사일이라도 만들었냐? 기껏 밖에 나와서 치즈버거가 먹고 싶다고?]

[그게 무슨 뜻인데...요?]

[너 아이언맨 안봤냐?]

[아이언맨은 아는데 영화는 본 적 없는데...요?]

[세상에나 아이언맨1을 안봤다니.....]

몇년 만에 외출해서 먹고 싶은 음식이 치즈버거라니

정말 예상하지 못한 선택이었다.

다행히 가는 길에 프랜차이즈 버거가 있었다.

늦었지만 저 가게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조셉은 차를 주차한 뒤

마리안느를 팔로 안아서 가게로 들어갔다.

가게 직원은 그런 조셉을 보고

공주님을 데리고 들어오는 듯한

이상한 커플이라고 생각하면서 신기하게 쳐다봤다.

들어온 햄버거 가게는

외곽에 자리 잡은 가게인데다가

점심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조셉은 마리안느를 자리에 앉혀주고 메뉴판을 가져왔다.

[뭐 먹을거야.]

조셉이 물어보자 마리안느가 먹고 싶은 걸 고르기 시작했다.

[일단 치즈버거 세트에 음료는 생수로 바꿔주고...음...그리고 애플파이도 먹을꺼고...아! 그리고 밀크쉐이크도!]

마리안느가 메뉴를 고르자 조셉이 카운터로 가서 주문했다.

[치즈버거 세트에서 음료는 생수로 바꿔주시고 애플파이, 밀크쉐이크, 그리고 어니언링에 콜라 라지사이즈 하나 주세요.]

조셉은 어니언링에 콜라 하나만 시켰다.

[그거 밖에 안먹어..요?]

[배 안고파.]

마리안느는

집에서처럼 입으로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조셉은 마리안느 옆에 앉아서 먹여주었다.

조셉이 햄버거를 집어서

마리안느 입 가까이 가져다주자

마리안느가 입을 크게 벌려서

햄버거를 베어물었다.

주는 대로 받아먹는 그 모습은

마치 아기새 같았다.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지

마리안느는 맛있게 먹었다.

[감자튀김도!]

마리안느가 감자튀김을 먹여달라고 말했다.

[케찹에 찍어주냐 아님 그냥 먹을거냐.]

[밀크쉐이크에 찍어서.]

그 말에 조셉이 놀라서 물었다.

[아니 감자튀김을 밀크쉐이크에 찍어 먹는다고?]

[그렇게 먹으면 맛있는데...?]

[아니 감자튀김은 케챱에 찍어먹어야지 밀크쉐이크가 뭐냐?]

[난 케찹은 시큼해서 별로던데.]

[아니 그래도 밀크쉐이크에 찍어먹는 건 아니지. 그냥 먹던가 그게 뭐냐?]

그렇게 말하면서도 조셉은 감자튀김을 밀크쉐이크에 찍어서 줬다.

[맛있냐?]

마리안느가 우물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다.]

그렇게 먹던 마리안느는

치즈버거를 절반 밖에 못 먹고

감자튀김도 절반을 남겼다.

그러나 애플파이는 다 먹었다.

[배불러. 더는 못먹겠어.]

오랜만에 집밖으로 나와서

햄버거를 먹은 마리안느는

얼마 먹지 못했다.

마리안느가 더이상 못 먹겠다 하자

조셉은 그제서야 먹기 시작했다.

어니언링은 식어서 눅눅해졌고

콜라는 얼음이 녹아 밍밍했고

탄산도 빠져있었다.

조셉도 먹다가 남겼다.

조셉은 테이블을 치우고

다시 마리안느를 품에 안고 가게를 나왔다.

이제 다시 바다를 향해 달려가야 했다.

가게 직원은

그 시간대 유일한 손님이었던

두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저 남자는 대체 뭐길래

여자를 품에 안고 다니고

음식도 죄다 먹여줄까?

누가 보면 여자가 손발이 없는 줄 알겠네.

마리안느가 정말로 손발이 없는 것을

가게 직원은 알아차리지 못한 채

그냥 이상한 커플이었다고만 생각했다.

다시 차에 타서

바다로 가는 중이었다.

[저기...]

[왜.]

[나 쉬마려운데...요]

마리안느가 오줌이 마렵다고 말했다.

[좀 있으면 휴게소 나오니까 참아.]

[근데 화장실 어떻게 갈건데...요?]

[어떡하긴 뭘 어떡해.]

휴게소에 도착하자

조셉은 마리안느를 안고 여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마리안느를 안고 여자 화장실로 들어오는 조셉을

여자들이 쳐다봤으나

다들 쳐다보기만 했다.

비어있는 칸에 마리안느와 같이 들어가서

바지를 벗기고 변기에 앉혀주었다.

[다 되면 불러라.]

그렇게 말하곤 조셉은 마리안느가 앉아있는

화장실 칸 앞에서 서 있었다.

마치 경호원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 조셉에게 어떤 여성이 말했다.

[저기...여기 여자 화장실인데요?]

[나도 알아 아줌마. 나도 눈 달려있어.]

조셉이 당당한 태도로 말하자

여성은 그냥 조용히 나갔다.

1분정도 지나자

마리안느가 다 됬다고 조셉에게 말했다.

그러자 조셉은 다시 들어가서

바지를 입혀주고 물을 내린 다음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다시 출발하면서 마리안느가 물었다.

[여자 화장실에 들어왔다고 누가 신고할까 봐 무섭지 않았아...요?]

[내가 나쁜 짓 한것도 아닌데 왜 쪼냐? 변태새끼들마냥 엿보려고 들어간 것도 아니고 기집애 화장실 데려다주려고 들어간건데 누가 신고하든 말든 뭔 상관이야.]

그렇게 달려가던 중

고개를 넘자

도로 옆으로 바다가 보였다.

마리안느가 외쳤다.

[바다다! 바다가 보여요!]

마리안느가 신나서 외쳤다.

[거의 다 온 모양이군.]

그렇게 두 사람은 바다에 도착했다.

도착한 바다는

여름에는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아름다운 바다였다.

그러나 아직은 찬바람이 부는 이 시기에

관광객들은 찾아오지 않았고

게다가 평일에 와서 그런지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조셉은 바닷가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그런 다음 조수석으로 가서

마리안느를 안고 해변을 향해 걸어갔다.

조셉은 마리안느를

해변가 모래사장에 앉혀놓고

그 옆에 앉았다.

근처에는 아무도 없었다.

저 멀리서 해변을 거닐고 있는

은퇴한 노부부만 보일 뿐이었다.

한적한 바닷가는 쌀쌀했다.

차에서 바다가 보이자 신나하던 마리안느는

정작 바닷가에 와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마리안느는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볼 뿐이었다.

어쩐지 슬퍼보이는 표정이었다.

그런 표정을 본 조셉은 속으로 생각했다.

집에서만 갇혀 있다가

갑자기 이상한 남자에게 끌려나와서

바다를 보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지

조셉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마리안느가 갑자기 이상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눈가에 물기가 생기고

입술이 꾸물거리는게

툭 건드리면 당장이라도 울 것 같았다.

그렇지

몇년 만에 외출인데

이런 이상한 남자랑 바다에 오다니

그런 자신의 처지가 처량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조셉에게

마리안느가 말했다.

[고마워...요...]

조셉은 놀라서 마리안느를 바라봤다.

마리안느는 울먹이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다시는 바다를 못 볼 줄 알았어요...]

마리안느 눈에서 눈물이 맺혔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제 다시는...다시는...바다를...

바다를 볼 수 없을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렇게 밖으로 데려와줘서...

바닷가에 데리고...와줘서...

바다를 보여줘서...]

마리안느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눈물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런 눈물을 헤치면서

마리안느가 힘겹게 말했다.

[...정말...정말로 고마워요...]

마리안느의 울음소리가

파도소리에 섞여들었다.

조셉은 고개를 돌리고

앞만 바라보았다.

아직은 차가운 바람에

파도가 출렁이고 있었다.

바람이 불지만

햇살은 내리쬐는 해변에서

남자는 앞만 바라보고 있고

여자는 울고있었다.

4월에 바다처럼

쌀쌀맞은 광경이었다.

안아주면 좋을텐데

어깨라도 감싸주면 좋을텐데

뭔가 따뜻한 말이라도 건네서

달래주면 좋을텐데

적어도 눈물이라도 닦아주면 좋을텐데

그러지 못하고

그저 바다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마치 4월 같았다.

아직은 쌀쌀한 시기였다.

그러나

4월 같았다.

따뜻해져가는 시기였다.

흐느끼는 여자의 눈에서는

봄비 같이 따뜻한 눈물이 흘렀고

그 곁에 앉아있는 매정한 남자는

데리고 와서 다행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차갑지만

조금씩 따뜻해지는

그런 광경이었다.

4월에 바다는 그런 풍경이었다.

그런 애매한 시기에

두사람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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