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의 구더기짱-28화 (28/47)

〈 28화 〉 그러나 너는 내게 다가와

* * *

조셉의 태도가 달라지면서

마리안느의 삶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조셉은 마리안느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저 정해진 시간에

마리안느에게 밥을 해주고

정해진 시간에

마리안느가 강의할 수 있도록

노트북을 세팅해주고

마리안느가 뭐라 하던

대꾸하지 않고

그저 자기 일만 했다.

그런 조셉에게 무시당해서

화가 나고 슬퍼진 마리안느가

조셉에게 뭐라 하며 다가와도

조셉은 그런 마리안느를

밀쳐낼 뿐

그것 말고는

별다른 대꾸가 없었다.

그렇게 조셉의 태도가

달라진 이후로

마리안느는 식사 시간이

즐겁지가 않았다.

오히려 고통스러웠다.

식사가 부실해졌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조셉은

마리안느의 식사만 차려주고

본인은 함께 먹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마리안느 혼자서

묵묵히 밥을 먹게 되었다.

그런 밥을 먹으면

식사가 담긴 개밥그릇이

너무나도 또렷하게 보이면서

마치 개밥을 먹는 듯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

저 남자와 함께 식사하던 시간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식사하던 즐거운 시간이

식사를 마치면

저 남자가 자신에게 다가와서

정성스럽게 자신의 입을 닦아주던

행복했던 시간이

그런 소중한 시간이

지금은 너무나 차갑고 외롭게만 느껴져서

그저 고통만 남아서

너무나 괴롭게 느껴져서

그저 눈물만 나왔다.

비록 개밥그릇에 밥을 주었지만

그래도 저 남자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식사를 하다 보면

개밥그릇은 신경도 안 쓰이고

그냥 즐겁게 밥을 먹는다고 생각만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개밥그릇에 밥을 먹는 게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져서

너무나 비참하게 느껴져서

행복했던 그 시간이

맛있게 먹던 그 시간이

이제는 꿈만 같았다.

너무나 초라하고

너무나 쓸쓸한

마치 먹이를 먹는 것 같은

그런 식사 시간이 되어버렸다.

개밥그릇에 어울리는

식사가 되어버렸다.

이런 고통스러운 식사를

마리안느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밥도 먹지 못하고

그저 조용히

혼자서 쓸쓸히 울 수밖에 없었다.

더이상 저 남자는

자신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는데 말이다.

자신이 울든 말든

정해진 시간에 씻겨줄 뿐이다.

마치 기계처럼 말이다.

그런 사실 때문에

마리안느 눈에서

눈물이 더욱 흘러나왔다.

스스로 눈물을 닦을 수도

누군가 닦아주지도 않는다면

이 눈물을 대체

어떻게 견뎌내야 한단 말인가

마리안느는 저 남자가 오고 나서

살아갈 희망을 겨우 얻었으나

저 남자의 변한 태도 때문에

살아갈 희망을 잃어가는 것을

붙잡을 수 없었다.

마리안느는

그저 조용히

울 수밖에 없었다,

눈물과 함께 희망도

조금씩 빠져나왔다.

조셉은 마리안느가 울든 말든

아무런 태도의 변화를 보이지 않고

밥을 다 먹은 마리안느를

아무 말 없이 이빨을 닦아주고

세수를 시켜준 다음

잠옷으로 갈아입히고

이불에다 눕혀주었다.

평소 모습 같았다.

아무 말 없이

한마디도 하지 않고

묵묵하게 한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조셉에 품에서 떨어져서

이불에 누운 마리안느가

슬픈 얼굴로

침울한 목소리로

아직 방에 나가지 않은

조셉에게

진심을 다해 물어보았다.

[내가 당신에게 뭔가 잘못을 저질렀나요...?]

그러나 조셉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조셉을 보며

마리안느가 울먹이며 말했다.

[아니면....저한테서 싫증이 나셨나요?]

마리안느의 눈에서는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제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저는 모르겠어요...]

마리안느의 울먹이는 목소리에도

조셉은 마리안느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렇지만 용서해주세요! 뭘 잘못했는지 모르지만 제발 용서해주세요!]

마리안느가 더 크게 외치기 시작했다.

[제가 나빴어요! 저는 나쁜아이에요! 제가 나빴으니까!]

마리안느의 눈에서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버리지 말아 주세요! 제발 버리지 말아 주세요!]

[하라는 건 뭐든지 할게요! 하시는 말은 전부 들을게요!]

[착한 아이가 될게요! 더이상 나쁜 아이가 되지 않을게요!]

[당신이 원하시는 건 뭐든지 할게요! 뭐든지 말해주세요!]

[무슨 짓을 해도 참을게요! 아픈 짓 해도 좋아요! 그러니 제발 무시하지 말아 주세요!]

[돈이라면 제가 가진 돈을 전부 드릴게요! 그걸로도 부족하면 더 드릴게요! 그걸로도 모자라면 시간을 주세요! 원하는 금액을 드릴게요!]

그러나 조셉은 마리안느를 보지 않고

조용히 나가려고 했다.

그런 조셉을 보던 마리안느는

입을 꾹 다물더니 고개를 숙이더니

조용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저는....더이상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어요...]

마리안느는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가족도....친구도...모두 저를 버렸어요.....이제 당신만 남았는데....그런 당신마저 저를 버리면.... 저는 더이상 살아갈 수 없어요.....]

당신이 제게 바다를 보여줘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해주어서

신을 수 없는 구두를 선물해주어서

나는 행복했는데...

이런 몸으로도

행복이란 걸 붙잡을 수 있다고

희망을 가졌는데...

대체 어째서...

마리안느는 울면서

겨우겨우 말을 이어나갔다.

[다시 외톨이가 되는 건 싫어요... 제발 절 혼자 냅두지 말아주세요...]

그러나 조셉은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그러자 마리안느는 이불에서 나와서

이마를 바닥에 대며 빌었다.

[...이렇게 빌게요....부탁합니다....제발 부탁합니다.....제발 부탁드립니다.....]

마리안느는 사고 이후 손발이 없는 것이

항상 후회뿐이었고 절망뿐이었다.

그러나 지금만큼 손발이 필요한 적이 없었다.

손이 없어서 저 남자를 붙잡을 수도 없었고

발이 없어서 저 남자를 따라갈 수도 없었다.

손만 있었으면

발만 있었으면

붙잡을 수 있을 텐데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늘어질 수 있을 텐데

손도 발도 없다.

그렇다면

제발 나의 마음이

당신을 붙잡고 싶어하는 이 마음이

누구보다 당신 곁에서

함께 살아가고픈 이 마음이

당신을 붙잡아주길 빌고 또 빌었다.

그러나 누구보다 절실한 마음만으로는

조셉을 붙잡지 못하는지

조셉은 그런 마리안느를 무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방에서 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그런 조셉을 보면서

마리안느는 엉엉 울었다.

엉엉 울다가

눈물을 쏟아내면서

애원했다.

[...가지 마요....]

그러나 조셉은 나가고 있었다.

[가지 마세요...!]

그러나 조셉은 문고리를 붙잡고

방을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 조셉의 모습을 본 마리안느는

자기도 모르게 외쳤다.

[가지 마세요.......가지마................................야 이새끼야!!!!!!!!!!!]

갑작스러운 마리안느의 외침에 조셉은 멈칫했다.

[이새끼야!!! 날 갖고 놀더니 이제 와서 무시하냐!!!!]

마리안느는 미친 듯이 외쳤다.

살면서 이렇게 절실하게 외친 적이 있을까?

제발 자신의 말을 들어주길 바라며

이렇게 있는 힘껏 외쳐본 적이 있었을까?

[돌봐준다며!!! 네놈 새끼가 날 돌봐준다 했잖아! 이 새끼야! 그럼 책임져야지!!! 가고 싶은 곳 있으면 말하라며!!! 데려다준다며!!! 근데 왜 내 말을 무시하는 건데?!!!]

마리안느의 외침에 조셉이 고개를 돌리고

마리안느를 바라보았다.

조셉이 돌아보고

자신을 바라보자

마리안느가 환하게 웃었다.

[잘못했어요! 나쁜 말을 했어요! 그러니 저에게 와서! 저에게 벌을 주세요! 이리로 오세요!]

환하게 웃는 마리안느는 조셉에게

자신에게 와달라고 소리쳤다.

자신의 진심이 닿은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조셉은 다시 뒤돌아서

방문을 닫고 그대로 나갔다.

닫힌 방문을 보면서

마리안느는 경악했다.

대체 왜

갑자기 왜

저 남자는 저러는 것일까

그래, 이건 꿈이다.

모두 꿈일 것이다.

이게 악몽이라면

제발 빨리 끝나기를

꿈에서 깨면

언제나처럼 저 남자가

'구더기짱 좋은 아침!' 이라는 말과 함께

방문을 열고 들어오기를

그럼 그런 남자에게

지독한 악몽을 꾸었다고

그렇게 투정을 부릴 텐데

그럼 솔직하지 못하고 쌀쌀맞지만

상냥한 그 남자는

싫은 척하면서도

자신의 투정을 받아들여 줄 텐데

그리고 자신을 안고 거실로 나가서

저 남자가 정성껏 차려준 아침을

둘이서 함께 먹을 텐데

그리고 오늘은 뭘 할건지

그런 시시콜콜하지만

즐거운 이야기를 하면서

하루를 시작할 텐데

아……

누군가가 나에게

이건 지독한 악몽이라고

이제 꿈에서 깰 시간이라고

그렇게 말해줘.....

제발.........

마리안느는 자신의 볼을 꼬집어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하고 싶었으나

불쌍하게도

마리안느에게는

볼을 꼬집을 손이 없었습니다.

아..........

불쌍한 마리안느..........

이를 어쩌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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