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의 구더기짱-42화 (42/47)

〈 42화 〉 이렇게 느닷없이 말할 수밖에 없네

* * *

갑자기 찾아온

여동생과 함께 마리안느가 떠나자

집에는 조셉 혼자만 남았다.

집에 혼자 남은 조셉은

집안을 둘러보았다.

마리안느가 떠난 집안은 조용했다

혼자 집에 남겨진 조셉은

널어놓은 세탁물을 걷어서

곱게 개어놓았다.

혼자 남은 집에서

혼자 빨래를 걷어서 개고 있으니

어딘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평소 같았으면

마리안느가 다가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빨래를 개곤 했다.

때로는 자기도 도와준다며

짧은 팔다리와 입을 이용해서

수건을 개던 마리안느를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웃곤 했었다.

그러나 오늘

혼자서 빨래를 개고 있으니

익숙하게 하던 작업이

정말이지 낯설게만 느껴졌었다.

세탁물을 정리하고

시계를 보니

어느새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다.

조셉은 마리안느에게

뭐가 먹고 싶냐고 물어보았으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마리안느가 집에 없다는

그 사실을 잠시 깜빡하고

그만 평소처럼 습관적으로

물어보았던 것이다.

마리안느가 떠난 집은 조용했다.

혼자서 저녁을 먹어야 하는 조셉은

딱히 배가 고프지 않았다.

그러나 뭐라도 먹어야 했기에

간단히 저녁을 먹기로 했다.

오늘 점심으로 먹다가 남은

수프 한 그릇을 접시에 담아서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렸다.

데워진 수프를

식탁에 놓고 천천히 먹었다.

혼자서 쓸쓸히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고 있던 조셉은

몇 술 뜨지도 못하고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수저로 수프를 뜰 때마다

지금쯤 마리안느도 밥을 먹고 있을까

먹는다면 무엇을 먹고 있을까

혹시라도 쫄쫄 굶고 있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차서

도저히 식사를 넘길 수가 없었다.

먹다 남은 수프를 버리고

그릇 1접시와 숟가락 1개를 설거지하였다.

설거지를 마치자

어느새 해가 완전히 저물어서

집안은 깜깜했다.

그러나 불을 켤 생각이 들지 않았다.

환하게 불이 켜진 집안에

혼자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어두컴컴하게 있는 편이

더 안심될 것 같았다.

딱히 할 게 없어진 조셉은

거실 소파에 누웠다.

지금쯤 마리안느는 무엇을 하고 있을지

조셉은 알지 못했다.

마리안느에게 연락하려 해도

어디에다가 연락해야 할지 몰랐다.

마리안느를 데리고 간

여동생분의 연락처를

조셉은 알지 못했다.

그러니 이렇게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마리안느가 없어진 집안은

너무나도 고요했고

그런 집안 분위기는

어딘가 쓸쓸하다 못해

으스스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별로 보고 싶지도 않은 TV를 켰다.

그러나 딱히 볼 채널이 없었다.

뉴스를 틀자 즐거운 소식은 없고

사고, 사건 같은 소식만 들려왔고

코미디 프로그램을 틀어도

화면 속에서 꺌꺌 거리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쓸쓸한 집안의 분위기와 대비 되어서

마리안느가 없어져서

안 그래도 쓸쓸해진 집안 분위기를

더욱더 쓸쓸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어쩐지 우울해졌다.

조셉은 TV를 껐다.

마리안느가 떠난 집은 조용했다.

할 게 없는 조셉은

조금 이르지만

잘 준비를 하기로 했다.

항상 자기 전에는

마리안느를 씻기는데

마리안느가 없었다.

그 사실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항상 마리안느를 먼저 씻기고

그다음에 씻었으나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어색하게 욕실로 들어가서

샤워기에서 물을 틀자

물 떨어지는 소리가

욕실에 울려 퍼졌다.

평소에는 별 신경도 쓰이지 않았던

물 떨어지는 소리가

오늘은 참 선명하게 들려왔다.

마리안느가 떠난 집은 조용했다.

어딘가 답답해지는

그런 물소리를 들으며

적당히 씻고 나왔다.

드라이기로 자신의 머리를 말리는 것은

3분도 걸리지 않았다.

마리안느의 가늘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말리려면

최소 20분은 걸렸었다.

게다가 엉키지 않도록

빗질도 해주어야 했다.

그러나 오늘은

마리안느의 머리를 빗겨주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조셉은

오늘 처음으로 휴가를 받은 셈이었다.

그러나 그런 갑작스러운 휴가가

달갑지 않았다.

할 일이 없는 조셉은

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잠이나 자려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 조셉은

침대에 누워서

아무것도 없는 천장만 바라보았다.

고요해진 집에 홀로 남아서

침대에 누워있으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지만

이 집에 오고 나서

마리안느 없이

혼자 집에 남아있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장을 보러 가거나

관공서에 가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혼자 외출한 적은

종종 있었다.

그러나 혼자 집에 남겨진 적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그래서 그런 사실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마리안느가 떠난 집은

너무나도 조용했다.

이렇게 혼자서

천장만 바라보고 있으니

자신이 외출했다가 들어오면

마리안느가 자신을

어째서 그렇게 반겼는지

그 사실을 알 것만 같았다.

마리안느는 쓸쓸했던 것이다.

조셉이 외출해봤자

짧으면 한 시간

길면 세 시간 정도겠지만

그런 시간 동안

집에 혼자 남아있는 것이

마리안느는 쓸쓸했을 것이다.

지금의 자신처럼 말이다.

그런 사실을 깨닫자

마리안느가 보고 싶었다.

마리안느의 얼굴을 보고 싶은 걸

참을 수 없어서

얼굴을 베개에 파묻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억지로 자려고 노력했다.

쨍그랑.

거실에서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들은 조셉은

감았던 눈이 번쩍 떠지기 시작했다.

무언가 깨지다니

그럴 리가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이 집안에는

자신 말고는

아무도 없어야 했다.

조셉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열고

아무도 없어야 할

거실로 나가자

거실은

화염에 불타고 있었다.

거실에 있는 소파, 커튼

그 밖에 다양한 가연성 물질들이

매서운 불길에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소화기로 꺼질 불길이 아니란 걸 판단한 조셉은

중요한 물건 몇 가지를 챙겨서

황급하게 집 밖으로 나왔다.

집 밖으로 나와서

정원으로 가자 그곳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 몇 명이

불타는 집에서 탈출한 조셉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너네 뭐야...?]

그렇게 묻는 조셉을 향해

정체불명의 괴한들은 다가왔다.

괴한들에 손에는

나이프가 들려있었다.

흉기를 든 괴한들이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자

조셉은 재빨리 차고로 들어가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괴한 중 1명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차를 지키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타오르는 주택을 보면서

담뱃불을 붙이려는 순간

누군가가 다급하게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꺼내!!!]

담배불을 붙이던 걸 멈추고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자

동료가 뭐라고 외치면서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점점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동료는

어딘가 이상해 보였다.

얼굴에는 공포심이 가득했고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고 있었다.

피를 뚝뚝 흘리며 말이다.

그리고 그런 동료의 뒤로

모르는 남자가 따라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남자의 손에는

붉은색 도끼가 쥐어져 있었다.

붉은색 도끼를 보자

동료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총 꺼내라고! 이 새끼야!]

총 꺼내라고 외치던 동료는

뒤에서 쫓아온 남자의

도끼에 얻어맞고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도끼에 맞은 동료는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철푸덕 엎어졌다.

[..미친! 뭐야 저게!]

붉은 날의 도끼를 손에 든 남자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자

심히 좆됬음을 감지한 괴한은

허겁지겁 차에서

총을 꺼내려는 순간.

남자는 재빨리

도끼를 던졌고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던 도끼는

괴한에게 정통으로 맞았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괴한은 쓰러지고 말았다.

조셉은 괴한의 몸에 박혀있는 도끼를 뽑아서

도끼날의 묻은 피를 털어냈다.

붉은색 도끼날이라서 그런지

피가 묻은 것이

별로 태가 나지 않았다.

마리안느의 아버지가 찾아올 걸 대비해

준비해 두었던 소방도끼를

이런 식으로 사용하게 될 줄이야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도끼를 다시 손에 쥐고

마리안느의 집을 다시 바라보니

마리안느의 집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집이 활활 불타고 있었다.

화재가 전성기의 접어들었는지

새까만 연기를 내뿜으며

불길이 집안을 삼키고 있었다.

마리안느의 집이

열심히 일해서

고치고 수리하고

청소하고 가꾸었던

마리안느의 집이

마리안느와 함께 살았던

그 집이

행복하게 지냈던

그 집이

불에 타서

사라지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던 조셉은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전성기로 진입한 화재는

소화할 수 없었다.

쇠퇴기로 접어들 때까지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무기력하게

주저 앉아서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마리안느와 살았던 집이

불에 타들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조셉은 통곡했다.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그러나 눈물로는

불을 끌 수 없었다.

그저 그렇게 울면서

집에 타들어 가는 것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단지 그것 밖에

하지 못했다.

조셉은 불타는 집을 바라보면서

어째서 괴한들이

마리안느의 집으로 찾아온 건지

어째서 집을 불태운 건지

어째서 자신을 죽이려 했는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조셉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은 알 것 같았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마리안느에게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긴 것 같았다.

그 사실 하나만은 알 수 있었다.

집은 활활 불타고 있었고

조셉의 마음도 분노로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마리안느에게 가야 했다.

조셉은 다시 도끼를 집어 들고 일어나서

마리안느를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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