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의 구더기짱-45화 (45/47)

〈 45화 〉 내 모든 걸 잊어버리고

* * *

회의실 밖으로 나온 마리안느는

보초를 서고 있는 용병들에게 말했다.

[내가 죽으면 당신들도 죽어요.]

갑작스럽게 방에서 나온 마리안느의 말을 들은 용병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갑자기 자기들이 죽는다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러거나 말거나 마리안느는 다시 한번 용병들에게 말했다.

[내가 죽으면 다음은 당신들이 죽을 차례라고요.]

[저기 아가씨, 심적으로 혼란스러운 건 알겠는데 무슨 헛소릴 하는거야?]

자기가 죽으면 귀신이 되어서라도

복수하겠다는 뜻인가?

마리안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용병들은 알 수 없었다.

[당신들이 저를 죽인 다음, 저희 아버지가 당신들을 곱게 돌려보낼까요?]

[갑자기 무슨 말을..?]

용병들의 말을 끊고

마리안느가 말을 이어 나갔다.

[당신들이 저를 죽이면 저희 아버지가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돈 받고 다들 조심히 들어가세요………과연 이럴 것 같나요?]

갑작스럽게 마리안느가 질문을 날리자

용병들은 대답하지 못했다.

마리안느는 상대가 제대로 생각할 틈을 주지 않으려고 계속해서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자기 딸을 죽이라고 시켰다고 언론에다 퍼트릴 수도 있는데 그걸 그냥 내버려둘까요? 이 일에 관련된 사람들은 다 죽여서 입막음을 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돈만 받으면 이 일과는 상관없어. 약속한 돈만 받으면 그걸로 끝....]

[당신들은 그럴지 몰라도 저희 아버지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자기 딸을 죽여 버리는 잔혹한 사람이?]

그 말을 듣자 용병들의 마음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마리안느의 말은 그럴 듯했다.

자기 딸도 이렇게 만들어 버리는 사람이

일이 끝나고나면 자신들을 무사히 돌려보내줄까?

마리안느의 말을 듣고

용병들의 마음속으로 파장이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한번 흔들리기 시작한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시작한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마리안느의 말은

명확한 근거가 없이 단순히 추측일 뿐이었다.

그러나 근거가 없는 말이기에

마리안느의 주장만 놓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눈앞에 사지가 없는 여자의 말은 그럴듯하게 들리는

현실성 있는 이야기였다.

자기 딸을 죽이는 사람을 어떻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정말로 자기들을 죽여서 입단속하지 않을까

팔다리가 없는 아가씨가 전한 말은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소리였고

용병들의 정신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말 같아…]

마리안느의 말을 듣고 있던 용병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의뢰를 취소하고 돌아가자는 의견도 있었고

입막음을 시키려들면 언론에 퍼트리겠다고 협박하자는 의견이 나오자

오히려 그러면 더욱 입막음을 하려들거라는 의견이 나오면서

갑작스러운 급박한 상황 속에서

서로 다른 의견들이 충돌하였고

각자의 절제되지 못한 감정들이 튀어나왔다.

용병들이 대기하고 있던 공간은

한순간에 난장판으로 변해 버렸다.

서로의 의견이 충돌 되어가면서

고함과 고성이 오가면서

상황은 더욱 어지럽게 변하고 있었다.

그런 혼잡한 공간 속에서

한 여성의 목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살아날 방법을 알려줄게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마리안느의 목소리가 울리자

용병들은 다툼을 멈추고 마리안느를 바라보았다.

[돈도 더 받고 목숨도 건질 수 있는 좋은 방법이죠.]

용병들이 자신을 주목하는 것을 바라본 마리안느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쪽에서 죽이기 전에 이쪽에서 먼저 선수를 치죠.]

남이 죽이기 전에

내가 먼저 죽인다.

[의뢰를 하나 할게요.]

지금까지의 힘없는 목소리와는 달리

마리안느의 말투는 어딘가 당당한 말투였다.

아니, 말투뿐만이 아니었다.

팔다리가 없는 행동의 자유가 없는 사람의 모습이라고 볼 수 없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 증거로 지금 여기 있는 모두가

마리안느가 하는 말에 귀를 귀울이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마리안느가 제안하나 했다.

[아버지가 약속한 돈의 2배를 줄 테니 아버지를 죽여요.]

손도 발도 없는

땅을 기어 다니는 뱀이 무서운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무시무시한 독이 있기 때문이다.

마리안느가 사랑하는 남자는

팔다리가 없는 사람도

반지를 착용할 수 있다는 것을

마리안느에게 알려주었다.

팔다리가 없어도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음을

그 남자가 나에게 알려주었다.

그러니 팔다리가 없는 나는

나만의 방법으로 살아남겠다.

손이 없다면

나 대신 일해 줄 사람을 고용하면 된다.

발이 없다면

나 대신 움직여줄 사람을 고용하면 된다.

나는 손도 없고 발도 없으니

나 대신 총을 들고 싸워줄 사람을 고용하겠다.

이것이 팔다리가 없는 내가 살아남는 법

나는 살아남겠다.

어떻게든 살아서 다시 한번.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겠다.

[사장은 일이 끝나면 입막음을 위해 우리 모두를 죽일 생각이다!이쪽에 붙는 사람에게는 기존 보수의 2배를 약속한다!우리 쪽으로 붙으면 목숨도 건지고 돈도 벌 수 있다!너희들도 이쪽으로 합류해라!]

콘도 안에서 방송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용병들은 어느새 방송실까지 점령한 듯했다.

용병들은 분열되어서 자기들끼리 싸우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고

피가 튀기는 살육전이 벌어졌다.

[배신자들을 죽여라!]

[사장을 죽여라! 놈을 죽여야 우리가 살 수 있다!]

용벙들은 자기들끼리 총을 쏘고 총에 맞고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소리가 난잡하게 울려 퍼졌다.

더 이상 이들의 혼란을 막을 방법은 보이지 않았다.

문 바깥에서는

여기저기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용병들이 싸우러 간 동안

방안에 혼자 남겨진 마리안느는 탁자 밑으로 숨었다.

아버지의 파벌과 자신이 매수한 파벌

어느 쪽이 이기건 마리안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다.

아버지를 배신한 용병들이 마리안느를 배신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었다.

서로 싸우면서 공멸하는 것이

마리안느에게는 최선의 결과였다.

그동안 마리안느는

조셉이 구하러 올 때까지

들키지 않고 숨어 있어야만 했다.

마리안느는 탁자 밑에 숨어서

자신을 구하러 올 남자를 기다렸다.

반드시 구하러 올 것이라 믿으면서 말이다.

조셉은 건물 벆에서 상황을 주시하면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하고 있었다.

대충 살펴본 바

건물 안에 적들은 자기들끼리 분열 되어서

서로 싸우고 있는 듯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조셉은 알 수 없었다.

일단 건물 안으로 진입해서

마리안느를 구해야 했으나

건물 안과 밖은 총알이 날아다니는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저기로 어떻게 진입하지?

조셉은 콘도 외곽 쪽에서 몸을 숨기고

건물 안으로 들어갈 방법을 찾던 중

뒤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자

누군가가 자기 뒤에서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움직이지 마.]

자신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사람은

조셉이 본 적 있는 인간이었다.

[쏘지마.....처제....]

[내가 왜 네 처제야…?]

피를 흘리며 조셉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사람은

마리안느의 여동생

베르카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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