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 사이비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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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순조롭게 풀려갔다. 무기도 착실하게 생산하고 있고, 훈련도 잘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왤까 왜 이렇게 불안한 기분이 들지?
'오랜만에 대삼림에나 갖다 올까?'
신도들 기도 살려줄겸, 일이 제대로 진행되나 확인 할겸, 한 번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가 좀 멀긴 하지만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으니까.'
한 번에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거리는 아니지만, 적당히 끊어서 이동하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을 거다.
어차피 오래 있을 생각도 없었기에 사도들에게 언급도 하지 않고 이동했다.
몇 번의 순간 이동 끝에 대삼림 반대편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왜 이렇게 조용해.'
분명 동굴에 있다고 들었는데, 놀라울 정도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몬스터의 습격에 도망갔다고 하기엔 너무나 깨끗했다.
'세뇌가 풀렸나?'
아냐 그럴 순 없어. 세뇌가 풀려도 내 명령을 따를 정도로 철저하게 조절해 놨는데...
그 순간 동굴에서 엄청난 기세가 솟구쳤다.
동시에 두 개의 기운이 느껴졌는데 어느 것 하나 나에 비해 뒤쳐지지 않았다.
'미친 새끼들, S급 각성자가 둘 씩이나 대기를 타고 있어?'
틀림 없는 함정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S급 각성자인 줄 안거지?
'하긴, 티가 날 법도 했어.'
대삼림으로 간 신도 중 가장 높은이가 B급 각성자였으니까, 장거리에서 오랜 시간동안 세뇌를 유지하고 있다는 걸로 나의 등급 정도는 유추할 수 있겠지.
나를 베어 오는 권능을 겨우 피해냈다.
'어떡하지?'
한 명만 있어도 상성 탓에 내가 밀릴게 분명한데, 상대는 둘이었다.
승리는 커녕 도망은 잘 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하는 상황.
'일단 우리 도시로 도망 가는 건 안돼.'
공간 이동 한 번으로 이동 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기에 중간에 따라잡힐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 애초에 답은 하나밖에 없네.'
달리 도망칠 수 있는 곳이 있는 곳이 없었다.
예전에 알아봤던 도시가 있던 곳으로 순간이동했다.
'일단, 시민들을 세뇌하고 협상을 걸자. 수틀리면 도시가 망하는 건데, 설마 무시하고 공격하진 않겠지.'
도시의 중심보다는 가장자리 부근에 자리 잡고 권능을 시전했다.
아무리 급하게, 그리고 대규모로 실행하는 상황이라고 해도, 일반인 정도 세뇌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어? 왜 반발이 느껴지지?'
단순한 반발에서 끝나지 않고 이미 발동된 내 권능들을 하나하나 무력화 시키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세뇌가 풀려도 다시 걸면 되지만 지금 굉장히 급한 상황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당장 시민들을 세뇌해서 인질로 삼아야 하는 와중에 한 명도 제대로 세뇌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시발, S급 각성자가 3명이나 있는 건 너무한 거 아니야?'
대삼림에서 마주쳤던 S급 각성자 둘도 어느새 도시로 순간이동해 있었다.
"저기, 일단 말로 해결하지 않을래요?"
"내가 왜? 자신의 도시에서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남의 도시에 침입해서 기술자들을 납치하고, 노동력을 강제로 착취한 년의 말을 왜 들어줘야 하지?"
역시 세뇌는 풀렸나 보네. 하긴, 무력화 계열 S급 각성자가 있는데 세뇌가 안 풀리는 것도 이상하지, 세뇌가 풀려도 나를 따르는 건 변함이 없지만, 작정하고 정보를 뽑아내려고 하면 뽑아 내지 못할 것도 없었다.
'제대로 날뛰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데...'
대삼림에서 만난 두 년이 끝이었다면 너 죽고 나죽자 식으로 도시를 파괴하는 거라도 노려봤겠는데, 세 명이면 얘기가 다르다. 두 명 정도야 어떻게든 피해다니면서 도시를 난장판으로 만들 수 있겠지만, 상대가 무려 3명이었다.
심지어 한 명은 권능이 무력화 계열,
'일단 굽히고 들어가자.'
"제가 죄송해요.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어요."
"일단 좀 맞고 시작하자."
새햐얀 머리를 가진 여자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육탄전을 벌이고 싶은 모양인데, 이 정도 상대하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지만, 일단 맞아줬다.
어차피 나 자신에게 암시를 걸면 고통따위는 느끼지 않을 수 있으니까, 녀석의 기분이 풀릴 때까지 계속 맞았다.
"네가! 감히! 우리 오라버니를!!"
오라버니? 무슨 얘기지?
내가 권능을 사용한 인간은 우리 도시의 인간들이 전부였다.
유일하게 예외가 있다면, 첫 번째 사도뿐인데, 걔는 어렸을 때 미친년한테 납치 당했다.
"저기,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저는 댁의 오라버니를 몰라요."
"모른다고? 이수현이라는 이름 들어본 적 없어?"
"... 아아,"
나도 모르게 탄성이 새어 나왔다.
미친년한테 납치 당한 줄 알았는데 여기 있었구나...
다시는 못 만날 줄 알았는데,
여신이라는 위치에 걸맞지 않게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가 이곳에 있나요?"
"너랑은 관련 없는 일이야."
"한 번만 다시 만나게 해주실 수 없나요?"
"우리 오라버니를 세뇌한 년을 뭐 하러?"
"그 때는 제가 너무 어렸어요. 지금은 충분히 반성하고 있어요. 가장 친한 친구한테 해서는 안 될 짓을 했다는 거, 지금은 잘 알고 있어요."
그래, 어렸을 때는 너무 미숙했어. 함부로 암시를 걸다가 네가 부조화를 느꼈지.
이젠 그럴 일 없어, 아주 천천히 암시를 걸꺼니까.
"이수현씨 이야기는 이따가 하고, 일단 우리 도시를 침범한 일에 대해서 먼저 듣고 싶은데? 네가 내 놓을 수 있는 배상에 따라, 어느 정도 정상 참작을 해줄 여지가 있으니까."
"네, 알겠어요. 그런데 여기서 계속 이야기 할 건 아니죠?"
"집무실로 이동해서 얘기하자고."
여자가 내 어깨를 잡아왔다. 나와 함께 이동하려는 듯 요동치는 마력에 굳이 저항하지 않고 같이 이동했다.
"묻고 싶은 게 아주 많아. 일단 하연아, 연하 데려와, 월하씨 있으니까, 권능에 당할 걱정은 없을 거야."
"알았어."
하얀 머리의 여자가 사라지더니, 똑같이 하얀 머리에 금안을 가진 여자와 함께 다시 나타났다.
'자매인가? 수현이가 원래 3남매였나?'
시설로 잡혀 오기 전에 어떻게 살았었는지 알 수가 없으니 짐작이 가지 않았다.
"연하한테는 기록 좀 부탁할게."
"알았어요."
"일단, 첫 번째, 왜 우리도시의 기술자를 빼간거야? 너희 도시엔 기술자가 없어?"
"설명하자면 좀 길어요."
우리 도시의 전반적인 지배구조부터 설명을 해야 하니까.
"길어도 상관 없어, 시간 많아."
"일단 저희 도시엔, 스스로를 지배자라고 자칭하는 S급 각성자가 한 명있어요."
"걔가 기술자들을 완전히 독점하고 있다? 너는 그 놈을 몰아내기 위해 무기를 모아 온거고?"
"비슷해요."
"승률은 어느 정도로 점치고 있는데?"
"반반이라고 생각해요."
"반반이라, 좋은 단어지..."
여성이 씨익하고 웃었다.
"좋아, 우리도 지원해 줄게."
"길드장님?!"
"왜? 도시를 지배하고 있는 권력층을 향해서, 반기를 들고 일어난 사람을 도와주는 것 뿐이야."
'뭐지?'
아까는 날 죽일 듯이 노려보더니 이젠 갑자기 도와주겠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했다.
"대신, 네가 도시를 지배하게 되면, 일정 기간 마다 공물을 보네."
바로 속마음을 털어 놓네,
하긴, 아예 마음을 감추고 대화하려는 상대 보다는 이렇게 원하는 걸 바로 말하는 상대가 대화하기 더 편하긴 하다.
"정확한 계약은 천천히 진행해야 겠지만 어때? 너한테도 꽤 구미가 당기는 제안 아니야? 당장 나만 가세해도 네가 승리할 수 있을 텐데."
"좋아요."
"그러면 협상 체결"
여자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볍게 맞잡고 흔들었다.
"그런데 우리 수아씨는 도시를 장악하게 되면 어떻게 운영할거야? 우리가 도시 운영에도 꽤 빠삭하거든."
"저를 모시는 신전을 세우고, 신도들로 하여금, 저에게 복종하도록 해야죠."
"... 응? 신전?"
"네, 저는 여신이니까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