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화 〉 이현수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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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잉의 시선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마구 흔들리는 게 굉장히 볼만했다.
평소라면 내가 놀려봤자 맞 장난을 쳐오면서 서로 투닥거리을 시작했을텐데 나에대한 죄책감이 최대치를 찍은 상태이다보니 아무 대꾸도 못하고 딜만 박히는 리우잉의 모습은 꽤 귀여웠다.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아무리 맛 없어도 있는 음식이 이것 밖에 없는 이거라도 맛있게 먹어야지. 아, 누나입맛에 맛이 없을 순 있는데 이거라도 참고 먹어."
캔에 저장된 음식을 바로 까서 조금 먹어봤다.
다행히 상하진 않은 것 같고 조미진 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확실히 자연적인 맛보다는 조미진 맛이 강하게 느껴지네, 나 같은 하층민을 위한 음식이었나봐."
리우잉의 표정이 금세 울쌍으로 변하는 게 상당히 볼만했다.
시간이 지나고 죄책감이 옅어지면 다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니 지금 충분히 즐겨두도록하자.
"상하진 않은 것 같으니까 이거라도 먹자, 아, 우리 누나는 이런 거 맛 없어서 못 먹나?"
너 일부러 그러는거지!
너무 무지성으로 딜만 박아서 그런걸까? 금방 들켜 버렸다.
그래도 괜찮아.
"어, 일부러 그러는 거야. 내가 누나한테 화가 너무 많이 나서, 이렇게라도 안 풀면 화가 안 풀릴 것 같거든."
이런식으로 대응하면 리우잉도 할 말 없어지니까.
봐, 바로 입을 앙 다물고 노려보기만 하잖아.
"밥이나 먹자."
쌀로 만든 밥은 없었지만 몬스터의 신체 부위로 밥과 비슷한 느낌을 내는 음식은 있었다.
데울 수 있는 방법이 따로 없으니 자연 전자레인지로 이용할 수 있는 리우잉을 이용하도록 하자.
리우잉의 머리 위에 밥을 올려놨다.
너 뭐해?
"화가 많이 난 것 같아서 이러면 데워질까 싶었지."
그게 말이되냐!
날카로웠던 말투를 정돈하고 부드럽게 장난을 걸어서 그런지 리우잉도 편하게 대답해 왔다.
언제까지고 싸울 순 없으니까.
"마나로 데워주면 안돼? 누나 실력이면 힘들지도 않을 것 같은데."
기다려봐.
리우잉이 밥을 손에 꼭 잡고 있자 금방 밥이 뜨거워졌다.
도대체 마나로 못하는 게 뭘까?
주변에서 숟가락을 주운뒤 밥에다가 몬스터 고기를 비벼 먹었다.
빈말로도 맛있다고는 못할 맛이었지만 그렇다고 입 안으로 안들어 갈 정도로 역겨운 맛은 아니었다.
평소에 먹으라고 하면 안 먹겠지만 살고자 하면 무얼 못 먹겠어.
밥을 먹다가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니 리우잉도 나와 똑같은 자세로 밥을 먹고 있었다.
"밥 다 먹은 다음엔 뭐할 거야?"
중심부로 조금 들어간 다음에 좀비들을 없앨거야, 외곽에 있는 좀비들은 크게 위협이 못되니까.
"왜 위협이 못 되는데? 좀비가 중심부로 오기 전에 몬스터를 죽여버릴 수 있어?"
리우잉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좀비의 신체능력은 살아있을 때에 비해 큰 차이가 없어 보였으니까. 아무리 잘 보존된 시체로 만들어진 좀비라도 중심부까지 쉽게 뛰어올 순 없겠지.
"앞으로 한참은 좀비만 잡겠네."
그렇지. 작은 도시는 아닌 것 처럼 보이니까.
리우잉의 말대로 이곳은 상당히 큰 도시였다.
아무리 좌우로 시선을 돌려도 도시의 끝이 보이지 않는 데다가 중심부에는 커다란 건물이 동강 나 있는 흔적이 많은 걸 보면 이 도시의 규모가 솔과 비슷하거나, 그 보다 더 컸음을 추측할 수 있었다.
후훗, 이제부터 누나를 조심해야 할거야. 계속 주먹을 휘두르는 나는 점점 폭력성이 짙어지게 될테니까.
"지랄을 해요 아주..."
푸하하! 재밌잖아.
도대체 이런 장난이 뭐가 재밌다는 걸까? 차라리 썰렁개그를 하고 웃는 거면 내가 이해를 하겠다. 사람의 취향은 다양하고 실제로 썰렁 개그를 재밌다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을 테니까.
그런데 저런 중2병 대사를 내뱉고 뭐가 재밌다는 거야?
장난 처럼 말하긴 했는데 진짜 조심해야 해! 지금 멘탈도 좀 안 좋아서 계속 좀비만 패다가 정신이 툭, 하고 튀어버리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그렇다고 나를 죽이진 않을 거잖아?"
당연하지 아무리 멘탈이 터져도 최소한의 분간은 가능할 테니까. 대신, 멘탈이 터지면 아마 네 안전 신경 안 쓰고 막 싸울 확률이 높으니까. 너는 어딘가에 숨어있어야 해.
"멘탈을 고치는 방법은 없는거야?"
주기적인 동생의 애교를 주입받는 다면 멘탈이 터질 정도의 수치에 도달하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거야!
"이 나이먹고 무슨 애교야."
너 한살이잖아.
"그니까. 한 살짜리가 어떻게 애교를 하냐고."
마! 한 살짜리 아기가 애교 부리는 거 봤나.
그렇게 따지면 한 살짜리 아기는 말도 못하는 데 너는 말 할 수 있잖아.
"몰라 아무튼 내가 누나한테 애교를 할리는 없으니까 그건 포기하셔."
힝... 현수 애교 보고 싶었는데.
남자 애교를 도대체 왜 보고 싶은 걸까? 리우잉이 축하고 늘어졌다.
그래도 이건 되지?
리우잉이 나에게 꼭 안겨왔다.
으아아, 마음 편해진다. 멘탈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는 기분이야.
"고작 안긴 거 가지고 무슨 멘탈이 회복돼."
이런 상황에서 누나한테 동생이 얼마나 많은 지분을 차지 하고 있는 지 모르지? 아마 동생이 없었으면 이것저것 다 부수고 다녔을걸?
"설마 그러겠어."
거짓말 같아?
리우잉이 담담한 시선으로 나를 올려다 봤다.
아까 말했잖아 멘탈 터지면 폭령성이 짙어 진다고, 현수까지 없었으면 내 멘탈같은 가볍게 나갔을 텐데 아마 이 도시가 가루가 될때까지 다 부수고 다녔을 지도 몰라.
"도시를 가루로 만들 힘은 있고?"
말이 그렇다는거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밥을 먹다보니 어느새 밥한 공기를 전부 비웠다.
끄으윽 잘 먹었다. 맛은 없는데 배를 채우기엔 정말 좋은 음식 같아.
"역시 누나 입엔 맛 없구나. 나는..."
이제 그만 하라니까!
리우잉이 내 머리를 콩! 하고 때렸다.
작은 주먹에서 나오느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순간적이 머리가 핑 돌았다.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내가 아무리 천마님의 제자라고 해도 늘 좋고 맛있는 음식만 먹는 건 아니거든? 그리고 천마님이 중원을 비배하시기 전에는 네가 말한 것처럼 생 몬스터 고기를 먹은 적도 있어.
"그냥 놀리는 거지 뭐그렇게 격하게 반응해? 누나도 나한테 장난 많이 치잖아. 그래서 나도 장난 친거지 설마 진짜로 누나가 늘 산해진미만 먹고 싸구려 음식은 아예 입도 안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겠어?"
너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어.
"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
한 살 밖에 안 된 어린애 잖아. 나에대해서 착각하고 멋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거짓말, 장난 스러운 미소를 입에 한 가득 담고 말해봤자. 진실성이 없다고.
"그래 21살 먹은 아줌마야."
아줌마라고 부르지 말랬지.
리우잉이 사나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장난인 걸 알고 있음에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압박감 넘치는 모습이었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굴복할 순 없었다.
도대체 왜 나처럼 꽃다운 나이의 처녀를 아줌마라고 부르는 거야?
"내가 누나 나이가 되면 누나가 41살이야."
숫자로 표현해 주니까 확 와닿았는지 리우잉의 입을 다물었다.
"나이 얘기는 그만하고 좀비들이나 잡으러 가자. 부지런히 잡아야지. 되도록이면 빨리 이 도시를 나가고 싶으니까."
동감이야.
리우잉과 함께 건물을 빠져나왔다.
근처에는 좀비가 없었지만 중심부 쪽을 바라보니 상당수의 좀비가 길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동생한테 힘을 쓰는 일을 맡길 생각은 없었는데, 숫자가 너무 많아. 갈라져서 좀비를 잡다가 여기서 다시 모이는 걸로 할까?
"그래, 나도 상관없어."
리우잉만큼 빨리 잡을 자신은 없지만 좀비 정도는 몇 마리가 와도 처리 할 수 있었다.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재빨리 비명 질러야 해. 동생의 기척정도는 확인 할 수 있지만 위기상황일 때 빠르게 동생이랑 합류해야 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누나 보다 약해서 그렇지 나도 꽤 강하거든?"
천마 신교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아마 비각성자 중 최강자 정도는 될 거다.
네가 강해봤자 얼마나 강하겠어? 조금이라도 위험해 보이면 바로 나를 부르고, 몬스터가 나타나면 무조건 도망치고 좀비만 잡고있어.
"알았어. 절대 위험한 행동 안 할 테니까 마음 놓고 좀비나 잡아."
그러면, 이따가 보자.
리우잉이 내가 서있는 곳의 반대편으로 뛰어 갔다.
나도 가만히 서 있을 수는 없으니 리우잉이 뛰어간 곳의 반대쪽으로 걸었다. 정확히 말하면 반대가 아니라 120도 정도 꺽인 방향이라고 할까? 외곽으로 나가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좀비들이 전부 중심지에 몰려있는지 5분 가까이 걸어도 좀비가 나타나진 않았다.
가끔 완전히 뭉개진 시체들이 보이긴 했는데 좀비는 아직도 저 멀리에 있었다.
'더 갔다가는 귀환하는 데 시간이 걸릴 텐데...'
좀비를 유인하는 방법이 어디 없을까? 하는 내 눈앞에 적당한 크기의 트럭이 보였다.
그런데, 군고구마를 파는
'저거다!'
나는 바로 트럭을 향해 다가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