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4화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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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환생직후의 기억은 없다. 내가 나라는 자아를 자각한건 5살이 넘어서였지, 이미 한번 화경의 경지에 도달한 적이 있는 만큼 나를 납치하고 있던 기관에게서 빠져나가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지만 굳이 힘을 쓰고 싶지 않았다. 기술은 있어도 몸은 완성되지 않았고 마나는 있지만 내공은 없는 상태였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힘을 회복하다가 제대로 실험이 진행된거구나."
"그래 그곳에서 아해를 만났지."
천마가 자연스럽게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해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운명이라는 걸 느꼈다. 아해는 어렸지만 다른 이들과는 달랐지, 냉소적인면도 있었고 어른스러워 보이기도 했어. 물론 이미 29년의 인생을 살고 죽은 내가 보기엔 아해라 불러도 될 정도로 어린 모습이었지만 나이를 떠나서 아해의 성격에서 나오는 매력을 느꼈다."
"그때는 완전 꼬꼬마 시절이었는데 역시 천마 너는 쇼타콘이라니까."
"어허, 쇼타콘이라니, 나는 아해라서 좋아했을 뿐이라니까."
천마가 나를 꼭 끌어 안았다.
"처음 그 나의 마음을 깨달았을 때는 아해에게 별로 다가가지 않았다. 나는 이미 한 번 환생한 자이고 아해는 처음 생을 살아가는 존재이니 만큼 아해는 스스로 자라야 한다고 생각을 했지. 그래서 아해와... 누구였더라 69호였나? 아무튼 그 여자와 처음 이야기를 나눌 때도 나는 오히려 기뻤다. 아해가 드디어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가지는 구나. 하고 말이다."
천마의 표정이 살짝 찡그러 졌다.
"그런데 내가 질투가 그렇게 심한 성격인지 몰랐다. 아니 어쩌면 전생에서 익혔던 무공의 부작용일지도 모르지. 아해와 69호가 친하게 지내는 걸 보니, 엄청난 질투심을 느꼈다. 내가 먼저 아해에게 다가갔으면 69호보다 훨씬 더 친해질 수 있었을 텐데... 왜 그자리를 69호가 차지하고 있지? 솔직히 몰래 69호를 죽여버리는 상상을 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 안 죽여서 다행이네."
"그래 안 죽여서 다행이지, 아무튼 아해와 69호가 친해지는 모습을 보고 나도 아해에게 몇 번 경고를 한 적이 있었지? 69호에게 너무 마음을 주지 말라고... 대충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69호에게만 속박되지 말라는 의미로 해준 말이지?"
"맞다. 그런데 몇 달뒤에 69호가 각성을 해서 돌아오더군, 심지어 정신계능력을 각성해서 말이야. 여기까지면 말도 안하겠는데 돌아오자마자 아해에게 능력부터 사용하는 꼴을 보고 진짜 돌아버릴 뻔했다. 당장에라도 그년을 잡아서 찢어 죽이고 싶었지."
천마의 은은한 분노가 몸을 통해서 전해졌다.
"일단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만... 아해의 상태가 말이 아니더군. 69호에게 매몰되어서 자기 의지조차 각성하지 못하는 아해의 모습을 보고 나는 아해를 데리고 시설을 빠져나가리라고 다짐했다. 그 시점이 내가 중원의 존재를 알게 된 시기와도 맞물렸기 때문에 스스로를 속이기에도 부족함이 없었지."
"그 때부턴 나도 기억나. 나를 대삼림에 내려다주고 혼자서 중원에 갔잖아."
"맞다. 아해는 내버려 두고 나혼자 대삼림으로 이동했지. 솔직히 아해를 데리고 갈까도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다만 그때의 나는 아해에게 걸려있는 세뇌를 풀만한 실력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아해는 아해의 인생을 살아야 하는 것이지 내가 간섭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래서 아해스스로 세뇌를 풀 수있게끔 최소한의 조치를 하고 나에대한 기억을 지운 채 대삼림에 버리고 왔다."
"네 생각대로 나는 내 인생 잘 살다가 최근에 이수아의 세뇌를 완전히 풀어버렸지."
"맞다. 그래서 우리의 고향인 미르에서 다시 만났고 말이지."
천마가 나의 머리를 가볍게 쓸었다.
"그래서 나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히 첫눈히 반했다는 이유인거지?"
"아해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그와 같지만, 내가 아해에게 광적일 정도의 사랑을 가지게 된 건 그렇게 단순한 이야기는 아니다."
"광적인 사랑?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데..."
"내가 아해를 위해서 얼마나 자제심을 발하고 있는지 알면 아해는 정말 깜짝 놀랄거다."
'도대체 어떻게 사랑을 하고 있길래....'
"전생에 배웠던 무공의 후유증은 현생에서도 이어졌다. 늘 광기가 도졌고 살육욕이 내 온몸을 감쌓지... 이 살육욕을 제어할 수 있는 건 명백한 목표 단 하나뿐이었다... 이번에도 세계정복 정도를 목표로 삼으려고 했지만... 전생처럼 쉽게 달성이 되면 너무 광기에 쉽게 노출이 될 것 같아서 다른 목표를 설정했다."
"무슨 목표인데?"
"무슨 목표이긴, 아해의 사랑이지."
천마가 양 팔로 나를 완전히 껴안았다.
"세상은 정복 할 수 있지만 사랑은 정복할 수 없다. 한 번 손에 넣었다고 해도 언제 다시 내 손을 떠날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끊임 없이 노력하기에 아주 적합한 대상이었지... 그렇다고 내가 아해를 단순히 목적의 수단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나는 아해를 먼저 사랑한 다음, 아해를 내 인생의 목표로 삼은 것 뿐이니까."
천마가 내 이마에 입술을 맞춰왔다.
"온전한 아해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노력도 많이 했다. 69호의 세뇌가 섞이지 않은 순수한 아해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아해를 방치해 두기도 했고, 이미 아해와관계를 맺고 있던 다른 아이들도 내버려 두었지, 내가 하고 싶은대로만 해서는 아해의 사랑을 받을 수 없으니 말이다. 언제나 아해를 억압하고 온전히 나의 것으로만 만들고 싶다는 음습한 욕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러면 아해가 나를 좋아해줄리 없다는 마음으로 참아왔다. 그리고 아해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함으로서 살심도 많이 줄일 수 있었지."
나를 안은 천마의 팔힘이 강해졌다.
"그러니 아해야, 너무 쉽게 정복되지 말아달라. 내가 무엇을 하든 아해가 용인해 줄 수 있을 정도로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미쳐서 무슨일을 벌일지 모르니, 그리고 나를 버리지도 말아달라. 무슨 수를 써도 아해를 손에 넣을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내가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니."
천마의 말은 협박이라기 보다는 기도처럼 들려왔다.
방금 말한 행동들을 제발해주지 말아달라는 간절함까지 느껴졌다.
"이 정도면 내가 왜 아해를 사랑하는 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됐겠지?"
"그래, 충분히 설명됐어."
"아해가 왜 나를 사랑하는 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겠다. 아직 아해는 나를... 아니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진실된 사랑을 주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분위기가 좋으면 굉장히 사랑스럽다는 표정을 짓긴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든다."
눈치 참 빨라요.
나는 그저 멋쩍게 웃었다.
"아해야, 내가 왜 아해를 아해라고 부르는지 아나?"
"어려서 그런거 아니야? 나보다 29살이나 많은 아주머니시잖아."
천마가 볼을 가볍게 부풀리며 고개를 저었다.
"전생의 나이는 넣지 말아라 나는 20대를 두번 살고 있는거지 50대의 아주머니가 아니다. 그리고 아해는 충분히 멋지게 성장한 어른이다."
"그러면 왜 나를 아해라고 부르는데? 내 본명은 이수아가 지어준거라서?"
"그런것도 없지 않아 있지만 아해가 스스로를 이수현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는데 내가 뭐라고 왈가불가 하겠나, 이름이 그렇게 중요한가 싶기도 하고 말이지."
"그러면 왜 나를 아해라고 부르는 데?"
"아해를 부를 마땅할 호칭을 정하지 못 했기 때문이지. 내 이미지상 '자기' 나 '여보' 같은 낯간지러운 호칭은 절대 사용할 수 없고 그나마 쓸만한 것이 그대인데, 아해는 아직 나를 사랑하지 않지 않나."
"아냐, 사랑해."
"아해의 사랑엔 거부감이 있다. 속 편하게 사랑한다고 말을 하지 못하지. 그 거부감을 없애기 전엔 나는 아해를 아해라고만 부를 것이다."
천마가 완강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아... 그래, 당분간은 아해라고 불러, 나도 이걸 언제 고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으니까."
"빨리 고치려 하지 않아도 괜찮다. 앞으로 같이 있을 날이 60년이 넘게 남았으니 말이다."
"60년쯤 지나면 둘 다 할아버지 할머니일텐데?"
"손자와 손녀를 보고도 남을 시기지, 아마 다른 여자들과 아해가 나을 아이들까지 포함하면 수가 꽤 많을 거다."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를 하는 거 아니야?"
"그 말이 맞다. 너무 먼 미래지, 그리고 우리가 의도할 수 있는 미래도 아니고, 아해가 아이를 낳기 싫다하면 못 낳는 거 아닌가."
"나는 딱해 애들이 싫지는 않은데..."
아직 우린 젊잖아. 벌써 부터 그런 얘기를 하긴 싫어.
"더 궁금한 거 있나? 아예 작정하고 달라 붙는 것 같던데 말이다."
"본명이 뭐야. 어제 물어봤더니 나중에 말해 준다면서."
천마의 한숨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그렇게 알고 싶나?"
"어, 알고 싶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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