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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3화 〉 ???­1 (153/265)

〈 153화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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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에서 급한 일이 생겨서 경비대 연수를 끝낸 걸로 처리된 바로 다음날 집에는 여느때와 같이 나와 천마 둘이서만 남아있었다.

"이렇게 둘이 같이 있어본 것도 굉장히 오랜만인 것 같군."

"오랜만은 무슨, 다른 애들 출근하고 나면 늘 너랑 나랑 둘만 남았잖아?"

옆을 바라보니 천마의 얼굴이 보였다.

둘 모두 소파에 앉아있는 상황이었으니 작아졌던 키가 이제야 돌아온 것이었다.

키가 커지니까 얼마나 좋아. 지금까지는 옆을 보면 가슴깨나 겨우 보였는데 이제 서로 얼굴을 마주 볼 수 있잖아?

"그렇기는 했지만 지난 며칠간은 경비대에서 일하느라 둘이서만 있던 경우가 잘 없지 않았나."

"넌 욕심이 너무 많아. 다른 애들은 출근하느라 내 옆에 잘 있지도 못하는 데 말이야."

자연스럽게 몸을 기울여 천마의 어깨에 기대니 천마가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역시 아해는 작은 게 귀여운데 말이다."

"어떤 크기의 나도 사랑하는 거 아니었어?"

"그건 그렇다. 하지만 작은 아해가 더 귀엽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큰 것 보단 작은 것이 귀여운 법이니."

"천마는 작아도 귀여운 데 말야."

천마에게 몸을 완전히 맡기고 기댔다.

"천마."

"왜 부르냐?"

"너는 왜 나를 좋아하는 거야?"

지금까지 늘 궁금했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질문을 입에 담았다.

천마가 숨을 삼키는 소리가 내 머리와 맞닿아 있는 천마의 목을 통해서 들려왔다.

"꼭 들어야 하나?"

"어, 많이 궁금하거든, 다른 애들... 연하는 좀 아니긴 하지만, 하연이랑 월하는 내가 구해준 걸 계기로 나를 좋아한다는 명확한 계기가 있는 데 너는 그런 거 없잖아? 오히려 내가 너에게 구원 받았지. 그런데 나를 왜 좋아하는 지 잘 모르겠어서."

"아해야, 원래 사랑엔 이유가 없는 법이다."

"이유는 없어도 계기는 있는 법이지, 나에게 빠진 순간이 있을 거 아니야,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첫눈에 반했다는 말을 해줘도 되니까 알려줘."

천마가 가볍게 한숨을 내 뱉었다.

"말해주지 않으면 평생 삐칠것 같은 말투군."

"안 말해주면 너랑 평생 잠자리 안 가진다?"

잠자리 가지고 협박하는 건 많이 치졸한 것 같긴 한데 이렇게 라도 안하면 천마한테서 제대로 된 답을 들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일단 질러버렸다.

"하아... 그래, 말해주지 못할 것도 없지."

생각보다 쉽게 넘어 오는데?

"아해는 내가 전생에 천마였다는 걸 알지?"

"자기 입으로 자기가 천마라고 하고 다니는 데 그러면 모르겠냐?"

"하긴... 처음 헤어졌을 때 부터 이미 천마라고 말하고 다녔으니..."

생각해 보니... 전생에 천마였으면 나이가 엄청 많은 거 아니야?

'그리고 여자가 아닐 수도 있잖아.'

그렇게 생각하니 가볍게 소름이 돋았다.

"참고로 말하지만 나는 어린 나이에 죽었고 여자였다. 혹여나 이상한 생각을 할까봐 미리 말하고 시작하겠다."

"어... 그래, 알았어..."

매일 느끼는 건데 천마도 눈치 하나는 엄청 빠르단 말야...

"내가 어떻게 죽었을 것 같나."

"어린 나이에 죽었다고 했지?"

그러면 천수를 누리다가 죽은 건 아닐테고... 무림의 다른 집단에게 공격당해서 죽었나?

"무림에 있다던 다른 집단들의 공격을 받아서 죽은 거야?"

"결과적으로 따지면 그렇게 볼 수 있겠군. 결국 내 목숨을 끊은 건 정파인들이니 말이야."

"꽤 복잡한 일이 있었나봐?"

"일단 내가 어떻게 천마의 자리에 올랐는지 설명해 줘야 겠군.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으니 차라도 한 잔 타오거라."

"알았어."

일어나서 차를 타왔다.

"흐음, 역시 아해는 차를 잘 타는 군."

"이거 티백..."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다. 칭찬을 하면 그냥 맘편이 받으면 될 것을 왜 자꾸 딴지를 걸려고 그러나."

"그래..."

천마가 차를 호로록 삼키며 입을 열었다.

"본좌는 천마신교 주변에 있는 작은 마을의 거지로 태어났다."

"거지?"

"그래, 거지, 전생의 어린시절의 기억이지만 나는 아직도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나는 마을의 어디를 가도 맞기만 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자라왔지."

"아아..."

"그렇게 동정어린 시선으로 보지마라. 기구한 어린시절로만 따지면 아해 너도 그렇게 꿇리지 않으니."

"알았어."

억지로 표정을 풀고 천마를 바라봤다.

"흙을 파먹으며 살아오던 내 인생이 바뀐 것은 7살의 내 생일이었다. 갑작스럽게 천마신교가 우리 마을을 공격했고 우리 마을은 한순간의 재가 되어 사라졌지, 어른 들은 모두 죽고 어린이들은 본교로 끌려가서 정파를 무너뜨리기 위핸 병사들로 훈련을 받았다."

"너는 엄청나게 두각을 발휘했겠네."

"그렇다. 하늘이 나에게 무에 대한 재능을 주셨는지 2년만에 나를 가리치던 교관을 뛰어 넘었고 3년만에 절정의 경지에 도달했으며 7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초절정의 경지에 도달했다. 그 때 내 나이가 14살밖에 되지 않았던 때지 약관은 커녕 지학에도 이르지 못했던 소녀가 초절정의 경지에 도달했으니 천마신교는 당연히 난리가 났다. 정말 다행이게도 천마신교는 실력이 가장 우선시 됐기 때문에 나같은 비천한 출생도 천마의 후계자 자리에 이름을 올려 놓을 수 있었지. 물론, 그만큼 견제도 많이 받았다."

"많이 힘들었겠네..."

"별로 힘들지는 않았다. 나와 그들의 재능의 격차는 어마어마했으니까, 23살의 나이에 화경의 경지에 도달했고 25살이 되자 이전 세대의 천마또한 나를 이길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천마가 됐다."

25살의 나이에 천마가 되다니... 도대체 얘의 재능은 얼마나 대단한 걸까?

"천마가 되니 주변의 이들이 무림맹을 치자고 하더군, 기존에 가지고 있던 목표였던 천마가 되는 것이 상당히 쉽게 이루어진 감이 있었기 때문에 무림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되자는 목표를 세우고 무림맹에 쳐들어갔다. 무림맹에도 강자들이 많더군... 나랑 비슷한 경지를 가진 자들도 있었고 여럿이 모여서 나를 상대할 수 있는 진법을 개발한 이들도 있었어... 하지만 그들을 모두 죽이는 데에는 단 4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천마에 눈에 담긴 기운이 묵직해 졌다.

"29의 나이로 나는 고금제일인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서 내가 가장강하다는 의미였지...그리고 그 때부터 나는 미쳐가기 시작했다."

천마의 몸에서 풍기는 은은한 분위기가 집 전체를 내리 눌렀다.

"너무 어린 나이에 꿈을 이뤄서 일까? 나는 압도적인 무력감에 휩싸였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굳이 더 강해지지 않아도 나는 고금제일인으로서 명성을 날렸고 천마신교의 영향력은 나날이 늘어만 갔다. 나는 무엇도 할 필요가 없었고, 그 누구도 죽일 수 없었다."

천마의 눈에 일순간 광기가 들어찼다.

"내가 배운 무공은 사람의 광기와 굉장히 연관이 많은 무공이다. 가만히 앉아있다가도 끊임없이 살육욕구가 올라왔고 다른 무공으로 이를 누르려 해도 쉽지 않았지, 그 무공은 나와 평생을 함께 해온 무공이었으니까... "

"그 무공... 지금도 사용하고 있어?"

"그건 이따가 말해 줄터이니 벌써 부터 스포일러를 들으려고 하지마라."

천마가 씩 웃었다.

"그 동안은 내 살육욕을 목표를 위한 열정으로 치환해서 바꿔 먹을 수 있었다. 사람을 죽이고 싶을 때마다 오히려 수련을 했고, 정점에 올라가기도 바쁜년이 어찌 사람을 살육하냐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나 자신의 실력의 향상을 위해 힘썼다... 그런데 아해야. 아까 본좌가 뭐라고 말했지?"

"... 이미 고금 제일인의 자리에 올라섰다고..."

"맞다, 고금 제일인이었다. 더 이상 올라갈 자리가 없다. 실력을 키울 필요도 없었다. 이미 나를 상대할 수 있는 세력들은 전부 천마신교의 손에 해체 당했다."

"참아놓은 광기가 터졌구나."

"하룻밤만에 성 하나에 사는 인구를 몰살 시켰다."

천마가 히죽 웃었다.

"다음날 정신을 차라니 큰 성에 남은 건 피밖에 없더군... 아무리 중원을 지배해 가는 천마신교의 수장이라고 하더라도 아무런 죄도 없는 민간인을 학살한 건 참을 수가 없었는지 다시 한번 천마신교에 대항하는 이들이 생겼다. 그리 큰 세력은 아니었다. 강한 분노로 똘똘 뭉쳐서 나름 위협적인 세력이긴 했지만 내가 직접 나서면 금방 정리할 수 있는 수준에 불가했다."

"그 사람들한테 죽은거야?"

"정확히 말하면 일부러 죽음을 맞이한거지."

천마가 입가에 지어져 있던 미소를 사르르 내렸다.

"처음 성 하나를 몰살 시키고도 살육욕은 계속해서 나를 덮쳐왔다. 이대로 가다간 내가 중원을 통째로 멸망시키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생겨왔지....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다가 나는 죽음을 택했다. 자살을 택한 천마라는 타이틀은 가지기 싫었기에 정파인들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어차피 이룰건 다 이뤘고 더 이상 살아봤자 의미없이 사람만 죽일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자살을 선택하는 데도 큰 거리낌은 없었다."

"그리고 미르에서 환생했구나?"

"그렇지, 그리고 아해를 만났다."

천마가 나를 보며 눈읏음을 지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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