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4화 〉 닫히지 않는 게이트2
* * *
하연이는 밤이 지나도록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다들 자러 들어갈 때도 연하만은 자지 않고 소파에 앉아서 기다렸는데, 하연이가 오늘 안 돌아 올 것 같다고 그렇게 말해도 자기는 언니가 오자마자 바로 소식을 전해듣고 싶다면서 소파에 앉아서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밤 센 거야?"
"아, 오라버니, 일어나셨어요?"
"조금이라도 자지 그랬어?"
"아니에요, 괜찮아요. 하루 정도 안 잔 거 가지고는 아무일도 안 벌어져요."
"네 상태 엄청 심각해 보이는데?"
단순히 안 자기만 한 거면 연하 정도의 각성자한테는 큰 타격이 없었겠지만 마음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얼굴이 상당히 수척해져 있었다.
"하연이 오면 내가 깨워줄테니까 가서 한숨 자. 그 상태로라면 아마 하연이가 무슨 말을 해도 잘 못 들을걸?"
"괜찮아요. 저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멘탈이 완전히 나간 모양이다. 동문서답하는 걸 보니...
"가서 자, 내가 깨워줄게. 네가 아무리 멀쩡하다고 해도, 오빠는 걱정이 많이 되거든? 계속 오빠 걱정시키고 싶은 거면 남아있고, 그렇지 않은 거라면 가서 한숨 자."
"... 알았어요. 가서 자면 되잖아요."
소파에서 일어나자마자 비틀 거리길래 내가 부축해서 침실에 대려다 놔줬다.
"후우..."
연하를 방에 들여보내놓고 나오니 아직 해가 채 뜨지도 않는 새벽이었다.
'이렇게 일찍 일어나는 건 오랜만인데...'
옆에서 같이 자던 월하한테 들키지 않고 나온다고 고생 많이 했다.
'언제쯤 오려나?'
그리고 무슨 얘기를 했으려나.
닫히지 않는 게이트, 분명 큰 문제다.
아마 지금까지 게이트를 대하던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야 할지도 모르지.
'모쪼록 좋은 해결법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아침이 오길 기다리며 녹차를 타서 마셨다.
비슷한 몬스터로 대체한 게 아니라 진짜 녹차 특유의 향이 입과 코를 향해 들어왔다.
그렇게 차를 마시다 보니 아침이 됐고, 오늘따라 일찍 눈이 떠졌다던 월하에게 밥을 먹였다.
리우잉은 평소랑 똑같이 일어나더라, 연하는 어제 고생해서인지 아직도 안 일어나고 있고.
"오늘은 출근 안하기로 했어요 기사님."
"게이트 때문에 그런거야?"
"네, 나름 비상사태니까요."
그렇게 멍하니 소파에 앉아만 있기를 2시간 째, 드디어 하연이가 우리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왜들 그러고 계세요?"
얼굴이나 안색을 살피면 그렇게 힘든 것 같지 않았지만, 정돈되지 않은 옷 매무새와 씻지 않은 듯 은은하게 나는 땀냄새로 추정해 보면 아마 밤새 회의를 진행한 모양이다.
"너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지."
"게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시려고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연하를 깨워서 데리고 나왔다.
"언니 와써요?"
"쟤는 상태가 왜 저래요?"
"말도 마, 너 기다리겠다고 밤 새더라. 내가 새벽 일찍 일어나서 한 숨 자라고 방에 넣어놨는데 아직도 피로가 다 안 풀린 것 같네."
"무슨 얘기 했어요오..."
연하가 비틀 비틀 거리며 말했다.
"일단, 솔에는 몬스터가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게이트가 나타난 적 없다고 하더라. 일단은 우리 도시에서만 일어난 일 같은데, 중국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 걸 보면 다른 곳에서 일어나지 않을거라고 생각할 수도 없지."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오."
"그래서 일단 우리 도시 자체적으로 탐사대를 꾸미기로 했어. 게이트 처리반의 일부를 데리고 내가 탐사대장을 맡을 거야."
"언니가요오? 하욘언니는 게이트 들오가면 안되는 대애애애."
"도시 안전은 월하한테 맡기려고."
하연이가 월하를 지긋이 바라봤다.
"보수는 충분하게 줄게. 이번만 좀 도와줘라."
"알겠습니다. 도와드리죠. 도시의 치안 정도만 유지하면 되는 거죠?"
"아니, 너는 가만히 있어, 우리 경비대가 다 할 거니까. 경비대가 감당하지 못하는 빌런이 날 뛰거나 갑자기 S급 몬스터가 나타나는 이상한 사태만 네가 막아주면 돼."
"알겠습니다."
"저는 할 거 없어요오?"
"너는 나랑 같이 게이트로 들어간다. 정보 계열 이능은 귀하니까, 너는 꼭 필요한 인재야."
"예에!"
"당장 출발할 건 아니니까 일단 잠 좀 마저 자, 너 되게 불안해 보여."
일단 연하를 소파에 앉힌후 옆으로 눞혀서 소파의 팔걸이에 머리를 기대게했다.
"나도 같이 가도 돼?"
"오라버니도요?"
내가 그런말을 할 줄 몰랐다는 듯이 하연이가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안 될 건 없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한 곳이에요. 굳이 오라버니를 모시고 가고 싶지는 않아요."
"내가 죽을 정도면 다른 사람들도 다 죽는 다는 뜻 아니야? 나는 너를 그렇게 허무하게 잃고 싶지 않거든?"
"오라버니..."
"그러니까 나도 데려가줘, 인간을 상대로는 C급도 못되는 놈이지만 상태가 몬스터라면 확실히 실력발휘 할 수 있거든."
아무리 강한 몬스터도 그 등급에 맞는 몬스터용 탄환을 쓰면 보내버릴 수 있다.
그 과정 중에서 몬스터에게서 살아 남는 게 문제긴 하지만... 그건 다른 각성자들이 알아서 해주시겠지.
"객관적으로 판단해 봐, 내가 게이트 안에서 도움이 돼? 아니면 안돼."
"... 돼요. 오라버니는 충분히 1인분 하시는 분이시니까요."
"그러면 데려가도 되겠네. 그치?"
"... 알았어요. 대신 오라버니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셔야 해요. 알았죠?"
"알았어."
나도 가도 돼?
"리우잉은... 안돼, 실력은 대단하지만 마나도 없는 대 그렇게 까지 강한 걸 보여주면 경비대원들한테 엄청난 파장이 일거야.
힝...
리우잉이 고개를 푹 숙였다.
수현아.
"왜?"
우리 현수 잘 지켜야해, 혹시라도 죽어버리면 사지를 뜯어버릴 거야.
"절대 안 죽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애초에 위험한 곳이라고 확정이 된 건 아니잖아? 단순히 미지의 공간일 뿐이지.
"그러면 저는 바로 경비대들을 소집할게요. 지금부터 바로 준비하면 내일 모래 정도엔 들어갈 수 있을 거에요. 연하의 도움을 받으면 시간을 좀 줄일 수 있겠지만..."
"이런 정신상태로는 너를 도와주다가 트롤짓이나 안하면 다행이지..."
"나 불러서어!"
"그냥 자라 연하야."
하연이가 한숨을 가볍게 내 쉬고 나를 바라봤다.
"그러면 저는 게이트 관리부로 가볼게요. 오라버니는 변장하고 계세요."
"변장이라니?"
"이고양으로 변장하셔서 들어가는 게 가장 깔끔해요. 게이트 관리부 입장에서도 일면식도 없는 제 오라버니 로서의 오라버니 보다는, 저번에 연수 왔던 이고양이 훨씬 더 익숙할 테니까요."
"알았어..."
워하의 앞으로 가니 월하가 키를 줄여줬다.
월하한테 키를 줄일 수 있는 능력이 생간 건 아니고, 내 몸 안에 남아있는 축소 능력을 무력화하고 활성화 함에 따라서 내 키를 조절하는 거다.
적당히 머리를 만지고 밝은 미소를 지으니 이 고양이 완성됐다.
"같이 갈까?"
"아니에요. 내일 오세요. 오늘 사건이 터졌는데 오늘 바로 오는 것도 이상하니까요."
"...근데 왜 지금 변장하라고 했어?"
"그게 더 귀여우니까요."
하연이가 방긋 웃으면서 사라졌다.
체격 작아진 거 풀어달라는 의미로 월하에게 다가가니 월하는 슬 웃으면서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
"안녕하십니까!"
정적을 유지하고 있는 게이트 관리부서의 회의실로 들어가면서 억지로 텐션을 올려서 소리쳤다.
"뭐야..."
갑작스럽게 들려온 큰 소리에 놀라듯 나를 바라본 게이트 관리부의 인원들은 나를 보더니 반갑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누구야, 연수 왔다면서 얼마 하지도 않고 솔로 돌아가 버린 이고양씨 아니야."
"오랜만입니다!"
"지원군이 한 명 온다더니... 그게 너였냐?"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사격은 자신있습니다! 비각성자지만 최선을 다해서 여러분을 보조하겠습니다!"
"너는 그냥 있는 것만으로 사기가 올라가니까 괜찮아."
박지현이 나를 보고 방긋 웃었다.
"마천아는 안왔어?"
"그 분은 각성자 등급이 저보다 훨씬 높아서 더 중요한 일을 하십니다. 저 처럼 쉽게 빠져서 도움을 드리러 올 수 가 없어요."
"아쉽네, A급 각성자가 한 명 더 합류하면 확실히 일이 편할텐데... 아, 네가 싫다는 뜻이 아닌 거 알지?"
"당연히 알죠."
처음 들어가는 게이트인 만큼 가장 완벽한 정예 벙력을 꾸려야 했다.
많이 들어간다고 능사가 아니니까.
그렇다고 도시의 강자들이 전부 들어갔다가는 외부의 위험에 대비할 수가 없으니, 심혈을 기울여서 짠 부대가 지금 부대였다.
'밸런스 괜찮네.'
박지현 포함 B급 각성자 4명 연하 포함 A급 각성자 두 명, 그리고 하연이 한명.
어지간한 S급 게이트도 가볍게 깰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병력들이었다.
"안내사항은 다 숙지했지?"
"네, 다 숙지했습니다."
"그러면 됐어."
박지현이 씩하고 웃었다.
우리가 조용히 하고 있자 회의실은 다시 정적을 유지했는 데 그 정적이 하연이가 연하를 대동하고 회의실로 들어오면서 깨졌다.
"모두 다 모였나?"
"네!"
다들 큰 소리로 대답했다.
긴장에 꽁꽁 얼어 있던 분위기가 팍하고 깨지는 기분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