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2화 〉 회의가 진행되는 중에­2 (172/265)

〈 172화 〉 회의가 진행되는 중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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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다들 성함이 어떻게 돼세요?"

계속 인상으로 칭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음침한 여성에게 계속 밀리며 물어봤다.

"나는 유아영이야. 이름 귀엽지? 흐흐흐."

그러게요. 인상이랑은 안 어울리게... 라는 말이 턱끝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갔다.

아무리 든든한 백을 가지고 있어도 상대들도 고위 각성자니 까불지 말자. 잘못해서 한대 맞았다가 며칠 동안 기절하면 나만 손해야.

"저는 손미나라고 합니다. 편하신데로 불러주십쇼."

"그러면 미나라고 불러도 되는 거야?"

"넌 안된다 이년아!"

"그러면 저는 돼요?"

두 사람의 꽁트에 파고 들어가니 명백히 당황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 보는 미나씨였다.

"어... 그게요..."

"장난이에요. 그냥 미나씨라고 부를게요."

벙쪄있는 미나씨를 뒤로하고 아영씨에게 계속해서 밀리다 보니 어느새 번화가의 중심구역까지 도달했다.

사람들이 나는 누군지 몰라도 미나씨와 아영씨는 잘 아는지 수근 거렸는데 아주 자세히 들어보면 사촌 동생 이야기들이 들리는 걸로 봐서는 쓸데 없는 헛소문이 퍼질 걱정은 없어보였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우리가 밖으로 나오는 게 맞았네, 이 넓은 도시에 고위 각성자들의 목격담이 하나도 없으면 회의를 했다는 게 확 티가 나는 거 아니야. 이렇게 우리 둘이 밖에 나와서 돌아다니면서 알리바이를 만드는 거지."

"알리바이는 무슨, 그냥 네가 돌아다니고 싶어서 돌아다니는 거잖아."

"겸사겸사지. 사람이 하는 일에 이유가 하나 밖에 없는 경우가 어딨어? 다 여러가지 이유를 가지고 움직이는거지."

그렇게 계속 밀려서 어느덧 광장 정 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분수에 도착했다.

"설명해 봐라."

"설명은 뭔 설명이야. 딱보면 모르냐? 분수잖아."

"나 말고 얘한테."

아영씨가 나를 번쩍 들어다가 미나씨한테 내밀었다.

"아, 여기는 중앙광장이고 이 분수는 광장의 정확히 중심에 지어져 있는 분수입니다. 보시다시피 크기도 큰 편이고 높이도 높은 편이라서 데이트 장소로도 잘 이용되고 가족 나들이에도 좋은 장소죠. 나중에 기회가 되시면 백하연 대장님이랑 백연하 대장님이랑 같이 놀러오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잠깐만, 백하연이야 대장 오래 했으니까 대장이라고 쳐도 백연하 걔는 경비대장직 1년도 안했는데 대장이라고 쳐주는 거야?"

"한 번 대장은 영원한 대장이야. 잘못한게 있어서 경질 당한 게 아니라 옆 도시로 이직 가신 거니까 언제든 대장직을 맡아도 이상하실 게 없는 분이라는 의미다."

"참나... 깐깐해서는."

아영씨가 몸을 돌리면서 자연스럽게 미나씨한테서 멀어졌는데 슬슬 내려줄때가 됐는데도 아영씨는 나를 내려줄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들고만 있었을 뿐이었다.

"아영씨?"

"꼬맹아, 너 여분 옷은 있지?"

"예?"

그런게 있을리가요.

"분수대에 왔으면 물놀이를 해야지!"

그렇게 말하고는 나는 냅다 던져버렸다.

제대로 던진 것 같지는 않고 살살 던져서 속도가 그렇게 빠르진 않았지만 분수대 중앙쪽으로 날아갔기 때문에 허공에서 움직여서는 물에 젖는걸 피할 방법이 없어보였다.

"흐아아아악!"

그 때 미나씨가 괴성을 지르며 달려와서 나를 낙아챘다.

뒤에서 달려와서 내 등을 잡고 부드럽게 착지해서 나를 내려주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사실 날아가는 사람을 잡아채는 건 쉬운 일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괜찮으세요?"

"네, 덕분에 괜찮은 거 같아요."

미나씨가 나를 부드럽게 내려준 뒤 바로 뒤돌아서 아영씨에게 다가갔다.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장난기 하나없는 진지한 목소리에 내 몸까지 으슬하게 떨렸다.

"시원하게 물 좀 맞으라고 던졌지."

아영씨의 장난기 어린 말에 미나씨는 말 없이 아영씨를 노려보기만 했다.

"... 하아, 그래 너 골려 주려고 장난 좀 쳐봤다. 됐냐? 내가 꼬맹이를 날리면 네가 그걸 잡을려고 개고생 할 줄 알고 던졌다."

"하아... 미친년아 우리끼리 일은 우리끼리 끝내자 괜히 남 끌어들이지 말고."

진지한 분위기인것 같으니 멀찍히 떨어져서 기다리고 있자.

"꼬맹아 어디가니?"

"싸우시는 것 같아서 잠깐 떨어져 있으려고 했는데요."

"싸우다니, 우리 싸우는 거 아니야. 우리가 얼마나 친한데, 안그래 미나야?"

"우웁..."

미나씨가 역겹다는 듯 고개를 돌리시는 걸 보니 진짜로 친한 친구는 맞는 모양이었다.

애초에 친하지 않으면 저런 텐션으로 장난을 치고 있을리가 없지.

"구역질 하지마 개년아 나도 역겨우니까."

"그러니까 누가 먼저 이름으로 부르래?"

또 싸우는 것 같아서 슬그머니 발걸음을 옮기니 싸움이 금세 멈췄다.

"하하, 우리 싸우는 거 아니라니까?"

"맞아요, 저희 싸우는 거 아니에요."

"다행이네요. 하마타면 오늘 저녁 기사에 태양길드 소속 A급 각성자 두명이 난동을 부렸다는 이야기가 대서특필 될 뻔 했잖아요."

주변을 쓱 둘러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목소리는 마나로 차단을 하더라도 둘이서 험악한 분위기로 말하고 있던건 주변 사람들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상당한 불안감이 광장전체를 감돌았다.

'오히려 말소리가 안들려서 더 문제일 수도 있지.'

겉으로 보기만 하면 오히려 더 심각해 보였으니까.

"... 어떻게 하냐."

"일단 시말서를 써야지."

아영씨가 주섬주섬 거리더니 주머니에서 한 종이를 꺼냈다.

"그게 뭐냐?"

"시말서, 늘 한 장씩 챙겨다니지."

아영씨가 빽빽하게 써 있는 글씨중 비어 있는 곳에 광장에서 손미나랑 싸워서, 라는 문장을 끼워넣었다.

"시말서 작성 끝."

"너 평소에도 이렇게 쓰냐?"

"레파토리는 조금씩 바꾸긴 하는 데 하나의 시말서 양식에서 파생된 거긴 하지."

미나씨가 이마를 탁 하고 쳤다.

"저기, 일단 다른데로 이동하는 게 먼저 아닐까요?"

험악했던 둘의 분위기가 차차 풀려가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은근슬쩍 다가오기 시작했다.

누가 뭐래도 두 사람들은 A급 각성자 들이었으니까.

연애인이나 다름 없는 분 들인데 그런 분들을 그냥 내버려 두실리가 없지.

"그게 낫겠네요."

미나씨가 내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집어 넣고 가볍게 들어올리셨다.

시야가 쑤욱 하고 늘어났지만 전혀 무섭지 않았다.

이 정도 높이면 내 원래키 보다 낮은 높이니까.

"그러면 어디로 갈까요?"

"저는 솔 초행길인데요?"

정확히 말하면 초행길은 아니지만 저번에 왔을 땐 정신 하나도 없이 다녔으니까 사실상 초행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직 밥 안먹었지?"

"네, 일어나자마자 바로 나왔거든요."

"그러면 내가 끝내주는 맛집을 소개 시켜줄게. 따라와."

그렇게 말씀하시자 마자 한쪽으로 뛰어가는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순식간의 하나의 점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냥 버려두는 것도 좋을 것 같은 데 말이죠."

처음 만난 사람을 분수대에 던져버리는 괴짜다.

같이 다는 것 보다 그냥 미나씨랑 둘이서만 다니는 게 나을 지도...

"네?"

"아니에요. 따라가죠."

지금 안 따라가면 오히려 귀찮아지겠지.

어디로 튀든 우리를 찾는 다고 이곳저곳에서 이상한 짓거리를 하고 다닐 지도 몰랐다.

"알겠습니다. 꽉 잡고 계세요."

"어딜요?"

"글쎄요?"

미나씨는 내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나를 들고 계셨다.

업혀 있거나 안혀있는 것도 아니고 이 자세에서는 내가 어떤 자세를 취하든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 그냥 미나씨가 알아서 잘 들고 가셔야 하는 거지.

"일단 출발하겠습니다."

"넵!"

미나씨가 땅을 박차고 달리자마자 주변의 풍경들이 빠르게 바뀌기 시작했다.

강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느낌이 시원한게 좋았다.

미나씨가 더 강한건지 아니면 아영씨가 살살 달리고 계신건지 모르겠지만 미나씨는 금방 아영씨를 따라잡았고 어느새 둘이서 나란히 달리고 있는 상태가 됐다.

"어디 가려고 그래."

"라면 가게 간다. 불만 있어?"

'응? 라면 가게?'

왠지 내가 아는 곳에 갈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내 불안감에 맞게 상당히 빠른 속도로 꽤 긴 시간을 이동했고 거리는 시간 곱하기 속도라는 공식에 따라 상당히 먼 거리를 이동해 왔다.

"저기요!"

"네?"

"혹시 저희가 가는 라면가게 이름이 라면이에요?"

"맞아! 우리 지금 라면 가게 가는 거야!"

A급 각성자가 뛰는 중이라고 내 목소리를 못 들을 리가 없다.

고의적으로 내 말을 못들은 척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영씨 스럽긴 했다.

"가본 적 있으세요?"

"예전에 하연이가 사준 적 있어요!"

그 때는 미각이 살짝 맛탱이가 가 있던 시절 같았는데 굉장히 맛있게 먹었었지.

"그러면 다른 데 갈까요?"

"다른 데 가긴 어딜가? 여러번 먹어도 질리는 데가 아니니까 그냥 라면집가서 먹어."

"저도 찬성이에요!"

그렇게 맛있는 라면집이면 두 번 먹어도 질리지 않지.

시간이 조금 더 흐른 뒤 미나씨와 아영씨가 멈춰섰고 라면, 이라는 글씨로 간판을 세운 라면집이 우리의 눈앞에 들어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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