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13화 〉 피의 마나­4 (213/265)

〈 213화 〉 피의 마나­4

* * *

"아으..."

허리를 들어 자리에서 일어나니 처음 보는 재질의 벽이 나를 맡이해 주었다.

주변을 쓱 하고 훑어보니 새햐얀 백지같은 풍경과 나 외에는 아무도 없는 적막함이 내 동공에 들어왔는데 내 몸을 바라본니 환자복을 입고 있는 게 여긴 아마 병실인 것 같았다.

내가 왜 병원에 있지?

어지간한 상처는 다른 치료 능력자를 찾아갈 것도 없이 화련이 선에서 정리가 될 텐데 왜 여기까지 찾아왔는지 의문이 들었다.

"일어났느냐 아해야."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꺾으니 기존의 시야의 사각에 있는 보조 침대에 누워 있던 천마가 나를 보며 일어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기억 나지 않는 것이냐?"

내 머리의 마지막 기억은 붉은 색 양피지가 내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 밖에 없었다.

"양피지가 갑자기 튀어나오고 다시 들어간기억은 있어."

"다 기억하고 있군. 아해가 이렇게 병원에 입원한 것은 다 그 양피지 때문이다."

그 양피지가 내 몸을 망친건가?

흡혈귀가 내 몸을 해할 것 같진 않았는데... 역시 이 세상에 믿을 사람은 없는 걸까?

"그 양피지, 위험한 물건이야?"

"물건이라고 보기에도 애매하군... 사용하기에 따라 아주 위험해 질수도 있지만 적절히 사용하면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을 확률이 높다. 아해가 이번에 병원에 입원하게 된 것은 양피지가 각성하기위해서 아해의 피를 빨아드렸기 때문이지평범하게 사용하면 문제가 없을 거다."

"내 피를?"

하긴, 나에게 힘을 준 이도 흡혈귀였고 그 마나의 이름도 피의 마나니까 내 피를 이용해서 각성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렇다. 아해의 영혼에서 피를 빼간 건지 뭔지는 모르겠는데 내 치유로도 피가 쉽게 회복이 안돼서 아해의 자연치유에 맡기기 위해서 병원에 옮겨둔 것이다."

"네 치유로 회복이 안되는 데 내 자연치유 정도로 회복이 돼?"

"아해의 자연 치유 능력이 강한 것이 아니라 자연 치유가 아닌 모든 회복능력에 반발하는 느낌이었다. 내가 아니라 A급 치료 능력자를 데려와도 치료하지 못했으니 아마 누구도 치료하지 못하겠지. 만약 아해의 자연치유로 천천히 피를 회복하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내가 진짜 미쳤을 지도 모른다."

"나 말고 다른 목표를 찾았는데도?"

­고오오오

내가 환자가 맞는 걸까?

천마가 아주아주 날카롭고 무거운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 봤다.

"착각하지 말아라. 지금 내 실력을 키우는 일에 관심을 가진 것은 일시적인일에 불과하다, 언젠간 내 위에 서 있는 벽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갈테고, 그렇게 되면 또 다시 아해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된다. 만약 내가 죽을 때 까지 벽을 넘지 못하고 강해지는 것에 목표를 둔다고 해도 나한테 최우선은 언제나 아해다. 아해가 없는 삶은 상상하기도 싫고 아해가 없으면 강해지고자 하는 목적조차 잊어버리고 미쳐 날뛸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절대로 아해가 죽어도 괜찮다는 생각은 하지말아라."

그런 생각 한 적 없는데...

"그래서, 얼마나 쓰러져 있었어?"

"아해가 쓰러진지 오늘로 딱 5일 됐다."

"5일이나 쓰러졌어?"

생각보다 시간 많이 지났네.

"오라버니, 괜찮으세요?"

"기사님!"

내가 깨어난 걸 눈치채고 당장 하는 일만 정리하고 달려온 걸까 하연이와 월하가 굉장히 급박한 표정으로 병실로 들어왔다.

"어, 지금은 괜찮아. 멀쩡하니까 걱정하지 마."

"괜찮으시다니 다행이에요..."

그렇게 나는 다른 애들보다 살짝 늦게 온 연하랑 리우잉 까지 합쳐 총 5명의 여자와 함께 퇴원했다.

***

팔을 가볍게 배서 몸안의 피를 외부로 꺼냈다.

피의 마나로 부르는 이 마나는 흡혈귀의 마나답게 피와 굉장히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제대로 다룰 수 있게 되면 굳이 피를 매개로 하지 않아도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지만 나는 아직 초보기 때문에 내 피든 다른 이의 피든 그것을 매개로 사용해야 했다.

방울로 모아도 4방울이 겨우 나올 것 같은 작은 분량의 피가 순식간에 몸집을 불려 거대한 창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 창을 손으로 잡아 힘차게 던지자 내 힘 이상으로 빠른 속도로 가속되어 날아가기 시작했고 그렇게 날아간 창이 몬스터의 면상에 정확하게 명중했다.

­꾸에에엑!

내가 만든 창에 명중한 몬스터는 일격에 즉사했다.

상대가 B급 몬스터고, 내가 소모한 피와 마나의 양이 극히 적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어마어마한 효율을 가지고 있는 기술이었다.

"아무리 봐도 말도 안되는 파괴력이군... 피의 마나라고 했나? 피를 매개로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그 위력이 지나칠 정도로 강력하군. 순수하게 효율로만 따지만 S급 각성자의 마나와 비교해도 크게 딸리지 않을 거다."

피의 마나가 월하, 하연과 동급이라는 말은 아주 듣기 좋은 소리였다.

단지 효율만 비슷할 뿐이지, 최대파괴력과 범용성 등 아주 많은 부분에서 그녀들에 비해 뒤쳐지는 것이 사실이었지만 효율 하나만은 S급과 비견된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말인가.

물론 피의 마나는 근본적으로 내 마나가 아니지만 어찌됐든 나에게 주어진 마나이기는 하다.

쓰기 싫다고 때어낼려고 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니 이왕 주어진거 감사합니다. 하고 써야지.

"심지어 사용법까지 세세하게 적혀 있다고 했지?"

"완전히 적혀 있는 건 아니야. 어떻게 마나를 움직이며 피를 조작해야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 지만 적혀 있고 그걸 조합하는 건 내 일 인걸."

"아해가 쉬운 걸 어렵다고 말하면서 자신을 띄우는 사람은 아니니 피의 마나라는 걸 다루는 것도 상당한 난이도가 있는 모양이군."

"처음 수련 할 때 내 팔에서 피 터진 거 기억 안나?"

"그 때는 아해가 완전 초짜였을 때 아닌가. 그 이후로는 한 번도 실수를 한 적이 없으니 내 입장에서 보면 쉬워 보일 수 밖에 없다."

처음 피의 마나를 사용해 능력을 발휘하려 했을 때는 시행착오가 많았다.

팔에서 피를 뽑고 뽑은 피로 능력을 사용해야 하는 데 실수로 내부 혈관에 지나다니는 피를 건드려서 팔에서 피가 팍 튀기도 했고, 제어가 잘못돼서 중간에 흩어져 버리는 일도 많았다.

처음 팔에서 피가 솟구쳤을 때 피가 많이 나서 위험하다는 생각보다는 피의 마나를 이용하는 것 자체를 금지먹을 것을 걱정했다.

화련이가 바로 옆에서 내가 수련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때 팔에서 피가 터진 것이니 당연히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앞으로 피의 마나를 사용하지 말라고 말할 줄 알았는데 상처정도만 치료해 주고 다시 수련하라고 등을 떠 밀었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어차피 내가 강해지기 위해서는 피의 마나를 수련할 수 밖에 없고, 자신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어서 안전이 확보되는 와중에 고작 팔에서 피좀 나는 정도의 위험가지고 나의 성장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 생각했기 때무에 그랬단다.

나는 화련이의 응원에 힘입어 기절에서 깨어나고 지금까지 계속 피의 마나를 수련했고 고작 1주일 만에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강함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해야."

"왜?"

"아해가 흡수한 것은 흡혈귀의 마나인데 피를 섭취하고 싶다거나 하는 욕망이 올라온 적은 없는가?"

"딱히 없어."

피의 마나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지가 벌써 1주일 째인데 지금까지 단 한번도 피를 마시고 싶다거나 목덜미에 송곳니를 박고 싶다거나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도 한 번 정도는 마셔보는 것이 좋지 않겠나? 지금까지 피의 마나를 다루는 기술만 늘어났지 마나의 절대량과 마력은 늘지 않았잖느냐. 흡혈귀의 방식대로 피를 마시면 마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으니 한 번 정도는 실험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왠지 모르게 화련이의 얼굴이 붉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왜 저러지?

"그래 뭐... 한 번 정도는 마셔도 괜찮을 것 같긴해."

사람의 피를 마신다고 생각하면 거부감이 들어야 정상일 것 같은데 딱히 온몸에서 올라오는 혐오감 같은 건 없었다.

이것도 피의 마나때문에 생긴 현상인가? 싶어서 의문을 표하고 있을 때 화련이가 자신의 옷을 살짝 내려서 목 선을 들어냈다.

"뭐해?"

"아해도 한 번 정도는 괜찮다고 하지 않았느냐. 내 피를 줄테니 마셔라."

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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