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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4화 〉 피의 마나­5 (214/265)

〈 214화 〉 피의 마나­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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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일에 내 뇌가 멈춰 버렸다.

화련이가 자기 목덜미를 드러내고 얼굴을 붉힌 채 눈을 꼭 감고 있었다.

일단 화련이가 착각하는 것이 있다.

피를 마시는 방법에는 굳이 사람의 몸을 물어서 빠는 게 아니라 그냥 칼로 밴 다음에 피를 내고 그 피를 따라 마시는 아주 건전한 방법이 있다는 것.

그리고 내 치악력으로는 아무리 강하게 물어도 화련이의 목에서 피가 나기는 커녕 상처 자국 하나도 안 남을 거라는 것

애초에 나는 일반적인 흡혈귀 처럼 피를 빠는 것이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흡혈귀들은 송곳니가 길어서 그 송곳니로 상처를 내고 송곳니를 타고 올라오는 혈액을 빨아 마시는 건데 내 치열은 지극히 일반적인 사람의 치아다.

이 치아로 화련이의 목을 물었다가는 두개의 송곳니 자국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의 이빨자국이 날것이다.

물론 화련이의 재생력으로 제대로 들어가기도 전에 자국도 남지 않고 사라지겠지.

그래도 눈을 감고 있는 화련이를 보고 있으니 장난기가 새록새록 생기기 시작했다.

"송곳니 두개로는 힘들 것 같고 하나에 마나를 집중해도 돼?"

"된다!"

화련이도 긴장한 것일까?

평소보다 훨씬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천천히 걸어 화련이의 목 근처로 다가갔다.

"부끄러우니까 감각은 꺼줘."

"이미 꺼놨다! 눈 감고 있는 거 보면 모르겠나?"

그렇다니 다행이네.

나는 화련이의 목에 나의 날카롭고 단단한...

"아흣!"

단검을 가져다 박아 넣었다.

화련이도 생각이 있었는지 목을 강화하지도 않고 재생력을 올려두지도 않아서 단검의 끝이 화련이의 목을 파고 들어가 가벼운 상처를 냈다.

화련이의 붉은 피가 그녀의 목을 따라 흘렀다.

"응?"

아무리 눈을 감고 감각을 죽여 놓고 있다고 하더라도 단검과 송곳니 정도의 차이는 느낄 수 있었던 것일까? 화련이가 슬그머니 눈을 떴다.

"아해야?"

"이를 박는 것 보다는 칼로 상처를 내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아서."

안 그래도 부끄러움 때문에 붉어져 있던 그녀의 얼굴이 마치 터질 듯 새 빨게 졌다.

화련이가 분노로 얼굴을 붉힐 정도로 화낸 적은 없으니 아마 부끄러움 탓 일텐데 부끄러움만으로 얼굴이 저렇게 새빨게 질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큰 부끄러움을 느낀 것인지 감히 가늠할 수 조차 없었다.

"아니... 나는 송곳니도 안 긴데 이런 이빨 박아봤자 피도 안 날거고,"

"아해야."

화련이가 나를 지긋이 노려본 채 자신의 목덜미를 가르켰다.

결국 나는 머리를 움직여 화련이의 목덜미에 뭍은 필를 핥아 마실 수 밖에 없었다.

"할짝..."

한 번에 많이 마셨다가 무슨일이 일어날 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혀 끝을 살짝 적실정도로만 마신 후 바로 고개를 땠다.

"반응이 있나?"

"없는 것 같은, 읍!"

갑자기 목이 타오를 듯 따가워지기 시작했다.

피의 마나가 순식간에 내 목으로 움직여 화련이의 마나를 탐하기 시작했으며 화련이의 피의 들어있던 마나를 흡수하여 순식간에 덩치를 불리기 시작했다.

"커흡!"

과할 정도로 많은 양의 마나가 내 몸안에 응어리 졌다.

당장이라도 분출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거라는 불안감 때문에 바로 마나를 움직여 내가 만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기술을 사용했다.

모든 마나를 전부 끌어내어 마법을 사용하니 바닥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이곳이 게이트 안이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도시 한복판에서 이딴 일을 벌였다가는 아주 난리가 났을 것이다.

­콰앙!!

땅을 진동시킬 정도의 강한 여파가 주변으로 퍼져나갔고, 마법으로 마력을 소모한 피의 마나는 다시 잠잠해져 내 심장으로 돌아왔다.

한 번 크게 움직인 다음이어서일까? 지금까지 단단히 뭉쳐 있는 느낌이었던 마나가 좀 풀어진 느낌이 들었다.

"괜찮나?"

"어... 괜찮은 것 같은데..."

가슴부근이 시큰 거리는 것 말고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아무리 내 피를 마셨다고 해도 반응이 격하긴 하군..."

화련이 말이 맞았다.

내가 화련의 피를 많이 마신 것도 아니고 방울로 따져도 얼마 되지 않는 양의 피만 조금 마신 것 뿐이었는데 마나를 제대로 간수하지 못할 정도로 폭증했으니까.

"내 피 한 두 방울로 아해가 이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아해가 내피를 가지고 다니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 볼만한 상황일 듯 싶다. 마나가 너무 많아서 잠깐 문제가 된 것 뿐이니 이번처럼 마나가 폭주하기 전에 털어내면 큰 문제는 없을 거다."

"그게 좋을 것 같아."

갑작스럽게 피의 마나가 날뛰어서 놀라긴 했지만 화련이의 피를 먹고 나타난 상황들은 나한테 좋은 상황들 밖에 없었다.

피의 마나는 단순히 덩치가 커졌을 뿐 내 말을 잘 들었고 지금의 내 수준에서는 절대로 낼 수 없는 강한 위력을 낼 수 있게 해줬으니까.

심지어 화련이의 피를 마시고 피의 마나를 다루는 데 조금 더 편해짐을 느꼈으니, 상황만 된다면 많이 마실 수록 좋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아무래도 몇가지 실험을 해봐야 할 것 같다. 피만 마시면 마나가 늘어나는지, 아니면 내 피라서 특별했던 건지, 외부에서 오랫동안 보관한 피를 마셔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지, 알아봐야 할 것이 많다."

화련이의 말에 따라 피의 대한 실험을 진행하기로 했다.

침공형 게이트의 출현주기도 안정화 되고, 일거리도 천천히 줄어드는 시기였기 때문에 하연이와 월하의 피도 받아 먹을 수 있었는데 안전을 위해서 모든 실험은 게이트 안에서 진행했다.

그 결과 알게 된것이 몇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로 내가 마시는 피의 주인에 따라서 내가 낼 수 있는 파괴력이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화련이 피를 먹었을 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고 그 다음은 하연이, 월하, 연하의 순으로 강한 힘을 낼 수 있었다.

한 방울 정도의 피만 먹어도 그 주인의 전력의 5%정도는 발휘할 수 있다는 연하의 계산 결과도 나왔다.

두번째로 실험한 것은 보관해 놓은 피를 마셔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1시간, 2시간, 4시간, 8시간 동안 저장된 피를 가지고 실험했는데 1시간만 되도 기존의 성능의 절반 정도로 떨어지고 4시간쯤 지나면 10% 정도의 성능도 겨우 발휘할 수 있었고 8시간이 지난 시점의 피는 4시간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8시간 이후로 피를 보관했을 때 얼마나 효과가 낮아지는 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연구가 필요할 것 같았지만 8시간 이상 지난 피를 마셔도 내가 발휘할 수 있는 최대 수준의 능력 이상의 파워를 낼 수 있었기 때문에 각자의 피를 따로 빼서 나에게 지니게 하자는 화련이의 의견이 아주 강한 동의를 얻었다.

원래부터 흡혈귀의 마나여서 그런 걸까? 사람의 피를 마셨을 때의 효과는 단순히 일시적으로 강한 마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데에 국한되지 않았다.

마치 풍선을 크게 부풀린 뒤 바람을 빼면 풍선 자체의 크기가 늘어 듯이 그녀들의 피를 마실 때 마나 피의 마나도 조금씩 성장하고 더욱 유연해 졌다.

실험을 진행하면서 10번 정도 피를 마신 것 정도로 더 이상 내 피를 매개로 해서 능력을 발휘할 필요가 없어질 정도였으니 그 효과에 대해선 더 말하기가 입 아플 정도였다.

"원래는 우리 피에 너무 의존하지 말라고 하려 했지만... 피를 마실 때 마다 아해의 마나가 성장한다고 하니 마냥 막아두기도 그렇군. 앞으로는 우리피를 마시며 훈련하는 시간과 아해 스스로 성장하는 시간, 둘로 나눠서 진행하도록 하자꾸나. 아마 그게 더 나을게다."

"오케이."

화련이 피를 마시고 쓸 수 있는 힘이 내 힘이 맞는 걸까?

하긴, 피의 마나 자체가 내게 아닌데 내 힘이고 아니고를 따지는 것도 우습지.

화련이의 피를 마시고 일시적으로 강해지는 것은 무기를 든 것과 같다.

무기의 강함은 나의 강함이 아니지만 그 무기를 더 잘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나의 몫이니 이런 의문은 애초에 갖지 않는게 더 좋겠지.

"피를 마시고 강해진다니... 진짜 흡혈귀 같아요. 뱀파이어!"

"흡혈귀가 준 마나니까..."

이번에 애들한테 피를 공급 받으면서 흡혈귀와 있던 일을 구체적으로 풀어냈다.

그녀가 알려준 소녀에 대한 이야기나, 다른 쪽 세계의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왜 나에게 다가왔다고 말했으며 그녀가 나에게 뭘 해줬는지 아주 상세하게 말해주니 애들의 반응은 굉장히 떨떠름 했다.

"경쟁자가 새로 는 건 아니겠죠?"

"경쟁자는 무슨 경쟁자야. 그 흡혈귀가 설마 오라버니가 좋아서 힘을 줬겠어? 순수하게 지원하고 싶었던가 아니면 달리 이용해 먹을 구성이 있어서 도와 준 걸테니까 걱정하지 마."

"찝찝하네요."

그 찝찝함은 연하만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누구의 공감도 받지 못한 연하의 의견은 곧 묵살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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