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23화 〉 월하와의 데이트­2 (223/265)

〈 223화 〉 월하와의 데이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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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씨발 어디서 굴러 들어온 개 뼈다귀 새끼냐?"

월하의 입에서 걸쭉한 욕설이 튀어나왔다.

목소리가 저렇게 고급진재 말투는 아주 천박했으니 인지부조화가 와서 몸이 굳을 정도였다.

"아, 여친있으신 분이셨어요? 죄송합니다."

종업원이 허허 웃으면서 자연스럽게 빠져나가려고 했다.

여친이 있는지 몰랐다고?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 전부 커플인데 커플이 아닌 사람이 여기에 들어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너무 뻔뻔한 거 아니야.

"그래 여친 있는 인간이다."

이렇게 한 번 으르렁 거리고 끝나면 정말 좋을 텐데 하필이면 상대가 월하였다.

"너는 씨발, 여기 들어온 남자는 거의 연인인거 알면서도 작업친거야? 웃긴 놈일세?"

월하가 사납게 종업원을 쳐다봤지만 기세를 방출하진 않았다.

그녀가 제대로 기세를 방출한다면 그녀가 S급 각성자, 내지는 A급 각성자라는 걸 카페 안의 모든 사람이 다 알게 될테고 그렇게 되면 월하의 계획이 흐뜨러질테니 화만 버럭버럭 내고 힘을 발휘하는 것은 참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어머, 죄송해요. 진짜 몰랐어요."

월하가 자기 정체를 숨기려 하다보니 한가지 부작용이 생겼는데 저 종업원이 월하 무서운 줄 모르고 입가에 비소를 짓고 월하를 바라보고 있던 것이다.

곰곰히 정리를 해보자.

종업원 입장에서 나는 어린 나이에 겁나 비싼 옷을 입고 다니는 부자다.

그 옆에 붙어있는 월하는 얼굴이 겁나 예쁜 여자다.

거기에 더불어서 나를 가만히 두고 자기가 커피를 주문하러 갔다.

'월하가 나를 돈 보고 만난다고 착각하는 거 아니야?'

그녀의 입가에 지어져 있는 미소를 보고 있으면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당신도 옆에 있는 남자 분 돈 보고 사귀시는 거 아니였어요?"

"뭐... 이 개새끼가."

월하가 손바닥으로 종업원의 얼굴을 후려쳤다.

그 와중에 정신을 온전히 잡는 데 성공했는지 각성자로서의 힘은 쓰지 않아서 종업원이 날듯이 튕겨져 나가 벽에 부딪히는 선에서 멈출 수 있었다.

"커헉...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네가 먼저 시비 건거다?"

말로만 싸우는 걸로 끝나지 않고 육탄전까지 벌어지는 분위기가 피어나자 주변사람들이 기합을 하며 월하를 말리기 위해 다가왔다.

"그래 씨발, 이름값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거지."

월하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기세가 피어올랐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적어도 A급 각성자라는 걸 알 수 있을 법한 어마어마한 기세가 그녀의 몸에서 피어오르자 다 같이 굳어서 그녀의 시선을 피하기 시작했다.

"더 다가오는 놈이 있으면 이 새끼랑 똑같이 취급할 줄 알아."

"네... 넵!"

우리에게 다가오려던 사람들이 모두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사람이 쳐 맞고 있는 끔직한 광경이 옆에서 벌어지고 있었지만 오늘 처음 보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 던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다들 종업원의 명복을 빌어주며 덜덜 떨고 있을 뿐이었다.

"야, 너 아까 뭐라고 했니?"

월하가 싱글싱글 웃으며 바닥에 쓰러진 종업원을 향해 다가갔다.

고작 뺨 한대 맞은 것 뿐인데, 그녀의 뺨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눈에서는 눈물이 질질 흐르고 있었다.

저렇게 아파하는 것도 이해는 됐다.

아무리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어도 상대는 월하였으니까.

월하가 운동을 많이 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타고난 신체가 강한 편이라서 힘이 무지막지하게 세다.

"죄...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한데?"

월하가 표정을 굳힌 채 물었다.

아마 저 여자는 죽을 것이다.

하연이나 화련이한테 걸렸으면 살 확률이 없지는 않았을 텐데 하필 월하에게 들켰으니 죽을 것이다.

"소... 손님이 저 남자보다 훨씬 뛰어나신 분인데 제가 남자 돈 보고 사귀는 거라고 했어요. 저 옷도 손님이 사주신거죠? 그렇죠?"

'핀트를 완전 빛나갔는데?'

아마 자기가 맞게된 근본적인 원인인 돈 얘기를 무마하기 위해서 저런 말을 꺼낸 걸로 보이지만 월하가 화를 낸 근본적인 이유는 나에게 작업을 거는 여자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 자기를 돈보고 남자를 사귀는 취급을 해서 두배로 빡쳐서 손이 날아간 거지 저거 하나만 사과한다고 해결될리가 없다.

'아니, 애초에 완전히 해결하지도 않았잖아.'

자기가 착각했으면 착각했다고 말하면 되지 왜 월하는 올리고 나는 내리는 데.

우리가 친구 사이였어도 저런 사과를 들으면 화날 것 같은 데 연인을 상대로 한쪽을 올려치고 한쪽을 내리고 있는 데 그걸 월하가 좋게 들을리가 없었다.

"자, 목숨 하나가 날아갔어. 우리 기사... 수현씨를 건드린 순간부터 네 목숨은 이미 없는 거니까 네 주변의 다른 사람의 목숨이 날아간거야. 다시 한 번 기회를 줄게.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 또 다른 목숨이 날아갈거야."

월하의 협박에는 강한 힘이 들어가 있었다.

단순히 말로만 죽인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사람을 죽일 것 같은 공포가 종업원에게 다가갔다.

"손님분의 남친에게 작업쳐서 죄송합니다!"

"그래, 이제야 제대로 대답하네."

­짜악!

월하가 종업원의 목을 잡고 뺨을 후려쳤다.

사람하나는 날릴 수 있을 만큼 강한 위력이 그녀의 뺨을 후려쳤지만 월하가 목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그 충격을 얼굴로 전부 받아낼 수 밖에 없었다.

"왜 수현씨에게 작업을 쳤어? 잘생겨서?"

"자... 잘생긴 것 보다는 돈이 많아 보여서..."

월하에게 쳐 맞고 협박당하는 와중이어서 그런걸까?

과할 정도로 솔직해진 종업원이었다.

­짜아악!

"그래, 돈이 많은 사람인데 왜? 네가 꼬시면 너한테도 뭐가 떨어질 줄 알았어? 여친이 있는 남자가 너랑 사귈 것 같았냐고."

"굳이 사귀는 게 아니라도 원나잇하고 돈 좀 받으면..."

­짜아악!

"너, 창녀야? 창녀짓을 하고 싶으면 커피숍이 아니라 암흑가에서 근무해. 커플들이 놀러오는 이런 신성한 카페에서 너 같은 창녀가 뭘한다고 그래."

­짜아아악!!!

종업원의 뺨을 강하게 후려친 월하가 종업원의 목을 잡은 채 직원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사장님 계세요?"

"제... 제가 사장입니다."

나이가 좀 있어보이긴 했지마 배 불뚝이가 아니라 적당히 근육이 잡혀 있는 몸을 한 아저씨가 앞으로 나오셨습니다.

"이 종업원 제가 마음대로 처리해도 되죠?"

"그것이..."

사장이 망설이는 것 처럼 보이자 월하가 씨익 웃었다.

"얘가 잘못을 좀 크게 해서 얘 말고도 주변 사람 하나가 죽어야 해요. 혹시 사장님이 그 한명이 되고 싶으신 건 아니시겠죠?"

월하가 씩 웃으며 그를 바라보니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아... 아닙니다!"

"그러면 얘는 제가 데려갈게요. 금방갔다 올테니까 저기 저 남자분에게 제가 시킨 것들을 가져다 주시면 돼요."

"알겠습니다!"

사장이 크게 대답하니 월하가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밖으로 걸어나갔다.

순간이동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면 후보군이 순간이동을 쓸 수 있는 능력자와 S급 능력자로 좁혀지니 직접 들고 나간 것 같았다.

어색해진 분위기 속에 룸으로 안내 받아서 앉아있었는데 곧 문이 열리고 사장님이 들어오셨다.

"주문하신 커피랑, 초코 케이크 입니다. 그리고 여기, 마카롱들은 저희 종업원이 실례를 끼쳐 드려 사죄의 의미로 드리는 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종업원들이랑 직원들 전부다 여자던데 사장님이 직접 가져다 주시는 이유는 우리에게 미안한게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괜히 여자 종업원을 보냈다가 월하의 분노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의 월하라면 커피를 가져다 주는 사람이 여자인 것 정도는 괜찮아 하겠지만 지금은 단단히 빡쳐 있는 상태였으니까.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월하가 돌아왔다.

"죄송해요. 늦었죠?"

"아냐, 괜찮아."

종업원은 어떻게 됐을까?

상대가 암흑가의 여왕인 월하니까 아마 엄청 대단한 일을 당했겠지?

"이 마카롱은 뭐에요? 기사님이 시키신거에요?"

"아니, 사장님이 사죄의 의미로 주셨어."

"단 거 별로 안 좋아하는 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마카롱을 잘만 집어 먹었다.

"커피 다 마시고 어디로 갈거야?"

"너무 다급해지지 마세요. 여기서 적어도 한 시간은 이따가 갈거니까."

"한시간이나?"

밥먹는 데도 한 시간이 안걸리는 데 카페에서 한 시간을 태운다고?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에 대해 고찰하고 있을 때 월하가 느긋하게 말을 걸어왔다.

"이런데서 커피마시는 것도 좋죠?"

"그러네... 집에서 마실 때랑은 색다른 느낌이야."

월하가 턱을 괴고 나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이 왠지 끈적거리는 것 같아서 몸이 떨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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