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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2화 〉 월하와의 데이트­1 (222/265)

〈 222화 〉 월하와의 데이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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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들어서는 애들이 아주 유순해져서 거의 눈치채지 못하고 있긴 했지만 하연이와 월하는 나에 대한 집착이 아주 대단한 애들이었다.

지금이야 화련이가 둘을 꽉 잡고 있고, 그 전에는 자기들끼리 약조를 맺고 서로를 견제하는 등 어두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걸 왜 지금 말하고 있냐고?

왜긴 왜겠어.

얘들이 오랜만에 휴식에 취해서 예산처럼 돌아갔으니까 말하고 있지.

"지금은 내가 오라버니랑 같이 있을 시간이거든? 넌 꺼지지."

"왜 그러시죠? 하연씨가 기사님 옆에 계신건 맞지 않습니까. 제가 불편하다면 기사님이 저보고 떠나라고 하실텐데 왜 하연씨가 그렇게 난리를 피시는 지 잘 모르겠군요."

발단은 간단했다.

화련이가 오늘 하루 동안은 애들을 제어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 모든 것의 시초가 됐다.

처음에는 서로 하하호호하면서 웃던 애들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서로를 견제하기 시작했고 결국 서로를 견제하지 않기로 약속한 지금 시간마저 서로 싸우고 있는 것이었다.

'아따 살벌하네.'

그 만큼 나를 좋아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녀들이 싸우는 모습은 상당히 무서웠다.

온 몸에서 검은 기류를 폴폴 풍기면서 싸우고 있는데 가운데에 낀 나만 덜덜 떠는 상황이었다.

이런 와중에 화련이랑 연하는 재밌다고 팝콘을 뜯고 있었으니 내가 복장이 안 터질 수가 없었다.

"그래,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이참에 확실히 하고 가죠. 가뜩이나 바빠서 기사님이랑 같이 있을 시간도 적어졌는데 그시간도 다같이 있는 시간으로 들어가니까 기사님의 시간을 제가 쓰고 있다는 느낌이 전혀 안 들더라고요. 모처럼 시간이 났으니까 아예 한 명이 제대로 쓰는 거 어때요?"

"좋아. 덤벼."

'이러다가 진짜 싸움나는 거 아니야?'

당장이라도 제대로 붙어서 우리집이 날아가는 게 아닐까 싶은 분위기가 오가고 있었다.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 팝콘이나 계속 뜯고 있는 연하와 화련이가 야속하기만했다.

"단판 승부입니다. 졌다고 찡얼찡얼 대면 가만 안둬요."

"누가할소리."

둘이서 으르렁 거리더니 서로를 향해 주먹을 내밀었다.

"아자!"

"크아아악!!"

서로를 향해 내민 두 주먹이 어느새 보자기와 가위로 바뀌어 있었다.

"뭐냐?"

"천마언니, 오라버니가 덜덜 떨고 있는 모습 볼만 하셨죠?"

"확실히 재밌는 표정을 짓기는 했다. 조그만 더 봤으면 좋았을 것을 안타깝군."

"몰카야?"

"네! 몰카랍니다!"

연하가 자기 입으로 빵파레를 터트렸다.

"완전 몰카는 아니에요. 어제 밤에 하연씨와 제가 박터지게 싸운 건 진짜로 있던 일이고 그걸 중재해주신 천마님께서 오늘 기사님의 시간을 한 명이 쓰게 하는 대신에 기사님을 상대로 한 몰카나 하자고 하신 거였거든요."

"싸웠어?"

"네, 찐텐으로 싸웠죠. 싸움 내용이 좀 유치해서 기사님께는 말 못드려요."

찐텐으로 싸웠다는 건 애들이 방금 보여주기식으로 주먹을 휘두른 거랑은 차원이 다른 규모로 싸웠다느 소리겠지?

어쩌면 서로의 능력까지 사용하며 능력자 대전물을 찍었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대판 싸워놓고 결국 승부는 가위바위보로 내는 거야?"

"어쩔 수 없잖아요. 몰카인데 제대로 붙을 수도 없고. 호호호."

"제길!"

하연이가 자신의 머리를 책상에 박았다.

이제 모든 게 이해되는 기분이었다.

왜 아침부터 두 사람이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었는지.

화련이가 갑자기 하연이랑 월하를 제어하지 않는 다고 했는지.

이 모든 것은 화련이의 계략이었던 것이다.

나에게 몰카를 하기 위한 계략...

"그래서, 오늘 하루는 너랑만 있으면 된다고?"

"네, 기사님."

월하가 나를 바라보며 씨익 하고 웃자 몸에 알 수 없는 한기가 몰려왔다.

'얘 사이콘데.'

나는 아직도 월하가 침대위에서 나를 어떻게 괴롭혔는지를 잊지 못한다.

"뭐하고 계세요?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오세요. 아니면 설마 그 차림 그대로 나갈 생각은 아니시죠? 저는 괜찮은데."

나가서 노는구나.

침대위에서 노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에 내 방에가서 옷을 챙겨 입고 나왔다.

"어디갈건데?"

"데이트죠!"

친구중에 간혹 그런 사람이 있다.

게임을 하는 걸 보고 너 뭐해? 라고 물었는데 '게임.' 이라고 대답하는 부류들.

텔레비전 보는 거 보고 뭐 보냐고 물었을 때 '티비 본다.'고 하는 부류들.

누가 네 뭐하는 지 몰라?

정확히 뭘하는 지 묻는 거잖아.

내가 월하에게 가지는 감정이 딱 그감정이었다.

'그래서 어디로 갈건데.'

설마 데이트라는 이름의 건물이 따로 있는 건가?

내가 아직 재개발 된 우리 도시의 지리를 잘 몰라서 월하의 선택을 무시하는 상황처럼 되어 버린 걸까?

"데이트가 어딘데?"

"기사님도 참, 데이트는 장소가 아니에요. 데이트는 데이트죠."

내가 어디갈거냐고 물었는데 네 데이트라며.

데이트가 장소가 아니면 어디갈거냐는 질문에 데이트라는 질문이 나오면 안되잖아!!!

혼자서 크아아악 거리고 있으니 현수가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그러고 노니까 재밌냐?'

'응, 개꿀잼.'

장소를 안알려준다는 건 월하가 다 알아서 한다는 뜻이거나 내가 다 알아서 하라는 뜻이겠지.

근데 월하가 자기가 먼저 데이트를 제안해 놓고 나한테 모든것을 맡길 성격은 안돼서 아마 월하가 리드해 줄거다.

"손 잡아요."

월하가 나를 바라보며 예쁘게 웃었다.

그녀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귀엽게 웃어도 귀여움 보다는 아름다움이 더 강조되는 느낌이긴 했지만 나를 향해 뻗어진 손을 잡고 그녀를 따라 나갔다.

"저희는 데이트 다녀옵니다! 여러분들 모두 행복하세요!"

월하가 크게 소리치니 하연이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 게 보였다.

"이게 얼마만... 이 아니라 저랑 단 둘이서 데이트 하는 건 아예 처음 아닌가요?"

"그치? 처음이지?"

어릴 때 같이 다니긴 했지만 그건 데이트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투장이었으니까.

"저랑 기사님이 다시 만난지도 거의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이제야 처음 데이트 다운 데이트를 해보다니... 참 바빴네요."

"그렇지... 나는 한동안은 일이 없었지만 월하니가 바빴으니까."

"바쁜 것도 있지만 한집에 같이 사는 사람이다 보니 데이트 까지 생각이 닿지 않은 것 같아요. 집에 돌아오면 기사님이 기다리고 계시니 굳이 같이 나갈 생각이 안 든거죠."

그 뿐만은 아니었다.

그녀 말고도 다른 애들과도 같이 살고 있었으니 같이 나가자고 하기도 힘들었으리라.

"아무튼, 오늘 하루 만큼은 기사님의 시간은 전부 제 것이니까, 제 뜻에 따라주세요."

"네가 선만 안넘으면 나는 네가 하자는 대로 다 할거야."

월하가 손 모양을 바꿔 손과 손을 깍지껴 잡았다.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내 손가락 사이사이에 들어오자 묘한 기분이 들었다.

"가고 싶은 곳 있어?"

"기사님과 함께라면 어디를 가든 좋지만 이왕 같이 있으니 가성비가 좋은 곳을 가야죠."

월하가 나를 끌고 도착한 곳은 이번에 새로지어진 신식 건물이었다.

외부로 보이는 디자인은 다른 건물들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건물 주변으로 지나다니는 수많은 남녀쌍들이 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것을 보면 커플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건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긴 뭐하는 곳이야?"

"들어가 보시면 알아요."

월하의 손에 끌려 건물에 들어가니 수많은 커플들의 향연이 보였다.

대체 뭐하는 곳인가 싶어서 주변을 둘러봤더니 커피 이름으로 보이는 것들이 적혀 있었다.

"카페야?"

"네, 요즘 특히 많이 생기고 있는 카페중에서 여기가 연인끼리 오면 좋다고 해서 왔어요. 커피 사올 테니까 잠시 기다리고 계세요."

월하가 나를 두고 커피를 주문하러 갔다.

혼자서 할 것도 없어 멍하니 서 있으니 직원으로 보이는 여자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혼자 오셨어요?"

전형적인 영업미소로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는 데 왠지 그 시선속에서 연인들끼리 오는 카페에 남자 혼자 온 것에 대한 연민이 느껴지긴 개뿔.

진짜 여기 남자가 혼자 왔겠어?

여자가 커피 주문하러 가고 나는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는 건 종업원도 알고 있을 거다.

그런데도 그녀가 나에게 다가온건...

"혹시 혼자 오셨으면 저랑 한 잔 어떠세요?"

여기가 술집이었나?

사실 이 사람은 종업원인 척하는 외부인이 아닐까 싶은 말이었다.

'뭐지씨발?'

왜 이 여자가 나한테 다가왔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신종 자살법인가? 여친있는 남자한테 작업걸면 상대가 월하가 아니어도 가만히 안있을 텐데?

곰곰히 생각해 보며 고개를 숙이니 최근에 새로 산 옷이 눈에 들어왔다.

겉보기엔 평범한데 명품이라 개비싸다.

신발도 평범한 운동화처럼 보이지만 개 비싸다.

'이거였구만.'

그녀가 나에게 다가온 이유를 알게 된 순간 뒤에서 검은 그림자가 다가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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