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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7화 〉 월하와의 데이트­6 (227/265)

〈 227화 〉 월하와의 데이트­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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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이 인간이 갑자기 왜 이래? 하는 표정을 짓고 월하를 바라봤다.

바라보고 있으면 몸이 덜덜 떨릴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강력한 그녀의 시선에도 월하는 잔뜩 화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아니... 넌 뺨하나 만졌다고 지랄이니?"

"그 뺨이 어떤 뺨인지 알기나해? 나도 아직 오늘은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단 말이야."

월하야 날 위해서 화내주는 건 고맙긴 한데 화내는 포인트가 좀 잘못되지 않았니?

나를 위협하는 게 싫다던가 지구를 침공한 것 자체가 싫다던가 좋은 이유가 많은 데 굳이 내 뺨을 만진 것 정도로 그렇게 까지 크게 화를 내는 게 맞는 걸

까?

"그래, 자기 남친 뺨도 간수 못하시니 좋겠습니다."

그녀가 빈정거리며 월하를 바라보니 월하도 화가 만이 났는지 눈을 검게 물들이며 검은색 안개를 만들어내 그녀를 덥쳤다.

위기상황이라서 제어할 시간은 없었는지 나에게도 검은색 안개가 덥쳐 왔는데 검은색 안개에 닿자마자 몸안의 마나가 모두 사그라 들었다.

피의 마나만은 내 심장에 철썩하고 달라붙어서 겨우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내가 사용하는 일반적인 마나는 기도 제대로 펴지 못한채 사라졌다.

이 정도로 강력한 월하의 권능이었지만 고작 이 정도로 여자가 제압될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내가 본 그녀는 지금까지 봤던 그 누구보다도 강했으니까.

화련이보다도 훨씬 더 강한 것 같았고 흡혈귀랑 비교해도 이쪽이 더 강한 것 같았다.

"이야, 하필이면 카운터를 만나네."

그녀의 목소리가 썩었다.

사람 목소리에 썩었다는 마을 쓰는게 적합한가 싶었지만 썩었다는 표현 외에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빡침과 기분나쁨을 잔뜩 함유한 목소리는 곳 내 앞을 떠나 움직였따.

'카운터?'

저렇게 강력한 인간한테 카운터가 어딨어?

독심술이라도 썼는지 내 궁금증을 해결해 주기 위해 여자가 친히 입을 열었다.

"역시 이런 사술로는 제대로 된 힘을 못 쓴단 말이지. 최대한 내 몸을 완전히 담을 수 있는 시간을 골라서 게이트를 연건데도 내 원본을 가지고 오지 못해서 복제품을 겨우 만들어 냈는데 고작 이정도 격의 무력화 권능만으로도 이렇게 까지약화될줄은 몰랐어. 아주 기분이 나빠."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월하를 향해 다가갔다.

월하의 권능으로 약해진 것 같긴 했지만 월하가 그녀를 이기는 장면을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주머니에서 피가담긴 병을 꺼내 마시려 할 때 이곳이 월하의 연기 안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방금 막 뽑은 싱싱한 피라면 모를까 보관한지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 이 피를 마셔봤자 금세 월하의 무력화 권능에 사그라 들고 말것이다.

'일단 연기 밖으로 빠져나가야 해.'

연기의 시작은 월하였다.

월하가 있는 곳에서 최대한 멀어지면 연기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겠지.

최대한 빨리 연기 밖으로 나가서 능력을 사용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월하의 반대쪽으로 튀었다.

"야, 네 남친 도망가는데?"

"도망가는 거 아니야. 내 능력의 범위 밖으로 나가서 혈마법으로 저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것 뿐이라고."

여자의 빈정거리는 말투에 월하가 당차게 답했다.

오해해 주지 않아서 고맙긴 한데 그걸 굳이 말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래도 둘이 말하는 동안 연기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고 연기 밖으로 빠져나오는 동시에 힘장 근처에 붙어있던 혈마나가 내 피를 빨아들여 그 힘을 회복했다.

"그래 너는 네능력의 범위 제어 못해서 같이 싸우는 남친한테 방해되는 게 참 자랑이겠다?"

혀가 자꾸 길어지네?

월하에게 다가갈 때만 해도 바로 싸움이 일어날 것 같았는데 내가 월하의 능력 밖까지 나왔는데도 목소리가 들리는 위치는 비슷했다.

"혀가 참 기시네요. 그렇게 꼬우시면 한 번 덤벼보시지 그래요? 제 권능에 완전히 무력화 된 것 같은데."

"그래, 네 말이 맞아. 네 말대로나는 무력화 됐어. 편법을 안쓰고 그냥 평범하게 내가 만들 수 있는 최상의 복제체로 왔으면 이만큼 약해지지는 않았을텐데 괜히 편법을 써서 이꼴이 됐지."

편법?

저번에 고블린 킹한테 썼던 강신술 같은 건가.

"그런데 말이야. 그렇다고 해서 너희가 나를 제압할 수는 없을걸? 내가 너희를 제압하기도 힘들긴 하지만 너희도나를 제압할 수 없는 걸 아니까 이렇게 입을 놀리고 있는거지."

미리보관해 놨던 애들의피를 집어 들었다.

물을 보관해 놓은 것 처럼 보이는 텀블러 안에는 화련이의 피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텀블러 내부는 따로 특수 처리를 해서 피가 상하지 않게 보관해 뒀기 때문에 마나의 입장이 아니라 일반적인 피를 바라보는 입장에서 바라보면 거의 손상없이 보관되어 있었다.

일단 불길한 느낌이 들어서 바로 마시지는 않았다.

그녀가 말하지 않았는가.

그녀도 우리를 제압하기 힘들다고.

경과를 보다가 가장 완벽한 상황에서 가장 완벽한 능력을 사용해도 그녀를 잡을 수 있을지 없을 지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일단 텀블러를 들고 대기했다.

"이제슬슬 연기 지우지 그래? 어차피 지워도 힘을 회복하지는 못하는 데 굳이 마나 써가면서 계속 연기를 유지할 필요는 없잖아."

연기가 슬금슬금 사라지더니 월하와 여자의 모습이 들어났다.

두 사람 모두 연기가 생겨나기 전과는 꽤나 다른 인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여자의 경우는 몸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한층 사그라 들었고 월하또한 마나를 많이 사용한듯 지쳐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 이제 죽으세요."

월하가 손에 검은색 창을 만들어 낸 뒤 여자를 향해 던졌다.

월하가 만든 창이 빠른속도로 여자에게 다가갔고 힘을 잃은 여자가 창에 꿰뚫려 죽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스윽

하지만 여자는 죽지 않았다.

어떻게 한 건지는 도저히 알 수 없었지만 몸을 옆으로 빼면서 손으로 창을 밀어내니 그녀의 몸에 상처하나 생기지 않은 상태로 창을 흘려낼 수 있었다.

"마나랑 육체능력은 전부 사라졌지만 내 기술까지 사라진건 아니란다. 꼬마야. 네가 무슨 능력을 쓰든, 나는 이겨낼 자신이 있어."

그녀의 말은 당당했다.

진짜로 우리가 뭔짓을 하든 견뎌낼 수 있다는 어투였다.

그녀의 말에 담긴 확신을 읽은 나는 바로 텀블러의 피를 들이 마셨다.

'흡혈귀님! 나와봐요!'

당신의 지식이 필요합니다!

피를 마시면서 속으로 외쳤다.

­하아... 상황 참 어지럽다. 그치?

역시 피를 많이 마셔야 그녀를 불러낼 수 있는 걸까?

화련이의 피를 마시고 늘어난 피의 마나를 사용하자 흡혈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저년 말이 거짓말은 아니야. 진짜로 너희를 상대로 지지않을 자신이 있는 거야. 저런 몸 안에도 쥐꼬리만한 마나는 남아있고 그 마나를 사용하면 너희를 제압하지는 못하더라도 버티는 것 정도는 가능하겠지.

'어떻게 잡아야 하나요?'

­너희 수준에선 못 잡아. 적어도 화련인가 뭔가하는 애가 와야 겨우 잡을까 말까 한 수준일걸?

'그러면 어떡해요.'

여기서 그냥 굶어죽어?

­걱정하지마 너희는 못 잡아도 나는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

'어떡하면 잡을 수 있는데요?'

­일단 천마 마나 다 쓰기 전에 3번째로 적힌 마법을 사용해...

"너, 설마 여깄냐?"

여자가 내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진짠가 보네? 혼자서 무슨 이야기라도 하는 표정을 짓고 있어서 긴가민가했는데 말이야."

­저 새끼한테 닥치라고 좀 해줄래.

"닥치시래요."

"그래. 닥칠게."

여자의 입이 쭈욱하고 올라갔다.

아까 봤었던 그 미친 것 같은 미소에 나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그래 우리 친구가 있었지? 아니 이젠 배신잔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옛날에 친구였던건 확실하지? 그렇지?"

여자가 미친것 처럼 실성하며 물어왔다.

­친구... 였지.

"친구였데요."

"그래, 맞아. 우린 친구였어...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웃었다.

재밌어서 미치겠다는 것 마냥 계속해서 웃었다.

흡혈귀와 이야기하는게 그렇게 재밌나?

아니면 단순히 미친것에 불과할까.

문득 흡혈귀가 자신의 세계가 아주 오랫동안 존재해 왔다고 했던것이 기억났다.

저 여자도 아주 오랜 시간동안 지내면서 미쳐 버린 걸까?

"옛날의 나는 뭐였지? 사람들이 나를 뭐라고 부르고 다녔지?"

그녀는 흡혈귀를 놀리는 걸 즐기는 것 처럼 낄낄대며 웃었다.

­용사...

"용사..."

"그래, 맞아. 나는 용사였어, 마왕이 죽은 다음에는 용사라는 이름이 필요없어서 그냥 때 버렸지만."

그녀가 계속해서 킬킬대며 웃다가 나를 바라봤다.

"나를 즐겁게 해줬으니 그냥 죽어줄게. 와서 찔러."

그녀가 양 팔을 벌렸다.

­빨리 죽여.

왠지 다가가기 껄끄러워서 멀리서 창을 날리니 그대로 맞고 쓰러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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