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28화 〉 월하와의 데이트­7 (228/265)

〈 228화 〉 월하와의 데이트­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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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로 추정되는 여자가 죽자마자 게이트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도대체 그여자 정체가 뭐에요?'

게이트 밖으로 나오자마자 흡혈귀에게 물었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아까 마나를 다 써서 안 나오는 걸까 나오기 싫어서 안 나오는 걸까.

"아해야 괜찮나?"

화련이가 나에게 다가와서 내 몸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내 몸이 괜찮은지 확인했다.

하연이도 내 옆에 와서 내 몸을 확인했고 연하는 내 쪽으로 오려다가 혼자 남게 될 월하가 신경쓰였는지 중간에 발걸음을 바꿔 월하에게로 향했다.

화련이와 하연이도 내 상태가 멀쩡한 걸 확인하고 바로 월하에게 이동해서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다.

나와 월하 모두 몸에 새겨진 상처는 없었지만 월하가 권능을 강하게 발현하다보니 월하의 몸에도 마나가 별로 없었고 나도 월하의 권능 때문에 모든 마나를 소모했으니 애들이 우리를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우린 괜찮아."

"안 괜찮은 건 세계죠."

월하가 굉장히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처음엔 기사님을 끈적하게 바라보고 있어서 그것에 대해서만 화가 났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년이 우리를 공격한 주체잖아요? 강함을 보니까 분명히 한 가닥하는 인물일 것 같은데 마나가 아예 없는 상황에서도 우리가 자신을 잡지 못할거라고 확신하고 있었으니 얼마나 강할지 상상이 안가요."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자기를 용사라고 지칭하는 여자를 만났어. 흡혈귀랑 상당히 적대적인 것도 그렇고 용사라는 이름도 그렇고, 어쩌면 게이트를 만들어 내는 핵심적인 적이 아닐까 싶어."

"용사라..."

그러고 보니 화련이는 용사랑 싸운 적이 있었지.

"저번에 고블린 킹의 몸에 빙의했던 존재랑 같은 존재인걸로 추정되는데 네가 느끼기엔 어땠어?"

"정말강한 존재였다. 고블린 킹이라고 해도 끽해야 S급밖에 안되는 놈인데 그런 몸으로 나를 압도했으니까... 순수할 실력으로 따져도 당장의 내가 아무리 많이 있어도 상대가 안 될텐데 실제로는 그자가 더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을테니, 당장은 아예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화련이가 그렇게 말하니 암울한 분위기가 퍼졌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라. 다른 자가 발을 들여 놓은 적이 있는 경지라면 내가 그 경지에 오르지 못할리가 없다. 어차피 그년이 본체 그대로 우리 세계로 넘어올 때까지는 아직 한참은 더 남았을테니까."

흡혈귀의 말에 따르면 그들은 자신의 세계에서 아주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그 시간이 너무 길어져 변화가 없는 자신들의 세계에 지쳐 우리 세계를 침공할 정도인데 그 시간동안 힘을 쌓은 용사는 도대체 얼마나 강한 존재인걸까?

화련이가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고 해도 한정된 시간안에 그들을 막을 수 있을까?

'막을 수 있으니까 흡혈귀같은 존재들이 우리를 도와주는 거겠지.'

그들의 공세에 적응해서 점차 강해지든, 아니면 그들이 다시는 우리 세계에 건너오지 못하게 막든,

방법이 있으니까 우리를 도와주는 걸테지.

"그러고 보니 요즘 천마언니, 수련 많이 안하지 않아요? 한참 많이 하다가 요즘엔 또 집에서 많이 있으시잖아요."

"수련도 좋지만 아해를 만나지 못하는 건 나한테 엄청난손실이 있는 일이다. 그래서 너희와 같이 있을 때도 수련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새로 찾아냈지. 가만히 있는 것 처럼 보여도 몸 내부는 치열하게 돌아가고 있으니 너무 걱정할 건 없다."

가만히 있는 것 같아도 마나는 미친 듯이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지?

단순히 많이 움직이는 것 가지고는 마나를 크게 성장시킬 수 없으니까 아마 그쪽에도 많은 신경을 분산하고 있을 거다.

"지금 내 수련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이제 우린 우리의 적이 누군지 알게 됐다. 물론 제대로 된 정보는 아예 없는 것과 다름 없지만 그래도 0과 1의 차이는 크지."

"아예 다른 도시에도 알려 버릴까요? 굳이 우리만 알고 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그것도 괜찮은 생각이다.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자들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를 알게 된다면 목적을 명확히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럼 천마언니는 일단 중국부터 갔다와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갈 필요 없다. 적들의 수장이 누군지는 알지 못했지만 어떤 이들이 우리를 공격해 오는 지 정도는 알고 있었으니까."

내가 흡혈귀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다른 차원의 존재들을 언급한 적이 있었나?

"우리 세계의 사람 하나를 지원해 주는 다른 차원의 존재가 흡혈귀만 있을 거라는 생각은 버려라. 흡혈귀만큼 대단한 이들은 아니지만 중국에도 아해와 같이 다른 차원의 존재의 지원을 받는 이들이 있다. 그런 이들을 모아서 정보를 취합하니 대략적인 청사진은 그릴 수 있었지."

나만 있는게 아니었구나.

하긴 저쪽에서 꽤 이름 있어 보이는 흡혈귀도 한 명을 개인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다른 이들이라고 그러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지.

"그런데 용사라는 년은 왜 하필 지금 나타났지? 또 변화가 시작되려는 건가."

"무슨 변화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아. 자기 말로는 자신의 강함을 최대한 옮겨올 수 있는 시간대를 맞춰서 이동했다고 하거든."

"시간대라..."

"아무튼 두 분다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이에요."

"흡혈귀덕분이지."

흡혈귀 덕분... 인가?

그 인간이 해준 건 용사에 대한 설명이랑 오랜만에 만났다는 이유로 떠나게 한 것 밖에 없는 것 같은데.

물론 단순히 용사를 떠나가게 하는 것 만으로도 대단한 도움이 됐긴 했지만 화련이 피를500ml나 마셨는데 해준 일이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그래서 데이트는 계속하실거에요? 아직 오늘이 끝날 때 까지는 좀 남았는데."

연하의 말에 정신이 바짝 들어 주변을 둘러보니 모텔의 문 앞이였다.

월하에게 끌려가기 일보직전에 게이트로 빨려들어갔던 것이 이제야 기억이 났다.

"굳이 데이트를 이어할필요가 있을까요?"

"그치? 게이트에서 꽤 오래있었으니까 밤도 늦었고."

월하가 내 손목을 덮썩하고 잡았다.

"데이트가 아니라 화끈한 밤을 보내야죠."

월하가 그대로 나를 잡아당겨 방 안으로 들어갔다.

닫히는 문사이로 애들이 측은한 표정을 하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제대로 볼 세도 없이 문이 쾅 하고 닫혀버렸다.

"월하야?"

"지금부터는 월하라고 부리지 말고 선생님이라고 부르세요."

그리고는 아티팩트에 넣어놨던 옷으로 순식간에 환복하고 나에게 다가왔다.

"자, 그러면 교육을 시작해 볼까?"

***

"그어어어어..."

가만히 누워 있는데도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몸이 지친걸까 정신이 나간걸까.

몸은 축 늘어져 있어도 머리로는 이런 이상한 생각을 잘도 하고 있으니 분명 정신은 제대로 된 것 같은데 몸이 너무 힘들어서 내 몸을 제어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사람이 이렇게 돼요?"

"저는 아주 숙녀답게 기사님을 대했을 뿐이랍니다?"

숙녀는 무슨, 네가 숙녀였으면 이 세상 남자들 다 죽었겠다.

"으어어어..."

속으로 아무리 불평을 해도 목 밖으로 나가는 목소리는 상당히 처참했다.

잔뜩 피곤한 상태로 뭔가를 긁는 소리가 났는데 내가 내는 소리임에도 불구하고 내 목에서 이런 소리가 난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불쌍한 우리 오라버니."

연하가 내 머리를 자기 허벅지 위에 올리고 쓰다듬었다.

"불쌍하다뇨. 전부다 업보청산이에요. 기사님이 평소의 제가 좀 제어하고 다니는 대신 한 번에 화끈하게 푸는 쪽을 더원하셨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 것 뿐이랍니다."

네 취향 나쁜 게 왜 내 업보냐...

"슬슬 점심이나 먹을까요?"

"그래요. 오래만에 사내 식당 이용할까요?"

"오라버니가 이꼴인데 어딜 데리고 가요. 제가 할 테니까 월하 언니는 오라버니 건들지 말고 조용히 있으세요."

연하가 내 머리를 내려놓고 부엌으로 떠났다.

'안돼... 가지마!'

하연이랑 화련이가 다른 도시의 S급 각성자들이랑 회의하러 간 상황이었기 때문에 연하마저 떠나버리자 나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이렇게 누워 계시는 기사님도 귀엽네요."

월하가 내 볼을 콕콕 눌러대는 것 마저 두려웠다.

그렇게 연하가 올 때까지 월하의 장난에 시달리며 몸을 떨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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