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9화 〉 강해졌다1
* * *
"아해야 진짜 괜찮은 거 맞나?"
"괜찮아. 문제 있으면 다른 데에 다 써버리면 되니까 걱정하지마."
화련이가 마지못해 나에게 팔을 내밀었다.
그녀의 팔에 작게 상처를 낸 뒤 검지 손가락으로 한 번 찍어 입에 가져다 대니 마나가 순식간에 덩치를 늘려갔다.
늘어난 마나를 이용해 화련이의 마나를 옮기고 삼키니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수준의 마나가 확보 됐다.
순수하게 공격력만 따지만 S급 각성자의 공격과 비교해도 꿇리지 않을 정도의 마력이었는데 그걸 이용해서 흡혈귀에게 말을 걸었다.
'마나 있으니까 나와봐요.'
마음속으로 크게 소리쳤는데도 나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난 화련이의 피 500ml를 먹어도 나오던 존재가 화련이가 방금 뽑아낸 피를 마셨는데도 나오지 않았다는 건 그녀가 나타나는 조건에 마신 피의 양이 아닌 다른 요소가 들어가 있음을 뜻했다.
쿨타임이 있는 건지 되는 시간이 따로 있는건지 아니면 단순히 그녀가 지금바빠서 나타나지 않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불러도 안나오는 존재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다.
쾅!!!
내 손에서 발사된 붉은 창이 수많은 마목들을 뚫고 날아갔다.
제대로 직격하면 S급 몬스터도 일격에 쓰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위력이었다.
"볼 때 마다 느끼는 건데 아해는 다른 건 몰라도 능력의 파괴력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군 내 피 조금 정도만 있으면 이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화련이가 굉장히 찝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흡혈귀보다 용사가 강하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흡혈귀의 마나가 이 정도 효율을 발휘하는 데 용사의 마나가 얼마나 강할지는 감도 잡히지 않는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따라잡을 거라면서?"
"따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이 너무나 오래 걸릴 것 같다는 것이 문제지."
화련이가 찌푸렸던 표정을 훌훌 털고 나를 다시 바라봤다.
"아해가 쓰는 능력은 공격력 하나만큼은 인정해 줄 수 있지만 방어력에서는 모자란 점이 많다. 피의 마나로 쓸 수 있는 능력 중에 방어 계열 능력이 없나?"
"없는 건 아니야."
화련이가 준 피에서 나온 마나를 다 써서 쪼그라든 피의 마나를 이용해 내 몸 주변에 방패 몇 개를 띄웠다.
"문제는 공격은 한 번에 많은 마나를 투자할 수 있어서 네 피를 먹는 순간 바로 투입하면 돼서 문제가 없지만 방어마법은 꾸준하게 마나를 계속 투자해야 하는데 너도 알다시피 마나가 부풀어 오르면 제어가 너무 어려워져서 방어에 오래 투자할 수 있을 만한 시간을 유지할 수가 없어. 빡세게 버텨도 20초가 최댄대 고작 그 시간 동안 유지되는 방어 마법은 거의 의미가 없잖아?"
"흐음, 그렇군."
화련이가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해가 가장 먼저 수련해야 할 부분이 바로 그 부분이다. 피를 마시고 늘어난 마나를 오래 유지하는 것, 그것이 아해가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다."
"일단 피의 마나를 잘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연습해야 하는 거 아니야?"
"장기적으로 보면 그 훈련도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내 권하는 훈련도 결국엔 필요한 훈련이다. 방어력을 공격력 만큼 올리면 아해는 S급 각성자와 싸워도 쉽게 밀리지 않을 것이다."
내가 S급 각성자랑 싸운다고?
'감개가 무량하구만.'
'그러게 말이야.'
C급각성자는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아무리 흡혈귀가 준 마나를 화련이가 준 피를 이용해서 전투에 활용하는 거라고 해도 스스로 S급 각성자와 싸울 수 있다니 왠지 가슴이 뿌듯해 졌다.
"최대한 마나를 키우고 버티라는 거지?"
"그래, 아해가 키울 수 있는 최대 한도까지 키운 뒤 버텨라. 아마 제대로 키우기 위해선 시간이 상당히 필요할 것이다."
"어떤 수련이 시간이 필요가 없겠어."
모든 수련이 다 시간이 걸려서 하는 거지.
"그러면 계속 해보도록 하지."
화련이의 말대로 당분간은 늘어나 있는 상태의 마나를 유지하는데 공을 들이기로 했다.
화련이의 피를 몇 모금 마시는 정도로 금세 피의 마나를 한계까지 부풀릴 수 있었으며 내가 버티지 못해서 피의 마나를 주변에 방출하는 걸 수십번을 반복하다보니 마나를 잡아둘 수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고작 20초 버티는 것도 힘들었던 것이 3일만에 5분 정도로 빠르게 올라갔다.
5분 정도면 단기 결전으로 싸우면 충분히 그 안에 승부가 갈릴 정도로 긴 시간이었다.
그런 시간 동안 공격 뿐만 아니라 방어도 해결할 수 있으니 전투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거기에 더불어 5분마나 피를 리필하면서 싸우면 사실상 한 번 뻥튀기 된 무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것과 다름 없었다.
"오늘부터는 단순히 오랜 시간동안 마나를 잡아두는 게 아니라 더 많은 마나를 잡아 두는 데 신경을 쓰지 말고 더 많은 마나를 잡아 두는 데 신경을 쓰도록 하지, 5분 정도면 충분히 싸움 도중에 피를 보충하면서 시간을 늘려갈 수 있다. 저점을 확실히 높여뒀으니 이제 고점을 높일 차례다. 그 동안 마나를 잡아둘 수 있는 시간을 늘리면서 마나를 잡아두는 요령도 충분히 얻었을 거라 생각한다."
피의 마나는 내 몸에 피가 들어오면 그 피를 양분삼아 순식간에 부풀어 오른다.
부풀어 오른 마나는 이전의 마나보다 훨씬 강력하고 그 양도 많다.
다만 일정량 이상의 피를 마실 경우 그 이상의 에너지는 순식간에 밖으로 빠져나가 버리고 만다.
내가 많은 피가 공급될 때 그걸 일단 공격능력에 처박아 버리는 그 이유였다.
어차피 내 몸에 오래 있어봤자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으니까.
마나를 잡아둔다는 것은 마나 속에 있는 에너지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는다는 것.
지난 3일 동안 마나를 잡아둘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냈다.
마나를 써서 능력을 사용하여 마나를 잡아두는 파렴치한 방법이었는데 비록 같은 수준의 위력을 내기 위해 필요한 피의 양은 늘어나지만 고점을 높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순수하게 나의 실력으로 5분을 버티는 건 가성비를 챙기는 느낌이고 능력을 써서 더 많은 에너지를 담을 수 있게 만드는 건 고점만높일 수 있을 뿐 엄청난 이점이 있는 건 아니었다.
다만 피를 많이 챙길 수 있는 상황이고 피를 다 쓰기 전까지 적을 쓰러뜨릴 수만 있다면 고점을 높여 활용하는 것도 좋을 거라고 느꼈다.
"능력을 이용해서 한계지점을 높이는 것도 충분히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일정의 편법과 같은 거다. 아해가 근본적으로 묶어둘 수 있는 힘의 양을 늘려야 한다. 그래야 편법을 썼을 때 담아둘 수 있는 마나의 양도 늘어날테니 말이다."
월하의 조언을 받고 밑에서 필사적으로 수련했다.
피의 마나를 더 잘 다루는 것을 우선적으로 하다보니 단 일주일 사이에 내 무력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쿵...! 쿵...!
저 멀리서 엄청나게 커다란 존재가 자신의 발소리를 자랑하는 것이 들렸다.
발소리로 미루어 보았을 때 그 크기는 아무리 못해도 100m대가 넘어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잡을 수 있는 거 맞아?"
"내가 가르친 아해라면 충분히 잡을 수 있다."
내가 이번에 상대하는 몬스터는 S급 몬스터였다.
저번에 레이드 한다고 정리해 놨던 대삼림 중앙에서 새로 나타난 S급 몬스터가 바로 내 상대였는데 그 크기도 어마어마하고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도 상당해서 내가 저 놈을 잡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화련이가 잡을 수 있다면 무슨 방법을 써서든 일단 잡을 방법은 있겠지.
솔직히, 화련이가 피를 무제한 적으로 공급해 준다면 아무리 거대한 S급 몬스터라고 해도 충분히 잡아낼 자신이 있었다.
순수한 위력으로 따지면 저번에 보스 몬스터를 혼자 잡을 수 있을 정도인데 S급 몬스터 하나 못잡겠어?
문제는 화련이가 지원해 줄 피는 처음 시동을 걸 피 소량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 몬스터의피를 통해서도 피의 마나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 확인이 됐기 때문에 몬스터의 피를 즉석에서 이용해서 싸워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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