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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1화 〉 리우잉이 돌아왔다­1 (231/265)

〈 231화 〉 리우잉이 돌아왔다­1

* * *

"현수야! 보고 싶었어!"

현수의 정신 뒤에서 들어가서 구경하고 있으니 리우잉이 아주 반가운 표정으로 현수에게 꼭 안겼다.

'뭔가 이상한 것 같은데?'

'뭐가 이상해? 그렇고 보고 싶던 리우잉이랑만났잖아. 이상할 게 도대체 뭐가 있는데?'

'너는 이 어색함을 못 느끼겠어?'

어색함이 있다고?

아무리 리우잉과 현수를 봐도 오랜만에 다시 만난 어색함은 하나 없이 그냥 오랜만에 만나서 기쁘다고 서로를 끌어안고 방방 뛸 뿐이었다.

'모르겠는데?'

'그렇게 눈치가 느려서야.'

너도 처음엔 눈치 못채서 나한테 뭔가 이상하다고 한 거 아니냐? 왜 나한테만 그러냐.

"리우잉누나 한국어쓰네?"

현수가 리우잉에게 한 말을 듣고 나서야 리우잉이 한국어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전에도 아예 못 쓰는 건 아니었지만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거의 사용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왠일로 한국어를 쓰고 있던 것이다.

"인공 각성 실험을 받으면서 어차피 할 것도 없어서 열심히 연습했어! 현수랑 같은 언어로 대화하려고!"

"우리 누나 착하다!"

현수가 리우잉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오늘 하루 정도는 리우잉과 현수에게 시간을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너희들 생각은 어떤가?"

"동의합니다."

"저도 동의해요."

"이미 과반수이니 하연의 생각은 무시하도록 하지."

"저도 동의하거든요? 저는 무슨 동의 안 할 것 처럼 그러세요."

"네 이미지가 있지 않나. 불안해서 그런 거니까 너무 화내지 말도록."

"그게 더 나쁜 거 아니에요?"

오늘 하루 종일 현수가 몸을 조종할 거면 나는 굳이 의식에 나와있을 필요가 없지 않나?

내가 화련이 처럼 돌아다니면서 마나를 키울 수 있는 실력자도 아닌 데다가 둘이서 오붓하게 데이트 하고 있는 데 피 빨아서 마나를 키울 수도 없으니 조용히 의식의 뒤로 사라지기로 했다.

'난 잘 테니까 둘이서 잘 보내라.'

'그래. 잘가.'

그렇게 의식을 잃었다.

***

"어디부터 갈까?"

리우잉누나의 한국어는 아직도 익숙해 지지가 않는다.

애초에 듣기 시작한지가 1시간이 되지 않았으니 익숙하지 않은 게 당연했지만 중국어와 한국어가 같이 들리던 예전에 비해 한국어만 깔끔하게 들리니 바로 익숙해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누나가 가고 싶은 곳이면 어디든?"

"그러면 게이트 가자!"

"게이트를?"

'데이트 장소로는 적당하지 않은 것 같은데.'

데이트와 게이트의 연관성은 단어간의 유사성 밖에 없는 것 같은데...

'인공 각성을 했다더니 얼마나 강해졌는지 보여 주고 싶은 건가?'

이걸 어쩌나 내가 더 강해졌는데.

여유로운 마음으로 리우잉누나를 게이트로 대려갔다.

아예 내 전용으로 다뤄지는 등반형 게이트가 있었기 때문에 그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이런 약한 몬스터들 말고 A급 이상급 몬스터가 있는 곳은 없어?"

"A급 몬스터? 당장은 없지."

아무리 각종 새로운 위험이 많이 생겨났다고 해도 A급 게이트 정도되면 위험도가 아주 높다.

그런 게이트가 도시 안에 있었으면 진작에 없어졌겠지 아직까지 남아있겠어?

"저기 숲 있잖아. 저기에도 없어?"

"어, 근래에 한 번 숲을 청소했거든, S급 정리하는 데 주변에서 A급 몬스터 까지 끼어들어서 걔네한테 휩쓸려서 다 죽었어."

"아쉽다... 이제 나도 A급 몬스터 잡을 수 있는데..."

누나가 축 쳐져서 땅바닥을 바라보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꽉 끌어안고 말았다.

"꺗! 뭐해?"

당황한 듯 목소리를 내면서도 나에게 더 깊숙히 안겨오는 것이 누나도 나에게 안겨 있는 것이 좋은 모양이었다.

"정 상대가 없으면 나랑 한 번 싸워보는 건 어때?"

"너랑 내가 싸운다고?"

리우잉누나가 잔뜩 건방져진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네가 나를 상대한다고? 라는 느낌이 팍팍 느껴지는 거만한 표정이었다.

"아서라, 네가 나랑 싸우면 이번엔 진짜로 사지가 날아갈지도 몰라."

"누나한테 사지가 날아가면 좋은 거 아니야?"

"애정표현의 의미가 아니라 진짜로 사지가 날아갈 까봐 하는 말이야."

누나의 말은 진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우리 둘이 싸우면 자기가 내 사지를 자르는 걸로 끝나는 게 아주 확실하다는 듯 당당했다.

"봐주면서 싸우면 되지 진짜로 내 팔 다리를 날릴 생각은 없잖아?"

"그래... 봐주면서 싸우면 되긴하지. 오랜만에 현수 실력좀 볼까?"

누나가 가벼운 손짓을 하자 게이트에 있던 모든 몬스터가 썰려서 사라져 버렸다.

"...시작하기 전에 잠깐, 누나 어떤 능력 각성했어?"

"백하연이랑 비슷한 능력이야. 써는 것에 특화되어 있는 능력이지 등급은 D급!"

내 사지를 썰고 싶다는 마음이 투영돼서 저런 능력을 각성한건가?

왠 지모르게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D급이라.'

D급이라고 무시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리우잉 누나는 무능력자일 때도 A급 몬스터의 바로 아랫단계에 있는 몬스터 정도는 잡을 수 있었다.

그런 사람이 능력까지 얻게 됐으니 어지간한 S급 몬스터와도 좋은 승부를 가릴 수 있을 확률이 높았다.

"걱정하지마. 이렇게 강한 능력은 안 쓸거니까."

누나가 흐흐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천마 제자가 맞는걸까?

잔뜩 방심하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필 상대가 나이기 때문에 더 방심하는 것 같았는데.

'후회하게 해주지.'

내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모르니까 저런 태도를 보일 수 있는 거다.

"자, 그러면 먼저 덤벼봐."

"오케이."

이수현이 흡혈귀한테 받은 능력이긴 했지만 나도 집중하면 피의 마나를 다룰 수 있었다.

이수현은 그냥 마나를 못 다루고 나는 내 마나를 다룰 수 있다보니 이수현의 피의 마나를 쓰는 쪽으로 분업해서 이수현 만큼 잘 다루는 건 아니었지만 이 정도 마나를 다루는 것은 아주 여유로운 일이었다.

"어떻게 상대해줄까?"

흐흐흐 웃으면서 나를 무시하고 서 있는 누나를 바라보며 내 팔을 깨물었다.

누나랑 대련하는 데 다른 사람의 피를 쓰는 건 실례가 되는 행동이라는 생각으로 내 몸에 상처를 냈다.

몸 내부의 피를 그대로 흡수해도 됐긴 하지만 흡혈귀라는 특성 때문인지 몸안에 있는 피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 보다는 피부를 물어서 입으로 들이 마시는 게 더 효율이 좋았다.

"수현아? 너 뭐해?"

"싸움 준비. 이제 끝났어."

내 피를 내가 마신거다 보니 다른 피를 마실 때에 비하면 시동이 덜 걸린 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A급 몬스터를 잡아낼 수 있는 수준의 시동은 됐다.

"너도 나 없는 동안 새로운 기술을 익혔구나? 좋아. 나 혼자만 새로운 걸 배운 것 보다는 수현이 너도 강해져야 재미가 있는거지. 싸움에서 진 사람이 상대한테 뽀뽀해주기 어때."

되게 소박한 소원이네.

"좋아. 한 번 덤벼봐."

"간다."

리우잉 누나가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피의 마나를 사용해서 안력을 강화시켰을 때 누나는 이미 내 앞에 서 있었다.

작게 활성화 된 마나를 사용해 바로 앞에 방패를 만들었는데 그 방패는 누나의 주먹에 너무나 쉽게 박살나 버렸고 내 입술이 리우잉누나의 볼에 닿기 전에 누나의 주먹이 내 몸에 닿게 됐다.

'어?'

그녀의 주먹안에 있는 어마어마한 힘이 내 몸을 두들겼고 나는 그대로 멀리 날아가 벽에 박혔다.

"컥! 커흡!"

"현수야! 너 괜찮아?"

누나가 굉장히 다급한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이렇게 까지 아파할 줄은 몰랐다는 티가 다분한 표정이었는데 나도 이렇게 까지 아플 줄은 몰랐다.

아픈 배를 부여잡고 피의 마나를 이용해 겨우겨우 회복시키면서 천마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피의 마나는 상성을 많이 타는 능력이라고,

피를 소모하는 양보다 얻어내는 양이 적은 상대에게는 정말정말 약해지는 능력이라고.

순수한 육체의 능력을가지고 싸우는 게 아니라 작은 몸에 빠르고 정확한 기술 위주로 사용하는 인간도 피의 마나의 카운터라고 부르기 부족함이 없었다.

"커흡... 괜 찮아..."

피의 마나를 사용해 상처를 치료하니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피를 너무 많이 쓰면 빈혈이 오기 때문에 함부로 쓸 수가 없었다.

"피를 써서 몸을 회복시킬 수 있는거야?"

"어..."

"내 피로도 가능해?"

"가능은 해."

누나가 나에게 다가오며 목을 내밀었다.

천마도 그렇고 다른 여자들도 그렇고 누나도 그렇고 피만 생각하면 일단 목 부터 내미는 걸까? 그냥 팔 물어도 되는데.

"물어."

"누나, 굳이 목이 아니어도..."

"물어."

"굳이 무는 게 아니라 칼을 써도."

"물어."

"네."

결국 나는 누나의 목덜미에 이를 박을 수 밖에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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