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33화 〉 게이트 제작­1 (233/265)

〈 233화 〉 게이트 제작­1

* * *

천마의 이동 공간이동 한 번에 중국까지 이동 할 수 있었다.

중국까지 온 건 온 건데 굳이 뒷목을 잡고 움직였어야 했나? 우리가 개도 아니고.

나름의 반항을 담고 천마를 바라보니 천마는 그런 내가 귀엽다는 듯 머리를 툭툭 쳤다.

그 손길과 눈짓이 리우잉누나가 나를 대하는 것 처럼 연인이나 남자를 보는 느낌이 아니라 귀여운 막내 동생을 보는 느낌이었기 때문에 괜히 기분이 나빴다.

"그러면 바로 이동하도록 하지. 근처에 아마 적당한 게이트가 있을 거다."

"아무리 천마 너라..."

­퍽!

"끄아악!!"

"천마님이라고 해야지!"

어떻게 사람이 손으로 등을 쳤는데 짝이 아니라 퍽이라는 소리가 날 수가 있는 거지?

등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통증에 땅바닥을 이리저리 굴렀다.

"강하게 키우는 군."

"다른 사람은 몰라도 천마님께 함부로 하는 꼴은 못 보죠."

"아까 반말할 때는 그냥 보고 있던데?"

"그건... 제가 죄송해요. 한국어 처리 능력이 늦어서... 그래도 님을 붙이는 지 안 붙이는 지는 알 수 있으니까요!"

"컥! 컥!"

턱턱 막혀오는 숨을 겨우 쉬고 일어나니 천마가 나를 바라봤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나?"

"아무리 너..."

리우잉누나가 정말 무섭게 손을 들길래 중간에 호칭을 변경했다.

"천마님이라도 주변 도시에 통보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요. 천마님이 하신 줄 모르면 아마 자기들끼리 싸우게 될텐데요."

"네 말이 맞다. 내가 게이트를 마음대로 이용한다고 해도 통보정도는 하는 것이 예의지 그렇지 않다면 너의 말대로 사람들끼리 오해를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천마가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통보 다 했다. 이제 들어가면 된다."

고작 눈 한 번 감았다 뜬 것으로 뭘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천마가 됐다고 하니까 된 거겠지.

"몇개의 게이트에서 정보를 뽑아내야 게이트를 만들 수 있는 정보를 모을 수 있을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주변의 게이트를 전부 없앤다고 했다."

천마의 당당한 말에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여러개의 게이트를 없앨 거면 한 군데서 없애는 것 보다는 여러 군데에서 나눠서 없애는 게 낫지 않아요? 한 도시에서 등반형 게이트를 모두 없애면 주변 도시에 비해서 경쟁력이 낮아질텐데... 에에엑!!"

나를 향해 손을 드는 누나를 피해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이번엔 또 왜 그래?"

"천마님말에 토 달지 마. 다 생각이 있으시니까 그렇게 하신 거겠지."

"리우잉 그 손 내려 놓도록, 현수가 나에게 어떻게 하라고 명령을 한 것도 아니고 내 의견을 물은 것 뿐인데 그것 가지고 폭력을 휘두르려고 하는 건 과하다. 리우잉 네가 지금 하는 짓을 보니 현수가 너와 결혼한 이후에 가정내 폭력을 당할까봐 걱정이 되는 구나."

"가정내 폭력은 걱정할 필요 없지 않을까요? 현수는 결국 수현이랑 같은 몸에서 살고 있잖아요."

"게이트에서 다른 세상의 인물이 건너오는 시대에서 무엇이 안되겠느냐. 나는 현수와 아해를 분리시키는 것도 목표로 두고 있다. 처음엔 현수가 아해의 방해물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다짐한 것이었지만 시간이 지난 수록 그 생각은 옅어지고 둘 다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수현이랑 내가 분리된다고?"

나와 이수현은 명목적으로는 일단 서로 하나의 몸을 공유하는 동료였지만 거의 대부분의 상황에서 이수현이 몸을 지배하고 있는다.

내가 굳이 밖으로 들어나고 싶어하지 않음과 더불어서 리우잉누나가 한 동안 한국을 떠나 중국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늘 다른 여자랑 이야기해야 하는 이수현과는 다르게 나는 리우잉누나가 없으면 이야기 할 사람이 없었으니까.

나랑 이수현이랑 분리되면 뭐가 좋을까.

일단 리우잉누나 옆에 꼭 붙어있을 수 있게 된다.

저번처럼 누나가 중국에 혼자 가게 됐을 때도 이수현의 몸에서 벗어나 리우잉누나의 옆에 있을 수 있게 되고 인원별로 나누어진 개인시간 대신 온전히 리우잉누나를 위해서 사용할 수 있게 될것이다.

'개이득인데?'

"하루라도 빨리 이수현이랑 분리됐으면 좋겠네요."

'넌 내가 그렇게 싫냐?"

이수현의 장난스러운 어투에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는 투가 강하게 섞여 들어가 있었다.

나는 이수현을 싫어하지 않았다.

가끔 성격이 답답해서 미치겠는 경우도 있지만 나름 배려심도 있고 성격은 또 착한 편이니까...

'그게 아니라 불편하잖아.'

사귀고있는 사람 대비로 시간을 나눠놓긴 했지만 이는 내가 엄청나게 불리한 방법이었다.

이수현이 시간을 쓸 때는 그가 사귀는 모든 여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니까.

달리 좋은 대안이 없어서 이러고 있을 뿐 내가 그의 몸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면 훨씬 더 좋을 것이다.

"열심히 방법을 찾아볼 테니 기대하고 있도록."

"그래서 제 의견에 대한 답을 해주세요."

이중인격자의 인격을 분리해서 다른 몸에 담는다?

듣기만해도 말도 안될정도로 어려운 일이었다.

상대가 천마다 보니 언젠가는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긴 하지만 딱 그뿐이다.

당장 분리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일단 할 거 해야지.

"생각보다 성격이 급하군, 귀찮으니까 그냥 한 도시에서 다 해결할거다. 나에 의한 피해는 천마산에 청구하면 되니 문제는 없다."

"직접적인 피해가 아니라 간접적인... 끄아악!!!"

­퍽!

"천마님이 말씀하시면 예! 하고 알아들어야지 뭘 꼬치꼬치 캐묻고 있어."

"의문도 못 가져? 되게 아프게 때리네."

천마가 그런 우리를 보고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현수 네가 결혼한 후의 삶에 애도를 보내도록 하지."

나보단 이수현 한테 애도해야하는 거 아니야? 월하가 이수현한테 하는 거 보니까 진짜 말도 안나오던데.

"아무튼 더 이상 시간 지체하지 말고 게이트로 이동하도록 하지."

천마가 나와 리우잉을 데리고 도시 바깥쪽의 등반형 게이트로 향했다.

방금전까지 사람이 쓰고 있던 것 처럼 주변에 이런저런 시설들이 많이 있었지만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천마의 연락을 받고 모두가 이 곳을 비운 모양이다.

"가지."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니 울창한 숲이 펼쳐져 있었다.

이곳도 내려갈 수록 보스게이트가 강한 사람에게 제한을 걸까?

처음 등반형 게이트에 들어왔을 땐 샤킹이 하연이의 힘을 제한해서 긴장감있는 상황에서 탐사를 진행했던 것 같은데 옆에 천마가 붙어있으니 하나도 걱정이 되지 않았다.

천마는 순식간에 1,2층의 몬스터를 모두 잡아냈고 3층으로 내려갔다.

3층에 도달한 순간 거대한 나무가 천마에게 다가왔다.

­너는 누구냐. 어떻게 지구의 인간이 이렇게 강력할 수가 있느냔 말이다.

"너에게 묻고 싶은 것이있어서 왔다."

나무가 천마를 바라보다가 거대한 가지를 땅쪽으로 내렸다.

­너 같은 강자에게 내가 주는 힘은 의미가 없겠지. 내가 배풀 수 있는 최대한의 정보를 알려주도록 하겠다.

나무치고는 머리가 좋았다.

우리가 무슨 이유 때문에 이곳에 왔는지 잘 이해한 것 처럼 보였다.

"게이트는 어떻게 만들지?"

­게이트라...

"누가 만드는 법을 알려준거야?"

­알려줬다면 알려줬다고 볼 수도 있다. 가장 처음 게이트라는 걸 만들 수 있던 존재로 부터 나온 정보가 순식간에 퍼져나갔으니 말이다.

"그래서 어떻게 만들어?"

­나 하나의 정보로는 어림도 없다. 그리고 다른 이에게 정보를 묻는다고 해도 정보가 연속되지 않을 확률이 높지.

나무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입처럼 보이는 나무껍질 사이에서 초록색 구슬을 내 뱉었다.

­이것은 내 생명의 정수다. 네가 다른 이들에게 가서 생명의 정수를 달라고 부탁하면 아마 대부분은 내어 줄 거다. 넉넉하게 잡아서 3천개 정도 들고 가면 게이트를 만드는 방법을 다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3천개?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내가 말했지 않나. 넉넉하게 잡아서라고, 설명을 잘하는 이가 걸리면 40개 안팍으로 끊을 수 있을 것이고 설명을 못하는 이라도 100개 정도면 될거다.

"아까는 넉넉 잡아서 3000개라면서?"

­적게 가져가는 것 보다는 많게 가져가는 게 무조건 좋지 않겠느냐.

"아무래도 우리랑 사고 방식 자체가 다른 것 같은데요?"

"그런 것 같다. 문화의 차이인것 같으니 우리가 이해해 줘야 겠지."

­그럼 나는 이제 사라지겠다. 잘 한 번 해보도록.

그렇게 나무는 우리 눈앞에서 사라졌고 게이트는 클리어 됐다.

"딱 100개만 잡고 움직여 보지 중간에 모자랄 것 같으면 다른 게이트에서 또 털어오면 된다."

"100개면 이 근처에선 다 못 모으지 않아요?"

"중국은 넓다. 등반형 게이트도 많으니 걱정하지 말도록."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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