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59화 〉 대삼림 탐색­5 (259/265)

〈 259화 〉 대삼림 탐색­5

* * *

'괜찮으십니까? 목소리가...'

­괜찮아. 용사년이 지랄을 좀 해서 그렇지 몸도 잘 움직이고 정신도 멀쩡해. 내가 지금까지 당해 온 게 있는 데 용사가 조금 지랄 한 것 정도로 큰 문제가 생길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진짜로 괜찮은 거 맞죠?'

­괜찮다니까? 그래서, 왜 연락했어.

"오라버니."

흡혈귀와 이야기 하고 있을 때 연하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응? 왜?"

"지금 흡혈귀님이랑 대화하고 계신거죠?"

"그런데?"

"이왕 할 거면 말로 해주세요. 저희가 흡혈귀님 말은 못듣지만 오라버니 목소리는 들을 수 있잖아요? 한 쪽 말만 들어도 대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알 수 있으니까, 말로 해주세요."

"알았어."

목을 한 번 가다듬은 뒤 흡혈귀와 대화를 이어 나갔다.

"죄송합니다. 이번에 연락을 드린 이유는 저번에 말씀 하신 것 처럼 저희 세계를 좀 탐사하다가 몇 가지 알아낸 게 있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질문 거리도 좀 있고?

"네, 사실 그게 메인이죠."

­뭘 그렇게 새로 알아냈는데?

"많이 알아낸건 아니고 몬스터가 주로 위치해 있던 대삼림에 대해서 조사를 해봤습니다. 중심부에서 마나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 데 대삼림을 전부 밀어버려도 마나를 내뿜더라고요. 일단 스팟이라고 이름을 붙이긴 했는데 이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이 흡혈귀님 세계랑 연관이 있을지, 아니면 우리 세계에서 일어나는 독자적인 일일지 알아 보기 위해서 이렇게 연락을 드렸습니다."

­마나가 뿜어져 나온다고?

흡혈귀의 반응을 보면 그녀도 우리 세계에 이런 장소가 있는지는 알지 몰랐던 모양이다.

흡혈귀가 원체 강력한테다가 우리 세계에 관심도 많은 편이라 대삼림이라는 장소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아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이전에 가지고 있던 지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반응을 보여주니 기분이 좀 묘했다.

"네, 대삼림이 있을 때 보다 없을 때가 반 정도 적게 나오긴 하지만 주변에 마목도, 몬스터도 없을 때도 마나가 뿜어져 나옵니다. 저희 세계에서 스팟이 있는 곳에 무엇이 있는지 여쭤보려고 연락을 드렸어요."

­저번에 너희 세계의 유럽이랑 우리 세계에서 내가 차지하고 있는 구역이랑 매치가 된다고 했던 걸 기억하고 있었구나? 그런데, 나도 대략적인 매칭만 알 수 있는 거지 정확히 어떤 장소가 어디로 매칭 된다고는 말 못해줘. 나도 신이 아니라서 알 수 없는 게 상당히 많거든.

"알겠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알게요."

흡혈귀가 흐음, 하고 침음성을 냈다.

­너희가 사는 지역엔 어떤 영향력도 못 끼치지만 그래도 내가 있는 곳에는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치는 게 가능하거든? 너희만 된다면 유럽쪽에 있는 대삼림을 찾아보는 건 어때? 100% 가능할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유럽쪽에서 일을 하는 게 거기서 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좋을 거야.

"네, 일단 애들한테 말 해볼게요."

애들한테 흡혈귀가 얘기해줬던 것들을 그대로 말해줬다.

"유럽에서도 대삼림 근처에는 그쪽 도시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요?"

"있어도 해야지 별 수 있겠나. 우리가 그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도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할 수는 있으니 어찌저찌 의사소통은 될 거다. 그리고 이미 대삼림에 대한 연구는 어느 정도 진행했으니 굳이 그곳의 대삼림을 날릴 필요도 없다."

"몰래 들어갔다가 몰래 나올 수 있다는 뜻이죠?"

화련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우리 모두를 한 아름에 안았다.

"굳이 시간 지체 하지 말고 빨리 가지, 흡혈귀가 언제까지 우리랑이야기 할 수 있을 지도 모르는 데 시간을 끌고 있을 필요는 없지 않나."

눈이 한 번 깜빡이니 처음 보는 대삼림에 도착해 있었다.

"유렵이라고 해서 저희 대삼림이랑 크게 차이가 나진 않네요. 주변에 마목들도 많고, 몬스터도 많고 중앙에는 S급 몬스터들이 많고!"

연하가 과장된 몸짓을 하며 중얼 거렸다.

"흡혈귀님, 혹시 저 어디에 있는지 아실 것 같아요?"

­얼추 알 것 같아. 우리 세계에서 네 위치랑 매칭되는 곳으로 가서 주변을 다 뒤져보면 특이한 곳이 한 개라도 나오겠지.

"저희 세계에서 대삼림은 아주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수가 꽤 되는데 흡혈귀님의 세상에는 그런 곳이 없어요? 주기적으로 마나가 사라지는 곳이라던지, 아니면 일정간격으로 떨어져 있는 특징이 있는 장소라던지요."

­없어. 그래서 나도 대삼림에서 마나가 뿜어져 나온다는 말을 듣고 놀란 거야. 우리 세계에는 마나가 빠져 나가기는 커녕 너희처럼 마나가 뿜어져 나오는 곳도 없어. 잘 뒤져 보면 그런 장소가 있을 수도 있는데 너희 세계의 대삼림 처럼 일정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지는 않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저쪽 세계에서 오는 마나가 아니라면 대삼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마나란 말인가?

­한 번 싹 뒤져봤거든? 없어. 아무리 뒤져봐도 마나가 빨려들어가기는 커녕 천천히 사라지는 곳도 없어.

"아깝네요. 어쩌면 세계의 비밀을 알 수 있게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스으읍..."

연하가 입으로 공기를 들이 마쉬면서 스팟을 노려봤다.

"왜 그래? 뭐 이상한 거라도 있어?"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르는 일인데요. 모든 스팟에서 빠져나오는 마나가 전부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어요. 여기서 나오는 마나든, 중국의 대삼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든, 우리 도시 근처에 있는 대삼림에서 나오는 마나든 전부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어요... 환경적인 차이는 아마 몬스터에 의해서 나타나는 것 같은데... 신기한 일이네요."

"흡혈귀님, 혹시 흡혈귀님의 세계에선 어디든 마나의 성질이 일정한가요?"

워낙 오랫동안 고여 있던 세계라고 하니까 어디가든 마나가 일정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예 말이 안되는 일은 아니지 않을까?

그런 마음을 가지고 물었지만, 동시에 다르다고 대답해 주길 원했다.

대삼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가 흡혈귀의 세상에서 온다고 가정했을 때, 마나의 성질이 전부 일정하다면 한 장소에서 마나가 뿜어져 나온다고 해석할 수 있었으니까.

­아니, 지역마다 다른 마나를 가지고 있지. 마나는 굉장히 예민한 놈이라서 주변의 환경에 따라 성질이 전부 다르...

흡혈귀가 무언가를 알아차렸다는 듯 말을 멈췄다.

­모든 대삼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가 전부 똑같아?

"모든 대삼림을 확인 해 본적은 없지만 지금까지 저희가 확인해 본 모든 대삼림에서 같은 성질의 마나가 뿜어져 나왔어요."

­... 대충 맥락이 잡히는 군.

흡혈귀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나중에 내가 다시 연락을 하도록 할게. 더 이상 대삼림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

흡혈귀의 말은 아주 비장했다.

당장이라도 큰 일을 벌일 것 같은 그녀의 말에 뭐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이 세계에서 저쪽 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은 화련이 외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 마저도 지금은 용사 때문에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았던 걸까? 흡혈귀가 먼저 나에게 이야기 해왔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 앞길은 내가 알아서 해결해 나갈 수 있으니까. 내가 용사에 비해서만 조금 밀릴 뿐이지 어디 가서 걱정을 받을 정도로 약한 건 아니거든? 네 걱정 하나도 필요 없으니까 날 믿고 가만히 있어.

그 말을 끝으로 흡혈귀와의 연결이 끊겼다.

'진짜 괜찮은 거 맞아?'

왠지 모를 불안감이 몸을 덮쳤다.

*****

"스으으으벌..."

수현과 연결되어 있을 때는 참고 있던 고통이 온몸으로 몰려왔다.

괜찮다고 말하긴 했지만 용사가 그녀에게 가한 고통은 아무리 그녀라고 해도 참기 힘든 것이었다.

오랜 시간동안 존재해 오면서 어지간한 고통에는 전부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이 짧았다.

죽음에 대한 용사의 열망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생각하면 조금 더 대비를 했었어야 했는데.

어떤 놈들은 이마저도 새로운 자극이라면서 좋아할 놈들도 있겠지만 흡혈귀의 정신은 그 정도 까지 마모되어 있지 않았다.

그녀는 이 세계에서 가장 멀쩡한 정신을 가지고 있는 존재였으니까.

"괜찮다요?"

"어, 괜찮아."

"많이 아파보인다요."

"이 정도는 괜찮아."

그녀가 옆을 바라보니 거대한 살의 벽이 보였다.

조금 시선을 돌려 위를 바라보니 거대한 눈 두 개가 걱정스럽다는 듯 자신을 보고 있었다.

"모아야, 이제 내려줘도 돼."

"내리긴 어딜 내리냐요! 그냥 옆에 붙어 있으라요."

"갈 때가 있어서 그래."

"그러면 나도 같이 데려가라요!"

모아의 말에 그녀가 미소를 지어보였다.

"용사한테 갈건데도 같이 갈거야?"

"흡혈귀님이 가시고자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거라요!"

그녀가 피식, 하고 웃었다.

"그래, 같이 가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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