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게임 캐릭터가 살아났다!-26화 (26/173)

〈 26화 〉 마법의 가루 소동 ­ 1

* * *

레아라는 폭풍이 지나갔지만 본래의 목적은 변함이 없었다.

위드 소프트웨어가 남긴 단서를 따라가며, 내 게임 캐릭터가 현실로 나온 원인을 찾는 것.

당장 그녀와 화해할 방도가 없을뿐더러, 대화를 시도해도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나와 만날 때까진 특별히 사고를 친 낌새가 없어 보인다는 거다.

최근의 뉴스 기사를 모조리 훑어 봤지만 옷가게 습격 사건을 제외하곤 레아가 일으킨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은 없었다.

다른 눈에 띄는 거라고 해봐야 수수께끼의 원룸 반파(半?) 사건, 오향교 다리 기둥 붕괴 사건, 그리고 어떠한 부상도 단숨에 치유하는 돌연변의 인간의 출현을 주장한 어느 의사가 학계에서 무시 받고 있다는 소식 등등,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사건들뿐이다.

레반, 레테라와는 다르게 레아는 눈치껏 모습을 숨기고 다니는 모양이다. 그 정도의 자제심이 있다는 소리겠지.

그것이 무너진 순간이 바로 나와 대면했던 때일 테고.

아무튼 레아의 그러한 행적 덕분에 그녀에 대한 우선순위를 잠시 밀어둘 수 있었다.

나는 위드 소프트웨어 건을 먼저 처리하기로 했다.

미믹을 쓰러뜨리고 사진에 비친 건물. 다음 장소는 이곳일 것이다.

건물 유리에 희미하게 비친 펜릴 그림을 보며, 이곳이 스카이피아라는 커피 전문점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게 현재 시점이다.

이제 찾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비인기 프랜차이즈가 있으면 얼마나 있겠냐고 얕잡아 보았다.

지난날의 자신을 반성한다.

지도에 찍혀 있는 수백 개의 점들을 바라보며 말이다.

“……꽤 많구나.”

네임드 커피 프랜차이즈 만큼은 아니지만, 스카이피아의 가맹점도 상당히 많았다.

이곳 성월시만 하더라도 세 군데나 되었고, 전국 지방 곳곳에 가맹점이 흩어져 있었다.

스카이피아와 마주 보는 건물이라는 단서 하나만 가지고 이곳들을 모조리 뒤져보는 건 미친 짓이었다.

범위를 좁혀야 한다.

이 사진을 얻은 곳은 신월시.

사진을 남긴 자가 단서를 따라가도록 설계해뒀다면, 그리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다음 체크 포인트를 두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 신월시를 중점으로 돌아다녀보자.

신월시에 있는 스카이피아 가맹점은 총 7군데. 사방에 흩어져 있다는 걸 볼 때 그곳에서 하루는 묵고 와야 할 판이다.

그러려고 하니 대학 출석 문제가 마음에 걸렸다. 그렇다고 어딘가로 이동할 때마다 휴일을 이용하는 것도 시간 낭비가 심하고.

“휴학이라도 해야 되나…….”

그랬다가 시골에 계신 부모님 귀에 소식이 들어갈 경우 변명거리가 궁하긴 한데…….

이러한 고민을 알게 된 레반과 레테라가 새로운 수단을 제시했다.

“그럼 저희가 다녀오겠습니다.”

“이제 이쪽 세상엔 완전해 익숙해졌으니 괜찮아요.”

이 말을 믿어도 되는 걸까.

최근 이쪽 세상의 상식을 몸에 익혔다지만 다른 도시까지 심부름 보내는 건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바로 달려갈 수 없는 곳으로 그들을 보내자니 불안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할 수 없지.’

나중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면서, 통신사를 찾은 난 내 명의로 효도폰 두 개를 개설했다.

부모님께 드릴 건 아니었다.

효도폰이라는 말이 무색한 일이지만 이건 레반과 레테라를 위한 거였다.

스마트폰이 아닌 폴더폰이여도, 그들에겐 이쪽이 더 익숙해지기 쉬울 것이다.

그날 밤, 두 사람에게 휴대폰을 건네주고 사용법을 가르쳐주었다.

시험 삼아 통화를 걸어보았고, 실제로 휴대폰으로 목소리가 닿자 그들은 놀라며 어린아이마냥 방방 뛰었다. 덕분에 여관 주인 할머니에게 혼난 건 덤이다.

그렇게 하루 동안 그들에게 휴대폰 사용법과 대중교통 이용법을 숙지시키던 나는 한 가지 문제에 부딪쳤다.

바로 신월시에 누구를 보내냐는 것이다.

둘 다 보낸다는 선택지는 안 된다. 두 사람 다 극구 반대했다.

날 혼자 놔두면 지난번처럼 레아가 습격해올지 모른다는 게 그 이유였다.

레아 자체는 나를 해칠 악의를 보이지 않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그녀의 힘에 휘둘리며 다녔다간 확실히 좋은 꼴을 보기 힘들 것이다.

혹시 아는가? 옛친구랑 화해하라며 건물 옥상에 매달아두고 협박할지.

아니라고 말하기엔 나를 납치해 미완공 건물 꼭대기까지 끌고 올라간 정황이 의심스러웠다.

결국 레반과 레테라 중 한 사람은 내 곁에 남기로 하였고, 그 한 사람을 고르기 위한 문제로 두 사람은 치열하게 맞붙었다.

단순한 가위 바위 보에 불과하지만, 그 광경은 치열했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초인들의 화려한 테크닉과 고도의 심리전이 섞인 가위 바위 보가 어디 평범하겠는가? 영화보다 더 흥미진진했다는 게 내 솔직한 감상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화려한 쇼라도 그 끝은 있는 법.

누가 이겨도 이상할 것 없는 치열한 싸움 끝에 승리를 손에 넣은 것은……!!

***

“……설마 그 순간 손가락 관절을 꺾어서 가위를 만들어낼 줄이야.”

“앞선 승부에서 내 손등 뼈를 우그러뜨려서 주먹을 펴지 못하게 한 작전은 나쁘지 않았지만, 내가 한 수 위였어.”

“그전에 가위 바위 보 따위로 손가락 작살내지마, 멍청이들아.”

어젯밤 승부의 여운이 남은 건지 그때의 여기를 꺼내는 레반과 레테라를 향해 내가 타박했다.

같은 가위 바위 보라도 이들이 하면 게임을 빙자한 다른 무언가가 되어버린다.

결판이 났을 땐 레반도 레테라도 양손이 남아나지 않았다.

그들의 자연치유력 덕분에 포션 쓸 필요도 없이 하룻밤 사이에 싹 나았긴 했지만서도.

“그럼, 형님을 잘 부탁한다.”

“너도 어디 가서 뒈지지나 마셔.”

평소엔 사이가 나쁘던 그들이었지만, 어젯밤의 승부로 서로를 조금은 인정하게 된 것일까.

두 사람은 주먹을 맞대며 인사를 나누었다.

마침 그런 그들의 뒤로 버스가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형님! 다녀오겠습니다!”

버스에 올라타면서 씩씩하게 말하는 레반의 모습을 나는 불안 반, 걱정 반의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전화하는 거 있지 마라?”

“걱정하지 마십시오, 형님!”

제발 걱정 안 하게 해줘.

이젠 너희들이 걱정 말라는 말이 꼭 플래그처럼 느껴진단 말이야.

부르르릉!

버스가 출발하고 뒤쪽 창문을 통해서 레반이 고개를 내밀며 팔을 흔들었다.

그런 레반을 바라보다가 문뜩 그의 눈가가 살짝 축축해져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평생 헤어지는 것도 아니고 이틀간만 다녀오는 출장인데 저럴 필요가 있나?

처음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곧 그의 심정을 알 수 있었다.

게임에서 항상 함께 했고, 현실로 나온 이후에도 계속 같이 다녔다.

큰형이자 부모인 내 밑을 떠나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이다.

이등병이 집 떠나는 것처럼 먹먹한 기분이 들 만했다. 나였어도 울지 모르겠는걸.

“저러니까 꼭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지 않나요?”

“남자의 눈물을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에 비유 하지 마라, 레테라.”

순간 군대에 끌려가는 대한민국 남자의 현실을 비유 당한 것 같아 가슴이 비참해졌다.

***

요현의 말대로 그의 곁을 떠나있는 기분은 레반에게 있어 꽤나 묘한 것이었다.

그 때문에 어울리지도 않게 눈물 흘릴 뻔했지만, 이내 마음 다 잡고 앞으로의 일에 집중했다.

혹시 잊어버릴까봐 요현이 적어준 메모대로 환승을 반복하며 이동하던 레반은 정오 즈음에 신월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에게 주어진 일은 간단하다.

스카이피아 커피 가맹점을 찾아다니며 그 주변 건물들의 사진을 찍는 것이다.

일 자체는 단순했지만 가맹점은 신월시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전부 돌아보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지도를 펼치고, 그곳에 표시된 가맹점에 위치를 확인하며 레반은 발을 옮겼다.

찰칵. 찰칵.

“카페를 중심으로 주변의 사진을 찍고……. 형님의 휴대폰 번호로 전송……. 이게 맞나?”

전송 버튼을 누른 레반이었지만 모든 게 처음이었기에 어색하고, 자신이 맞게 한 건지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의심은 걷히고, 그의 행동을 긍정해주는 문자가 날아왔다.

사진을 받은 요현이 보낸 문자였다.

「잘하고 있어! 이렇게만 해줘!」

“오오오!! 알겠습니다, 형님!”

길을 지나는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눈으로 레반을 바라보았지만, 벅찬 기쁨을 맛보고 있는 그의 앞에선 뭐든지 무의미했다.

이 기분을 유지한 채 서둘러 다음 카페를 찾아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세상 일이 뭐든 순탄하게 풀리는 건 아니듯, 그의 여정도 매끄럽게 흘러가는 건 아니었다.

레반은 다시 지도를 펼쳤다.

총 일곱 군데의 카페 중 X표시를 해놓은 곳이 세 군데. 이곳은 모두 확인을 마쳤다.

탐색을 시작한지 3시간이 지난 시간.

거의 반쯤 달성한 그의 임무는 의외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여기가 어디냐?”

그렇다. 길을 잃었다.

지도를 쫙 펴 보고, 접어서도 보고, 360˚로 돌려보아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아무리 봐도 주변의 구조물과 자신의 위치가 매치되지 않는다.

어디서 길을 잘못 든 거지? 특별히 딴 길로 샐 만한 행동은 한 적이 없었는데.

기껏해야 힘들게 수레를 끌고 있는 노인을 발견하곤, 그것을 끌어주다가 3.5km 정도 이동했을 뿐이다.

도무지 길을 잃은 이유를 모르겠다.

현재 위치를 모르니 지도 또한 무용지물이었다.

레반은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

요현 형님에게 연락할까? 그런 생각이 스쳤지만 그는 곧 고개를 저었다. 겨우 이 정도 트러블로 그를 귀찮게 할 순 없었다.

떠올려보자. 어젯밤 가르침 받은 것들 중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을 거다.

­혹시 길을 잘 모르겠으면 주변에 지나다니는 사람에게 물어봐.

레반은 바로 실행에 옮겼다.

마침 옆을 지나가는 중년여성에게 말을 걸어본다.

“잠깐, 실례합니다. 여기가 어디…….”

“종교 안 믿어요.”

레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중년여성은 그 말만 남기고 제 갈 길 가버렸다.

어이없는 상황에 레반은 두 눈만 깜빡거릴 뿐이었다.

그래도 바로 정신을 다 잡으며 다시 지나다니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이번엔 젊은 남성이었다.

“거기! 잠깐 실례…….”

“설문조사할 시간 없어요.”

남성은 조금 전 여성과 마찬가지로 냉담한 반응만 남긴 채 가버렸다.

레반은 이쪽 세상의 가혹함에 새삼 놀랐다. 길 한 번 물어보기도 어려운 세계라니.

그렇다고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 없다.

다시 한 번 요현이 했던 말을 떠올려보자.

지혜로운 의형은 이런 상황까지 예측했는지 추가적인 조언을 덧붙였다.

­혹시 사람들이 네 말을 들어주려하지 않는다면, 그때만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고 다시 길을 물어봐. 그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답해줄 테니까.

­오오! 정말입니까? 그건 대체 무슨 법칙인 겁니까?

­더러운 외모지상주의라는 법칙이다.

“거기 아가씨. 잠시 실례합니다.”

“뭐요. 저 바빠…… 허억!!”

휴대폰만 뚫어져라 바라본 채 지나가려 했던 젊은 여성은 레반의 모습을 힐끗 살피다 기함을 질렀다.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은 레반의 모습은 외국인 미남 배우를 빰칠 수준의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테라는 근육돼지라고 놀리지만, 옷 위로 드러나는 그의 근육은 결코 과하지도 않고 딱 보기 좋을 정도라 그의 매력을 배가 시켰다.

외모로 여성의 시선과 주의를 한 번에 사로잡은 레반은 그녀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물었다.

“혹시 여기가 어디인지 아십니까?”

***

“과연 형님이야. 조언대로 했더니 길을 쉽게 찾았어. 그런데 아까 그 여성분이 전화번호를 적은 쪽지를 주던데, 무슨 의미지? 잘 모르겠으니 형님에게라도 갖다드릴까?”

다시 선글라스와 모자로 외모를 가리고, 길을 물어본 여성에게 받은 쪽지를 주머니에 꽂은 채 레반은 길을 재촉했다.

큰길로 나와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서 내린 뒤 골목으로 들어가 얼마간 걸었을까.

곧 레반은 노인 잡아먹는 늑대 그림이 그려진 간판을 찾을 수 있었다.

틀림없는 스카이피아 카페였다.

“여기군.”

네 번째 가맹점을 찾아낸 레반은 지금까지와 같이 주변 건물들의 사진을 하나하나 찍어갔다.

이제 그것을 요현에게 보내려고 전송버튼을 누르려던 때였다.

“야! 야! 너 뭐야!”

“?”

소리가 들려온 곳을 돌아본 레반이 본 것은 건들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오는 남자의 모습이었다.

이상하게 화려해 보이는 무늬가 있는 반팔 티에 뒷자락이 바닥에 끌리는 바지. 금목걸이와 번쩍거리는 시계를 자랑하듯 차고 있는 3, 40대 가량의 남자다.

“방금 우리 사무소 찍었지? 뭐야, 너? 누구 허락 받고 찍는 거냐고! 어엉?”

레반더러 누구냐고 물어보는 남자.

척 보기엔 위협적인 표정을 짓고 있지만, 레반의 딱밤 한 대면 골로 가버릴 인간이 저러고 있으면 우습기만 할 뿐이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머리를 긁적이며 고민하던 레반이 입을 열었다.

“뭔가 실례되는 짓을 했다면 미안하군. 형님의 심부름을 하는 중이라서.”

“형님? 뭐야, 짭새인 줄 알았더니 다른 조직 놈이였냐? 어느 조직 소속이야?”

“조직? 소속? 그런 건 없다만.”

“뭐야. 완전 빽도 없는 햇병아리잖아.”

별 걱정 없겠다고 판단한 남자는 성큼 레반에게 다가갔다.

그러면서 한손은 주머니에 꽂고, 한손으로 레반의 뺨을 톡톡 두드리며 말한다.

“저 건너편 건물 보이지? 저곳에 아주 무~서운 형님들이 계시거든? 이번만 봐줄 테니 혼나기 싫으면 돌아가라.”

“…….”

레반은 잠시 눈매를 좁혔다.

아무리 눈치가 없더라도 눈앞에 남자가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요현이 사고 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지 않았던가.

살의를 들어낸 것조차 아니니 레반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런가. 거슬리게 했다면 미안하군. 이만 가보겠다.”

뺨을 두드리는 남자의 손을 치워내고 레반은 걸음을 옮겼다.

생각보다 쉽게 꼬리를 내린다고 생각한 남자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떠나가는 레반의 뒷모습에 대고 말했다.

“핫! 덩치만 크지 완전 쫄보네. 네 형님이라는 놈의 수준도 알만하다.”

저벅.

레반의 걸음을 멈춘다.

자신만을 향한 모욕이라면 상관없었다. 그 정도야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다.

하지만 저 놈은 방금 자신의 형님, 요현까지 모욕했다. 그건 자신이 정한 허용선을 아득히 넘어서는 짓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지금 고민하고 있었다.

함부로 누군가를 죽이면 안 된다고 요현이 말버릇처럼 말하지 않았는가.

이쪽의 상식을 배운 지금은 함부로 누군가를 죽였다간 곤란해진다는 걸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긴 골목이지 않은가. 오가는 사람도 없고, 보는 사람도 없다.

그냥 죽여 버리고 모른 척하면 되지 않을까.

레반은 보다 심플한 고민을 반복했다.

죽일까, 말까, 죽일까, 말까, 죽일까, 말까, 죽일까, 말까, 죽일까, 말까…….

대략 5초 정도의 시간 동안 그의 머릿속에선 수십 번의 죽이네 마네 하는 고민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

그가 발걸음을 돌려 조금 전 비아냥대던 남자를 돌아보았다.

“반만 죽이지 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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