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게임 캐릭터가 살아났다!-93화 (93/173)

〈 93화 〉 고인물이란 ­ 4

* * *

오서연은 SoR을 플레이한 적이 있다.

캐릭터 현실 출현 조건은 만족하지 못하긴 했지만, 그래도 제법 즐겁게 플레이하였다.

사대룡은 그녀 또한 알고 있었다.

그냥 알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레이드에 참가하기도 했었다.

당시 게임에서 알게 된 지인의 권유로 인해 레이드에 참가하긴 했지만, 악명 높은 사대룡에 비해 자신의 레벨이 너무 떨어지는 게 아닌가 걱정하기도 했었다.

그런 오서연에게 지인은 괜찮다고 했다.

작은 힘이더라도 분명한 역할이 있다며 그녀를 격려하였다.

그 말에 자신감을 얻은 오서연은 성실히 레이드에 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레이드 시작 2초 만에 캐릭터가 사망했다.

이 미친 드래곤이 나타나자마자 무시무시한 대규모 광역기를 시전 한 것이다.

그 위력은 그저 닿기만 한 것으로 캐릭터가 즉사할 수준이었다.

거기에서 오서연은 지인이 말한 작은 힘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고기방패였다.

상대적으로 전력면에서 떨어지는 사람들을 앞으로 모아 드래곤의 광역기를 일차적으로 막아내는 방패로 써먹은 것이다.

거기에서 배신감을 느낀 오서연은 한동안 인간불신에 걸려 솔플을 즐기기도 했었다.

그런 잊지 못한 추억을 안겨준 드래곤, 흑룡 아그나벨리어스가 다시 나타났다.

게임 캐릭터만이 아닌 현실의 인간도 함께 섞여 있는 공간에 말이다.

“당신 미쳤어요!? 진짜로 미쳤어요!!?”

정신을 차렸을 땐 오서연은 이미 율의 멱살을 마구 흔들고 있었다.

율에 대한 두려움을 품고 있는 그녀였지만, TV 속 하늘에서 흑룡이 등장한 순간 이성이 날아갔다.

세상에, 사대룡이라니!

이게 이벤트에 참가한 사람들을 묻지도 따지도 않고 몰살시킨다는 의미 말고 뭐가 되는가!

“아하하하하!”

흥분한 오서연에 의해 고개가 이리저리 와중에도 율은 즐겁다는 듯 웃고 있었다.

그녀의 이런 반응 또한 서프라이즈의 성공으로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기회를 줬잖아. 현재 시간 기준으로 이미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빠져나갔어. 내가 처음 계획한 것에 비하면 꽤 많이 살아남은 거라고?”

“아직 탈출 못한 사람들도 있잖아요!”

오서연은 TV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거기엔 충격을 먹은 얼굴로 하늘에서 나타난 흑룡을 바라보는 요현 일행이 있었다.

“탈출하고 말고는 본인 선택이야. 실제로 남아서 티켓을 모으던 플레이어들은 흑룡의 출현을 보자마자 티켓을 사용했어. 제 몫을 구하지 못한 캐릭터들이 남게 되지만 그들도 대부분 주인의 생존을 우선시 했지. 어차피 본인들은 죽지 않거든. 글레이그 대륙으로 돌아가 시체가 썩어가듯 천천히 죽어갈 거란 게 다른 거지만.”

“캐릭터들을 버려야 한다는 거예요!? 자기가 아끼고 지키고 싶어 하는 캐릭터들을!?”

오서연의 말은 명확히 요현 일행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영상을 통해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으니 당연했다.

신요현. 그의 사고방식은 답답할 정도로 올곧다.

오서연이 보기에도 서바이벌이나 다름없는 저 세계에선 요현 말은 어린아이의 치기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그의 말은 마음 깊숙이 울렸다.

모두가 이것이 현실이라고 말하면서 누군가에게 빼앗고, 희생시키려 할 때, 그럴 순 없다며 스스로를 굽히지 않고 당당히 말하는 자가 있다.

어찌 그 모습이 빛나 보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오서연은 어느샌가 그 빛이 꺼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마저 생겼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바람을 비웃듯 율은 실실 쪼개며 말한다.

“아무리 올바르고 흔들림 없는 가치관을 가졌다고 해도, 그것을 현실에서 관철시킬 능력이 없다면 그건 추잡스러운 중2병 망상 소설조차 되지 않는다고.”

그렇게 말한 율은 자신의 멱살을 붙잡은 오서연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투웅!

“!?!”

단지 손을 얹었다. 그것뿐이다.

그런데 그 직후에 일어난 일은 오서연의 몸이 허공에서 휘도는 것이었다.

마치 유도의 업어치기를 당한 듯한 움직임이었다.

그런 일이 일어날 만한 힘의 흐름은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말이다.

타악.

공중을 한 바퀴 휘돈 그녀의 몸은 어느새 방석 위에 내려앉아 평온한 자세로 TV를 향해 있었다.

그녀 자신도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냥 닥치고 그냥 TV나 보라는 율의 의도만큼은 알 수 있었다.

실제로 공중을 한 바퀴 휘돈 기묘한 체험으로 오서연은 냉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대신 식은땀에 흠뻑 젖긴 했지만.

“저놈에게 남은 길은 세 개야. 이상을 안은 채 죽던가, 이상을 버리고 남들처럼 살던가, ……그것도 아니면 살아남아서 그 이상을 관철 시키던가.”

후르릅.

도대체 언제 사 온 건지도 모를 커피를 마시며 율 또한 TV 화면에 시선을 옮겼다.

“뭐, 저놈이 고인물인 이상 뭘 고르려 할지는 뻔하지만.”

“……?”

오서연은 율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여기서 뜬금없이 고인물이 왜 튀어나온단 말인가?

“그거 반쯤 욕으로 쓰는 말 아닌가요? 반쯤은 한 분야에 지겹도록 파고든 사람을 말한다곤 하지만 전체적으로 그리 좋은 의미는 아닐 텐데요?”

“뭐, 그거야 이쪽 세상 사람들의 시점이지. 아예 다른 의미로 해석하는 녀석들도 있거든.”

“……??”

더욱 영문을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런 오서연에게 율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게임 캐릭터들이 말하는 고인물은 어떤 의미인지 가르쳐줄까?”

***

상공에 흑룡이 출현했다.

처음엔 시간마저 얼어붙은 것처럼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한 채 녀석을 바라보았다.

내가 잘못 본 거라고 믿고 싶었다.

설마 여기서 사대룡이 출현한다니, 파워 밸런스가 기울어지다 못해 아예 붕괴해버리는 짓거리가 아닌가.

하지만 아무리 눈을 비비고 다시 떠도 녀석의 모습은 사라지지 않았다.

거리가 멀긴 하지만, 덩치로 따지면 암글라드보다 더한 녀석이기에 확실히 구분 할 수 있었다.

틀림없는 흑룡이다.

오만하게 세상을 내려다보듯, 한동안 소용돌이치는 구름 아래에서 날고 있던 그놈은 이내 행동을 시작했다.

흑룡의 몸을 뒤덮을 듯 거대하면서도 칼날같이 날카로운 날개가 빛이 나기 시작한다.

놈의 검은 몸체에 어울리지 않게 순백색으로 빛나는 날개.

그것이 뭔지 알아본 내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레반! 레테라!”

““네!!””

그들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본 모양이다. 심각하게 굳은 표정으로 내 곁에 섰다.

달아나기엔 늦었다.

저 흑룡의 날개가 향하는 방향에는 정확히 우리가 있었다.

그렇기에 막아야 한다.

“웨폰 체인지, ‘화룡의 수호방패’!! 아이템 지정, ‘프로텍터의 스크롤’!! 소환!!”

열기와 불에 관련된 공격을 100% 차단한다는 화룡의 수호방패.

그리고 중급 방어 마법이 기록된 프로텍터의 스크롤.

아쉽게도 가지고 있는 스크롤 중 가장 방어 능력이 뛰어난 건 이 스크롤이 유일했다.

레반이 몸을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방패로 앞을 가로막았고, 충격에서 그의 몸을 지탱하기 위해 레테라가 뒤를 받쳤으며, 방패가 지키는 영역 안에 웅크리고 숨은 내가 프로텍터의 스크롤을 찢어 마법을 발현했다.

동시에 흑룡 쪽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순백색으로 빛나던 날개를 크게 펄럭이자 그곳으로부터 강력한 에너지가 지상으로 쏟아졌다.

그것은 흑룡 레이드에서 시작하자마자 레이드 참가 유저의 절반 이상을 날려버린다는 최악의 광역기.

­『죽음의 날개』

첫 번째로 닿은 것은 빛이었다.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열기를 품은 빛이 닿는 모든 것을 불살라버리며 퍼져나간다.

스크롤을 찢으며 생긴 반투명한 벽이 그것에 닿고 유리조각처럼 깨져버렸다.

열기는 그대로 레반이 든 방패에 닿았다.

열기와 방패가 부딪치고, 레반이 밀려나지 않게 온 몸의 힘을 쥐어짜 내 버텼으며, 레테라가 보조한다.

화룡의 수호방패는 방패가 막는 일정 영역을 완벽히 수호하는 아이템이다.

마치 작은 돔이 생긴 듯이 흉포한 빛살은 우리가 있는 자리를 지나치며 사방으로 뻗어갔다.

이것으로 열기를 품은 빛은 막았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전초전에 불과했다.

진짜는 빛 다음에 찾아오는 후폭풍.

소리조차 없이 그 모든 건 일어났다.

마치 핵폭탄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지상에 그나마 형태를 유지하고 있던 건물을 집어삼킨 그것이 우리를 덮친다.

!!!!!!!!!!!!!!!!!!!!!!

“크아아아아아아아악!!!!!”

레반이 악에 받친 함성을 지르며 어떻게든 폭풍을 견디려 애썼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빈약한 내 눈높이로는 거의 파악할 수 없었다.

거대한 격류 안에 갇힌 것처럼 주변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레반과 레테라가 긴 고랑을 남기며 뒤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파직, 파직 거리며 화룡의 수호 방패에 균열이 가는 게 보인다.

우리를 지키던 돔 같은 무언가의 형체가 일그러지기 시작했고, 찜질방 안에 갇힌 것처럼 열기가 확 올라오는 걸 느꼈다.

“제발 버텨!!”

내 힘으론 도움도 안 될 테지만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거의 3m 이상을 밀려난 레반과 레테라의 등에 손을 대며 온 힘을 다해 밀었다.

그러자 두 사람이 밀려나는 게 멈추었다.

내 조력이 힘이 되었다기보단 등 뒤에 지켜야 할 게 있다는 게 그들의 의지를 더욱 불태운 모양이다.

그렇게 잠시간은 버티는가 싶었지만, 이번엔 도구가 그들의 의지를 따라와 주지 않았다.

화룡의 수호 방패가 거의 박살나기 직전이었다.

‘젠장! 이 방패보다 더 열기차단에 좋은 방패는 없는데!’

하지만 이대로 있다간 우리 셋 모두 죽을 판이다.

되든 안 되든 다른 방패를 꺼내 버티려던 때였다.

방패를 교환하기보다 먼저, 견디지 못한 방패가 부서져 나가기보다 먼저 익숙한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자비로운 천신이여, 위기에 처한 이들을 보호하소서! 성스러운 자의 방벽!!”

“……!!”

새로운 방어막이 나타나 우리를 지켰다.

프로텍터 마법과는 다른, 그보다 더 견고하고 온화한 빛을 품은 방어막이었다.

조금 전까지 느끼지 못했던 인기척을 느끼고 옆을 돌아본다.

사제복에 분홍빛 머리칼을 가진 여성이 손을 내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티!”

그녀는 분명 내가 보내줬을 터인 하티였다.

저 정신 나간 열기를 뚫고 여기까지 다가온 것일까.

옷 여기저기가 그을려 있는 그녀는 내 말에 대답할 여유도 없는지 방어막을 유지에 온 힘을 쏟아 붓고 있었다.

…………!!!!!!!!!!

그러는 사이에 어느덧 열기의 폭풍이 약해졌다.

위험이 완전히 지나갔을 쯤에야 하티는 방어막을 거두었고, 레반, 레테라와 함께 지친 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나는 고개를 들어 흑룡을 살펴보았다.

흑룡은 희미한 점으로 겨우 보일 정도로 먼 곳을 날고 있었다.

공격을 그만두고 물러난 게 아니다.

녀석의 끔찍한 광역기, 죽음의 날개는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신월시 일대를 돌면서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마치 이곳을 한 바퀴 돌며 청소라도 하는 것처럼.

아니, 실제로 저놈의 역할은 청소부와 다를 거 없지 않을까.

저런 식으로 이쪽 세계에 남아 있는 자들을 전부 쓸어버리려는 것이다. 그게 플레이어건, 캐릭터건, 몬스터건 할 것 없이.

흑룡이 신월시 전체를 선회하고 돌아온다고 했을 때, 우리가 있는 곳까지 돌아오려면 앞으로 몇 분가량의 여유가 있었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하티에게 물었다.

“왜 돌아온 거야? 물론 덕분에 살아서 고맙지만, 그래도 티켓을 얻었잖아? 탈출한 게 아니었어?”

하티는 가쁜 숨을 몰아쉬더니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손에 쥐어져 있는 건 다름 아닌 내가 건네준 티켓이었다.

“하아! 하아! ……도, 돌려주러 왔어요.”

“뭐? 어째서!?”

티켓을 건네준 내가 할 소리는 아니긴 한데,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기껏 살아서 돌아가게 해줬는데 그걸 차버리며 티켓을 돌려주려 돌아오다니?

레반과 레테라도 의외였는지 숨을 몰아쉬면서도 의외라는 시선을 그녀에게 던지고 있었다.

그러자 하티는 오히려 원망스럽다는 듯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이 너무 좋은 사람이니까 그렇죠!!”

“뭐, 뭐라고?”

뜻밖의 말에 내가 당황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티가 불만을 드러내듯 말을 쏟아내었다.

“아무리 물러 터져도 그렇지, 어떻게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거냐고요! 이렇게 도움 받아놓고 어떻게 그냥 돌아가요! 저더러 주인님에게 ‘당신에게 돌아오기 위해 절 위해 목숨을 건 사람을 못 본 척하고 돌아왔습니다’라고 말하길 바라세요!? 주인님은 저에게 엄청 실망하실 거라구요!! 그런 꼴을 볼 바엔 차라리 여기에서 죽고 말죠!!”

숨이 차오르는지 잠시 호흡을 다스리던 하티는 곧 아까보다 한껏 침착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하아! 하아! ……처음엔 그냥 티켓을 뜯고 돌아가려고 했어요. 하지만 흑룡이 출현하는 모습을 보고 당신들이 100% 죽을 거라고 확신했죠. 이런 찜찜한 기분으로 주인님 곁에 서는 건 죽어도 싫어요.”

그렇게 말한 하티는 어서 받으라는 듯 티켓을 쭉 내밀었다.

“빨리 받으세요. 어차피 이 이벤트에 저 혼자 참가한 몸. 이제부터라도 스스로 해결하겠어요.”

“거절한다.”

“……뭐라고요?”

내 고민조차 없는 거절에 하티의 고운 인상이 무너져 순수한 분노를 드러냈다.

“장난치지 말고 받아요. 저 진짜 각오했다고요.”

“그럼 그 각오 집어 놔. 안 받을 거니까.”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저 여기 목숨 걸고 온 거거든요! 목숨 걸고 폼잡아보려는 건데 좀 받아주면 어디 덧나요!?”

“너만 목숨 걸었냐! 나도, 레반도, 레테라도 다 목숨 걸고 이 자리를 사수하고 있는 거거든!! 저 둘은 나를 이곳에 남기기 싫고, 나는 저 둘을 남기기 싫단 말이야!! 근데 거기서 내가 끼어들고 난리야!? 덕분에 더 복잡해졌잖아!!”

“아, 진짜!! 이 사람 바보죠!? 당신들 주인 바보 맞죠!!?”

평소 나를 향한 모욕적인 언사는 그냥 넘어가지 않는 레반과 레테라였지만, 이번만큼은 변호해줄 거리가 없는지 말을 아꼈다.

하티는 답답한 마음에 하늘을 가리켰다.

흑룡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아직도 위협적으로 땅을 울리는 진동과 소음이 녀석이 파괴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흑룡이 지금 날뛰고 있다구요! 아까 일격 받아내면서 확실하게 느꼈죠!? 녀석의 공격은 모든 몬스터는 물론 티켓마저 불태워버릴 정도였어요! 남아 있을 리가 없잖아요! 당신들이 얻을 수 있는 티켓은 이게 유일해요! 가져가요!”

“율, 그 새끼가 개새끼이긴 해도 멍청한 새낀 아니거든?! 플레이어의 의도와 상관없는 사고로 티켓이 손실되는 사태를 방관했을 리 없어! 분명 어딘가에 티켓은 남았다고!”

“설령 그렇다고 해도 이 넓은 도시에서 어떻게 티켓을 찾을 건데요! 몬스터도 티켓만 남기고 사라졌을 테니 완전히 사막에서 바늘 찾기잖아요! 티켓을 찾기 전에 하늘을 선회하고 돌아온 흑룡이 공격해올 거라고요!!”

“지하로 숨으면 돼! 방공호처럼 흑룡의 죽음의 날개를 막아줄 거야!”

“그게 말이 돼요!?”

“그게 왜 말이 안 돼!? 저 샌드 웜은 멀쩡한 거 안 보이냐! 이 도시의 지하는 던전이라고 해도 될 만큼은 쓸데없이 크다고! 그곳에 숨으면 틀림없이……. ……응?”

말싸움을 이어가던 나는 도중에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무심코 가리켰던 방향을 바라보았다.

샌드웜.

사막의 모래에 파고 들어가 먹이를 사냥한다고 하는 거대한 몬스터.

첫 번째 웨이브 때 녀석을 본 적이 있었다.

샌드웜은 웨이브가 이어지는 내내 본래 습성대로 땅속에 파고 들어가 숨었는지 아직까지 남아 있었다.

그러다 죽음의 날개로 인한 지상의 엄청난 변화를 느끼고 깜짝 놀라 기어 나온 것이리라.

건물에 맞먹는 녀석의 거대한 몸체가 놀란 듯 꿈틀거리는 게 보인다.

“형님?”

“왜 그러세요, 오라버니?”

강하긴 하지만 겨우 샌드웜이다.

흑룡에 비하면 말 그대로 지렁이나 다름없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도 단순히 땅 속에 숨는 습성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샌드웜에게 눈을 떼지 못하는 나를 레반과 레테라, 그리고 하티마저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샌드웜을 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황금빛 아우라.”

“네?”

“황금빛 아우라라고!! 아직 남아 있었어!!”

율의 룰 변경으로 인해 티켓을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던 몬스터.

그 특징으로 내 눈에만 보이는 황금빛 아우라가 선명하게 샌드웜의 몸체를 감싸고 있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