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화 〉 리벤지 4
* * *
콰아앙!!!
아무것도 없는 땅 위에 선명한 발자국이 새겨졌다.
콰아아앙!!!
나무 하나가 파열하듯 터져나간다.
너무 산산이 흩어져 나간 나머지 가장 큰 파편조차 나무젓가락 크기밖에 되지 않는다.
콰아아앙!!!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앙!!!!
지진이라도 난 듯 산이 흔들리고, 그곳에 사는 동물들은 흉포한 기세에 겁을 먹고 일찌감치 피신한 뒤였다.
해가 진 시간대이기 때문에 산 안에는 다행히 사람이 없었다.
산 밖에 있는 사람들은 어딘가에서 공사라도 하나 두리번거렸고, 어린아이들은 대낮에 불꽃놀이라도 하는 건가 하며 빛을 찾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수없이 공방이 오간다.
피하고 흘리고 막고 반격하는 끝없는 공방.
얼마나 일격을 주고받은 건지 레반이나 레아나 상처투성이였다.
하지만 레반 쪽이 좀 더 상처가 많고, 깊었다.
‘역시 아직은 좀 밀리는 건가.’
공방을 주고받는 동안 몇 번의 유효타를 먹인 레반이었지만, 여전히 레아의 힘이 우위에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 차이는 여전히 멀었다.
그럼에도 겉으로만 보면 서로 비등해 보일 정도의 싸움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 녀석, 뭔가…….’
레반은 그 원인을 레아의 움직임에서 찾았다.
뭔가 지난번 싸웠을 때와는 다른 위화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내기엔 생각의 여유가 부족하고 주먹은 가까웠다.
지금은 눈앞에서 닥쳐오는 공격에 대응하는 게 먼저였다.
교차하는 주먹.
레반의 것은 아슬아슬하게 레아의 뺨과 어깨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레아의 것은 레반의 얼굴에 정통으로 꽂혔다.
한순간 경직되는 듯했던 레반이지만 그것은 다음 공격을 위한 힘 모으기에 불과했다.
퍼어어억!!!
레반의 무릎이 레아를 향해 솟구친다.
하지만 레아의 행동은 한 수 앞서 있었다.
미리 다리를 뻗고 있던 그녀가 아래서 솟구치는 무릎을 밟고 몸을 띄운다.
그 기세 그대로 반대편 발을 휘둘러 레반의 턱을 가격한다.
하지만 레반은 공격에 대해 그저 맞지도 피하지도 않았다.
이마를 내리쳐 차올려지는 발과 맞부딪친다,
콰아아아악!!!
사람의 신체끼리 부딪친 거라곤 생각할 수 없는 울림이었다.
레반의 이마가 찢어져 피가 솟구쳤지만, 가격에 순간 발에 가해진 충격에서도 레아는 자유롭지 못했다.
방금 전 충격을 공중에 띄워 올린 육체의 균형이 흐트러진 것이다.
이마로 패링과 비슷한 효과를 낸 셈이다.
퍼어어어어어억!!!!
공중에서 발이 묶여버린 레아를 레반이 놓칠 리가 없었다.
골을 울리는 충격을 뒤로하며 주먹을 내질렀고, 팔과 다리를 끌어 모아 가까스로 일격을 막은 레아가 뒤로 날아갔다.
그녀가 날아간 자리는 한쪽이 깎여 나간 모자 바위가 있는 곳이었다.
산을 돌고 돌다가 처음 맞붙었던 장소까지 돌아와 버렸다.
콰가각!!!
바위 위에 자신의 발자국을 선명히 남기며 레아는 날아오던 것과 두 배로 빠른 스피드로 레반에게 달려들었다.
뒤늦게 머리에 남은 충격을 해소하며 고개를 털고 있던 레반이 반응한다.
퍼어어어억!!!
빠르게 레반의 측면으로 날아든 레아가 팔꿈치로 그의 옆구리를 찌른다.
으직으직 거리는 위험한 소리가 선명하게 울렸지만 레반은 억지로 무시한 채 레아의 정수리로 팔꿈치를 내려찍었다. 그러나 레아는 이미 자리를 벗어난 뒤였다.
레반이 놓치지 않고 자신의 몸 주위를 돌아가는 레아를 쫓아 몸을 돌린다. 어느새 반대편으로 이동해 주먹을 휘두르는 레아의 주먹을 붙잡았다.
덥썩!!
주먹을 정면으로 붙잡음과 동시에 몸을 돌리던 힘 그대로 레반이 반대편 주먹을 내질렀다.
그것을 이번엔 레아가 붙잡는다.
서로가 서로의 주먹을 붙잡은 상황.
그 직후 이어진 건 당연하게도 박치기였다.
콰아아아아앙!!!!
레반과 레아의 이마가 부딪치며 그 충격은 그들이 서 있는 지대 위까지 퍼졌다.
두 주먹과 이마.
두 사람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동안 바닥은 거미줄처럼 쩍쩍 갈라져 갔고, 그런 땅 위에 선 그들은 피 흘리는 이마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사납게 노려보았다.
그러던 중 레반이 히죽 입꼬리를 올렸다.
“어이, 왜 그래? 내가 레벨 업한걸 고려해도, 지난번보다 움직임이 둔한 것 같은데?”
“글쎄. 너 같은 허접 상대하기 적당한 수준으로 놀아주는 건데?”
“꼭 질 새끼가 그런 식으로 말하지.”
“이겨 본 적도 없는 새끼가 그런 식으로 센 척하고.”
쿠그그그그……!!!!
대치가 길어질수록 그들이 선 지대의 모습은 점차 엉망이 되었다.
힘겨루기의 여파로 땅이 흔들릴 지경이며, 이미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그들의 다리는 종아리까지 땅속에 파묻혀 있었다.
그러던 중 레아가 말했다.
“야, 한 가지만 묻자.”
“뭔데?”
“오늘 무슨 일이 있었냐?”
“……?”
의도를 알 수 없는 질문에 레반은 의아해했다.
말로 빈틈을 만들어내려는 수작일 수 있다는 생각에 몸이 긴장을 높였다.
하지만 그럴 생각은 아닌 듯 레아는 별 다른 술수 없이 말을 이어갔다.
“전혀 본의는 아닌데 말이야, 터가 좋아서 자리 잡은 이곳에서는 늬들이 사는 집까지 보이거든. 그러다 정말 우연히 봤는데, 오늘 집으로 돌아온 네놈들 몰골이 말이 아니더라고. 네놈들이나, 그 망할 아버지나.”
망할 아버지.
레아가 그렇게 언급하는 건 오직 요현뿐이다.
그리고 그 말을 내뱉었을 때 맞닿은 레아의 주먹에서 일어난 미세한 떨림을 레반은 놓치지 않았다.
“네놈들이 어찌 되건 알 바 아니지만, 그런 웃기는 꼴로 돌아온 모습을 보니 솔직히 궁금해지잖아. 무슨 일이 있던 건데?”
‘이 녀석…….’
신경 쓰이는 건가?
요현과 그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까칠하게 굴긴 해도 역시 그의 캐릭터라는 걸까.
레반이 느꼈던 위화감에 정체가 이것이었다.
요현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걸 알자 싸움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레아 자체는 짜증나긴 하지만 그녀의 이런 태도만큼은 싫지 않았다.
조금쯤은 알려줘도 괜찮겠지라고 생각한 레반은 몸에 힘을 풀지 않은 채 그녀의 질문에 답했다.
“이벤트가 있었다. 우릴 이쪽 세상에 오게 만든 장본인이 벌인 정신 나간 이벤트지.”
“네가 레벨 업 한 것도 그것 때문이냐?”
“그래. 별의별 몬스터가 튀어나오더군. 샌드웜, 헬데트, 암글라드, 마지막엔 흑룡까지.”
“흑룡!? 사대룡이 거기서 왜 튀어나와!?!”
아무리 레아라도 사대룡의 출현까지는 그냥 넘길 수는 없던 모양이다.
요현이 정성 들여 키운 이상 그녀도 한 번 쯤은 사대룡에게 도전해 봤을 것이다.
그 위험성은 분명 피부로 실감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망할 아버지는? 어떻게 된 거야?”
집으로 돌아올 당시 요현의 몰골은 엉망이었지만 크나큰 피로를 제외하면 어딘가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먼 거리에서 지켜본 레아로서는 엉망이 된 겉모습만 보일 뿐, 그 안쪽 상태까지 파악하긴 힘들었다.
심지어 요현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쓰러지기까지 했다.
그것은 피로 탓이지만, 그런 사정을 알지 못하고 그 광경을 목격한 레아로서는 혹시 큰 상처를 입은 게 아닐까 생각될 만했다.
주먹에서 전해지는 미세한 떨림은 아마 그 탓일 테지.
거기서 레반은 고민했다.
‘어떻게 할까?’
알려주는 건 쉽다.
그냥 피곤했을 뿐이고, 지금은 집에서 푹 자며 쉬고 있다고.
하지만 그것마저 알려주기엔 레아에 대한 감정이 좋지 못하다.
속마음을 전부 숨기지 못할 정도로 걱정된다면 직접 찾아와서 확인하면 될 것을, 이렇게 고집 피우는 모습도 그리 좋게 보이지 않고.
“……사실은 좀 심각하다.”
그래서 레반은 심술을 부리기로 했다.
요현에게 반항하며 집 나간 녀석에게 걱정 좀 해보라는 듯, 일부러 심각한 표정을 지은 그가 요현의 몸 상태를 날조한다.
“몬스터의 일격이 살가죽을 뚫고 내장까지 닿았어. 포션은 바닥나서 쓰지도 못하지. 할 수 있는 거라곤 집에서 요양하며 치료하는 거지만, 이미 의식이 혼미해져서 어떻게 될지…….”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는 레반이었지만, 그의 시선은 계속 레아의 표정을 쫓고 있었다.
주륵…….
레반과 맞대고 있던 레아의 이마가 피에 미끄러진다.
아래를 향해 고개를 떨구는 레아의 모습에선 조금 전과 같은 힘은 느껴지지 않았다.
맞닿은 주먹에서 전해지는 떨림임 미세함을 넘어 선명히 느껴질 만큼 강해져 있었다.
레반의 말에 충격을 먹은 것이리라.
참으로 고소하다고 느끼며 레반은 속으로 히죽거렸다.
말해두지만 그렇다고 레반이 방심한 건 아니었다.
그 지경이 될 때까지 뭘 했냐며 레아가 분노하는 상황 정도는 상정해두었다.
다만 상정하지 못한 건, 그 분노의 강도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정신을 차렸을 때 레반은 이미 날아가고 있었다.
레아가 한 일은 별거 아니었다.
그저 맞닿고 있던 주먹째로 레반을 집어던진 것뿐이다.
그것만으로 조금 전에 힘겨루기로 유지되던 균형이 한낱 장난이었던 것처럼 가볍게 무너져버렸다.
무너지려는 벽을 두 손으로 밀려 막고 있었는데, 그 벽 너머에서 대형 트럭이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어 자신을 치고 지나간 듯한 충격이었다.
갑자기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레아의 힘에서 도저히 수를 쓸 수가 없었다.
정면에서 힘으로 압도당해 뒤로 날아간 레반은 모자 바위를 부수고, 그 너머에 나무들 부쉈으며, 그러고도 힘이 해소되지 않아 절벽에 부딪히고 나서야 겨우 멈춰 설 수 있었다.
화강암 재질의 벽에 반쯤 파묻힌 레반은 자신이 어디로 날아왔는지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아까 모자 바위 한쪽 편에 보였던 절벽이리라.
수풀로 뒤덮인 경사 사이에서 짱구머리처럼 툭 튀어나온 암반이 있던 걸로 기억한다.
레반이 부딪친 절벽은 그것이었다.
그렇다는 얘긴 대략 200m 이상을 레아의 힘에 밀려 날아왔다는 소리가 된다.
‘아니, 그건 순수한 근력이 아니었어.’
원체 강력한 힘에 기량 특유의 날카로움을 섞어 순간적으로 레반도 감당 못 할 폭발적인 파괴력을 낸 것이었다.
근력과 기량이 조합하면 이런 것도 가능한 건가 놀라고 있을 때였다.
하늘에서 레반을 향해 쏘아지는 검은 점 하나를 포착했다.
레반은 서둘러 절벽에 박힌 몸을 빼내 그곳에서 벗어났고, 아슬아슬하게 공중을 도약해서 날아온 레아의 발이 그곳에 꽂힌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레반이 박혀 있던 짱구머리 암반이 단 한 점에서 가해진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스무 조각으로 나뉘며 무너져 내렸다.
그런 무너지는 암반 사이에서 내려선 레아는 먼저 몸을 피해 바닥으로 내려온 레반을 돌아보았다.
“내가 화가 나는 이유는 세 가지야.”
쿠구구궁……!!!
무너져 내리는 암반 사이를 지나며 레아가 레반에게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마구잡이로 떨어지는 암반이었지만 어느 것 하나 레아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배짱을 보이진 못했다.
무생물이 그녀의 분노에 겁을 먹기라도 한 것처럼.
“하나는 아버지가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주제에 여기로 와서 시시하게 노닥거리는 있는 네놈의 작태.”
화가 났다는 말과 달리 레아에게는 표정이 없었다.
아무런 감정이 없는 인형처럼 차가운 표정이었다.
“다른 하나는 제 몸 하나 돌보지 못하고 위험한 곳에 갔다가 다쳐서 돌아온 망할 아버지.”
하지만 그건 그녀가 일부러 유지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아마 어떤 표정으로도 지금 이글거리는 그녀의 감정을 담아내지 못할 테니, 얼굴 근육이 그녀의 감정대로 움직이는 것을 그만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그 지경이 될 때 옆에 없었던 나 자신. 전부 머리가 익어버릴 정도 화가 나.”
“……후우.”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레반은 한숨을 쉬었다.
그대로 거친 흙바닥에 주저앉고 중얼거린다.
“김새버렸네.”
뭐라고 중얼거리든 그냥 넘어갈 줄 생각이 없는 듯, 레아는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기세와 함께 레반에게로 쏘아진 순간이었다.
“뻥이다.”
파아아아아아앙!!!!
주저앉은 레반을 때려눕히려던 주먹이 도중에 멈춘다.
그것만으로도 공기가 터져나가고, 강렬한 풍압이 일어나며 레반의 머리카락을 올백머리로 만들었다.
“……뭐라고?”
한 치의 차이를 두고 주먹을 멈춘 레아가 한쪽 눈썹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다 뻥이라고. 너 골려주려고 일부러 거짓말했다. 정말 형님의 상태가 심각했으면 내가 여기 왔겠냐? 형님을 치유하면서 주변에 접근하는 건 개미 새끼 하나 놔두지 않고 처단하겠지.”
당연한 게 아니겠냐는 듯 레반은 어깨를 으쓱거렸고, 자신이 속았다는 걸 안 레아의 눈매 끝이 파르르 떨려왔다.
“너…….”
“설마 이렇게 감쪽같이 속아 넘어갈 줄 몰랐지. 그렇게 진지하게 반응하면 오히려 내가 뻘쭘 해지잖아.”
콰아아아아아앙!!!!
말 끝나기 무섭게 도중에 멈췄던 레아의 주먹이 레반을 향해 휘둘러졌다.
하지만 레반은 이미 몸을 빼낸 뒤였다.
그는 백 텀블링을 하듯 뒤로 몸을 날려 레아와 거리를 벌렸지만, 더 이상 맞설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손만을 흔들었다.
“난 가련다.”
“뭐, 이 새끼야?”
“김 다 빠졌어. 형님 없으면 죽고는 못 사는 녀석이라는 걸 알았거든. 그런 녀석과 싸우려니 지금 이게 뭔 짓인가 회의감만 들더라. 어차피 테스트라는 목적도 달성했고, 이만 간다.”
속은 줄도 모르고 진지하고 낯간지러운 소리를 내뱉었다는 사실에 수치심이 머리끝까지 차오른 레아가 사납게 그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애써 태연한 척 입꼬리를 올리며 레반을 도발했다.
“솔직히 말하지 그래? 내 진짜 힘에 쫀 거잖아.”
“응. 어. 그래. 쫄았어. 쫄았으니 난 도망간다.”
이젠 정말 아무래도 좋다는 듯 성의 없게 말하며 떠나려는 레반의 언동이 오히려 레아를 더욱 자극했다.
당장 저놈을 붙잡아 얼굴의 크기가 두 배가 될 때까지 두들겨 팰 생각으로 양 주먹을 말아 쥐고 있으려니, 그 기색을 눈치 챈 레반이 슬그머니 말을 돌렸다.
“그리고 너에게 한 가지 충고를 해주마.”
“뭐?”
“책에서 들은 말인데, 요즘 세상에 츤데레는 안 통해. 주변 사람들이 답답해 뒤지려고 하거든.”
레아는 츤데레라는 단어를 모른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무척 불쾌하게 다가왔다.
반사적으로 주변에 굴러다니는 암반 덩어리를 걷어차 레반에게 날릴 정도로.
콰아아아앙!!!
당연히 암반 덩어리는 애꿎은 나무만을 부숴나갔고, 그 틈에 레반은 도망치듯 몸을 날렸다.
그 뒤를 레아가 바짝 쫓으며 외쳤다.
“야, 이 새꺄!! 당장 안 와!?”
“너 같으면 가겠냐? 아 참. 오늘 형님이 갑자기 부자가 되어서 말이야. 언젠가 너랑 같이 소고기 먹으러 가고 싶어 말하던데, 생각 있으면 와라.”
“오냐, 네 모가지를 따다가 네 제사상 앞에서 먹어주마!!”
진짜 모가지를 따버릴 생각인 듯 흉포한 살기를 뿜어내며 쫓아오는 레아를 피해 레반은 그대로 산을 이리저리 질주해 나갔다.
***
어제 저녁 성월시 인근 야산에서 원인 모를 폭발과 산사태가 벌어지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경찰은 인근 주민의 목격 정보를 통해 그날 산속에서 들려왔다는 성난 여자의 목소리에 단서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약 1200평가량의 땅이 초토화된 모습을 보고 혹시 테러가 아닌가 하는 관측도…….
“레반. 일단 대가리 박아.”
자그마치 16시간 동안의 숙면 후 일어난 요현 TV에서 나오는 뉴스를 보며 처음으로 내뱉은 소리였다.
‘나 사고 쳤어요’라고 광고하듯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던 레반은 두말 않고 머리를 바닥에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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