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36화 (36/224)

00036 #2 - 내 부하는 두려움을 모른다 =========================

#2 - 내 부하는 두려움을 모른다(11)

[안전지대에서의 대기시간 30초가 경과했습니다.]

[로그아웃 완료]

[미궁세계의 접속을 해제합니다.]

현실과 게임의 시간 비는 1 대 10.

사채업자 바르돈이 계획을 발동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이틀. 게임에서 48시간이라면 현실에서 머무를 여유는 4.8시간이다.

나는 이 기회에 로그아웃을 하고 미궁세계 사이트의 정보게시판을 열람하였다.

‘식사나 운동, 수면은 필요 없다.’

5세대 VR게임 전용의 최상급의 단말기.

이걸 사용하면 식사나 운동, 수면은 전부 자동적으로 해결된다.

영양팩과 운동팩, 생체팩만 제때 기기에 투입시켜주면 한 달 간은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게임만 할 수 있다.

‘그래도 정보만은 현실에서 얻어야 하지.’

게이머들은 높은 확률로 정체를 감추고 활동한다.

PK를 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게임 바깥에서 자신의 신원을 특정할만한 정보를 전부 제외한 뒤에야 정보공유나 자기자랑 따위가 종종 이루어진다.

더러는 스스로를 자랑하기에 급급하지만, 어떤 별종들은 도시의 유력 게이머 후보군을 짚기도 한다.

자신은 할 수 없는 일을 태연하게 해내는 뛰어난 실력의 게이머들을 향한 동경과 시기, 질투 따위가 섞여 남의 정보를 분석하고 정리해서 올리는 거다.

“역시 있는가.”

[미궁도시 브람 유력 게이머 리스트]

-작성자 글로리아

-추천 3296회, 비추천 13회

-본문

브람 시는 여타의 미궁도시들에 비해서 어느 한 방면에 균형이 치우치지 않았기에 무법도시 다음으로 많은 컨텐트를 즐길 수 있다.

랭커들은 자신의 성향에 특화된 도시를 택했기에 브람에서 활동하는 자는 거의 없다시피 하나, 경쟁자를 피하겠다는 목적으로 선택한 게이머들도 존재하는 모양이다.

현재 모험가 길드를 통해서 확인한 구 미궁도시의 랭커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Rank 10. 스타인 경

추정 클래스 : 검사

추정 공략진도 : B4층

추정 파티원 현황 : 창술사(Lancer), 도끼술사(Marauder)

Rank 35. 마그누스

추정 클래스 : 마법사(2클래스)

추정 공략진도 : B3층

추정 파티원 현황 : 수호자(Guardian), 검사(Swordman)

Rank 77. 천마

추정 클래스 : 격투가

추정 공략진도 : B3층

추정 파티원 현황 : 없음

주목할만한 100위 권 이내의 랭커는 이 셋이었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죄다 미궁공략 삼매경 중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게이머 중에서 최초로 특정 층에 도달하면 탐사보너스가 주어지고, 최초로 특정 몬스터를 사살하면 사살보너스가 주어진다.

미궁 안에 널린 최초보너스의 숫자와 종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이 있다.

‘그까짓 것 얻어봤자 별 쓸모도 없는데.’

나야 맘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

초기에는 어차피 저런 전투계열 게이머들이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내가 카이사르를 닦달해서 들어가 봤자 길 찾기도 못하고 헤매다가 간신히 밖에 나올 뿐이다. 무리를 하면 B5층 공략을 시도할 수는 있어도 시간소모가 상당하겠지.

‘지금은 마음껏 즐겨라.’

놈들이 최초보너스에 힘입어 강해져봤자 결국 동기화 비율에 따른 전력감소가 있는 한, 게이머로서의 한계는 분명하게 존재한다.

반면에 내게는 하수인 카이사르가 있다.

미궁도시에서 착실하게 키운 저력을 바탕으로 무섭게 치고 내려가 미궁공략에 성공한다면, 그 때부터는 최초보너스 또한 나의 것이 된다.

‘최초보너스는 게이머 본인뿐만 아니라 초기에 시트지를 작성한 하수인에게도 적용되지.’

이전 미궁세계에서는 NPC를 성장시키는 데 적잖은 시간을 소모했었기에 심층지대 직전에서나 최초보너스를 얻고 이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카이사르는 이미 완성된 전사나 다름없고, 길안내 셔틀 역할을 할 레이브만 빼면 암살자인 리나도 적잖이 강력하다.

‘훨씬 더 빠르게 본격적인 미궁공략이 가능해진다.’

그것도 미궁 하층부가 아닌 중층부에서 최초보너스를 노릴 수 있을 정도로!

이번만큼은 다르다.

보육원장 소리나 들으면서 미궁도시에서 애 키우기 시뮬레이션 게임이나 즐기라는 빈정거림을 듣지 않아도 된다.

‘개자식들. 카이사르와 마주하는 순간이 네놈들의 마지막이다.’

다행히도 내 정체가 발각되지는 않았다.

Rank 97. 로드리어스 엘드리고.

그 이름을 이어받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대부분의 랭커와 적대관계이다.

지상에서의 수많은 이권을 차지하며 반 강제적으로 내 영향력을 높이고 그들의 영향력을 낮췄다.

정체가 발각당한다면 미궁도시 브람 시에 존재하는 세 명의 랭커 스타인 경과 마그누스, 천마가 단숨에 이번 플레이의 강적으로 돌변한다.

‘언젠가는 죽인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안 된다.’

나와 달리 다른 랭커들은 자신의 전력을 상승시키는데 모든 CP를 집중투입했다.

단순한 스펙만으로는 카이사르와 비등하거나 그 이상이다.

아무리 NPC의 전투력이 동급의 게이머보다 강하다고 해도 CP값 자체가 벌어지면 이미 동급이라고 분류할 수도 없다.

당분간 랭커들에 대한 일은 잊어야 한다.

또한 지금까지처럼 내가 게이머라는 사실을 숨겨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정체가 발각당하면 집중견제를 받는다.

‘놈들과의 결판을 짓는 건 미궁 중층부에서 최초보너스를 쌓기 시작한 이후.’

정체가 들키지 않았다면 다음으로 확인할 정보는 뻔했다.

그렇게나 요란스러운 행동을 했다.

이들에게 NPC로서의 빌헬름 마이어가 인식되었는지, 인식되었다면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를 알 차례다.

[미궁도시 브람에서 심상치 않은 NPC 발견]

-작성자 익명

-추천 255회 비추천 33회

-본문

오늘 동쪽지구에서 굉장한 소동이 일어났는데, 전신이 모자이크 상태인 괴물이 나타났지 뭐야? 고위악마라도 나타난 줄 알고 패닉이 일어났는데 같이 있던 남자가 개 쩔었어.

채찍 하나랑 살기만으로 괴물을 압도하고 동쪽지구 거주민들을 단번에 압도하는데 진짜 기절할 뻔했다;;;

놈의 보스라는 인간은 한술 더 떠서 젖을 내놓지 않으면 거리 사람을 다 죽여 버린다지 뭐야?

갑옷이나 무기도 엄청난데다가 눈빛도 장난 아니게 강해서 진짜 그 자리에서 다 살해당하는 줄 알았음;;;

근데 그 녀석 보스는 인간 젖 따위가 아니라 고위악마의 젖을 찾고 있었대.

오해였다는 건 알았는데 고위악마는 보통 심층지대 직전이나 이후부터 출현하는 놈들이잖아.

듣기로는 흑산회라는 범죄조직의 보스라는데 아무래도 어비스 심층지대까지 진출할 수 있는 영웅급 NPC같아.

[코멘트]

-나 그 사람들 봤어! 부하가 카이사르고 보스가 빌헬름 마이어였지?

-카이사르가 사방 천지에 살기를 뿌려대는데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졸린 눈으로 있더라;

-그 정도 살기로는 반응도 안 할 정도로 분명 살기에 익숙한 거겠지.

-미친. 존나 쌔겠네;

-개쩐다. 나 흑산회 그거 들어가고 싶어짐

-바보냐? 영웅급 NPC가 너같은 벌레를 받을 리가 없잖아

-뭐 이 새끼야? 부모가 홀수라서 시비 터냐?

다행히도 나를 향한 관심은 썩 부정적이지 않았다.

악마의 젖을 탐하는 괴상한 NPC라는 인식은 박혔어도 그만큼 강대한 목표를 지닌 NPC라는 의견이 주도적이다.

덤으로 싱크로율이 낮은 탓에 카이사르의 살기에 반응하지 못한다는 점마저도 나를 대단한 실력자처럼 여기는 착각을 유발해버렸다.

‘멋대로 착각하는 걸 굳이 정정해줄 이유는 없지.’

다음으로는 보통의 게이머들이 어느 정도의 적응을 이루고 있는지, 눈여겨봐야 할 사건 사고는 뭐가 있었는지를 점검했다.

게이머들의 적응수준은 도시에 유입된 NPC들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미궁의 1층에서 2층 사이를 오가며 최하급 몬스터인 고블린이나 토벌하기 시작하고, 미궁을 탐사하기 위한 기초지식과 훈련에 관심을 보이거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모두 살아남기에 급급한 시기다.

어떻게든 돈을 벌어서 힘을 갖추고, 그 힘으로 미궁에서 성과를 내고자 애쓰고 있다.

자잘한 사건 사고는 있지만 말싸움이나 가벼운 주먹다툼 정도였기에 그리 신경 쓸 일은 없다. 기껏해야 신입들의 대거 유입으로 도시에 활기가 불어넣어졌다는 정도였다.

‘적어도 미궁도시 브람에서 조직을 결성한 게이머는 없군.’

모든 게임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은 [길드]를 결성하고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깽판을 치는 [과금전사]들이다.

자금력이라면 나도 적지는 않다.

랭커활동을 하면서 벌어들인 돈은 수백억에 달한다.

허나 이 게임은 5세대 VR게임 미궁세계.

과금을 하는 게이머들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의 부를 지닌 최정상급 갑부들이다.

작정하고 과금을 하기 시작하면 억을 넘어선 조 단위의 과금마저도 가능하다.

‘확실히 돈의 힘은 강하지.’

돈은 수많은 사람을 부릴 수 있다.

과거에 내가 인재를 모아 최정예 파티를 구축했다면 세계단위의 초갑부 과금전사들은 가장 강력한 영웅들을 매수해 지휘관으로 삼고 미궁 토벌대를 결성했다.

규모와 인재 모두 나를 웃도는 엄청난 규모의 토벌대를 결성했었다.

‘하층부에서의 최초 보너스 경쟁도 치열했었지.’

열 번에 세 번은 내가, 세 번은 다른 게이머들이 따냈다면 남은 네 번은 전부 [길드]의 손에 떨어졌다.

백 명의 게이머로 이루어진 게임 속에서도 길드가 포함된 시기의 도전은 언제나 길드와의 전쟁이나 다름없는 구도가 이루어졌다.

고작 백 명 중에서도 길드가 개입하면 수라장이 펼쳐지건만 이번에는 무려 만 명이다.

도시 하나당 서버 하나, 서버 하나당 만 명의 게이머가 참전한다.

현존하는 미궁도시는 10개.

모든 서버를 합산하면 미궁세계에 동시에 존재하는 게이머의 숫자는 무려 십만 명이다.

도시 안에서만 백 배.

세계 전체로 확신하면 천 배.

길드의 일원이 포함될 가능성은 그만큼 급증한다.

“이번이야말로 본 게임의 시작인가.”

길드의 저력은 지금까지와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아마도 역대 최강, 모든 회차의 도전을 통틀어서 가장 강성할 수밖에 없다.

빗발치는 과금파워에 맞서는 건 잔혹할 정도로 힘겨울지도 모른다.

“이거, 불타오르게 해주는군.”

놈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는 명백하다.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길드를 적대하는 소수의 랭커, 나와 같은 솔로 랭커들을.

솔로 랭커들 중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었던 게 나다.

다른 놈들과 달리 내 행적이 나타나지 않았다.

먼저 모습을 보이면 당할 거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이제 놈들이 모습을 드러낼 때는 정해졌다.

자신들의 힘이 가장 강해질 때.

그리고 내가 충분한 힘을 갖추고 반격에 나서기 전.

그런 시기는 단 한 곳 밖에 없다.

미궁 중층부. 그것도 최초보너스를 습득하기 전이다.

‘B11층 내지는 B12층.’

두 개 층을 돌파하기 전후에 놈들이 나타난다.

그때는 싫어도 나설 수밖에 없다.

막지 않는다면 길드는 모든 최초보너스를 독점한다.

그렇게 된다면 아무리 나라도 손을 쓸 방법이 없다.

랭커답게 무너지지는 않아도, 게이머 길드의 과금전사들을 이길 수도 없다.

그딴 걸 용납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어디서 뭘 꾸미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각오하라고.”

네놈들이 과금으로 강해지는 것 이상으로 내 부하가 더 빠르게, 더 멀리까지 강해질 테니까.

“카이사르. 네놈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할 때다.”

지금까지는 카이사르의 고삐를 당겨 속도를 늦추기만 했지만 이제부터는 다르다.

제동은 없다.

이 미친 살인광 싸이코 또라이 자식에게 채찍질을 하며 급성장을 노린다.

[게이머 이호연. 사용자 코드 식별 완료.]

[미궁세계에 접속합니다.]

정비는 끝났다.

두 번째 접속의 시작이다.

============================ 작품 후기 ============================

폭참 카운트 D-Day!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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