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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40화 (40/224)

00040 #2 - 내 부하는 두려움을 모른다 =========================

#2 - 내 부하는 두려움을 모른다(15)

빗발치는 알림의 끝자락에 퀘스트 성공 알림도 떴다.

[조직 퀘스트 성공!]

[퀘스트 진행 도중 가토가 사망하는 불운한 사고가 발생했지만, 당신은 뛰어난 판단력으로 사태를 수습하고 원만히 백보도장을 접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백보도장의 인재는 이제 당사자들의 동의만 얻는다면 자유롭게 수급할 수 있습니다.]

청학을 죽이고 도장을 점령한 것까지는 좋다.

문제는 그 다음에 있었다.

[연계 퀘스트 발동!]

[백보권의 개량과 백보도장의 확장, 유명세의 습득으로 인해 현재 백보도장의 수련생은 엄청나게 급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백보권을 전수할 사람은 카이사르뿐입니다.]

[주력인재가 도장에 묶이기를 원치 않는다면 시급히 교관을 선별해내야만 합니다. 카이사르의 인내심이 다하기 전에 교관을 선별해내십시오.]

조건이 뭐?

카이사르의 인내심이 다하기 전에?

나는 기겁하며 도장에 나섰다.

“리나! 지금 당장 도장으로 간다!”

“응? 왜 그래, 보스. 엄청 심각한 얼굴이잖아.”

“도장에는 카이사르와 수련생이 있다!”

“어... 그야 그렇지? 무술을 아는 건 걔뿐이니까.”

“카이사르의 인내심 앞에서 수련생들이 몇 분이나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리나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나, 나 먼저 보고 올게!”

리나는 기겁하며 창문을 깨고 건물 지붕 위를 날듯이 하며 달려 나갔다.

“저기, 303호실 손님! 곤란하다고요, 매번 창문을 깨서는. 제대로 수리비 주셔야..”

“받고 꺼져. 지금 내가 늦으면 사람 수십 명은 가볍게 죽으니까.”

“히이익! 네, 네!”

도저히 잔돈을 거슬러줄 여유가 없기에 1골드를 대충 던져주고는 거리로 뛰쳐나왔다.

빠르게 도장을 향해 이동하려던 나는 발길을 우뚝 멈췄다.

지금껏 단 한 번도 깨닫지 못한 무서운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도장으로 가는 길을... 모른다!’

몇 번이고 갔지만 언제나 길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 카이사르 녀석이 함께 다녔었다고?

항상 걸어 다니면서도 이런저런 생각이나 카이사르가 언제 터질지 경계하기에 바빠서 길 따위는 외우지도 못했다.

“제길. 이렇게 된 이상 마차를...”

가만 생각해보니 마차는 딱히 택시 같은 게 아니다.

시내에서 운용되는 마차 수는 적다.

특히나 치안이 나쁜 동쪽지구에서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어쩔 수 없군.’

그럼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수밖에.

다행히도 동쪽지구라고 통행인마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이보게. 길을 묻고 싶다만.”

행인은 말을 걸기가 무섭게 걸음을 바삐 하며 지나갔다.

역시나 이런 꼴인가.

이런 곳에 사는 NPC들은 전부 형편이 여의치 않거나, 경비대의 눈을 피해야 하는 범죄자이다.

다른 사람을 도와?

그런 사치를 부리면서 살아갈만한 놈은 여기에는 없다.

“거기, 네놈.”

그래서 조금 방법을 바꾸어봤다.

강한 어조로 명령하듯 말한다.

행인이 크게 움찔하며 외면하듯 발을 움직였다.

이건 확실하다.

내 높아진 악명수치에 따른 악소문을 접한 자다.

“한 번만 더 내 말을 무시하면 영영 그 귀가 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만들어주지.”

“제길... 흑산회의 보스는 길도 모르오?”

“알고 있는 길은 하나뿐이라서.”

나는 태연스레 대답했다.

“저승길.”

부르르. 행인의 몸이 공포심에 마구 떨렸다.

“목적지는 백보도장이다. 지금 당장 안내해라.”

“아니... 거긴 당신들 영업장 아닙니까?”

“피바람이 불지 않는 따분한 곳 따윈 관심 없다.”

행인은 대놓고 질린 기색을 드러내었다.

“아니, 잠깐. 그런 곳에 구태여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찾아간다는 건... 지금은 분다는 겁니까?”

“그렇겠지.”

“…….”

행인의 몸은 이제 태풍에 휩쓸리는 나무처럼 안쓰러울 정도로 거세게 떨렸다.

[보스의 기백의 스킬레벨이 1 상승합니다.]

[빌헬름 마이어의 악명이 1 상승합니다.]

어차피 오를 대로 올라버린 악명이다.

이제 와서 1점 따위에 연연할까보냐.

‘미궁세계에서 악명 세탁 따위는 불가능하지.’

명성과 악명은 별개로 구분 지어진다.

뒤늦게 착한 짓을 해봤자 가끔 착한 짓도 하는 나쁜 새끼로 인식될 뿐이다.

오히려 기분 나쁘고 위험한데다가 수상하기까지 한 녀석이라는 평판이 생기고 뜬금없이 악명이 더 오르지나 않으면 다행일 거다.

“저기... 혼자서 가기는 좀 무서운데 동료들도 데리고 가도 됩니까?”

원래라면 당연히 안 된다.

한 시가 바쁜 시기니까.

허나 모험가의 장비를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좋다.”

철갑방어구.

이런 걸 걸칠 정도라면 나름 숙련된 모험가다.

B4층 내지는 B5층에서 반복사냥을 통해 생계를 꾸려가고 있겠지.

‘여차할 때에는 전력이 된다.’

폭주한 카이사르가 미쳐 날뛸 때 녀석에게 바칠 제물이 될 수도 있고, 예비 교관후보가 될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내게 나쁜 일은 아니다.

물론 이 녀석이 동행을 요청한 꿍꿍이가 따로 있기는 하다만... 그것도 아무래도 상관없다.

“한스! 잠깐 같이 좀 가자!”

“우왓, 너 옆에 뭐야!”

“나 혼자만 죽을 순 없지. 이미 저 사람... 흑산회 보스는 네 얼굴을 봤어! 그냥 포기하고 순순히 따라와!”

그냥 혼자 무서운 일을 당하기 싫어서 동료들을 싹 다 모아버린 거였다.

거참 인상적인 동료애네.

아무튼 그렇게 전사와 전사, 전사로 이루어진 3인조 파티가 모두 모였다.

“너희 파티는 전사밖에 없는 거냐?”

“아, 네. 이놈들은 고향에서 함께 올라왔던지라 다른 놈들과 달리 신뢰할 수 있어서요. 그게 굳어지다보니 이제는 다른 사람을 파티에 넣기도 뭐해서...”

“현명하군.”

욕심을 부리며 새 파티원을 모집하고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가려 한다면, 그때는 목숨이 위태로울지도 모를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니까.

생계를 해결하는 정도라면 3인조 전사 파티로도 충분하다. 안정적인 생활을 추구한다면 이런 파티도 나쁘지 않다.

함정이나 몬스터들의 동향, 길 찾기 따위는 다양한 도구와 경험으로 어떻게든 극복할 수 있다. 전작에서도 B4층에서 B5층이면 전사들만으로 극복 가능한 수준이다.

“저기. 저도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괜찮습니까?”

“한스라고 불렸던 애송이인가. 뭐냐.”

“저희 파티만 가는 게 뭔가 억울해서 그런데, 다른 파티도 데려가도 됩니까?”

음?

인원을 더 늘리는 게 과연 옳은 선택일까.

냉정히 검토해보니 딱히 손해는 아니다.

“좋다. 허가한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우리 파티는 대뜸 술집에 들이닥쳤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내 얼굴을 본 모험가들의 안색이 하나씩 창백하게 질렸다.

대체 나에 대해서 무슨 악소문이 퍼져서 저러는 걸까.

“네놈들! 여기 있는 분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겠지!”

나와 처음으로 조우한 모험가 전사. 한스의 말로는 콰이거라는 이름을 지닌 전사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동쪽지구의 미치광이 토마를 짓뭉개 죽인 괴력의 카이사르가 모시는 자. 바로 흑산회 보스다!”

술집은 난데없이 폭발에 휩쓸린 것처럼 엄청난 소동에 휩쓸렸다.

“으아아아아!! 저 새끼, 뭘 데려온거야!!”

“도, 도망쳐야 해!”

“시발, 시발, 시발! 2층이야. 2층 창문으로 뛰어!”

한 무더기의 모험가들이 자리를 박차고 뛰기 시작했다.

내 악명을 알고 있는 자들이다.

반면 얌전히 자리에 앉아서 뭐지, 저 병신들은? 하는 표정을 짓는 사람들도 있다.

미궁탐사를 마치고 돌아오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내 악명을 접하지 못한 자들이다.

그들은 모험가들의 심상치 않은 반응을 보며 그저 떨떠름해할 따름이었다.

“헨콕! 뭐하는 거야! 당장 도망쳐!!!”

“워, 워. 일단 진정부터 하라고. 너희들 머리가 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흑산회 보스인지 뭔지 하는 인간이 강하면 얼마나 강하다고 그렇게 기겁을 하는데?”

“이 미친 새끼가! 시간 없으니 짧게 설명해줄 테니까 잘 들어!!”

계단을 향해 달려가려다 태연한 동료를 발견한 모험가가 이를 꽉 악물더니 빠르게 설명을 시작했다.

“흑산회 보스, 빌헬름 마이어. 그에게는 카이사르라는 부하가 한 명 있지. 듣기로는 미치광이 토마와 결전을 벌이고 이겼다는데, 불운하게도 그 광경을 지켜본 목격자가 있었어.”

“그게 뭐 어쨌다고. 토마를 이길 정도면 대단한 실력의 전사이기는 하겠지만, 그 전사는 지금 없잖아.”

“닥치고 들어! 토마는 무술 따위에 당한 게 아니야! 산 채로 영혼을 잡아먹히고 어비스에 빨려 들어갔다고!”

...뭐?

가만 듣고 있던 나도 황당해졌다.

“그게 뭔 개소리야?”

“제발 닥치고 들어, 헨콕!! 두 사람의 무기가 교착을 벌일 무렵부터 카이사르가 이렇게 외치기 시작했어.”

「토마아아아! 들리지 않는가! 네놈의 동료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무, 무슨 소리를!」

「너는 도망쳤구나! 네 동료들을 버린 채 홀로! 한 번 전사이기를 포기한 네놈이 죽을 때가 되어서야 전사로서 죽음을 맞이하겠다고? 그런 게 가능할거라 생각하느냐!!」

어... 확실히 그런 대화가 오가기는 했었다.

틀린 건 아니네.

「너는 이미 실패했다. 전사의 위치는 동료들의 앞이다! 너는 누구보다도 먼저 죽었어야만 했다!!」

「아니야!!」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수치스러운 겁쟁이 따위가 전사를 논하지 마라! 네놈의 안에 남은 전사의 혼은 먼 옛날에 빛을 바랬다! 잿더미 주제에 전사의 흉내를 내지 말란 말이다!!」

그래.

거기까지도 틀리지 않았고.

“그 말을 마치자마자 토마가 피눈물을 흘리며 전신 근육 위로 솟구친 혈관이 터져나가기 시작했어!”

“뭐, 뭐라고!?”

“게다가 그 직후에는 이런 말까지 외쳤었다고!”

모험가는 완벽하게 과거의 대화를 알려주었다.

「똑똑히 보아라! 네 앞에 선 나를! 네가 포기한 시련을! 네놈이 스스로 외면한 전사의 혼을!」

「검은 괴물! 안 돼, 이럴 순 없어!」

「그렇다! 내가 바로 괴물. 네놈의 마지막 남은 전사의 혼, 비참한 최후의 자존심마저 집어삼킬 절망이다!!」

헨콕은 놀란 나머지 의자 뒤로 넘어졌다.

여유를 잃었다.

두려움이 깃든 그를 향해 동료 모험가는 계속해서 말했다.

“토마의 강건했던 육체가 산 채로 쪼그라들고 수축하며 쇠약해졌어. 마지막에는 영혼이 울부짖는 비참한 외침과 함께 미라처럼 쪼그라들고는... 카이사르의 손에 짓뭉개졌어!!”

“으아아아아!!”

“지금 그런 녀석이 보스로 인정하고 따르는 남자가 여기에 온 거라고!”

아니... 틀리지는 않았어.

틀리지는 않았는데.

뭔가 그 설명,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맙소사. 토마의 영혼을 산채로 굴복시키고 파멸시켰대.”

“흑산회의 강대한 힘으로 전사의 혼을 부쉈다니.”

사실에 입각한 왜곡이 태평하게 굴던 모험가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공포에 질렸다.

소문은 자신들의 입을 거칠 때마다 점점 흉흉해졌다.

“카이사르는 악마의 힘을 사역하는 악마계약자다!”

“그와 대적하는 전사는 흑산회의 저주를 받아 영혼을 잃고 파멸한다!”

“카이사르에게 살해당한 자의 영혼은 어비스의 악마들에게 바쳐져 억겁토록 극한의 고통 속에서 몸부림친대!”

밑도 끝도 없는 상상력 대폭발의 망상이 오가기 시작했다.

“맙소사. 부하가 영혼파괴자라니. 그런 녀석이 범용한 남자를 따를 리가 없잖아. 왠지 몸이 발달되지 않은 것 치고는 엄청나게 강해보이는 얼굴이더라니. 뭔가가 있는 거였어!”

“그래, 경지가 다른 거야! 우리 따위와는 격이 다른 강함을 지니고 있기에 알아볼 수가 없었던 거지!”

“저런 악마 같은 남자가 어째서 우리들을 찾아온 거지?”

사람들이 두려움에 질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분위기 상 엄청 무서운 소리라도 해줘야 할 것 같은데.

딱히 할 말이 없네.

“너희들은 나와 같이 가줘야겠다.”

“저, 저희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겁니까?”

“카이사르가 있는 곳으로.”

모험가들의 안색이 창백하다 질리다가 거멓게 죽었다.

잘도 얼굴색이 저리 휙휙 변하네.

보기 안쓰러울 정도의 광경이라 위로삼아 한 마디 해줬다.

“걱정마라. 최악의 사태가 닥치지 않으면 별 일 없이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

“저... 보스. 최악의 사태라는 건 뭡니까?”

“너희가 카이사르의 제물이 되어주는 상황... 아니, 카이사르와 육체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겠지.”

아차.

무심코 생각했던 게 그대로 나왔다.

뒤늦게 정정했지만 표정은 더 나쁘다.

오히려 정정하기 전보다 훨씬 더 심각해졌다.

몇몇은 대놓고 비명을 지르며 2층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안 돼! 악마계약자의 제물이 되기는 싫어!”

“젠장! 악마계약자는 제물을 바쳐서 악마에게 선사받은 힘을 유지한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 우릴 어비스에 팔아넘기려는지도 몰라!”

“아아악! 죽고 싶지 않아!”

나는 팔짱을 낀 채 발 끝으로 바닥을 탁탁 두들겼다.

이거 좀 불편하군.

겁먹는 건 상관없지만 이왕이면 좀 많이 데려가고 싶다.

‘그래. 여기 있는 놈들의 숫자가 20명인가.’

나는 한쪽 입가를 비스듬히 치켜 올렸다.

“딱히 제물로만 쓰이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데려가는 건 열 명. 숫자가 채워지지 않으면 내가 얼굴을 외운 놈들은 전부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허억!”

“선정방식은 네놈들이 알아서 정해라. 단, 1분이 지난 뒤에 내 앞에 남은 게 10명보다 적다면 나머지는 전부 죽는다.”

물론 뻥이다. 이런 시간에 주점에 죽치고 앉은 주정뱅이들 얼굴을 외우고 싶겠어?

차라리 길거리에서 본 미녀들의 얼굴을 떠올리고 말지.

============================ 작품 후기 ============================

연속폭참! (3/8)

잠깐! 다음 화로 넘어가기 전에 추천을 잊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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