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41화 (41/224)

00041 #2 - 내 부하는 두려움을 모른다 =========================

#2 - 내 부하는 두려움을 모른다(16)

모험가들은 치열하게 개싸움을 벌였다. 그러는 와중에도 다섯 명은 2층 계단에 도달해 창문을 깰 시간도 아까웠는지 온몸으로 창문을 부수며 추락했다.

쿵!

둔중한 충격음과 함께 죽음의 위기에서 해방되었다는 기쁨과 감격에 찬 희열어린 웃음과 안도어린 울음소리가 들렸다.

남은 놈들은 더욱 처절해졌다.

창밖으로 뛰쳐나가려는 다른 놈들의 머리끄덩이를 붙잡아 안으로 던지는 건 양반에 속한다.

스무 명 중에서 뒤처진 10명이 제물이 된다는 건 일단 열 명만 무력하게 만들면 된다는 의미가 아닌가.

“죽이지는 않으마. 대신.. 죽지만 않을 거다!”

“거기서 비켜!!”

“닥치고 쓰러져! 너만 쓰러지면 난 살아남아!!”

아예 무기까지 뽑아들어 순식간에 검격을 섞었다.

캉! 캉! 카앙!

순식간에 오가는 칼부림에 홀로 있던 놈들은 인상을 구겼다.

계단으로 향하는 길을 5인 그룹이 가로막고 있다.

창밖으로의 탈출은 불가능.

그렇다고 정문을 이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저기, 그쪽으로는 지나갈 수 없습니까?”

“너 병신이냐?”

내가 미쳤다고 이걸 비켜주게.

나는 쿨하게 말했다.

“나가고 싶으면 가서 싸워. 30초 남았다.”

“벌써 그렇게나 시간이!!”

남자는 잠시 고뇌하는 듯 검을 든 채 나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검끝은 걷잡을 수 없이 떨리고 있다.

나는 태연하게 뭘 꼬라보냐며 비웃어주었고, 남자는 그런 내 태도를 강자의 오연함이라 받아들였는지 덤빌 생각도 못하고 각축전을 벌이는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으아아아아!!”

“죽어, 죽어어!”

과도한 공포에 휩쓸린 탓일까.

모험가 한 명이 그만 상반신을 깊숙이 베여 쓰러졌다.

경련을 일으키는 꼴을 보아하니 즉사다.

“꺼져! 우리들을 쫓아오면 다 죽여 버리겠어!!”

“저 개새끼가!”

“살인죄라면 얼마든지 써주겠어. 그걸로 어비스에 제물로 바쳐질 운명을 피할 수 있다면!”

분위기는 급변했다.

피를 보는 선으로는 여기서 빠져나갈 수 없다.

이제는 목숨 정도는 앗아가야만 한다.

‘잘도 싸우네.’

개인적으로는 칼부림에서 이겨 달아난 놈들의 실력이 더 높으니 저것들을 데려가고 싶다.

근데 감당할 자신이 없다.

눈 돌아가면 살인도 불사하는 놈들이라면 혹여나 나를 상대로 승산을 점치고 덤빌 수도 있잖아.

‘차라리 조금 약해도 겁 많은 놈들이 낫지.’

예상대로 남은 놈들은 살인까지는 저지르지 못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미숙하기 때문이다.

혹은 유약한 성품을 지녀서 사람 피 보기를 꺼려하거나.

어느 쪽이든 이런 부류는 공포 앞에서 순종적이다.

이윽고 1분의 시간이 경과했다.

남겨진 열두 명의 인간들은 절망에 사로잡혔다.

“으, 으아아...”

“다 틀렸어. 우린 이제 제물이 될 거야!”

“어머니! 흐어엉!”

다 큰 사내놈들이 징징거리는 꼴은 정말로 보기 싫다.

“입 닥치고 걸어.”

남자들은 순식간에 얌전해졌다.

“이걸로 네가 바라는 다른 파티들도 충분히 모였다. 더 이상의 유예는 허락하지 않는다.”

“알겠습니다.”

한스를 비롯한 전사 삼인조 파티의 순종적인 태도 때문인지 남은 열두 명의 모험가들도 무의미한 발악은 하지 않고 얌전히 따라주었다.

하지만 백보도장이 가까워질수록 그들의 호흡은 거칠어졌고, 걸음은 한층 더 무거워졌다.

숫제 사형수들을 사형대에 데려가는 기분이었다.

‘뭐, 이놈들한테는 죽을 길을 찾아가는 것 같겠지.’

그래도 나라고 아주 못된 생각만 하고 끌고 온 건 아니다.

기브 앤 테이크.

이들이 노동력을 제공했다면 대가를 지불할 의향이 있다.

‘죽으면 다 말짱 꽝이지만.’

과연 카이사르는 몇 명의 수련생들을 죽이고 있을까.

도장은 온전히 존재하고 있을까.

출동한 경비병들과 격전을 벌이고 있지는 않을까.

수많은 우려와 걱정을 품고 백보도장 정문에 도달했다.

다행히도 건물이 원형은 유지하고 있었다.

“잘도 여기까지 따라올 생각을 했군. 기특한 녀석들.”

“저희는 이제 돌아가도 됩니까? 길 안내는 끝났는데.”

“될 것 같은가?”

한스 조는 고개를 축 늘어뜨리며 입을 다물었다.

벌컥.

나는 정문을 열고 도장 안에 발을 들였다.

“보스! 왜 이렇게 늦었어!”

“리나.”

“어디서 혼자만 사람 몇 명 죽이고 온 줄 알았잖아!”

걱정하는 부분은 그거냐.

걱정조차도 아니잖아.

그냥 사람을 죽일 기회가 있었다는 걸 질투하고 있어.

“흑산회에서는 어린아이도 저런 건가...”

“귀엽지 않아.”

“귀엽지만.. 귀엽지 않아.”

전사들의 울적한 평가가 이어진다.

“카이사르는 폭주했나?”

“폭주는 하지 않았어. 도장을 지키라는 보스의 지령을 이행해야 한다면서 사범역할에 열심히 더라고.”

“다행이군.”

“그게... 그렇지만도 않을 걸?”

“뭐?”

“폭주는 안했는데 시체가 세 구 나왔어.”

“…….”

어째서인지 이 상황이 좀처럼 이해가 되질 않는다.

사람 셋이 죽었다.

근데 폭주한 카이사르가 아니고 열심히 교관 일도 했단다.

뭐냐 이 미스테리는.

혹시 리나는 내가 모르는 암호를 전달하고 있는 건가.

“암호해독 스킬은 익히지 않았다. 알아듣기 쉽게 말해라.”

“그게... 백보권을 전수받다가 사망했습니다.”

“!?”

백보권에 무슨 짓을 한 거냐 인마.

전수받다가 수련생이 사망하는 흉악한 살인무술이라니.

원래 백보권은 그딴 거 아니었잖아.

“들었어? 살인무술을 전수받다가 살해당했대.”

“정말 무시무시하군...”

“우리도 살인무술을 완성시키기 위한 제물이 되는 걸까?”

그딴 목적으로 데려올 생각은 없었어.

사망자가 나오는 무술을 만들면 어떤 멍청한 수련생이 그걸 배우러 오겠어.

안 죽으려고 배우는 게 무술이잖아.

“오셨습니까, 보스.”

“사망자가 나왔다고 들었다.”

“예. 한심하게도 나약한 놈들이었습니다.”

카이사르는 무척이나 태연하게 말했다. 듣던 나도 잠깐이나마 수련생이 나약하면 그럴 수도 있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태연한 발언이었다.

“수련과정을 좀 보고 싶군.”

대체 수련생에게 뭔 짓거리를 하는지 두 눈으로 직접 보지 않으면 어째서 사망자가 나오는지 이해할 자신이 없다.

“뒤의 애송이들은 뭡니까?”

“교관후보생.”

“과연. 이 녀석들도 제가 가르치는 겁니까?”

카이사르의 흥미롭다는 표정에 모험가들은 사색이 되었다.

남자 열다섯이 모조리 사색이 되는 꼴도 꽤 볼만하다.

나는 그들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으며 대답했다.

“어.”

너 말고 그럼 누가 가르쳐.

“그런 관계로 백보권 교습과정은 이놈들도 같이 본다.”

“알겠습니다.”

카이사르는 백보권을 전수하는 뒷마당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우리는 목격했다.

수어 개의 3m가량 높이의 통나무 위에서 위태롭게 투명의자에 앉은 마보(馬步)자세를 취하고 있는 수련생들을.

“보법의 핵심은 하체근력의 발달. 이는 하체단련을 위한 훈련입니다.”

“그건 보면 알겠는데. 밑에 저건 뭐냐.”

통나무 밑에는 가시들이 수북하게 달려있다.

개당 길이가 30cm 남짓하다.

저 높이에서 가시에 찔리면 충분히 죽고도 남는다.

뭣보다 피 엄청 묻어 있잖아.

이미 몇 명 추락한 흔적이 남아있다고.

“실전에서 잘못된 움직임은 곧 목숨을 잃는 법. 경각심을 깨워주고 강인한 정신력으로 근력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입니다.”

“설득력이 있는 건 인정하는데 이딴 짓을 하면 수련생들이 살아남을 수가 없잖아.”

“이 정도 시련도 넘어서지 못한다면 어차피 부질없이 미궁에서 죽을 목숨. 한시라도 빨리 죽는 편이 헛된 희망을 품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좋지 않습니까.”

아. 이놈 원래 이런 놈이었지.

한없이 인간쓰레기 같은 면모가 참 녀석 답구나 싶었다.

“그래도 안 된다.”

“어째서입니까.”

“완성된 전사가 아니더라도 잔심부름을 할 하위인력은 필요하다. 향후 받아들이는 수련생은 전부 흑산회의 말단이라고 여기며 되도록 살려두어라.”

“알겠습니다.”

“시체 처리가 조금 골치 아프군. 리나. 저걸 처리할 시체청소부는 네 선에서 알아봐라.”

리나는 언제나처럼 해맑게 대답했다.

“응! 알았어!”

한 마디만 들어도 갑갑한 기분이 확 풀리네.

이래서 아들은 키워봤자 소용없다.

괜히 사람들이 딸 바보가 되는 게 아니란 말이지.

“너희들도 보다시피 지금 흑산회는 후진양성을 위한 훈련에 매진중이다. 카이사르는 적당히 라는 걸 모르는 극단적인 최종병기 같은 놈이라서 교육에는 적합하지가 않지.”

“그걸 저희한테 말하시는 이유가...”

“물론 카이사르를 대신해서 백보권을 전수할 교관이 되라고 데려온 거다. 그 외에도 도장에서의 온갖 잡일은 너희들의 몫이 된다. 대신 안정적인 직장이 생기는 셈이지.”

모험가들은 예상치 못한 권유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무나 교관으로 받아줄 수는 없으니 조건을 걸겠지만, 카이사르의 눈에 차는 건 불가능하니까 그런 비현실적인 기준을 제시하지는 않겠다.”

“휴... 그럼 어떤 조건입니까?”

“별 건 아니고. 그냥 내 눈에 만족스럽기만 하면 된다.”

어째서인지 모험가들이 엄청나게 절망하였다.

이거 왜 이래.

나만큼 눈 낮은 녀석도 없는데.

“도장의 교관이 되어 수련생들을 가르치기에 부족함이 없는 솜씨. 그 정도만 되면 충분하다. 교관후보생으로 머무르는 동안에는 봉급지불이 없지만 교관이 되면 다르다.”

역시 이런 문제에는 걸어야 할 것이 있지.

“가족 같은 분위기. 그딴 건 없다. 대신 돈 하나는 넉넉하게 지불해주지. 몬스터와의 교전이나 미궁탐사를 하지 않고도 월 2골드를 벌어들일 수 있다.”

“하겠습니다!!”

그래도 전부가 넘어온 건 아니었다.

몇 명은 여전히 불신어린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저희는 그냥 모험가 일로 돈 벌고 싶습니다. 돌아가면 안 됩니까?”

“저런. 교관이 되는 선택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군.”

“네. 아무래도 지상생활은 조금...”

그럼 곤란하지.

나는 모험가가 좀 더 의욕을 낼 수 있는 말을 했다.

“어쩔 수 없지. 정보가 새어나가는 건 싫으니까 이 녀석은 대충 처리하고...”

“하, 하겠습니다! 하게 해주십시오!”

시시껄렁하기는.

“카이사르. 이 교관후보생들은 죽거나 다치지 않는 선에서 굴려라.”

“알겠습니다.”

카이사르는 가시밭 사이에서의 마보 훈련을 중지시키고 조금 더 안전한 수련방법을 모색해내었다.

“이게 바로 백보권이다. 연습해라.”

“몇 번 하면 됩니까?”

“일천 번.”

교관후보생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천 번을 마친 녀석은 내게 말해라. 다음 아홉 개의 식을 하나씩 알려주지.”

“서, 설마...”

“전부 일천 번씩 도합 만 번. 집중력을 늘려서 수련량을 최소화할 수 없다면, 수련량을 극대화해서 어떤 멍청한 새끼라도 숙련도가 쌓이게 해주지.”

거참 시원할 정도로 살벌하게 몰아붙이네.

그래도 죽지는 않겠다.

일단은 모험가니까 기본 체력이나 몸은 만들어졌다.

“잠깐. 카이사르.”

“예. 보스.”

“너는 만 번이나 훈련 같은 거 안 하지 않았냐?”

카이사르는 재수 없는 썩소를 지었다.

“노력은 재능이 부족한 놈들이나 하는 겁니다.”

“…….”

이 새끼한테 재능특성을 주는 게 아니었는데.

넌 진짜 나한테 고마워해야 한다.

============================ 작품 후기 ============================

연속폭참! (4/8)

잠깐! 다음 화로 넘어가기 전에 추천을 잊지 말아주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