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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98화 (98/224)

00098 #4 - 내 조직이 이상한 유명세를 얻었다 =========================

#4 - 내 조직이 이상한 유명세를 얻었다(23)

암흑가의 초신성다운 기백이라느니, 슈퍼빌런 소리는 아무나 듣는 게 아니었다느니 하는 소리를 비위를 맞춘답시고 던져대는 중년 남자들.

뭐하는 놈들인가 싶어서 기가 막히는데 알고 보니 이게 죄다 브람 시 유력자들이었다.

시스템이 끝도 없이 떠오르며 시야를 가득히 뒤덮었던지라 나중에 일괄적으로 확인하도록 설정을 바꾼 뒤에야 간신히 정상적으로 사물을 볼 수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준비는 끝났다. 남은 건 양 진영에의 선언뿐이다.”

“오오!”

멸혼객이 지정한 장소를 벗어났으니 못해도 지금쯤이면 그에게는 정보가 전해졌을 것이다.

이쪽에서 나름 수를 썼다고는 여기겠지만 도시 내 유력자 전원의 인정을 받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겠지.

이 상황에서 승부수를 던진다면 무조건 내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마차에 타십시오. 암습에 대비하여 안전하게 모셔드리겠습니다.”

“좋다. 그 호의에 응해주도록 하지.”

마차에 타서 혼자가 되어서 시스템 알림을 확인하려는데 대뜸 카이사르가 마차에 올라타려고 했다.

아니, 이 새끼가?

왠지 모르게 기시감이 느껴지는 상황에 나는 철벽처럼 수비를 펼쳤다.

“너는 밖에서 호위해라.”

“싫습니다.”

“뭐?”

나는 당황했다.

카이사르가 이렇게나 직접적으로 명령이행을 거부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이런 공식석상에서 명령을 거절한다는 건 보스로서의 위신에 금이 가는 행동이다. 누구보다도 내 체면을 신경 써왔던 녀석의 거절이기에 내 놀라움도 더욱 컸다.

“마차에 타는 건 처음입니다. 저도 타고 싶습니다.”

마차에 함정이라도 있나 경계했던 내가 바보였다.

시발.

뭐 이런 등신 같은 새끼가 다 있지.

“마차를 모는 것도 처음이지 않은가?”

“싫습니다. 마차를 타고 싶습니다.”

“어째서 마차를 타는 걸 고집하는 거냐.”

카이사르는 평소처럼 띠껍게 대답했다.

“출세한 기분을 누려보고 싶습니다.”

“…….”

뭐야, 이 안 어울리는 소박함은.

혼낼 기분도 안 들잖아.

“타라.”

“감사합니다, 보스.”

카이사르는 내 맞은편에 착석했다.

자연스럽게 나는 녀석과 눈을 마주치게 되었다.

심장이 떨릴 정도로 겁나 살벌한 눈이다.

“…….”

불편해.

이거 무언가의 신종 괴롭힘인가.

“리나는 어디에 있지?”

“여기 있어!”

와르르.

천장의 일부가 네모반듯하게 잘리더니 대뜸 마차 안에 떨어졌다.

뚫린 구멍에서 불쑥 고개를 들이민 건 역시나 리나였다.

“넌 왜 거기에 있냐.”

“보스도 이제 거물이 됐잖아? 암살을 당하면 안 되니까 리나가 호위를 서는 거야!”

“천장이 뚫리면 화살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냐?”

리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깜짝 놀랐다.

“정말이다!”

“…….”

뭐, 그렇겠지.

이 녀석, 호위스킬 따위는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걸.

생각해보면 스킬도 암살에 죄다 올인 했잖아.

천장을 뚫는 건 그냥 취미.

호위를 선다고 따라다녀도 자기가 암살할 때의 경험을 기준으로 호위를 설 뿐이다.

경험에 없는 방식의 습격을 당하면 그대로 내 몸에 암기가 퍽퍽 꽂히거나 암살을 당하게 된다. 호위로서 의지할 구석은 빈말로도 없다고 해야겠지.

“뭐, 됐다. 있고 싶은 곳에 있어라.”

“응!”

정면을 보니 카이사르가 눈을 감고 있다.

잠이라도 든 건가.

리나가 호위를 서자 경계심을 낮추다니, 예전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인데.

가끔씩 이런 모습을 보면 이놈들도 조금씩이나마 서로를 믿기 시작했다는 느낌이 든다.

삼주 남짓이라면 짧다면 짧고 길면 긴 시간이지.

‘이쯤에서 확인해도 되겠군.’

두두둥!

....이 효과음도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쓸데없이 박진감 넘치잖아. 질리기도 하고. 슬슬 설정에서 바꿔야겠다.

[패트리 정보총장에게 제 3 왕자가 도시 내에 출입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상급 정보상인에게 제 3 왕자의 현 소재지 정보를 제공받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리나가 제 3 왕자의 암살에 성공합니다.]

[리나의 레벨이 8이 되었습니다.]

[근력이 1, 체질이 1, 민첩이 3, 지능이 2, 매력이 1 상승합니다.]

[리나가 스킬 포인트 3을 습득합니다.]

[리나의 스킬 ‘암살’의 숙련도가 특급 숙련 6레벨로 상승합니다.]

[리나가 신규특성 ‘왕족살해자’를 습득합니다.]

[상한수치를 돌파한 활약으로 인해 여분의 정산포인트가 CP 대신 잠재력으로 부여됩니다.]

[리나의 악명이 10000 상승합니다.]

[빌헬름 마이어의 악명이 10000 상승합니다.]

[이벤트 ‘유력자들의 인정’ 발동!]

[유력자들은 저마다의 영향력을 지니고 있으며, 각 유력자들의 인정을 받을 때마다 영향력이 <게이지>에 누적됩니다. 게이지 누적단위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소득이 달라집니다.]

[30% 이상의 게이지를 충족시킬 시, 브람베르크의 시험에 통과합니다. 50% 이상일 시, 도로시 이지스와의 결혼을 인정받습니다. 70% 이상일 시, 시장즉위를 인정받습니다.]

[치유의 교단과 시청 관료집단, 도로시 이지스의 존재에 유력자들의 관심이 대폭 상승합니다. 유력자들의 당신에 대한 평가가 초 대폭 상승합니다. 게이지 10% 달성!]

[유력자들이 제 3 왕자의 사망소식을 입수했습니다. 유력자들의 당신에 대한 평가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게이지 30% 달성!]

[하인즈 대마법사가 당신의 역량을 평가했습니다. 유력자들의 당신에 대한 평가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합니다. 게이지 80% 달성!]

[이벤트 ‘유력자들의 인정’을 완료했습니다.]

[게이지가 70% 이상을 달성했습니다. 3단계 이벤트 보상 <시장즉위 인정>의 습득에 성공합니다.]

[흑산회의 조직평판(명성)이 20000 상승합니다.]

[빌헬름 마이어의 명성이 50000 상승합니다.]

[지능이 5, 통찰이 1, 카리스마가 3 상승합니다.]

[스킬포인트 3을 습득합니다.]

[상한수치를 돌파한 활약으로 인해 여분의 정산포인트가 30000CP로 지급됩니다.]

[레벨이 8이 되었습니다.]

[체력, 지능, 매력, 통찰, 카리스마가 각각 1씩 상승합니다.]

[스킬포인트 3을 습득합니다.]

[특성 ‘지배자의 아우라’가 한층 더 높은 경지로 향상될 수 있는 가능성을 얻었습니다.]

[레벨 업에 이르는 과정에서 너무나도 막대한 활동을 한 결과, 레벨 업 보너스 상한수치를 돌파한 여분의 수치 전량이 20000CP로 지급됩니다.]

[당신은 뛰어난 능력으로 독자적인 길을 개척하여 메인퀘스트 급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당신의 행동에 따른 결과가 보다 뚜렷해질 시, 추가적인 행동정산이 책정되며 새로운 칭호가 지급됩니다.]

[보상의 일부가 다음 정산으로 유예됩니다.]

[연계 이벤트 ‘진격, 제 2 내성으로!’ 발동!]

[당신은 도시 내 모든 중립성향의 유력자들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이제 당신을 인정하지 않는 자들은 전쟁 중인 양 진영 소속뿐입니다. 제 2 내성으로 향하십시오!]

[공성측 인정을 받을 시, 암흑가 세력이 당신을 지지합니다. 수성측 인정을 받을 시, 전 시장 세력이 당신을 지지합니다. 어느 쪽의 인정을 받을지 전략을 짜 접근하십시오.]

기가 막힐 정도로 엄청난 일들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상급 정보상인과의 대면, 3왕자 암살, 유력자들과의 대면.

굵직한 일을 세 가지나 거쳤는데도 쏜살같이 돌파했다.

시간이 지나갔다는 실감도 나지 않는다.

그 정도로 쾌속진격이다.

‘대세가 내 쪽으로 흐르고 있다.’

모험가 길드만한 거대집단이 떼거지로 내 밑에 들어왔다.

이만한 전력을 지니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제는 흑산회의 지지세력만 모아도 일개 지역은 지배할 수 있을 지경이다.

‘금방 떨어질 관심도 아니고.’

호감도 리스트를 보면 1단계를 돌파한 인원도 이제는 한두 명이 아니다.

[호감도 리스트(정렬 : 호감도 높은 순)]

-1위 : 리나(2단계 : 52)

-2위 : 상급 정보상인(2단계 : 50)

-3위 : 알라인 중급사제(1단계 : 48)

리나와 상급 정보상인은 아예 1단계마저도 돌파했다.

[리나의 호감도가 일정수치(50)를 돌파했습니다. 리나가 당신에게 품는 한 가지 감정에 보정이 주어집니다.]

[보정감정 : 애정]

[리나는 당신에게 상당한 수준의 애정을 품습니다. 이는 자신의 신념을 꺾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입니다.]

[상급 정보상인의 호감도가 일정수치(50)를 돌파했습니다. 상급 정보상인이 당신에게 품는 한 가지 감정에 보정이 주어집니다.]

[보정감정 : 감화]

[상급 정보상인은 당신이 품은 원대한 목표에 상당한 수준으로 감화되었습니다. 이는 자신의 신념을 꺾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입니다.]

다른 놈들은 <존경>이니 <인정>이니 하는 게 올랐는데 얘들은 <애정>과 <감화>가 올랐다.

리나는 누가 봐도 날 좋아하는 티가 나고, 상급 정보상인은 한시라도 빨리 날 도와서 미궁정복에 나서겠다며 지상의 소란을 해결하기 위해 한 손 거들려고 작정했다.

귀여운 여자아이나 굉장한 미인이 자발적으로 협력하니 좋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데, 가끔씩 무섭다는 생각도 든다.

‘암만 봐도 이거 신경 쓰인단 밀이지.’

2단계까지는 아슬아슬하게 괜찮다고 쳐도 3단계부터는 보정되는 감정이 한층 더 막대해지며 한 사람의 사고관 자체를 뒤바꿀 정도가 될 거다.

그만한 감정을 받는 대상이 된다는 건 이미 단순한 호감을 넘어서 숭배나 집착을 받는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특히나 그 대상이 다수의 여성이 된다면... 각자가 내 관심을 독차지하기 위해 배틀로얄을 펼친다고 해도 웃어넘길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차라리 그런 고민이 행복할만한 놈도 있지만.’

카이사르 이 새끼는 호감도와 충성도가 둘 다 20이 안 넘는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대활약을 펼치고 있는데도 ‘내 보스라면 당연히 이 정도는 해줘야지’라고 생각하는 거다.

조금은 욱하는 마음이 들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오히려 이놈의 수치가 1단계(25)를 돌파하는 게 무섭다는 걸 알 수 있다.

안 그래도 또라이 같은 놈이 나에 대해 과장된 감정을 품기 시작하면 얼마나 더 막장이 될지 짐작이 안 된다.

‘알라인 사제처럼 건빵 한 박스나 주는 정도로는 안 끝나겠지. 이 새끼는 상 또라이니까.’

또라이 짓 한 번 하고 말 걸 수십 번을 하거나 수십 번을 한 것과 다름없는 고강도의 또라이짓을 할 거다.

말도 안 되게 민폐다.

차라리 이 녀석의 호감도와 충성도는 영원히 안 올라줬으면 한다.

[카이사르의 호감도가 1 상승합니다.]

[카이사르의 충성도가 1 상승합니다.]

생각하기가 무섭게 오르네.

대체 왜 오르는데?

“보스. 마차에 타는 건 의외로 재미없군요.”

마차에 타서 오른 거냐!?

“본래 세상만사란 전부 익숙해지면 시시하기 마련이다.”

“보스께서는 전부 경험해본 일이라는 겁니까?”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은.”

게임 속에서 보낸 시간만 백 년.

강산이 열 번 바뀌고 세기가 한 번 지나갈 정도를 살았다.

그것도 급변하는 게임 속에서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부귀영화도 누려봤고 미인과도 결혼했다.

무자비한 괴물도 토벌했고 경악스러운 재앙도 체험했다.

그런 내가 겪어보지 못한 건 거의 없다.

“그런 것 치고는 제게는 시시해하지 않으시는군요.”

“너 같은 놈을 경험해볼 일이 어디에 있냐.”

또라이도 이런 상또라이가 따로 없는데.

한 세기를 통틀어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유형의 인간이다.

카이사르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또라이인가.

‘전혀 멋있게 느껴지지 않아.’

그래도 뭐, 이놈과 함께 한다는 게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

살아있다는 실감이 나고, 재미가 느껴지니까.

“단단히 각오해라. 이제부터는 흑산회를 제외한 6강의 나머지 전원과 멸혼객에게 맞선다.”

“각오는 마쳤습니다.”

“좋은 기세다. 이걸로 브람 시의 패권을 다툴 최종결전이 시작된다. 여기서 이기면 모든 걸 얻고, 지면 모든 걸 잃는다. 다음 기회 따위는 없다.”

올 인 원(All in one).

승자독식의 비정한 대결에 결착을 낼 때가 되었다.

============================ 작품 후기 ============================

귀찮음과 늘어지는 분량 탓에 자연스레 스킵당한 상급 정보상인과 3왕자!

마침내 도달한 클라이막스 씬!

작가는 격변한 롤 시스템에 적응하여 마침내 브론즈를 탈출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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