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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119화 (119/224)

00119 #5 - 내 조직이 무지막대하게 커진다 =========================

#5 - 내 조직이 무지막대하게 커진다(19)

유력자들을 소집하고 누구를 원군으로 보낼지 결정하고자 회의를 시작했는데, 어째 회의 내용이 밑도 끝도 없이 병신같이 진행되고 있다.

“루커스 패밀리야말로 이 전쟁의 선봉을 장식할 진정한 악의 조직이라 할 수 있지. 마피아의 저력을 태양의 주구들에게 몸소 깨닫게 해주겠다.”

“무슨 소리를! 우리 범죄길드야말로 남의 등을 처먹으면서 살아온 비열한 족속들이다. 루커스 패밀리 따위는 범접할 수 없는 진짜 악당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지.”

“브람 시 기사단만큼 녹봉 값을 못하는 가렴주구 한 악의 무리들도 없지. 이 기사단장 알큐러스가 브람 시의 악명을 적들에게 새겨주고 오겠다.”

브람 시에서 파견될 원군이라면 당연히 흑산회의 이념을 대표해야 하고, 이는 공포를 새기는 악의 조직이라는 이미지를 지녀야한다는 발상으로 이어졌다.

어느 조직이 가장 공포스러운 조직인지에 대해 서로가 언성을 높이다보니, 끝내 가장 비열하고 잔악한 조직이 자격요건을 충족하는 것처럼 여겨지게 됐다.

각 조직의 수장들이 내 조직이 가장 더럽고 비열하다며 지껄이고 있는 이유였다.

‘허참. 살다보니 별 꼴을 다 보게 되는군.’

다른 때 같았으면 ‘니 조직은 존나 쓰레기같아’라고 말하는 건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졌을 텐데 지금은 ‘너희의 권위를 인정한다. 가라. 선봉장을 맡아라!’라는 칭찬이 된다.

이래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거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도시의 실세가 흑산회가 되어버리니 브람 시의 정서 자체가 기이하게 뒤틀리고 왜곡된 것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이지 않는가. 내 조직이지만 솔직히 개막장이기도 하고.

“그만.”

지들끼리 토의하게 내버려뒀다간 진정한 공포는 주먹으로 새기는 것이다, 라면서 지들끼리 퍽퍽 후려치기 시작하겠다. 그냥 내가 직접 골라주는 게 낫겠다.

괜히 끼어들면 골치 아프지 않냐고?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끼어들지 않으면 골치 아프다. 까놓고 말해서 귀찮으니까 알아서 조용히 좀 시키라고 카이사르에게 말했더니 놈이 주저하며 내게 물었다.

“사망자가 백 명 이상 나오는 방법으로도 괜찮습니까?”

“전혀 안 괜찮다.”

사망자가 나오지 않는 원만한 방법으로 토의를 원만하기 마치려면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

“가장 악명 높은 암흑조직은 흑산회다. 그러니 흑산회 보스인 내가 이번 전쟁에 참전할 인선을 선별하겠다.”

종교전쟁. 이기면 이득이 없지야 않을 텐데 태양의 교단이라는 강대한 적을 상대하자면 좋든 싫든 피해가 엄청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

나는 평소에 아니꼽게 생각했던 놈들이나 견제가 필요하겠다 싶은 놈들은 전부 불렀다.

“흑오문의 루커스 패밀리. 공무기관의 황금기사단. 연합기관의 범죄길드. 세 조직의 참전을 허가한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앞장서서 날뛰겠다고 하던 양반들이 죄다 뭣 씹은 얼굴이 되었다.

“빌헬름 보스. 인선은 그 셋이 전부인가?”

“그렇다.”

“우리들만으로는 전쟁에서 공헌할 수 없다.”

그럴 줄 알고 내가 선물도 준비했어.

“전쟁을 위해 자원하여 모여든 의로운 브람 시 모험가들이 있었지. 그들을 모아 의용군을 결성하여 다루는 것을 허가하겠다.”

“의용군의 규모는 어느 정도로 생각하는가.”

“최저 일천 명. 지저라는 전장에서 몬스터들과의 전투로 단련된 정예병이나 다름없다. 의용군이라고는 하나 그 저력은 얕볼만한 것이 못 된다.”

바로 여기에 함정이 숨어있다.

의용군 중에 절반은 게이머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메인퀘스트 급 이벤트에 참여하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막대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

당연히 게이머들은 기꺼이 뛰어들고, 엄청난 피해를 입으며 죽어나갈 거다.

설령 승리하더라도 전쟁을 주도한 세 암흑조직의 능력에 대해서는 상당한 불신이 쌓일 거다.

죽어도 다시 새로운 시트지를 만들고 돌아오는 게이머들에게 반감을 산다. 평생에 걸쳐 사라지지 않을 원수를 만드는 것과 다름없지.

‘왠지 모르게 띠껍고 배신 잘할 것 같은 놈들을 이참에 모조리 망해버리게 만들자.’

순도 100% 악의로 세워진 계획이었다. 당연히 이 계획의 전제조건은 태양의 교단이 겁나 쌔서 전쟁에 참전한 조직들이 쫄딱 망한다는 거였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는 느긋하게 심시티를 하는 기분으로 미궁도시 인근 다섯 영지에 대규모 건축을 지시했고, 자연스레 빈 공터들을 확보하였다.

수도에서 뜯어낸 주택을 심어놓을 땅을 만든 것이다.

-전란으로 인해 살 곳을 잃은 자, 미궁도시에 진입할 모험가가 되어라!

-지금 모험가가 되기를 자원하는 자에게는 무료로 주거지를 임대해주겠다.

-제한인원은 선착순 십만 명. 늦으면 얄짤 없다.

수도에서 뜯은 주택 십만 개를 두고 이런 공문을 전국 방방곳곳에 널리 알리자 기겁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미궁에 들어가기는커녕 서있기도 힘들어 보이는 빈민들도 모여든 걸 보면 이주민 심사과정이라도 거칠 필요가 있겠다.

아예 입주심사위원회를 만들어서 공무기관의 내무부가 이 건을 도맡도록 하였다.

물론 위원회 회장은 내무부에 심어둔 클레드 감찰관이다.

슬슬 내 사람을 키울 때가 됐잖아?

자연스레 실적도 쌓고 이주민들에게 얼굴도 알려둔다.

이 녀석이 너희의 희비를 가려줄 권력자라고.

내무총장은 지극히 정치적인 자리다.

행정적인 능력은 아랫것들에게 요구되지 내무총장에게 요구되는 게 아니다.

‘정치에서 중요한 건 인지도.’

클레드는 이번 기회를 이용해서 인지도를 대폭 상승시킬 수 있다.

심사도 그리 어려울 거 없다.

미궁에서 얼마나 전투를 잘 할 수 있는지 전투력을 평가하여 수준미달인 사람들을 제외하는 게 전부다.

“삼십 만 명 중에서 십만 명을 추리는 게 쉽지는 않네요.”

“일은 밑에 놈들이 했을 텐데 뭐 그리 엄살이지.”

“후후. 보스는 너무 유능해서 엄살도 못 부리겠네요.”

용건은 대충 짐작이 간다.

“무료임대를 받지 못한 주민들은 평민과 노예의 중간계급인 하급시민으로 받아들였어요. 일정기간 내에 인근 다섯 영지에서 시민세를 내지 못하면 노예로 강등되고요.”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뭐지?”

“보스. 이런 정책을 내면 영지민을 빼앗긴 다른 영주들이 적개심을 품지 않을까요? 위험할지도 몰라요.”

“오히려 바라던 바다.”

“예?”

“태양의 교단과 영주들은 다르다. 군사력은 뛰어나더라도 그들에게는 명분이 없다. 오히려 덮어씌우기에 따라서는 자중지란을 유도할 수도 있지.”

가령 하급시민의 처우를 개선하여 억압받던 백성들을 구제하는 브람 시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이에 상응하여 빼앗긴 노예들을 되찾으려는 악덕 귀족들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당연히 이 전쟁에 동조하는 귀족들은 악의 온상이 되어버리고 온갖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반박? 수도와 중앙정계가 실질적으로 마비되다시피 한 지금,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다. 영주들은 저들끼리 치열한 이권다툼을 벌이며 전란의 시대에 돌입할 거다.

‘뭐. 안 싸워도 싸우게 만들 거니까.’

상급 정보상인에게 거액의 보수를 지불하면 유언비어를 유포하거나 위조정보를 전달하는 것쯤은 별 것도 아니다.

‘종교전쟁에 영주들의 전쟁이 더해지면 전쟁에 참전한 세력은 모두 피폐해지고, 숨죽인 채 세를 정비하던 무리들은 어부지리로 이득을 보겠지.’

브람 시는 게이머라는 죽어도 다시 생겨나는 전력과 불필요한 전력들만을 소비한다.

오직 브람 시만이 이득을 보게 된다.

[종교전쟁이 끝났습니다.]

[의용군 대장 루커스에게서 결과를 보고받으십시오.]

나는 당연히 전력이 반토막이 났으리라 생각했다. 근데 어째서인지 도시에 돌아온 인원은 처음 도시 밖으로 나간 인원보다 열 배는 더 많아졌다.

“대승을 거두었다.”

“...늘어난 인원은?”

“브람 시의 뛰어난 복지정책을 부러워한 적의 병사들이 적전배신을 일으켜 투항했다. 태양의 교단과의 전투도 대부분 전향한 적병들이 치렀다.”

“그럼 손해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빌헬름 시장. 뛰어난 내정으로 전쟁에서의 우위를 점할 수 있게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많은 공을 세울 수 있게 해줘서 정말로 고맙다.”

루커스는 만족스러움을 드러내었다.

알큐러스 기사단장이나 범죄길드장도 마찬가지였다.

[루커스 패밀리와 황금기사단, 범죄길드가 뛰어난 공적을 세웠습니다. 종교전쟁에서의 기여도가 100만을 돌파했습니다. 치유의 교단이 진심으로 당신에게 감사해합니다.]

[치유의 교단과의 관계가 대폭 개선되었습니다. 치유의 교단은 단순한 동맹이 아니라 흑산회와 존속유무를 함께 하는 혈맹이 되었습니다.]

[브람 시의 평판이 초 대폭 상승합니다.]

[종교전쟁에서 뛰어난 공적을 세운 세 조직에게 논공행상을 내려주십시오.]

[투항한 적병들의 처우를 결정지어주십시오.]

[당신의 선택이 많은 이들의 희비를 가를 뿐만 아니라 이 도시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것입니다. 신중하게 고민한 끝에 결정을 내려주십시오.]

공명정대한 판결을 내릴 것인가, 안면몰수하고 사지에서 살아서 돌아온 놈들을 엿 먹일 것인가.

‘당연히 공명정대한 척 엿 먹여야지.’

나는 돈 많이 들고 골치 아픈 문제를 떠넘겼다.

“루커스 패밀리와 황금기사단, 범죄길드는 종교전쟁에서 큰 공훈을 세운 공적을 기려 영지를 하사한다. 브람 시를 둘러싼 다섯 영지 너머, 세 변경백들의 영지이다.”

“변경백의 영지! 그건 설마!”

“토착세력을 밀어버리고 점거하라. 이번 전쟁에서 확보한 인력이 곧 너희들의 영지민이다.”

“국왕폐하의 인가 없이 무단으로 영지를 점거해도 되는 겁니까?”

“자국을 통치할 능력도 없는 알폰스 국왕의 의사는 필요 없다. 설령 그들이 항의를 표명하더라도 브람 시 차원에서, 아니, 자유동맹 연합 차원에서 외교적 항의에 나설 것이다.”

미궁도시 브람을 둘러싼 자유도시들을 세우고, 그곳에 이 수상쩍고 불편한 놈들을 앉혀둔다.

타국의 침략이나 왕국의 역습이 오더라도 이놈들이 방파제처럼 먼저 공격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흑오문과 공무기관의 강력한 무장단체가 하나씩 빠지고 연합기관의 골칫덩어리가 제 발로 미궁도시 밖으로 나간다. 절묘한 벨런스에 세 거대단체들도 마지못해 납득하였다.

‘그래. 이거면 된다. 나쁘지 않아.’

알폰스 왕국 측에서는 당연히 항의를 할 거다.

왕도 아닌데 왜 네 멋대로 변경백 령을 휘하 조직에게 넘기는 거냐고.

나야 모르는 척 생까고 방관하면 지들끼리 영지전을 벌이든 암투를 벌이든 하면서 인력과 물자, 시간을 소모하기 시작할 거다.

그 사이에 브람 시 하나만 잘 키우면 된다.

저것들은 전부 버림 패다.

누가 이기든 일단 싸우면 이득이다.

만신창이가 된 승자는 영지를 수습하기에 급급할 테고.

브람 시를 칠 여력도 없을 테니까.

“빌헬름 시장님. 알폰스 국왕이 남부 7성의 지배자, 탈론 공작의 영지에 정착한 뒤에 뭔가를 꾸민 모양입니다. 초대장이 도착했습니다.”

“초대장?”

“필시 종교전쟁과 영주전쟁, 변경백 령에서의 영지찬탈 건을 두고 외교적 압박을 가하려는 속셈으로 추정됩니다. 여기서 고삐를 채우지 못하면 타국이 개입하게 됩니다.”

연합기관의 의장, 하인즈 대마법사가 초대장을 건넸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물론 간다. 누가 승자인지 보여줄 시간이다.”

“동석할 인원은 어떻게 정하겠습니까? 초대장을 찢으면 마법진이 발동되어 시장님을 포함한 여섯 명이 함께 지정된 장소로 이동하는 방식입니다.”

자리는 한정되어져 있고, 모두를 데려갈 수는 없다.

호위 셋에 실무자 셋 정도면 빠듯하다.

그런데 인선을 추려보니까 뭔가 느낌이 싸해진다.

실무 역으로 고위 뱀파이어 이즈라크, 하이칼 경비총장, 하인즈 대마법사.

이건 괜찮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호위 역으로 카이사르, 리나, 멸혼객이라는 싸이코 부하 셋을 데려가야 한다.

안 데려가면 안전을 보장 못하니까 무조건 데려가야 한다.

이 멤버라면 틀림없이 사고 칠거다.

그래도 얘기는 실무자들끼리 할 거니까 안심해도 되겠지.

“…….”

정말로 괜찮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이 없다.

============================ 작품 후기 ============================

인재는 많은데 싸이코 비율이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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