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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118화 (118/224)

00118 #5 - 내 조직이 무지막대하게 커진다 =========================

#5 - 내 조직이 무지막대하게 커진다(18)

딱히 화난 적도 없었지만 카이사르를 용서해줬다. 그러자 또 한 번 시스템 알림이 빗발치듯 쏟아지며 나의 관대한 자비심과 카이사르의 충심을 찬양하였다.

“흑산회 보스도 흑산회를 일으킨 일등공신인 카이사르만큼은 진심으로 아끼는군.”

“저 잔혹하고 무자비한 흑산회 보스가 자비심을 베풀다니. 어쩌면 그의 인생에 있어서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마지막 자비심일지도 모르겠어.”

“악마에게도 한 줄기 남은 인간으로서의 양심이 있다는 건가. 진심으로 두렵군. 악마계약자인 카이사르가 죽는 날부터는 흑산회 보스가 지금보다 끔찍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게.”

물론 대부분은 엄청나게 겁먹어있다.

보스의 기백이 마스터 스킬이 되면서 내게서 받는 위압감이 한층 더 거대해졌고, 이로 인해서 나를 두려워하는 강도가 더욱 커졌으니까.

자연스럽게 그 이유를 기세가 살벌해질 정도로 개빡쳤지만 카이사르니까 봐줬다, 라는 형태로 납득한 거겠지.

“빌헬름 보스. 다섯 영지를 점거하고 수도를 반파한 지금, 중앙정계는 대 혼란에 휩싸여있을 겁니다. 거사를 치르고자 하신다면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핵과금게이머들의 연합 <길드>의 지부장, 쿠로.

그가 불쑥 의견을 표명하였다.

“거사라고?”

“알폰스 왕국을 칩시다.”

쿠로의 말에 번잡해진 분위기가 날카롭게 정련되었다.

공기가 날카롭게 곤두섰다.

여기서부터야 말로 중요한 국면임을 모두가 알고 있다.

“반란을 일으키자는 건가!”

하이칼 경비총장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무모하다!”

“그렇지 않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국경수비대를 격파해도 왕국군이 건재하다. 그들의 수를 합치면 물경 10만에 이르는 대군을 상대하게 된다!”

“우리에게는 절대자가 둘이 있고 수많은 고수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뒤를 받쳐줄 병사 또한 왕국정예병 못지않습니다. 미궁에서 단련된 모험가나 그에 못지않은 경비병, 조직원들입니다.”

“그렇기에 결코 하나가 될 수는 없지. 시장을 위해 싸울 수는 있어도 결코 통일된 군대가 될 수는 없다. 연계할 수 없는 병력의 전투력은 급격히 낮아질 거다.”

날카로운 반박이었다.

그러나 이에 재반박하는 쿠로의 주장도 상당했다.

여기에 유력자들이 하나 둘 끼어들며 목소리를 높이자 금방 장내가 어수선해졌다.

‘이거 내 의견은 딱히 필요 없는 거 아니야?’

정말로 그렇다. 모두가 기대하는 ‘빌헬름 마이어’의 이미지가 있고 그게 전쟁을 원한다고 한다면, 내가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건 지극히 이상한 일이 된다.

남들의 시선, 이목, 관심에 맞춰 나를 꾸며왔던 지난 행적이 역으로 발목을 붙잡는 셈이다.

“아직은 아니다.”

그렇기에 냉정하게 계산을 마친 뒤에 결정했다.

“대륙 위의 모든 국가가 미궁도시의 독립을 경계한다는 명목으로 우리에게 압박을 가한다면 설령 알폰스 왕국을 모조리 집어삼키더라도 온전히 살아남는 건 불가능하다.”

“!!”

“알폰스 왕국에 속한 모든 도시와 백성, 물자는 타국의 정병들에 의해 유린당할 것이고 우리들은 목숨조차도 빼앗긴 채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당장의 이익에 눈이 먼 자들에게 정신 차리도록 만들려면 팩트로 폭행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것도 어중간하게 이 정도라면 견딜 수 있겠다, 희생할 수 있겠다, 무시할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을 품을 수도 없는 영혼까지 탈곡될 것 같은 묵직한 팩트로 말이다.

“이 대륙의 모든 왕국들과 맞서 싸워서 이길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뒤에 기다리는 건 제국이다. 너희들은 제국과 맞서 싸워서 승리할 자신이 있는가.”

“…….”

“수치스러워할 필요는 없다. 제국을 상대로 패배하는 건 당연한 거다. 우리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외교적인 문제를 야기하는 방법을 취해서는 안 된다.”

쿠로 뿐만 아니라 정치감각이 뛰어난 편에 속하는 고위 뱀파이어 이즈라크, 하이칼 경비총장 등이 긴장한 기색을 드리우며 나를 주시하였다.

“그렇다면 외교적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 방법으로 왕국을 점령할 수단이 있다는 겁니까?”

이놈들 하는 말 들으면 진짜 골 때리네.

비글 같은 새끼들아.

왜 가만히 있는 왕국을 쥐어 패지 못해서 안달이 났는데.

동네 양아치도 약한 애들 삥 뜯는 걸 이렇게 열심히 하지는 않겠다.

생계형 비리에 전념하는 군 장교도 아니면서 왜 이리 전쟁을 못해서 난리야?

“그렇다.”

귀찮으니까 대충 절대로 전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서 멋대로 활개 치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어야겠다.

물론 듣는 입장에서는 적당히 그럴싸한, 얼핏 들으면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조건을 첨부해야겠지.

카이사르와 리나를 다루면서 그런 종류의 말재주는 꽤나 늘었다고 자부한다.

“알폰스 왕국의 국왕이 스스로 미궁도시 브람의 자치권을 인정하며 공물을 바친다. 그 정도의 상황을 유도해낼 수 있다면 왕국은 이미 우리의 것이나 다름없다.”

“과연! 알폰스 왕국을 속국으로 만들어서 경제적으로 복속시키는 한편, 명맥만은 유지시켜 비참한 전통을 유지하며 외교적인 장막으로 이용하겠다는 계획이군요!”

뭐야 그게. 그딴 흉흉한 계획 몰라.

무서워.

“설마 헤오라츠 후작을 좀비로 만든 것처럼 국왕을 언데드로 만들어 조종하실 계획인건가? 그렇다면 수도를 완파시킨 것도 신성마법진이 있는 왕궁을 없애기 위한 일환이었군!”

“아니. 그것만이 다가 아니다. 보스는 마족과 결탁한 부정한 무리들에게 마족이라는 존재 그 자체를 약점으로 삼아 외교적으로 협박하려는 거다.”

“뭣이! 너는 누구냐. 어떻게 그런 걸 알고 있는 거지?”

하이칼 경비총장의 물음에 난입자가 대답했다.

“흑산회 직속 정보부의 청일이다.”

아.

그러고 보니 이 녀석, 문짝에 맞아서 코피를 흘리던 마족 그레이를 보고 경악하며 달아난 적이 있었지.

또 지 멋대로 이상한 상상을 하면서 시나리오를 써버린 모양이었다.

“수도의 중앙귀족들은 이미 마족들과 결탁하며 인류를 등진지 오래였다. 보스의 이번 수도 원정행은 그들의 비밀스러운 계획을 파괴하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 틀림없다.”

“헉! 그 말이 사실입니까?”

“어... 뭐. 그렇다.”

“왠지 반응이 떨떠름하신데 혹시 거짓말인 겁니까?”

“그렇지는 않다. 그저 이 자리에서 이런 얘기까지 나오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뿐이다.”

이제는 부하들이 내뱉는 의견은 전부 다 내 계획대로다, 라면서 싸이코처럼 음험한 미소라도 지어주지 않으면 곤란할 지경에 처했다.

정말 기가 막히게 골 때리는 상황이다.

뭐 하나 진실이 없고 사방에서 참신하게 병신 같은 시나리오가 빗발치는데 난 그걸 전부 다 진짜인 것처럼 소화시키며 연기를 해야 된다.

‘이게 조직보스야 연기자야?’

남우주연상이 있으면 내가 따 놓은 당상인 건 확실하다.

“하이칼 경비총장. 당신의 정치적인 감각도 그리 쓸만한 건 못되는 모양이군.”

“뭐라고?”

“좀비가 된 헤오라츠 후작을 마족 그레이에게 넘긴 것도 정치적인 목적이 있는 거다. 마족과 결탁한 무리의 주구가 좀비가 되었다. 충분히 쓸 만한 소재라고 생각하지 않나?”

하이칼이 격렬한 전율에 휩싸였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정치 좀 한다는 양반들이 하나같이 충격을 받은 기색이다.

“왕국을 마의 온상으로 지목하며 이를 토벌하는 영웅의 자세를 취한다면 타국에서의 외교적인 압박도 이루어질 수 없겠지. 획기적인 한 수임이 틀림없다.”

“왕국의 온갖 명문 귀족가나 권세가들 또한 악의 조직과 마의 조직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흑산회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고.”

“흑산회에서 보유 중인 마족과 좀비가 된 헤오라츠 후작을 이용한다면 신전 측의 개입도 막고 오히려 우호적으로 이끌어나갈 수도 있겠지.”

녹색법의를 걸친 치유의 교단 사제장 뮤온이 한 무리의 사제들과 함께 나서며 말했다.

“그럼 교단들을 설득하는 일은 치유의 교단이 주도적으로 진행하겠습니다.”

중급사제 일라인이 뒤에서 두 눈을 찡긋거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영향력 좀 발휘했다는 제스처였다.

장내가 소란스러워지더니 일단의 무리가 더 나타났다.

심지어 적색장포를 걸친 전사의 교단 소속 사제장 또한 한 손 거들어보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나약한 무뢰배들을 어엿한 한 사람의 상남자로 개변시킨 마초카페의 실질적 주인이라면 믿을 수 있겠지. 전사의 교단 또한 이 시대의 진정한 상남자를 지지하겠다.”

뭐라는 거야, 이 대머리 자식은.

마초카페 내거 아니야.

카이사르가 손님한테 깽판 치고 다니는 놀이터라고.

‘가만.’

교단들이 적극적으로 나를 지지하고 밀어준다.

이거 정말로 좋은 얘기다.

지금은 좀 지났지만 이런 시스템 알림도 뜨지 않았던가.

[알폰스 왕국과 태양의 교단에서 당신을 강력하게 적대합니다. 또한 그들의 영향력을 받는 수많은 조직과 기관, 단체에서 당신을 강하게 경계합니다.]

태양의 교단.

선신교단 연합 중에서 왕실과 가장 긴밀한 유착관계를 맺으면서 귀족들 못지않게 콧대 높이는 놈들이라고 한다.

전작 미궁도시에서도 태양의 사제들은 뛰어난 성능뿐만 아니라 매번 미궁도시 안에서 강력한 정치력과 영향력을 보이기도 해왔다.

선신교단 연합 내에서의 서열은 부동의 1위.

어떤 교단도 태양의 교단 이상 가는 성세나 저명도를 지니지는 못했다.

그런 자들의 적으로 지목되어 내심 곤란해 하던 처지에 두 교단이 발 벗고 나서서 나를 지지해주겠다고 하니, 어쩌면 이 두 교단을 키워서 태양의 교단을 짓누를 좋은 기회였다.

“두 교단의 지원에 감사를 표하는 바이오. 본인 또한 흑산회 및 브람 시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을 것임을 공개적으로 선언하겠소.”

사이가 틀어진 태양의 교단을 조지기 위해 지금은 이들과 손을 합치자.

정말 그 정도의 목적만을 가지고 내뱉은 말이었다.

그것이 얼마나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왕국 전역을 휩쓸 대 파란을 초래할 줄 알았다면 결코 지원 따위는 약속하지 않았을 거다.

어떻게든 흥분한 군세를 각자의 생업에 돌아가도록 만들고, 인근 다섯 영지를 곁에 두기 찝찝한 흑오문에게 하나씩 떠넘겨서 내쫓은 뒤.

며칠간은 수도에서의 원정 탓에 급격히 저하된 기력도 채우고, 대마법사 하인즈의 변신마법으로 미니어처처럼 조그맣게 축소된 오우거를 가지고 놀면서 보냈다.

정말로 소소하고 무료하기 짝이 없는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도중이었다.

꽈과광!

한층 더 긴박한 느낌으로 바꾼 시스템 알림과 함께 충격적인 시스템 알림이 나타났다.

[알폰스 왕국 전역에서 종교전쟁이 시작됩니다.]

[토착종교인 태양의 교단을 주축으로 한 태양연합과 신흥강자인 치유의 교단을 주축으로 한 치유연합의 종교군이 거병하였습니다.]

[치유의 교단의 정치적인 지지자로서 당신은 전쟁을 지원하여 승리를 거두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약속을 지킬 때가 되었습니다.]

[메인퀘스트 ‘종교전쟁’ 발동!]

[당신은 브람 시의 전력을 엄선하여 치유의 교단 본대를 지원해야 합니다. 이번 전쟁에서 기여도 50만에 달하는 공헌을 하십시오.]

[공헌을 해낼 시, 치유연합은 당신을 연합의 종주이자 강력한 구심점으로 추대할 것입니다. 반면 공헌을 하지 못할 시, 치유연합은 당신을 입만 산 배신자라 여길 것입니다.]

개 뜬금없게 종교전쟁에 한 발 걸치게 생겼다.

============================ 작품 후기 ============================

Q : 아무것도 안해도 사고가 터지져서 체념하면 어떻게 될까요?

A : 짜잔! 초대형사고가 터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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